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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첫 전기차 '시어', 한국 부품 달고 달린다

사우디 정부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제조업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추진하는 '비전 2030' 자동차 산업 프로젝트가 첫 양산차를 공개하며 베일을 벗었다. 사우디 전기차 브랜드 시어(CEER) 모터스가 선보인 첫 플래그십 전기차 공급망에는 구동계·전력제어·차체 부품 분야의 한국 기술이 대거 참여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시어는 21일 사우디 킹압둘라경제도시(KAEC) 내 시어 제조복합단지에서 엑소봇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공개했다. 엑소봇은 시어가 시장에 내놓는 첫 양산 전기차다. 사우디에서 내년부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엑소봇은 세단과 SUV 두 가지 차체 형태로 출시된다. 시어는 두 차종을 대형 승용차 시장을 겨냥한 플래그십 모델로 개발했다. 최고 사양은 전기모터 3개를 탑재한 트라이모터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최고출력 1111마력, 최대토크 1500Nm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은 세단 2.1초, SUV 2.4초다. 엑소봇에는 운전대 조작을 전기 신호로 바퀴에 전달하는 스티어 바이 와이어와 후륜 조향 기능이 적용됐다. 실내에는 48인치 8K 디지털 호라이즌 디스플레이와 10.4인치 중앙 제어 화면, 8인치 후석 화면을 갖췄다. 시어는 사우디의 고온 기후에 맞춰 냉각 성능과 공조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차량 기능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애플리케이션과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도 지원한다. 시어는 엑소봇 이후 중형·준중형 등을 아우르는 5개 차종을 추가해 오는 2030년까지 7개 모델 제품군을 구축할 계획이다. 2028년부터 사우디 인접국으로 판매 지역을 넓히고, 이후 중동·북아프리카(MENA) 시장 전반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시어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대만 폭스콘의 합작법인으로 2022년 설립됐다. BMW의 부품 기술 라이선스를 차량 개발에 활용하고, 폭스콘은 전기·전자 아키텍처 개발을 맡았다. 차량 개발과 생산을 사우디에 두되, 전동화·차체·내장·소프트웨어 등 분야별 글로벌 부품사의 기술과 공급망을 결합한 구조다. 엑소봇 공개를 계기로 시어 공급망에 참여한 국내 부품사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트랜시스와 현대케피코, 신영은 구동계·전력제어·차체 부품 분야에서 시어와 공급 계약을 맺고 사우디 전기차 생산 확대에 맞춰 납품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2024년 시어와 3조원 규모의 일체형 전기차 구동시스템(EDS) 공급 계약을 맺었다. 2027년부터 10년간 공급하는 계약이다. 현대트랜시스의 EDS는 모터·인버터·감속기를 하나로 통합한 3-in-1 전기차 구동시스템이다. 크기와 무게를 줄여 차량 설계 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특징으로, 현대트랜시스가 현대차그룹 외 완성차 업체에 독자 개발 EDS를 공급하는 첫 사례다. 현대케피코는 시어에 차량통합제어기(VCU)와 DC-DC 컨버터를 공급한다. 계약 금액은 2500억원 규모이다. VCU는 구동과 충전, 전력 사용 등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장치다. DC-DC 컨버터는 고전압 배터리 전력을 저전압으로 변환해 조명·인포테인먼트·각종 전장 부품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차체 부문에서는 신영이 사우디 현지 생산 거점을 구축한다. 신영은 KAEC에 공장을 마련해 시어에 금형·지그를 포함한 차체 부품을 공급한다. 현재 확정된 1차 물량은 3개 차종, 1437억원 규모다. 신영은 5개 차종에 대한 4971억원 규모 추가 물량도 추진 중이다. 현대트랜시스 3조원, 현대케피코 2500억원, 신영의 1차 물량 1437억원을 합치면 한국 기업의 시어 관련 공개 계약 및 기업 발표 기준 확정 수주액은 3조 3937억원이다. 신영이 밝힌 추가 5개 차종 물량까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해당 금액은 3조 8908억원으로 늘어난다. SNT모티브도 현대트랜시스의 전기차용 헤어핀 구동모듈 공급사로 선정됐다고 공시했다. 공급 기간은 2027년부터 2036년까지다. 헤어핀 구동모듈은 모터와 인버터 조립체로 구성된다. CTR 역시 시어와 알루미늄 단조 부품의 사우디 현지 생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6.09.23 10:58김재성 기자

