[방은주의 AI세상] 'AI 스승' 앤드류 응 한국 온다…"고교때 신경망 접해"
인공지능(AI) 분야에 세계 4대 구루(최고 스승)가 있습니다.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얀 르쿤 미국 뉴욕대 교수,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입니다. 4인중 벤지오, 힌튼, 르쿤 교수 3인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세계 컴퓨터 학계 최고상인 '튜링상'을 2018년 공동으로 수상했습니다. 앤드루 응(Andrew NG) 교수만 빠졌는데요, 사실 그는 4인방 중 가장 산업친화적인 인물이자 '모두를 위한 AI'를 주창한 AI 대중화의 주역이기도 합니다. 응 교수가 오는 20일 서울대에서 초청 강연을 하고 네이버와 카카오를 방문합니다. 그는 어떤 인물일까요? ■딥러닝 창시자로 구글,바이두가 세계적 AI회사로 성장하는데 핵심 역할 스탠퍼드대학 AI연구소는 홈페이지에 응 교수를 '딥러닝 창시자(Founder of deeplearning.AI)로 표기했습니다. 응 교수는 구글과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바이두가 세계적 AI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2021~2022년 1년간 구글에서 근무하며 구글의 AI 전담 팀 '브레인(Brain)'을 만들어 엔지니어들을 교육했고, 바이두에는 2014년 최고 과학자(chief scientist)로 들어가 이 회사의 얼굴인식과 헬스케어용 AI챗봇 '멜로디(Melody)' 개발 등을 주도했습니다. 바이두의 AI플랫폼 '듀어OS(DuerOS)' 개발에도 핵심 역할을 한 후 2017년 3월 바이두를 나왔습니다. 바이두를 나온 응 교수는 바로 SaaS(인터넷으로 SW를 판매) 방식으로 AI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랜딩AI(Landing AI)를 세웠고 2018년에는 초기AI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인 'AI펀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앞서 2012년에는 스탠포드 동료 교수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대픈 콜러(Daphne Koller)와 공동으로 세계적 무료 온라인 플랫폼이자 교육기관인 코세라(Coursera)를 만들어 창립자 겸 CEO를 맡았습니다. 모두를 위한 AI를 표방하며 그가 강연한 유명한 온라인 딥러닝 강의 'CS229A'는 한 회 등록자가 10만명이 넘을만큼 인기를 끌었고, 코세라 딥러닝 강좌는 누적 250만명이나 시청해 그는 '딥러닝 민주화'의 기수로도 불립니다. 1976년생인 응 교수는 홍콩계 부모에서 태어나 영국과 홍콩, 싱가포르를 오가며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국적은 영국입니다. 고등학생일때 사무실 보조 인턴을 하면서 신경망을 처음 접했다고 합니다. 고등학생이 무슨 신경망을? 할지 모르는데요, 보조 인턴임에도 그는 업무 자동화에 관심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신경망과 만났다고 합니다. 대학은 카네기멜론으로 갔고 컴퓨터과학, 통계학, 경제학 등 3개 과목을 전공으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습니다. 석사학위는 1998년 MIT, 박사학위는 2002년 UC버클리에서 각각 받았습니다. 박사 학위 논문 제목은 '강화학습 형성과 정책 검사(Shaping and Policy Search in Reinforcement Learning)'로 딥러닝 분야에서 많이 인용된 논문 중 하나입니다. ■ AI와 컴퓨터비전, 로봇 공학 분야에 큰 영향...부인과 함께 'AI파워 커플'로도 선정 응 교수의 학문적 업적도 뛰어납니다. 주로 기계 학습, 딥 러닝, 기계 인식, 컴퓨터 비전 및 자연어 처리를 연구하고 있는 응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컴퓨터 과학자 중 한 명입니다. 학술 회의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자주 수상했고, 특히 AI와 컴퓨터 비전 및 로봇 공학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딥러닝 연구에 CPU 코어를 적용한 선구자이기도 한데요, 1만6000개의 CPU 코어를 적용한 딥러닝 알고리즘을 훈련한 신경망으로 유튜브 비디오에 나오는 고양이를 인식, 학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딥러닝 연구에 CPU를 쓰는 건 무모하고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업가 정신이 있는 응 교수는 어려움을 뚫고 연구에 성공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사용한 기술은 현재 안드로이드 OS의 음성인식 시스템에 적용돼 있습니다. 응 교수는 교수 생활 초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자율 헬리콥터 중 하나를 개발한 '스탠포드 자율 헬리콥터(Stanford Autonomous Helicopter)' 프로젝트 팀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널리 사용하는 오픈소스 로봇 플랫폼인 ROS(Robot Operating system)를 탄생시킨 STAIR(스탠포드 인공지능로봇) 프로젝트의 수석과학자를 맡기도 했고요. 또 머신러닝을 '프린스톤 월드넷' 데이터베이스로 확장하는 프로젝트인 '스탠포드 월드넷 프로젝트'의 창립 팀원이기도 합니다. 2013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 선정되는 등 여러 상을 받았습니다. 그의 부인도 유명 컴퓨터 과학자이자 창업가인데요, MIT가 발행하는 기술 잡지 '테크놀로지 리뷰'는 2016년 12월 응 교수 부부를 'AI 파워 커플'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 서울대서 20일 오전 초청 강연 후 네이버·카카오 방문 AI현안 공유 응 교수는 1박2일 일정으로 오는 19일 방한해 국내 학계와 산업계 행사에 참여합니다. 20일 오전 9시30분 서울대학교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초거대 AI 모델 및 플랫폼 최적화 센터(CHAMP) 개소식'에 참석해 초청 강연을 합니다. 이 행사는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이 주최하는 '데이터 사이언스 데이(Data Science Day)' 일환인데, 응 교수는 행사에서 '차세대 인공지능을 향한 대도약'을 주제로 강연합니다.