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EU 압박에 손 든 애플..."내년 말 표준 기술 RCS 도입"
아이폰에 기본 탑재된 문자메시지 전송 앱 '메시지'에 한 세대 전 규격인 SMS/MMS만 고집하던 애플이 구글과 유럽연합(EU)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16일(현지시간) 애플 전문 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애플이 내년 말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가 채택한 메시지 표준인 RCS에 대한 지원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연말부터 아이폰·아이패드와 맥OS 기반 맥북에어·맥북프로 등 PC에 기본 탑재되는 '메시지' 앱에 국제 표준 기술 'RCS'가 적용된다. RCS 탑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문자를 전송할 때도 애플 기기간 아이메시지와 마찬가지로 대용량·고화질 사진 전송, 실시간 읽기 상태 확인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이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 애플, 2011년 애플 기기간 '아이메시지' 기능 도입 애플은 2011년부터 애플 기기간 문자메시지 전송에 자체 규격인 '아이메시지'(iMessage)를 적용했다. 셀룰러나 데이터 모두를 이용해 사진·동영상 전송, 읽기 상태 확인 등이 가능하며 최근 iOS17에는 보낸 메시지를 고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그러나 비(非) 애플 기기와 문자메시지 전송에는 한 세대 전 규격인 SMS/MMS를 고수했다. 사진·동영상 전송시 저화질·저해상도로 전송되며 읽기 상태 확인도 불가능하다. 구글을 위시한 안드로이드 진영은 2019년부터 RCS 보급에 나섰다. 안드로이드 9.0(파이) 이상을 탑재한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메시지 앱에는 RCS 기능이 내장됐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는 RCS 기능이 '채팅+'라는 이름으로 탑재됐고 별도 활성화 과정이 필요하다. ■ 구글, 작년부터 아이메시지 대상 여론전 시작 구글은 지난 해부터 애플 아이메시지를 대상으로 여론전에 나섰다. 8월에는 애플이 아이메시지를 포기하고 RCS를 택하도록 압박하는 웹 페이지도 공개했다.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안드로이드 담당 수석 부사장은 지난 해 초 "애플이 자체 문자 메시지 플랫폼을 사용해 고객을 가둬놓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기에 EU도 압박 수위를 한 층 높였다. EU는 지난 9월부터 DMA 규제 대상 기업을 확정하고 약 반년 동안의 유예기간에 돌입했다.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규모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규제하는 법안이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은 제3자 서비스와 상호 운용을 비롯해 자사 플랫폼 외부에서 입점업체들이 자체 사업 홍보나 계약을 하는 것, 또 입점업체가 플랫폼 이용 시 생산되는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 구글, 유럽 통신사와 손잡고 애플 압박 구글은 최근 영국 보다폰, 독일 도이치텔레콤, 스페인 텔레포니카, 프랑스 오렌지 등 유럽 주요 통신사들과 함께 EU 집행위원회(EC)에 아이메시지를 DMA 핵심 플랫폼 서비스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애플이 아이메시지로 충분한 수익을 내고 있으면서도 다른 플랫폼들과 폐쇄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아이메시지 역시 DMA의 대상인 핵심 플랫폼 서비스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안드로이드 기반 갤럭시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삼성전자도 애플의 RCS 도입을 촉구하는 광고·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 내년 말 '메시지'앱에 RCS 규격 추가...아이메시지는 유지 결국 애플은 구글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 EU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RCS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도입 시기는 내년 말이며 새 운영체제 'iOS18' 등에 해당 기능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RCS 내장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문자메시지 전송시 5MB 이하 파일 무료 전송, 최대 300MB 대용량 파일 전송, 그룹 채팅, 읽음 확인, 와이파이 네트워크 이용 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애플이 아이메시지 기능을 버리는 것은 아니며 기존 '메시지' 앱에 RCS 규격이 추가되는 형태로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종단간 암호화, 같은 애플ID로 연결된 기기간 연속성 확보 등 애플이 내세운 차별화 기능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애플이 EU 규제때문에 독자 규격을 버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EU가 내년부터 유통되는 모든 모바일 기기에 USB-C 단자를 의무화하자 올해 출시된 아이폰15 4종에 8핀 라이트닝 단자 대신 USB-C 단자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