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국회 본회의 통과…의원급‧약국은 2년 유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6일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의결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개선(전산화)을 권고하며 논의가 시작됐다. 현재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병원 등 요양기관에서 진료내역서 등을 발급받아 보험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병원이 환자 진료내역서 등을 전자문서 형태로 제 3의 중개기관(전송대행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보내 보험금을 받도록 절차가 간소화된다. 개정 법안은 공포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며, 30병상 미만의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 등에 대해서는 2년까지 유예 기간을 뒀다. 이번에 실손보험청구 간소화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서 환자의 청구 서류를 병원과 보험사 사이에서 중계하는 제3의 중개기관 선정 등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개기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보험개발원이 거론되고 있으나 보건의약계 등의 반발이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보건의약계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보험사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이법 법안의 통과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6일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이하 '4개 보건의약단체')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이 오늘 국회와 정부가 합심하여 미리 짜놓은 민생법안 처리라는 각본대로 본회의에서 의결을 강행해 통과돼 참담함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며 “이전부터 보건의약계와 시민단체의 목소리와 제언은 철저히 무시한 채 오직 금융위원회의 근거 없는 주장에만 귀를 기울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부터 본회의까지 보건의약계와 충분한 논의도 없이 통과시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4개 보건의약단체는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당시 여야 의원들이 법안의 문제점을 충분히 제기하고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는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사로 정보 전송을 하기 위해서는 300만개의 회선이 필요함에 따라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등 잘못된 정보로 위원들을 호도했다”며 “보건의약계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결국 국민의 편의성 확보라는 탈을 쓰고 축적된 의료정보를 근거로 보험사가 지급 거절, 가입 거부 등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는 등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보험업법 개정안의 의료법 상충 문제 등 별도의 법률검토를 통한 위헌소송을 진행해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국민에게 알려 환자의 진료정보가 무분별하게 전자적 형태로 보험사에 넘어가는 것을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4개 보건의약단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송대행기관은 정보 누출에 대한 관리와 책임이 보장된 기관으로 엄격히 정하되, 관의 성격을 가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험료율을 정하는 보험개발원은 제외 ▲국민의 편의 증진을 위해 보험금 청구 방식 서식·제출 서류 등의 간소화와 전자적 전송 방식을 위한 인프라 구축 비용뿐만 아니라 전담인력, 자료전송 등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비용에 대한 지원 구체화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사로 전송하거나 대행기관으로 전송하는 방식 중 편리한 방법을 이용할 수 있는 기전 보장 ▲요양기관에 제기될 수 있는 보험금 지연지급 및 미지급 등에 대한 환자의 민원 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이러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보건의약 종사자들이 스스로 나서 보험사에 정보를 전송하지 않는 최악의 보이콧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환자단체와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등 보건시민사회단체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6일 이들은 본회의에 앞서 '민영보험사 이윤을 위해 국민건강보험을 약화시키는 개인의료정보 전자전송법 본회의 처리 규탄한다'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통해 의료민영화의 초석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소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황당하게도 민생 법안으로 분류돼 처리된다고 하는데 국회가 말하는 '민생 법안'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 재벌인 민영보험사들이 14년 넘게 요구해 온 법안이 민생 법안이라면 재벌 기업들의 이윤 추구를 민생으로 보는 것”이라며 “실손보험으로 지난해에만 1조 5천억여 원의 손실을 봤다는 민영보험사들이 전자적 청구 간소화로 보험금을 더 지급해 주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민 대다수는 의료데이터가 민감한 개인정보로 민영보험사가 아니라 '정부 부처·공공기관'이 보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도 해마다 늘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8월부터 올 7월까지 3년 동안 기업에서 유출된 누적 개인정보 수가 6505만 2천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지난 3년간 개인정보위원회의 기업 과징금‧과태료 부과 중 61%가 개인정보 유출로 나타났다”며 “개인의료정보 전자 전송이 가능해지면 민영보험사들이 수집·축적하는 개인의료정보들도 이런 유출에 노출될 수 있다. 유출, 악용, 오용되더라도 처벌은 솜방망이이고 처벌 하한도 없어서 민영보험사들은 기대 수익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할 벌금, 과태료 쯤은 겁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보건시민사회단체는 “지금까지 이들은 실손보험, 건강관리서비스 허용, 수천만 명의 환자데이터 확보 등을 위해 분투해 왔고 또 이뤄냈다. 민영보험사들의 궁극적 목표는 건강보험 대체, 즉 의료민영화로 이 법의 통과는 이를 위한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라며 “시민사회·노동 단체들과 환자단체들이 시종일관 법안에 반대했음에도 끝까지 무시하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 국회에 분노를 표하며, 민주당도 민영보험사 편에서 환자와 국민에게 피해를 줬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