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로 해커톤 두 번 우승한 '지마켓 히어로즈'예요"
지마켓에는 사내 해커톤 대회에서 두 번씩이나 우승을 거머 쥔,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하는 충성 직원들이 있다. 두 번이나 우승했으니 사내에 혹시 시기어린 질투가 없냐는 질문에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장난 섞인 답변을 해도 전혀 얄밉지 않은 '쌉충성' 팀원들이 바로 지마켓의 히어로즈다. '고객한테 완전 충성한다'는 정신과 뜻이 담긴 쌉충성 팀 멤버는 총 6명이다. 이들 모두 지마켓에서 근무한 지 6~9년된 베테랑 직원들이다. 요즘 많은 기업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2~3년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 모두 회사에 대한 애정이 충만하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지난 2019년 전사 해커톤 '스털업'에 이어, 올해 해커톤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만큼 그 누구보다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쌉충성 팀에서 리더 역할을 맡은 ▲김진태(38세, 할인 및 쿠폰 개발)씨를 비롯해 ▲이형준(31세, 할인 및 쿠폰 개발) ▲심민지(39세, 고객 경험 설계 및 디자인) ▲윤종욱(36세, 고객 경험 설계 및 디자인) ▲이수석(33세, 결제 및 캐시 개발) ▲김효정(34세, 지마켓 및 옥션 홈 개발)씨를 역삼동 지마켓 본사에서 만났다.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 근무 탓에 해커톤 이후 오랜만에 한자리에서 만난 6명은 오래된 동료이자 친구인 마냥 꽤 거리가 가까워 보였다. 가슴에는 목에 걸린 황금색 우승 메달이 '번쩍' 빛을 내고 있었다. 제5회 지마켓 해커톤 개최...'쌉충성' 우승을 거머쥐다 지마켓은 이달 5일부터 3일 간 사내 혁신 아이디어 경진대회인 해커톤을 신세계그룹의 도심 연수원인 '신세계 남산'에서 진행했다. 2016년 시작돼 올해로 5회째인 이번 해커톤에는 총 200여 명이 38개 팀을 꾸려 참여했다. 본선을 통과한 8개 팀은 7일 결과물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결선을 치렀다. 현장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중계됐고, 1천여 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이 이를 지켜봤다. 임직원들의 모바일 투표로 총 5개 팀이 선발됐는데, 우승의 영예는 '상품 비교 알고리즘' 아이디어를 낸 쌉충성 팀에게 돌아갔다. 하루하루 톱니바퀴처럼 빈틈 없이 돌아가는 일과 속에서, 쌉충성 팀은 올해 해커톤에도 참가하자는 뜻을 모은 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그러다 '충성 고객한테 우리가 그 동안 해준 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오랫동안 지마켓을 애용해준 이용자들에게 뭔가 특별한 보상을 해주면 어떨까'란 아이디어로 의견이 모아지는 듯 했다. 그렇게 6시간 논의가 이어질 무렵 고객 경험 설계 일을 하고 있는 심민지 팀원이 반기(?)를 들었다. "좀 더 전체 고객 중심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좋지 않겠냐"는 반문에 판을 뒤엎게 된 것이다. "민지님이 6시간 동안 논의한 아이디어에 의문을 표했어요. 허를 찌르는 질문을 해서 뒤집고 다시 생각하게 됐죠. 반문을 제기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오래 진행했는데, 그러다보니 완성도 있는 아이디어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윤종욱) “2016년, 2017년 해커톤 때는 개발자를 위한 행사에 가까웠어요. 최근에는 고객 측면을 고려한 서비스 중심 아이디어 해커톤으로 바뀌었는데, 실제 서비스에 녹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이수석) “저희팀은 아이디어가 많아서 폐기한 아이디어도 많아요.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아이디어가 이상하면 누구라도 '팩폭'(팩트폭력)을 하는데, 어떤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편하게 받아들이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죠.”(김효정) 곳곳에 숨어있는 상품 정보 '쏙쏙' 찾아내서, '착착' 보여주면 어떨까? 그래서 쌉충성 팀이 새롭게 찾은 아이디어가 '쏙쏙착착'이다. 이미 지마켓과 옥션 상품 상세 페이지에는 많은 정보들이 이미지 형태로 나와있는데, 이런 정보들을 '쏙쏙' 뽑아내서 '착착' 정리해주자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 광학 문자 인식(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OCR) 기술로 상품 정보를 인식한 뒤, 대형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을 통해 정형화 시킨 다음, 우선 순위 키워드를 이용해 깔끔하게 상품 정보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기획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현재 사내 검색팀에서 실제 서비스 도입을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상품 상세 페이지 이미지에 이미 많은 정보들이 있는데, 고객들이 하나하나 클릭해 가면서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피곤함이 느껴지거든요. 유튜브, 블로그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상품 정보를 찾다 보면 이용자 이탈이 발생하죠. 이게 지마켓의 페인 포인트라고 판단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저희 팀의 결과물이 바로 쏙쏙착착이었습니다.”(이수석) 쌉충성 팀원들은 이번 해커톤 우승에 최대 공로자를 뽑아 달라는 요청에 윤종욱 씨를 가리켰다. 서로가 머리를 맞대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 서비스의 밑바탕이 되는 프로토타입까지 개발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심사위원들 앞에서 훌륭하게 발표한 윤종욱 씨의 공을 높이 샀다. “종욱님이 발표를 선뜻 맡아줬어요. 