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료 잇는 구슬땀 4년…"더 나은 병원 위한 노력 즐겁죠"
메디컬 테크놀로지(Medical Tech)란 질병 예방·진단·치료를 위한 의료기기 관련 산업을 의미하는 말이다. '김양균의 메드테크'는 기존 정의를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의료 기술을 도입하거나 창업 등에 도전한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기술(Technology)과 의료(Medicine)를 잇는다'는 건 디지털헬스케어의 핵심이다. 환자들은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고, 의료진은 불필요한 업무에 시간을 뺏기지 않고 연구와 진료에 집중하는 환경을 위한 정보통신기술. 이것이 디지털헬스케어의 방향성이라는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이미연 한림대성심병원 커맨드센터장(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은 이 차원에서 생고생을 자처하는 사람이다. 고생이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의사인 그는 기술과 의료가 잘 연결되어야 의료의 질이 향상되고, 그 혜택은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믿는다. 그가 이끌고 있는 한림대성심병원 커맨드센터는 이러한 방향성을 일선 의료현장에서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고생이든 개의치 않을 준비가 된 팀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디지털헬스케어포럼 2023'에는 한림대성심병원 커맨드센터도 참여했다. 센터의 전시 부스는 현장의 가장 큰 호응을 받은 곳 가운데 하나였다. 행사는 문을 닫았지만, 수일이 지나 센터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센터장으로부터 앞으로의 계획도 들었다. “커맨드센터의 스마트 병원 및 서비스 로봇 활용 시스템을 국내 타 의료기관에서 실효성 검증을 하고요, 이후 세계 시장으로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커맨드센터의 혁신성은 '만점'” Q. 한림대병원 커맨드센터는 쉽게 말해 병원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조직인지. 커맨드센터는 한림대학교의료원 도헌 디지털 의료혁신연구소 산하에 있다. 2019년 창설돼 병원의 디지털화에 앞장서고 있는 팀이다. 고령화에 따라 의료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의료진은 여전히 많은 단순 반복 업무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헬스케어 분야의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커맨드센터는 새로운 기술 개발이 의료 현장에 이어지도록 중간에서 이를 잇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효율성을 높여 의료진이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더 나은 환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의료 현장, 기술-사람을 잇는 역할이 우리의 일이다. Q. 센터 창설 이후 괄목할만한 성과가 많다고 들었다. 병원 업무 과정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려면 기술 적용 이후 기존 프로세스가 어떻게 바뀌며, 적용을 할 때의 적절한 접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커맨드센터는 이러한 프로세스에 대한 전망과 실행을 하는 전문 조직이다. 관련해 병원 내 프로세스 특허를 7건을 획득해 보유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2021년 '스마트 병원 선도모델 구축 지원 사업'에 이어, 작년에는 '인공지능(AI) 및 5G 기반 대규모 로봇 융합 모델 실증 사업'을, 올해는 '가상 환경 기반 병원 운영 기술 개발 사업' 등 대규모 국책 과제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오고 있다. Q. 스마트병원 구축을 위한 센터만의 노하우가 궁금하다. 센터의 주력 분야는 스마트 병원 구축과 의료 서비스 로봇 활용이다. 우선 스마트 병원 구축 관련, 의료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사물인터넷(IoT)·실시간 위치추적 시스템(RTLS)·로봇 등의 하드웨어를 의료 현장에서 잘 활용하기 위해 AI·의료 서비스 데이터·통합 관제 시스템·EMR 시스템 개선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사람이 직접 해당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교육 등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키오스크나 대기 순번표, 도착 시각 및 대기 시간과 같이 익숙하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도출하거나 현장을 개선할 수 있는 프로세스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Q. 