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월세 5만원 옥탑방 신세서 10년 만에 '피파 황제'로
아프리카TV를 창구 삼아 방송하거나 영상 제작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BJ(1인미디어진행자)'라고 부릅니다. 유튜브에는 유튜버가 있죠. 이들은 콘텐츠로 세상과 소통하며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1인 방송인들의 삶을 해부하고 그들 앞날에 평화가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팍스테쿰'을 연재합니다. 팍스테쿰(Pax tecum)은 라틴어로 '평화가 당신에게 있길'을 뜻합니다. [편집자주] BJ 두치와뿌꾸(뿌꾸)는 눈 뜨고 잘 때까지, 심지어 꿈에서도 FC온라인(옛 피파온라인, 피파) 생각뿐이다. 수백만 FC온라인 이용자가 게임 업데이트 후 불편을 느끼면, 뿌꾸가 나서 문제점을 오목조목 짚어낸다. 뿌꾸는 게임에 서툰 이용자를 위해 직접 팀을 짜주거나 게임재화(BP)가 부족하면 본인 지갑을 꺼낸다. '피파 방송 황제'로 불리는 이유다. 팍스테쿰 첫 번째 주인공은 아프리카TV 대표 BJ 겸 유튜브 구독자 80만명을 보유한 뿌꾸다. 본명 안태은 대신 뿌꾸로 산지 어느덧 10년. 뿌꾸 아프리카TV 채널과 유튜브에는 매일 FC온라인 콘텐츠가 게재된다. 이용자들은 뿌꾸가 추천하는 선수를 사용하고 필수 참여 이벤트를 선별한다. 그렇게 뿌꾸와 소통하면서 게임 재미를 한층 높여간다. 뿌꾸 두치와뿌꾸 닉네임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2년가량 일하다 2013년 첫 방송을 시작했다. 친구와 아무 생각 없이 아프리카TV에 발을 디뎠다. 둘이서 어떤 닉네임을 정할지 고민했는데 엉겁결에 만화 '두치와뿌꾸'가 떠오르더라. 슈퍼마리오도 고려했다. (웃음) 느낌이 이상해 두치와뿌꾸를 택했다. 친구가 장비를 세팅해 줬고 처음엔 옆에서 장단만 맞췄다.”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린 건 아니었다. “초창기 시청자 수가 기억난다. 5명 정도였다. 많으면 10명까지 늘었는데, 그마저도 어머니와 지인으로부터 도움을 얻었다. 아이디를 빌려 숫자를 채운 거다.” 믹슈 뿌꾸의 페르소나와 같은 믹슈(본명 윤상일). 늘 그의 곁을 지키는 믹슈는 원래 뿌꾸 방송 시청자였다. 두 사람은 8년째 동고동락하고 있다. 믹슈는 뿌꾸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피자 가게에서 일하다 뿌꾸 형과 인연이 닿아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굉장히 내성적인 편이라 방송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뿌꾸 형을 만나고 옆에서 방송하는 걸 보니 다른 세상을 살고 있더라. 재밌어 보였다. 처음엔 낯설고 힘들었다.” 뿌꾸와 믹슈는 아차산역 인근 월세 5만원 옥탑방에서 방송했다. 모션이 강하고 소음이 불가피한 일이다 보니, 건너편 옥탑방에서 돌은 던졌다고 한다. 방음 공사할 돈은 없었지만, 열정만은 남달랐다. 민원이 들어왔고 두 사람은 결국 옥탑방에서 쫓겨났다. 새벽에 부랴부랴 짐을 싸고 나오는데, 옥탑방 앞에 신축 건물이 들어서고 있었다고. “지금도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우리도 저런 곳에서 방송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피파 황제 FC온라인은 실제 축구선수를 그대로 게임에 구현해, 이용자가 원하는 선수 11명을 꾸려 대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수마다 속도, 패스·슛 능력이 다른데, 능력치가 좋을수록 많은 BP가 소요된다. 뿌꾸는 사전 신청한 이용자 대상으로 스쿼드(팀)를 맞춰주는데 간혹 BP가 모자랄 때가 있다. 뿌꾸는 직접 유료 결제해 부족한 부분을 메운다. FC온라인 서비스사 넥슨은 이벤트를 열어 이용자들이 BP를 벌 수 있도록 한다. PC방에서 참여하면 더 많은 BP를 획득할 수 있는데, 이때 뿌꾸는 기미상궁 역할을 자처한다. PC방 이용료가 부담인 학생들을 위해 이벤트 효율성을 판가름해 준다. 그가 피파 방송 황제로 불리는 이유다. “부끄럽다. 황제보다는 '피파 공무원'이다. 유료 결제를 하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을지 고민할 뿐이다. (이용자를 위해) 선수를 구매해 주는 건 시작했으면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성격이라 그렇다. (웃음) 애매하게 끝나면 저도, 시청자들도 아쉬워한다.” FC온라인 뿌꾸 이름을 딴 FC온라인 대회도 있다. 