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된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 빠른 정책 결정 필요"
지난 9월 알뜰폰 망 도매제공 의무가 일몰된 가운데, 주관 부서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향해 정책 방향 결론을 내려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알뜰폰 도입 13년, 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한 제도정착 정책토론회'에서 "도매제공 의무가 일몰된 현 상황은 정책 공백 상태"라며 "일몰 단서 조항을 삭제해 망 도매 제공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한국은 아직 알뜰폰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했다"며 "알뜰폰 가입자 점유율은 전체의 11% 수준인데, 알뜰폰 사업자 매출은 전체의 4%로 수익률이 낮다"고 짚었다. 알뜰폰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망을 빌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는 2010년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목표로 전기통신사업법 제38조에 이동통신사가 알뜰폰 사업자에게 망을 의무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시장을 조성했다. 하지만 현재 이동통신사의 알뜰폰 망 도매제공 의무는 현재 사라진 상태다. 해당 법은 최초 시행된 2010년 9월부터 3년 일몰제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국회 심사를 거쳐 2013년, 2016년, 2019년 총 세 차례 연장 됐지만, 지난해 9월에는 일몰됐다. 이를 두고 이동통신사와 알뜰폰 사업자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망 도매제공 의무를 폐지하거나, 일몰제를 유지하자고 주장한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이유다. 반면 알뜰폰 업계는 시장 안정을 위해 일몰을 두지 않고, 망 도매제공 의무를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공 의무 사업자도 SK텔레콤에서 이동통신 3사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 교수는 이용자 관점에서 "알뜰폰은 요금제가 저렴하고, (이동통신사와 비교해) 품질 차이가 거의 없어 장점이 많다"며 알뜰폰 시장 안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망 도매 제공 의무 사업자를 이동통신 3사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관해 "사업자가 여럿이면 (망 이용대가) 협상을 할 때 가격이 낮게 조정될 것"이라며 "실제 KT와 LG유플러스가 알뜰폰 중소사업자에게 더 많은 연계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기준 LG유플러스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사업자는 41개, KT 39개, SK텔레콤 17개 순이었다. "망 도매대가 비율 조정 필요"..."시장 상황 살펴 결정" 문형남 알뜰통신사업자연합회장은 "우리 회사가 2011년부터 알뜰폰 사업을 해서 200억원 적자가 났다"며 도매제공대가 산정 제도를 이유로 지적했다. 현재 망 도매대가 비율은 LTE가 40~50%, 5G가 60% 안팎이다. 문 연합회장은 "알뜰폰 사업자는 이용자한테 받은 통신비에서 50%씩 이동통신사에게 준다"며 "소비자 보호, 설비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규화 LG유플러스 사업협력담당 상무는 "망 도매제공 관련 제도는 현재 시장 상황을 잘 살피고 정책 방향 등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소사업자와 상생을 지속도모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LG유플러스 알뜰폰 고객이 2018년 78만명에서 지난해 말 388만명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알뜰폰 이용자 후생 증진 중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알뜰폰 이용자 보호와 후생 증진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 관점에서 이 시장은 비정상"이라며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많이 차지하고 있으며, 50개 이상 사업자가 난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사무총장은 "일정 부분 기본적인 소비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업체는 퇴출되고,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로 접수된 알뜰폰 소비자 피해 사례로는 고객센터 연결 불편함, 부당한 요금 청구, 계약 관련 명의 도용 등이 있었다. 정 사무총장은 "알뜰폰은 온라인 셀프 개통으로 사용하는데,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또 자급제 단말기 구매 부담, 데이터 기반 요금제 다양화, 웨어러블 등 다른 기기와 결합 상품 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필모 의원은 "휴대폰 시장이 첫 번째 목표로 둬야 할 것은 소비자 보호를 포함한 이용자 후생 증진"이라며 "이동통신사(MNO)가 알뜰폰(MVNO)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가진 시장에서 상생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