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똥 튈까…친'가상자산' 은행 몰락에 업계 긴장
가상자산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미국 은행들이 잇따라 경영 상 문제를 겪으면서, 가상자산 업계는 향후 은행과의 협력이 줄어들지 긴장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이런 경영 기조를 보였던 은행인 실버게이트가 지난 9일 청산을 결정한 데 이어, 12일 시그니처뱅크도 당국 방침에 따라 경영을 중단했다. 실버게이트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이 재정 악화의 단초가 됐다. FTX와 관련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금자들이 이탈하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버게이트는 지난 4분기 발생한 순손실이 10억 달러에 이른다고 1월 밝혔는데, 최근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면서 연례 사업보고서 제출을 미뤘다. 그런 뒤 약 일주일 만인 지난 8일 자발적인 청산 결정을 내렸다. 실버게이트의 청산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인 지난 12일 시그니처뱅크도 당국 방침에 따라 폐쇄됐다. 중소 은행에 대한 위기론이 불거지는 현 상황에서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 붕괴를 막기 위한 것이란 입장이다. 시그니처뱅크는 가상자산 관련 예금이 165억 달러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경우, 실버게이트와 시그니처뱅크처럼 가상자산 업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건 아니지만 일부 업체들과 거래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버게이트와 시그니처뱅크는 가상자산 업계에 달러를 송금하는 인프라로 각각 '실버게이트 익스체인지 네트워크(SEN)', '시그넷'을 운영해왔다. 가상자산 업계와 미국 금융 시스템 간 연계 역할을 해오던 주요 네트워크 중 두 곳의 운영이 중단됨에 따라, 가상자산 시장에 유동 자금 유입이 다소 주춤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CNBC에 따르면 퍼블릭 블록체인 중심 벤처캐피탈 회사인 캐슬아일랜드벤처스의 공동 창업자 닉 카터는 비트코인, 가상자산 유동성이 전반적으로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입장에서 은행과의 협력 관계 구축은 이런 수준을 넘어 현행법 상 가상자산 매매 사업을 위한 필수 관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실버게이트, 시그니처뱅크 등의 사례가 국내 은행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실버게이트와 시그니처뱅크가 경영 중단에 이르게 된 것은 은행이 보유 자산을 잘못 운용해 나타난 문제이지, 가상자산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며 "장기 채권을 많이 매입했던 은행들이 급하게 헐값에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위험 회피에 중점을 두는 시장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어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스타트업, 가상자산 기업의 시장 상황이 악화된 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이번 이슈 관련 보고서를 통해 "실버게이트와 시그니처뱅크 두 은행의 영업정지 조치로 미국 달러의 원활한 공급 및 인출이 어려워졌다"며 "단기적으로는 시장 유동성이 축소돼 효율적인 가격 발견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장기화될 경우 산업 성장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고 적었다. 보고서는 실버게이트와 시그니처뱅크를 대체할 은행의 등장, 유로나 스테이블코인을 대체재로 사용하는 것이 이런 공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