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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패러다임 바꾸다…김동현 트로스트 창업자의 10년 여정

2016년,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던 시절. 한 청년 창업자가 우울증을 겪으며 느꼈던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 비대면 심리상담 플랫폼 '트로스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10년 가까이 지난해 말, 그는 자신의 회사를 넛지헬스케어에 매각했다. 트로스트가 더 크게 성장했으면 하는 창업자의 바람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트로스트는 유·무료 심리 솔루션을 통해 가벼운 우울감이나 불안을 해소하려는 사용자부터 전문적인 심리 치료가 필요한 사람,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자까지 폭넓은 이용자층을 아우르는 플랫폼이다. 회사 창업자인 김동현 대표는 정신건강 문제를 더 많은 이들에게 열어주고, 더 쉽게 다가가게 만들기 위해 트로스트를 개발했다. 기존 정신건강 서비스의 낙인을 허물고, 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대표는 “정신건강은 일부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의 삶에 필요한 영역이다. 심리상담을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의 선택지로 만들고 싶었다"며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자살률을 낮추는데 기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심리상담이 삶을 바꾸다”…트로스트 창업으로 김 대표는 초기 자원봉사 문화를 바꾸려는 비영리 단체를 창업했다. 시간 인증 중심의 자원봉사 시스템이 아닌 자발성과 재미, 그리고 사회적 가치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 그는 참가자에게 비용을 받고,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설계해 연결하는 모델을 통해 서울시로부터 자원봉사 유공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비영리 단체를 이끌어 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의미는 있었지만, 지속 가능하지는 않았다”며 “결국 문제 해결도 시스템 안에서 돌아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비영리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 그는 '가치'와 '지속성'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시 김 대표는 개인적으로 우울증을 겪고 심리상담을 받으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는 단순한 회복을 넘어 창업자로서의 방향까지 바꾸는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10개월 동안 상담을 받으며 많이 회복됐다. 이후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한테도 상담을 권유했는데, 비싸고 불편하고, 무엇보다 시간도 없다고 하더라"며 "심리상담을 모바일로, 더 싸게, 더 편하게 만들 수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트로스트의 확장, 넛지와 연결되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트로스트 이용자들이 '심리상담을 받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받지 않도록 익명 기반의 접근, 텍스트·전화·화상 상담으로의 확장, 상담 접근성 확보를 위한 모바일 설계 등 세심하게 '사용자 중심'에 맞춘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는 감정 분석 AI, 명상 콘텐츠, 셀프케어 툴, 그리고 기업 대상 복지 서비스(EAP) 등을 접목해 트로스트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중소기업까지 접근 가능하도록 온라인화한 EAP도 선보였다. 그 결과 누적 다운로드 100만, 150여 개 기업 고객 확보라는 호응을 얻었다. 트로스트는 단순한 기술 편의성에 머물지 않았다. 한 사용자는 “아이를 돌보느라 외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트로스트 덕분에 밤 11시에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며 “처음으로 나를 위한 시간이 생겼다”고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용자들의 피드백은 트로스트를 운영하는 10년 동안의 자양분이 되었다. 김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많은 자원, 더 큰 생태계, 그리고 더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모두가 건강한 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창업 초기의 바람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넛지헬스케어를 만나게 됐다. 지난해 말 트로스트는 넛지헬스케어의 자회사 '다인'에 인수됐다. 넛지헬스케어는 건강관리 앱 '캐시워크'를 운영 중이며, 향후 캐시워크 앱 내에서도 트로스트 서비스를 연동할 계획이다. 사용자들은 캐시워크 내 트로스트 아이콘을 통해 심리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김 대표는 “트로스트 매각은 확장을 위한 선택이었다”며 “보다 일상적인 플랫폼에서 사용자 접점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넛지헬스케어는 일상 속 건강 행동 변화를 만들어온 기업이다. 김 대표는 “정신건강은 신체건강, 복지, 일상과 붙을 때 시너지가 커진다”며 “넛지와는 '생활 안에서 건강을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이 닮아 있었고, 트로스트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꼭 필요한 연결이었다”고 말했다. “10년의 창업 결과, 남은 건 단단한 마음” 최근 김 대표는 '건강한 삶'이라는 키워드 아래 다음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IT에 국한되지 않고, 식품이나 패션처럼 고객 중심의 솔루션이 가능한 산업군을 탐색하고 있다. 두 번의 창업을 거치며 그가 얻은 가장 큰 배움은 무엇이었을까. 김 대표는 “의도를 잃지 않는 태도”라며 “의미 있는, 그러나 힘든 나날이었지만, 그게 끝까지 가는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로스트는 단순한 상담 플랫폼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기회였고, 대한민국 자살률을 낮추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에서 시작된 도전이었다"며 "그 마음이 있었기에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래의 창업자들에게 당부도 전했다. 김 대표는 "문제 해결 능력은 기본이고요. 시장 흐름을 보는 눈, 그리고 유연함이 있어야 한다"며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어도, 돛은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2025.04.03 09:30최이담 기자