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시행하는 '선도연구센터(ERC)'에 올해 선정됐는데요, 이날 개소하는 'CHAMP'를 통해 국내 초거대 AI 연구를 선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응 교수는 서울대 강연에 이어 바로 카카오와 네이버로 이동해 'AI 현안'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카카오는 최근 사실감 넘치는 이미지를 3초 안에 만들어주는 이미지 생성 AI 모델 '칼로(Karlo) 2.0'을 공개해 시선을 모았고, 네이버는 다음달 24일 챗GPT와 직접 경쟁하는 거대 AI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발표합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외에 A대기업도 응과 만남을 원했지만 빡빡한 그의 스케쥴때문에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에 이어 네이버가 세계 세번째로 초거대AI 모델을 발표했는데요, 응 교수와 우리나라 AI 고수간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궁금합니다. ■ 요지경같은 AI에 대해 응 교수는 어떤 생각을? 2016년 3월 '알파고' 쇼크 이후 AI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데요, 신기술이 나오면 늘 그렇듯이 AI도 인류 번영을 가져온다는 '유토피아'와 인류를 망친다는 '디스토피아'의 시선이 섞여 있습니다. 요지경 같은 AI에 대해 응 교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그는 AI가 '제 2의 전기'라고 합니다. 그만큼 AI가 인류와 산업발전에 유용하다는 거죠. 미국 미래학자 겸 작가인 마틴 포드(Martin Ford)가 저명한 AI인물들을 인터뷰해 2019년 발간한 'AI마인드'에서 응은 "100년전 전기가 여러 산업을 변화시킨 것 처럼 AI도 다양한 산업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4월 일부 미국 명망가들이 AI 개발을 6개월간 중단하자는 연판장을 돌렸을때도 응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1956년 용어가 처음 나온 AI는 이후 60여년동안 두 번의 암흑기를 거쳤습니다. 상용화에 대한 실망으로 투자가 얼어붙어 두번의 '겨울'이 닥쳤죠. 일각에서는 과도한 기대 때문에 '제 3의 겨울'을 거론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응 교수는 "또 다른 인공지능 암흑기가 올 것 같지 않다. 다만 AI에 대한 기대치는 조금 낮출 필요가 있다. 이전 AI 암흑기를 보면 별로 쓸모없는 기술들을 부풀려 말해 사람들 기대에 못미쳤다"고 말합니다. AI가 사람 지능과 맞먹는, 소위 일반인공지능(AGI)이 우리가 살아있는 있는 동안 만나볼 수 있을까?"라는 마틴 질문에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 그보다 더 나은 기회들도 충분히 있을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답을 한 게 2019년으로 챗GPT가 나오기 한참 전인데요, 지금은 이 생각이 바뀌었는지 궁금하네요. 당시 응 교수는 "나는 AI가 마법이 아니며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인공지능 전체 중 딥러닝은 엄청난 진보가 있었지만, 일반인공지능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둘 다 똑같이 인공지능이라 부른다"며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신경망'에 대해서는 "아직 대체할 후보가 없다. 하지만 미래에도 없을 거라는 건 아니다"고 짚었습니다. 또 딥러닝이 아직 못하는게 많이 있다면서 특히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게 그렇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외에 응 교수는 딥러닝이 잘 못하는 것으로 ▲모델이 가지는 의미나 결과들을 잘 설명하는 것▲악의적 공격에 대처하는 것 ▲큰 데이터 집합보다 작은 데이터 집합에서도 잘 학습하는 것 ▲한 영역에서 개발한 모델이 다른 영역에서도 좋은 성능을 내게 하는 것 등을 꼽았습니다. ■ "다양한 환경서 사용 일반적 자율주행차 보려면 수십년 기다려야" 그는 전자공학도로 로봇분야에서 많은 논문을 썼습니다. 20년 이상 자율주행차 산업 발전을 지켜봤고요. 자동차 끝판왕이라는 자율주행차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마틴과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보려면 수십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그는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드라이브닷AI(Drive.ai)의 이사이기도 합니다. AI규제는 "좋은 쪽으로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자율주행차, 드론, 의료시스템, 지불시스템과 같이 AI와 관련된 분야가 좋은 규제로 상당히 빨리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거죠. AI의 일자리 대체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면서 "AI 기술이 현재 직업을 대체해도 다시 잘 교육하면 새로운 부의 창출을 보장하고 보다 공평한 방법으로 부가 분배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부유한 사회가 아니라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면 AI가 할일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인간을 뛰어넘는 초지능이 어느날 갑자기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를 위협한다는 시각이 있다는 마틴의 질문에 그는 "일반인공지능의 킬러 로봇이 사람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마치 화성에 인구과잉 문제가 일어나면 어떡하지라고 고민하는 것과 같다. 초지능이 인류를 파괴할 것이라는 것은 추론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으며 "기술 변동으로 혼란이 있을때마다 그 속에는 변화의 기회가 숨어 있다. 세계인 뿐 아니라 우리 팀원도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