월드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형태의 '뿌드컵' '뿌챔스(챔피언스리그)'다. 능력치 좋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에 프로게이머를 비롯해 우수한 실력을 갖춘 이용자들이 배정돼 경기를 펼친다. 뿌꾸가 주최하고 아프리카TV와 넥슨이 후원하며, 우승상금은 2천만원(넥슨캐시 포함)을 웃돈다. “실력 있는 프로게이머들이 구단가치가 높은 팀을 사용하면 어떨까, 시청자들이 궁금해하지 않을까 고민한 끝에 대회를 열었다. 애착 가는 콘텐츠 중 하나다.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부담감보다는 사랑해 주는 시청자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뿌꾸는 FC온라인이 한층 진일보하려면, 엔진 고도화를 수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이 앞으로 계속되고 더 잘되려면 실제 축구와 유사한 엔진을 들고 와야 한다. 현 체계를 유지한 채 업데이트만 반복되면, 품질이 떨어지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 믹슈는 더 많은 선수 게임 카드로 출시되길 바랐다. “주로 축구 팬들이 FC온라인을 즐긴다. 라이선스 문제로 은퇴한 선수들이 게임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브라질 공격수였던 전 FC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 소속 선수 아드리아누다. 이거(은퇴 선수들)만 보고 게임을 즐기는 분들도 많을 거다.” 박정무 그룹장 FC온라인 이용자라면 박정무 넥슨 FC온라인 서비스 총괄 그룹장을 모를 리 없다. 박정무 그룹장은 FC온라인이 '국민게임' 반열에 오르기까지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피파 전성기'를 이끈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만큼 책임감도 막중하다. 새로운 선수가 출시되거나 업데이트 후 문제가 발생하면 이용자 대부분이 박 그룹장을 질타한다. FC온라인을 공통분모로 뿌꾸와도 인연이 깊다. 뿌꾸 방송에 출연해 이용자 의견을 수렴하거나 서비스 개선을 약속하기도 한다. “자주 소통하는 분이다. 어쩔 수 없이 지적받는 자리에 계신다. 사실 그룹장이 총대 매고 전면에 나서 게임을 논하는 건 흔치 않다. 이점을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박수를 치고 싶은 분이다. 만약 다른 분이었다면 이용자들로부터 외면받았을 거다. 박정무 그룹장이기에, 아직도 FC온라인이 '국민게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본다.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게임 내 문제점은 사실 개발사인 일렉트로닉아츠(EA)가 담당하는 부분인데 넥슨이 비판받는 게 마음 아프다.” 80만 유튜버 9월 인터뷰 당시 뿌꾸 유튜브 구독자수는 80만명을 목전에 뒀는데, 10일 기준 80만명을 돌파했다. FC온라인 콘텐츠로 한정하다 보니 구독자 100만명까지 도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뿌꾸는 전망했다. 그는 80만명도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지금처럼 사랑받고 많은 시청자가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텐스튜디오와 텐끼 등 채널도 좀 더 키워보려 한다. 재능있고 끼많은 동료 BJ들이 묻혀있다. 이들과 함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겠다.” 뿌꾸에게는 FC온라인 프로게임단 광동 프릭스 감독이라는 명함도 있다. 이전부터 바라던 감독이라는 꿈을 실현하게 지원해 준 아프리카TV에 감사하다고. 뿌꾸는 믹슈를 포함한 유튜브 편집자 13명 등 직원 20명에게도 감사함을 표했다. “직원들 덕분에 혼자선 불가능한 일들을 해내고 있다. 감사할 따름이다. 시청자들에게도 감사드린다. 피파를 정말 사랑하고 게임 발전에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누가 되지 않는 방송이 되도록 정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