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만 남았는데"...임원인사 발목 잡은 KT 대표 인선
KT 차기 대표 인선이 다시 안갯속이다. 국민연금이 오는 3월 예정된 KT 주주총회에서 구현모 대표의 연임 반대를 시사한 탓이다. KT 내부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KT 안팎에서는 이달 중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구 대표의 연임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KT 최대주주 국민연금 2019년 개정된 KT 정관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대표의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차기 대표 인선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또한 현직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에는 이사회가 우선심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구 대표가 연임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KT 이사회는 연임 우선심사를 진행해왔다. 당시 KT 이사회는 구 대표의 연임이 적격하다는 판단을 내렸으나 구 대표가 경선을 요구하면서 추천을 받은 후보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차기 대표 적격 여부를 검토했다. 12월28일, KT 이사회는 구 대표를 최종 대표 후보로 결정했다. 다만, 이사회의 결정에 국민연금이 반발했다. 국민연금은 자료를 내고 "대표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하다"면서 "앞으로 의결권행사 등 수탁자책임활동 이행과정에서 이런 사항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KT 최대주주는 지분 10.3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신한은행 5.58%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5.07% ▲현대자동차 4.69% ▲현대모비스 3.1%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신한은행과 현대차그룹은 KT와 주식을 교환하며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구현모 대표 연임 최종 관문 주주총회 업계는 국민연금이 내년 3월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의 연임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그동안 KT 지배구조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에는 박종욱 경영부문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해 무산시킨 바 있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KT와 포스코를 예로 들며 "소유분산기업들이 대표 선임을 객관적·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해야 불공정 경쟁이나 셀프연임, 황제연임 우려가 해소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한은행과 현대차그룹의 지분을 합하면 약 13.37%로 국민연금보다 많다. 다만 내부에서는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연금 수뇌부들이 구 대표의 연임 문제를 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구 대표에 대한 퇴진 압박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현대차그룹도 새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과거 이석채 KT 대표도 연임을 강행했으나 이후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지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하차한 바 있다. 구 대표는 현재 KT 소수 노조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구 대표가 KT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혼란한 KT 내부…임원 인사는 언제쯤 대표 선임이 늦어지며 KT 내부는 혼란에 휩싸여 있다. 통상적으로 KT는 12월 초·중순에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해왔다. 대표 인선이 해를 넘기며 임원인사도 아직 진행되지 못했다. 지난해 말 새해 업무 계획을 세웠어야 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만약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의 연임이 부결될 경우 임원인사가 다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KT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 연임이 좌초될 경우 임원인사가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라며 "이 경우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미 지난해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마친 상황이어서 회사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은 계획 수립을 마친 상황에서 주주총회까지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기업 경쟁력이 전체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