兆단위 투자 LG엔솔, 재원 조달에 유상증자 카드 꺼내나
대규모 배터리 공장 신·증설에 나선 LG에너지솔루션이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실탄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업계에서는 회사채 발행에 더해 궁극적으로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JV) 얼티엄셀즈 1·2·3공장, 현대자동차그룹 JV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13곳의 배터리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등 그야말로 공격적 투자를 진행 중이다. 실례로 북미 지역에서 예정된 투자금액은 단순 계산해도 23조원을 상회한다. 이와 맞물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원대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조달된 금액 대부분을 스텔란티스, 혼다, 현대차 그룹 JV에 투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오는 2028년까지 3사와의 합작법인에 출자해야 하는 자금 규모는 약 5조7천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장기간 대규모 자금 동력이 필요한 만큼 궁극적으로 유상증자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정관상 예정주식총수는 8억주, 현재 유통주식은 2억3천400만주다. 이론적으로 5억6천600만주를 신규발행할 수 있다. 실제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1조3천14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대규모 자금 수혈에 나선 바 있다. 유상증자의 경우 기존 주식이 희석된다는 통념과는 다르게 실제 주식의 향방은 상향할지, 하향할지 알 수 없다. 다만 통상적으로 신주를 발행하기 때문에 기존 주주의 주식이 하향할 것이라는 의견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LG화학에서의 물적 분할을 통해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LG에너지솔루션에겐 주주들의 반발은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또한 미국 금리 인상기조라는 불리한 여건에도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유상증자와는 거리가 먼 행보라는 분석이다. 배터리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배터리 기업에게는 유상증자 외에도 친환경 관련 프로젝트에서 자금을 조달 받을 수 있는 그린본드, 미 정부의 정책 투자금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실적면에서도 분기 최다 매출을 기록하는 등 우상향 중이기 때문에 유상증자는 다소 거리가 먼 미래 얘기"라고 귀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실적에서 매출 8조7천735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다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역시 4천60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35.5%까지 뛰었다. 올해 매출 목표를 34조원 초과로 올려잡으며 자신감을 나타낸 상황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 성장성을 위해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건 배터리 기업 모두에게 똑같은 상황이다"면서 "분명 자금 조달에 대한 이슈는 상존하는 상황에서 여러 재원 확충 방법 중 이해관계자들의 상황을 맞춘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