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제공 가이드라인 토론회 열리자 "보험사 위한 요식행위" 비판도
“시위하는 사람들 원천봉쇄할 겁니까?” “공개토론인데요, 제재까지는 굳이.” 17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CCMM빌딩 6층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세미나실. '건강보험 제공 가이드라인 토론회'를 준비하는 건보공단 직원 사이에서 이런 말이 오갔다.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개최 전부터 화제가 됐다. 건보공단이 2년간 끌었던 민간보험사에 대한 건강정보 제공 심의가 이날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그간 자료제공 심의위원회의 한화생명에 대한 자료제공 '심의보류' 결정 이후 가입자·공급자·전문가단체 등과 만나 중재안인 '가이드라인'의 방향을 마련해왔다고 밝혔다. 참고로 건강보험에는 가입자‧피부양자 자격, 보험료 부과, 병의원 등 진료이력, 건강검진, 장기요양보험, 자동차보험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데이터의 민감성 때문에 그동안은 정부와 학계의 기초연구 수행, 보건의료 정책 활용에 제한적으로 활용돼 왔다. 관건은 민간 제공이다. 특히 생보사 제공과 관련해 건보공단은 '디지털 경제 활성화', '의료기기 및 건강서비스 개발' 등 산업적 활용에 방점을 두고 제공 여부를 검토해왔다. 검토는 주로 민간 제공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설득이다. 이번 토론회에 대해 건보공단은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상호 의견을 청취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반대 여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토론회 반대 기자회견 개최를 예고한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시민단체가 토론회 참여를 거부했다”면서 “민간보험사에 개인건강정보 제공하려는 토론회는 요식 행위”로 규정했다. 실제 이날 토론회에는 시민단체가 참석하지 않았다. 전체 참석자들은 ▲최인영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김성현 대한병원협회 자문위원 ▲윤아리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총무이사 ▲신종혁 손해보험협회 상무 ▲문병준 한화생명 COE부문 DataLAB 과장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 ▲김명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책통계지원센터장 ▲국회 최영희 의원실 배봉수 보좌관 ▲국회 남인순 의원실 김봉겸 보좌관 ▲손호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 등이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정부와 건보공단은 민간보험사들과 시민사회단체들 간의 간담회 자리를 주선하려 했다”며 “민간보험사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입장을 시민사회단체와 공유했다는 절차가 필요했던 것이고 정부와 건보공단이 이를 중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도 건강정보 제공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토론회의) 본질은 건강보험 자료를 민간보험사에 제공하기 위한 제반 상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당장 해당 토론회를 멈추고, 자료제공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 손끝서 생보사에 의료데이터 제공 문 열리나 건보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상에 정해진 자격, 징수, 급여 등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국내 공공기관 중 가장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보유도 하고 있다. 5개 보험사들은 지난 2021년 7월 건보공단에 건강보험 자료제공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건보공단 건강정보 자료제공 심의위원회는 보험사 요청을 거절했다. '정보 주체의 이익침해 여부, 과학적 연구 해당 여부, 자료제공 최소화 원칙' 등이 거절 이유였다. 그러자 그해 말 한화생명은 건강정보 자료제공을 재신청하기에 이른다. 당시 심의는 '정보 주체의 이익침해 여부'에 대한 이해관계자·전문가 간 이견으로 보류됐다. 윤석열 정권 들어 건보공단은 간담회 및 토론회 등을 통해 자료제공을 위한 기초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정수 건보공단 빅데이터전략본부장은 “국민 실익에 준해 자료제공 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