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물질 새로운 상태, 국내 연구진이 발견했다
국내 연구자들이 새로운 양자 물질 상태를 발견했다. 동국대학교 임현식 교수 공동연구팀은 극저온 실리콘 금속에서 스핀 구름들의 응축 현상을 통해 새로운 양자 물질을 발견하고 규명했다. 금속에서 스핀 구름을 이용한 새로운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현상을 발견한 성과다. 한양대 김은규·신상진 교수와 동국대 정연욱 교수 등이 함께 참여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및 기초연구실)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6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스핀 구름이란 금속이나 반도체 내에 형성된 자유 전자들이 자성을 가리는 현상이다. 도체나 반도체 안의 불순물이 스핀을 갖게 되면 스핀이 주위 자유 전자들에 의해 생성된 스핀 구름에 가려지는 '콘도 효과'가 일어난다. 스핀구름은 전기 저항이 없어 자기부상열차,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에 활용 가능한 고온 초전도 현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응집물질물리학 분야에서 스핀구름 형성과 이들 간 상호작용에 의한 새로운 양자 물질에 대한 연구에는 아직 난제가 많다. 연구팀은 양자컴퓨터 소자 관련 연구를 하던 중 우연히 실리콘 금속에서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특이한 신호를 발견, 이를 소자나 측정기기의 오류가 아닌 새로운 양자역학적 물질일 것이라 생각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스핀구름 연구는 극저온에서 측정해야 하는 제약 등 여러 실험적 어려움과 해석의 한계 때문에 선행 연구가 극히 적었지만, 연구팀은 포기하지 않고 2015년부터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 결과, 실리콘 금속에서 관측된 것은 물질의 상(相) 중 고체·액체·기체·플라스마에 이어 1990년대 발견된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상태 특성을 갖는 새로운 물질임을 분광학 및 전기 전도도 측정을 통해 밝혀냈다.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상태란 광자나 헬륨-4 같은 보손 입자들이 극저온에서 같은 에너지 상태를 공유해 새로운 물질 상태가 되는 현상을 말한다. 온도가 내려가면 활발히 움직이던 보손 입자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단일 입자의 기체 상태에서 점점 액체같이 응축된 상태가 되고, 결국 새로운 양자역학적 특성이 나타나게 된다. 인도 과학자 사티엔드라나타 보스와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이론적으로 예견했었다. 실리콘에 인을 많이 도핑한 실리콘 금속을 이용해 영하 272.15℃의 극저온에서 스핀 구름들을 응축하면 새로운 양자 물질이 존재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규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금속 및 반도체에서 스핀-스핀 상호 작용을 이해하고 고온 초전도체를 포함한 다양한 강상관계 물질을 연구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상관계 물질이란 구성 입자들이 강하게 상호작용을 해 일반적인 도체나 부도체에서 보이지 않는 특이한 현상을 나타내는 물질을 말한다. 또 굉장히 낮은 온도에서 전기전도도가 변한다는 점을 활용해 고정밀 센서로 활용하거나, 스핀구름의 상태를 제어해 양자컴퓨터 큐비트 소자에 응용할 수도 있으리란 기대다. 임현식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또 다른 양자 응축상태를 생성하고 제어할 수 있다면 양자 소자 기술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순수 금속에서 스핀 구름들의 농도 변화에 대한 다양한 스핀 구름의 물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