서비스 로봇 활용 분야의 경우, 국내 최대 적용 사례 아닌가. 그렇다. 사실 서비스 로봇 활용은 스마트 병원 구축의 일부이지만 특화되어 있다. 의료 서비스 로봇은 디지털헬스케어포럼 2023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데, 총 5개 로봇 제조사에서 제작한 6종 72대의 로봇이 현재 한림대성심병원의 일선 의료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로봇을 지난해 8월부터 사용하기 시작해 불과 1년여 만에, 누적 1만6천 건의 로봇 사용, 월 2천300 건의 로봇 서비스를 사용하는 등 정말로 로봇이 일하는 병원을 구축했다. 커맨드센터가 직접 로봇을 제조하거나 소프트웨어를 변경하기 보단, 기술력을 가진 제조사와 SI사의 역량이 현장에서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설 변경·공간 설정·프로세스 변경·교육 등의 역할을 주로 맡고 있다. Q.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한림대성심병원과 같은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고중량의 물류를 로봇을 활용한 배송은 해외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길안내·소량 물품 배송·방역·입원 환자 서비스 등 커맨드센터가 도입한 '서비스 로봇' 활용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만큼 많고 다양한 로봇을 보유하고 대거 사용하는 사례가 없다. 전무후무하다. Q. 스마트 병원 관련 그간 쌓아온 노하우가 타 병원으로 전파되고 있다고. 스마트 병원 구축과 로봇 도입 등의 과정은 커맨드센터에게 큰 도전이었다.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처음 접해보는 일들이 태반이었고, 과정도 고생스러웠다. 때문에 우리가 겪었던 수고와 시행착오를 다른 의료기관은 되풀이 하지 않길 바랐다.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누고 확산시키고 있다. 스마트 병원 선도 모델 구축 사업 내용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고 확산 가능성이 높았던 '스마트 외래 모델'의 경우, 현재 8개의 지방 공공 의료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밖에도 여러 국내 의료기관들에서 벤치마킹이 이어지고 있다. Q. 특히 서비스 로봇에 대한 협업 제안이나 관심이 클 것 같은데. 로봇 분야에서도 다른 규모, 다른 환경의 병원에서 로봇 활용도를 확인하기 위해 울산의 이손 요양병원에 다기능 로봇 1대를 파견했다. 향후 의료기관이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로봇에 대한 필수 표준을 제정코자 로봇 사용 경험이 있는 6개 병원을 모아 회의를 진행했고, 이를 보다 공식적인 의견으로 모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특히 해외에서 로봇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다. 덴마크 현지 공영방송인 TV2가 우리 사례를 취재해간데 이어 덴마크 고령부 장관을 비롯해 현지 슈퍼병원(Super hospital) 프로젝트 담당자 및 덴마크 남부대학교(SDU) 소속 교수 등도 병원을 방문했다. 오는 11월 SDU 총장 및 학장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는 등 앞으로 SDU와 오르후스 대학병원(AUH) 등과의 지속적인 교류가 예상된다. 이밖에도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 차원에서 진행됐던 스웨덴 웁살라 대학 방문 시에도 커맨드센터의 서비스 로봇 분야에 높은 관심이 쏟아진 바 있다. Q. 디지털헬스 분야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 방향을 조언한다면. 연구개발(R&D) 사업으로 개발된 것이 사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사업적으로도 성공하는 R&D를 위해서는 연구 기획 단계에서부터 수요자의 요구가 반영돼야 한다. 또 개발된 기술이 현장에서 정말 유효한지를 실증하는 절차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R&D를 맡는 대학이나 기업이 수요자, 가령 병원의 실무자들과 논의하고 소통할 기회를 얻기란 결코 쉽지 않다. 결국 전문 분야를 뛰어넘는 융합 연구가 이뤄져야 할 텐데, 한림대성심병원 커맨드센터와 같은 형태의 조직들이 이를 가속화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의료기관에서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인력을 유지하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커맨드센터와 같은 혁신팀의 유지가 쉽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더 많은 의료기관에서 제2의 커맨드센터가 창설·운영되도록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