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W 시장, 경쟁 위축…핵심 SW 경쟁 '제자리'
최근 대규모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서 기업 간 경쟁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독 응찰과 유찰 반복으로 사업자 간 경쟁이 약해진 데다 상용SW 분리발주 제도가 있어도 일부 핵심 SW는 통합사업에 포함돼 별도 경쟁 없이 선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시도새올)의 상용SW 분리발주 추진을 계기로 공공SW 사업의 핵심 기술 선정 방식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찰률 40% 넘는 대형 공공SW…상용SW 분리발주도 경쟁 소멸 우려 공공SW 사업은 안정적인 행정서비스 구축과 함께 다양한 기업에 공정한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 SW 산업 생태계를 확대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사업 수행업체뿐 아니라 핵심 SW 제품 경쟁까지 제한되면 신규 기업의 시장 진입과 기술 선택권이 좁아지고 장기적으로 국내 IT 생태계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공공SW 사업에서는 사업자 간 경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조달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20억원 이상 대형 공공SW 사업의 유찰률은 40%를 넘었다. 업계에서는 낮은 사업비와 잦은 과업 변경, 높은 구축 위험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꼽았다. 일부 사업에서는 제안요청서(RFP)의 기술 요건이 특정 기업에 유리하게 설정되거나 형식적인 경쟁이 이뤄진다는 의혹도 업계 일각에서 제기하기도 했다. 사업자 경쟁과 별개로 핵심 SW의 제품 경쟁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 중 하나가 상용SW 분리발주다. 분리발주는 시스템 구축사업과 상용SW 구매를 별도로 발주해 SW 공급업체가 제품의 기술력과 가격을 바탕으로 직접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SW를 일괄 선정하는 방식과 달리 개별 제품의 경쟁 기회를 보장한다는 취지다. 행정안전부는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시도새올) 사업에서 상용SW 분리발주를 추진하고 있다. 시도새올은 17개 광역시·도와 228개 시·군·구에서 사용하는 지방행정시스템을 통합·개편해 클라우드 기반으로 재구축하는 사업이다. 총 구축비는 2857억원이며, 상용SW 사업 규모는 최대 800억원대로 추정된다. 행안부는 상용SW를 별도 사업으로 분리해 4분기 안에 발주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분리발주 품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분리발주에 우려의 시각은 있다. 현행 상용SW 직접구매 제도는 시스템 통합이 어렵거나 직접구매로 현저한 비용 상승, 사업 지연 등이 예상되는 경우 분리발주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과 시스템 연계 솔루션 등 핵심 SW는 업무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이러한 예외를 검토할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사업비 관리와 구축 편의성 등을 이유로 주요 제품이 통합사업에 포함되면 별도의 제품 비교·검증 없이 기존 SW가 선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어윤호 한국상용인공지능소프트웨어협회장은 "차세대 사업 특성상 일부는 통합발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통합발주에서도 공정한 제품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분리발주를 하더라도 통합발주를 하더라도 일단은 경쟁을 시켜야지 경쟁을 안 시키고 선정을 해버리면은 무조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구축업체는 경쟁해도 핵심 SW는 그대로 핵심 SW가 통합사업에 포함되면 여러 시스템통합(SI) 업체가 수주 경쟁을 벌이더라도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과 전환 위험을 이유로 동일한 제품을 제안할 수 있다. 사업자 간 경쟁이 실제 제품 간 경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 SW는 데이터와 업무 시스템이 해당 제품에 맞춰 구축돼 있어 신규 제품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려면 데이터 이전과 프로그램 수정, 성능 검증 등에 추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건을 이유로 대체 제품과의 비교 자체가 생략되는 경우다. 기존 제품이 기술 경쟁 없이 반복 선정되면 신규 기업은 성능을 검증받을 기회가 줄어들고, 공공사업 실적 부족이 다시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기존 제품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한 선택은 아니다. 대규모 행정시스템에서는 안정적인 운영과 장애 대응이 중요하고, 제품 교체에 따른 추가 비용과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통합발주 여부보다 기존 제품과 신규 제품의 기술적 적합성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검증하는 과정이다. 공공SW 시장의 경쟁 기반을 확대하려면 분리발주 품목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통합사업에 포함되는 핵심 SW도 실질적인 기술 비교와 검증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통해 기존 기술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신규 기업에도 공정한 경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의 의견이다. 어윤호 협회장은 "오래된 기술도 최신 기술이랑 경쟁을 해야 된다"며 기존 SW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차세대 사업에서도 같은 제품을 선택하는 관행을 지적했다. 특히 어 회장은 "한국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줘야 된다고 생각은 안 해요"라며 국산과 외산을 구분하지 않고 기술 경쟁력을 기준으로 제품을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