전기차 격전지 된 사우디…현대차, BYD·테슬라와 붙는다

"사우디는 복잡한 시장입니다. 빠르게 움직여야 하고, 크게 생각해야 합니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BYD 사우디아라비아 전무이사 제롬 사이고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사우디 전기차 시장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사우디 전기차 시장은 2023년 779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만4천92대로 급증하면서 신규 전기차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BYD는 현재 사우디에 운영 중인 3개 매장에서 내년 하반기까지 7개의 매장을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고객 접점을 최대화해 올해 5천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우디가 중동 지역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하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과도 연관이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사우디는 '비전 2030' 계획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청정에너지를 국가 발전 핵심 축으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연간 2억7천800만톤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힘입어 기업의 투자와 시장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지난 4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첫 매장과 서비스센터를 열고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섰다.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도 첫 해외 생산 기지인 AMP-2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사우디 자국 첫 전기차 브랜드 시어도 중국 폭스콘과 합작 투자로 165억사우디리얄(5조9천웍)규모의 생산 공장 구축에 나섰다. 신규 공장은 약 17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오는 2026년 첫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5월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 도시에서 사우디 생산 법인(HMMME) 공장 착공을 시작했다. HMMME는 현대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공동으로 세운 합작 법인으로 부품 상태인 제품을 수출해 조립하는 반제품 조립(CKD) 공장을 건설하고 내년 4분기부터 전기차와 내연기관 등 연간 5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사우디에 이 같은 투자가 몰리는 것은 연간 80만대가량 팔리는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률이 낮지만 지속적인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 주목한 것이다. 실제로 사우디 전기차는 2021년 375대 수준에서 2023년까지 779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만4천92대로 급증하면서 2천992% 증가율을 기록했다. 사우디 정부의 지원도 한몫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인프라 개발을 위해 200억달러(27조9천억원) 규모의 패키지를 마련하고,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50억달러(6조9천억원) 이상의 생산시설을 유치했다. 이와 함께 충전 인프라를 정부 차원에서 확대해 전기차 구매 수요를 늘리는 중이다. 사우디 전력공사는 5억사우디리얄(1천848억원)을 투입해 2025년 말까지 1천개 지역에 3천500개의 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사우디 전기차 충전소는 2022년 150개 수준에서 지난해 기준 1천개 이상으로 확대됐다. 중동 시장 공략 나서는 글로벌 완성차…중동 2위 현대차그룹 난관 예상 현대차그룹도 사우디를 시작으로 중동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기준 사우디 시장에서 토요타 다음으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기아는 3위로 합산 점유율로 치면 현대차그룹은 올 1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 24.4%, 일본 토요타(26%)에 이은 2위다. 현대차그룹은 중동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브랜드 각인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두바이 경찰에 제네시스 GV80를 순찰차로 제공하고, 최근에는 G80 전동화 모델까지 함께 지원했다. 기아는 전세계 처음으로 두바이에서 첫 픽업트럭을 선보이고 중동 픽업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특히 사우디에 세운 첫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바탕으로 중동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32년까지 15% 이상 차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중동 공략 전략에도 글로벌 완성차의 대거 진입이 난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보인다. 저가형 전기차로 대표되는 BYD와 중고가부터 프리미엄까지 선보이는 테슬라, 루시드 등이 진입하고 사우디 정부가 지원하는 시어 등이 2026년부터 본격적인 생산과 판매 확대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제롬 사이고 BYD 사우디 전무이사는 "우리는 연간 5천대 또는 1만대의 차량 생산에 머무르려고 여기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25.07.16 16:04김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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