아이디어 만큼이나 이를 잘 전달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 그 역할을 잘 해냈거든요.”(심민지) “학교 다닐 때 프로젝트 발표를 많이 했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 뿐만이 아니라 저희 6명 모두가 계속 심사위원들과 참가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저희의 아이디어를 설명했어요. 7분 발표, 4분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는데 마지막애 시간이 좀 부족하긴 했지만, 우승은 저희 모두가 노력한 덕분이죠.”(윤종욱) "우승 상금으로 육아로 고생한 아내와 랍스터 뷔페 갈래요" 우승의 공로를 서로 다른 팀원에게 돌리는 훈훈함과 넉넉함까지 갖춘 씹충성 팀원들은 이번 해커톤 우승으로 총 3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됐다. 인터뷰 당시 아직 입금이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각자가 50만원씩 나눠 갖기로 했다고. 여기에 세금까지 떼면 실제 수령액은 더 적겠지만, 나름의 사용 계획들이 있었다. “팀원들 중 유일하게 저만 육아를 하고 있습니다. 해커톤 당시 와이프가 애를 돌보느라 엄청 고생을 했거든요. 그래서 바닷가재요리 뷔페인 바이킹스워프에 가려고요.”(이수석) “저는 내년 회사 안식년인데, 고생한 저를 위해 여행 경비로 쓸 계획입니다.”(심민지) 쌉충성 팀이 합심해서 우승이란 좋은 결과를 얻기까지 그 비결을 종합해본 결과 '남의 비판에 열린 자세'와 '우승 보다는 과정을 즐기려는 마음'으로 요약됐다. 우승에 대한 욕심은 있지만, 그것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서로 압박할 만큼은 아닌 '냉정과 열정 사이' 마음가짐이 나름 유효했다고. 여기에 '먹부림'(먹성이 드러나는 행동을 하는 일)도 큰 힘이 됐다. “우승을 대하는 저희 각자의 온도가 비슷한 것 같아요. 우승의 욕심은 있지만, 이것 때문에 팀원들 간에 부담을 줄 만큼 강렬하지 않는 냉정과 열정 사이라고 할까요.”(윤종욱) “1등을 서로 강요하진 않았고요, 참여하는 게 즐거우면 된다고 했어요. 싸움은 없었습니다.”(김효정) “저희끼리 평소 맛집 얘기를 자주 하거든요. 그래서 좀 더 팀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해커톤 장소가 남산이었는데 아이디어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남산돈까스 얘기가 나왔고, 1등은 못하더라도 돈까스는 무조건 먹어보자고 했죠. 그래서 해커톤 첫 날 저녁 8시까지 열심히 하고, 택시를 나눠 탄 뒤 남산돈까스를 먹고 왔습니다.”(이형준) "쌉충성 멤버 영원하라...업무 공백 채워준 팀원들에게 고마워" 서로의 취향과 생각이 비슷한 쌉충성 팀은 내년에도 해커톤이 열린다면 같은 멤버로 참여하고 싶을까. 혹시 새로운 멤버를 영입해 팀 내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좀 더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도전하고 싶은 욕심은 없는지 궁금했다. 또 2박3일 해커톤 참여로 본 업무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도 물었다. “이번 해커톤 공지가 떴을 때 이 팀원 구성이면 나간다고 했었어요. 내년에는 그 때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또 업무가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현재 멤버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 같습니다.”(김진태) “2박3일 동안 본 업무를 못하고 쌓이다 보니 해커톤 참여에 부담이 되기도 하는데, 현업 팀원들이 배려를 많이 해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윤종욱) “개발자는 서버 장애나 라이브 문제 등이 있어서 24시간 대기를 해야 하는데, 저도 팀원들이 백업을 해줘서 고마웠죠.” (이형준) 해커톤 통해 타 부서 직원들과 협업하면서 영감과 지식 얻어 쌉충성 팀원들은 사내 해커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본업과는 직접적인 연결 지점은 없지만, 참여 자체로 나름의 인사이트를 얻고 타 팀 직원들과 협업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있다는 설명이었다. “저희의 아이디어가 상품화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인사이트를 얻고 자극을 받는데 해커톤이 충분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다른 팀 사람들이랑 관계를 맺으면서 또 다른 지식도 얻게 되고 풍부해지거든요. 결국 이런 것들이 서비스에 반영되지 않을까요.”(이수석) “평소 다른 업무를 경험하기 어렵고, 아이디어를 내기도 어려운데 해커톤을 통해 다른 업무를 맡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업무 노하우도 얻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심민지) 쌉충성 팀들은 내년에도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지마켓 충성고객이 되는 그 날까지” 각자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내년 해커톤에는 우승 상금이 오르면 더 구성원들의 참여 욕구가 커지지 않겠냐고도 수줍게 말했다. 그렇게 인터뷰를 마친 쌉충성 팀원 6명은 그 날 점심 메뉴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으며 사이 좋은 모습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전체적으로 회사 비용이 많이 들어간 해커톤 행사였던 걸로 알고 있어요. 밥 값도 넉넉히 주셨고요. 이 만큼 회사에서 투자해준 것도 너무 감사하지만, 조금 더 해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윤종욱) “다른 팀에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깊이 있는 아이디어를 내서 영감을 얻기도 했고, 대체적으로 좋은 행사였어요. 내가 못했던 것을 다른 팀에서 더 좋게 풀어내기도 하더라고요. 가능하면 상금이 더 올라간다면 구성원들이 더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을까요.”(심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