산불은 잡았지만 화마 할퀸 트라우마는 깊고 뜨겁다

“불은 이제 잡혔지만 심리지원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 부장의 일갈이다. 울산광역시와 경상도에 발생했던 산불은 현재 모두 진화됐지만 산불 피해 트라우마(trauma) 해소 등 심리 대응 및 지원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됨을 시사한 말이다. 정부는 지난 29일 중앙재난심리회복지원단 2차 회의를 열고, 1일을 기해 범정부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 국가트라우마센터에 심리지원 대응 총괄을 맡겼다. 기존 시도 중심의 대응에서 정부 주도로 전환된 것이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애초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 대한 지원을 해왔다. 최초로 투입된 지역은 영덕군. 이곳에서 30여 명의 심리지원이 우선 시행됐다. 하지만 광범위한 산불 피해 규모 등을 고려해 조정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역할은 더 커졌다.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총괄한 첫 회의도 3월 31일 열려 향후 대응 방향이 논의됐다. 대응에 나서고 있는 심민영 부장은 지금까지 다수의 재난 심리 대응을 해왔지만, 이번 산불만큼은 그 피해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에 비례해 심리지원 대상과 대응 수준도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단 의미였다. 그는 “산불이 빈번한 계절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피해 규모가 광범위하고 인명 피해가 너무 많았다”라며 “취약계층에 대한 피해가 특히 컸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화마 데인 마음 상처 더 길게 치유해야 산불 피해 지역의 심리지원 우선 대상은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유가족을 전담하고 있다. 동시에 이재민·부상자·지역민 등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언론 등을 통해 전해진 대형 대피소에만 기거하고 있진 않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 부장은 “큰 대피소 말고도 지역 사이에 작은 경로당 등지에도 피해자가 많아서 일일이 다니면서 이동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지원 범위가 넓어서 인력이 부족해 보건소와 기초광역센터 등의 고정 인력을 총동원하고 영남권 및 강원권 트라우마센터 인력도 투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피해 지역에는 상주현장상담소를 통한 심리지원이 있고, 앞선 경로당 같은 곳은 이동상담소를 통해 심리지원이 진행된다. 안심버스는 대형버스와 밴 크기다. 이들 차량이 피해 지역에 들어가기 어려운 곳에 몸을 피한 이재민들을 위해 사람이 직접 걸어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위험군이 발견되면 지속 사례관리군으로 분류돼 지역 정신건강센터 및 의료기관에서 관리가 이뤄지게 된다. 또 산불은 여러 피해를 초래한다. 그는 “특히 고령자의 경우, 상담 과정에서 불면·소화불량·플래시백 등의 신체 증상을 호소했다”라며 “증상을 진정시키고, 스트레스 지수 측정 등도 진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심리지원 대상에는 산불 대응 업무에 나선 소방관, 산림청 직원, 지자체 공무원에 민간의 의용소방대 등도 포함된다. 이러한 업무종사자들은 통상 트라우마와 PTSD 등 후유증을 겪는 일이 많지만, 이번 산불처럼 부상 및 사망 등의 직접 피해가 발생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심 부장은 “이번처럼 대응 인력 가운데 사상자가 발생하면 1차~3차 피해가 이어져 트라우마, 상실, 소진, 애도 비탄 등이 가중된다”라며 “동시에 잔불 관리 등 관련 업무를 지속해야 하는 탓에 재난이 끝나도 쉬지를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업무종사자에 대한 적극적인 사후관리가 요구되는 이유다. 이처럼 피해 지역이 넓고 심리지원 대상도 많은 탓에 심리지원 인력 동원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심 부장은 “하반기까지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걱정했다. 그는 “피해자들에 대한 상당한 자원이 투입돼야 해서 직업트라우마센터를 비롯해 학회도 투입될 예정”이라며 “민관의 심리지원 대응 인력을 최대한 끌어모아 중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난은 자원 부족으로 발생한다고 정의할 수 있다”라며 “자원을 총동원해 대응해야 하는 부분은 늘 숙제로, 이번처럼 피해 규모가 클 경우 발 빠른 지원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산불 피해 지역민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필요하다. 심 부장은 “마을 전체가 회복해야 하는 중장기적 긍정적 캠페인과 지자체 시설을 통한 프로그램도 활용해야 한다”라며 “더 길게 보고 심리지원을 진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계각층에서 성금 등 마음을 보내오고 계신 데, 피해지역민에게 그런 관심은 힘이 된다”라며 “복구는 길어질 것이므로 사회적 지원과 관심도 길게 이어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각종 재난으로 심리적 충격을 받은 재난경험자를 대상으로 전문 심리상담 및 필요시 전문병원에 치료를 의뢰하고 있다. 재난은 트라우마(Trauma),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건강의 문제뿐만 아니라 의욕 상실·사회생활 기피·가족해체 등 사회 심리적 피해도 유발하기 때문이다. 대응 프로세스는 먼저 행정안전부가 법제도 정비, 교육 및 훈련 운영 지침을 제공, 예산을 보조하면, 지자체는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운영을 지정, 지원이 이뤄지게 된다. 관계 부처를 비롯해 관련 학술단체들도 대응에 협력하는데, 참여 학회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국심리학회 ▲한국상담학회 ▲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임상심리학회 ▲한국사회복지학회 ▲한국정신간호학회 ▲한국트라우마 스트레스학회 등이 있다.

2025.04.01 06:00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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