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력 낮추는 개발자 부족, 해외로 눈 돌려야"
소프트웨어(SW)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 조사에 따르면 SW 산업의 기술인력 수는 14만 8천270명이고, 부족 인원은 6천160명에 달했다. SW 인력 부족률은 주요 산업 중 가장 높은 4%로 나타났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디지털인재 양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무에 즉시 투입 가능한 중견급 개발자를 육성하기 위해선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당장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해외 개발자 활용을 고려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제안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역삼동에서 만난 최재웅 슈퍼코더 대표는 부족한 개발 인력과 업계 문화로 인해 국내 SW산업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하락하고 있다며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개발인력 태부족...글로벌 경쟁력 하락 원인 최재웅 대표는 개발자 부족 현상의 원인으로 국내 SW업계 주력 사업인 시스템통합(SI)의 낮은 수익률과 기업과 개발자 간의 미스매치 현상을 지적했다. SI사업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공공SW의 개발단가는 2011년부터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10.9% 늘어난 반면, 생산요소인 인건비와 물가는 55.6%가 증가했다. 사업비용 중 인건비가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SI사업 특성상 사업을 수주한 기업의 영업이익은 1%를 넘어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개발자 임금이 높아지면서 개발자 이탈이 가속화됐으며, SW제품 품질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또한 개발자의 임금 상승 등으로 개발자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사례가 늘며 신입 개발자는 업계에 상당히 늘어난 상황이다. 하지만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한 상황에서 당장 업무 투입이 신입 개발자를 고용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개발 구직자 역시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에 눈높이가 맞춰지면서 중소기업을 기피하려 하고 있다. 이런 미스매치 현상으로 인해 구직자가 많지만 기업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개발 인력 채용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발 직군 인력난의 주요 원인으로 '대기업과의 연봉 격차로 인한 기업군 간 경쟁 심화(68.4%)'와 '중급이상 개발자 인력 부족(64.2%)'이 꼽혔다. 최 대표는 “글로벌 기업은 양질의 개발인력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하며 가파른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며 “반면 국내에선 점점 심화되는 인력난으로 인해 기존보다 시스템의 퀄리티 하락이 이뤄지며 큰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전 산업에 걸쳐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기술력 하락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주요한 요소인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해외 개발자로 기술력 확보와 비용절감 '일석이조' 최재웅 대표는 부족한 개발자로 인해 기업 경쟁력이 하락하는 현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해외 개발자 채용을 제안했다. IT인력이 풍부한 인도, 베트남 등의 인력을 원격근무 형태로 활용해 부족한 SW역량을 단기간내에 확보하는 전략이다. 특히 한국 개발자보다 저렴한 임금으로 경력직 개발자를 활용할 있다는 부분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중기벤처부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0.4%가 해외 개발자 채용에 긍정적으로 답했으며 관련 정부 프로그램이 마련될 경우 지원하겠다는 비율은 74.3%에 달했다. 최 대표는 “애플, 토요타 등 미국을 비롯해 일본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구인난으로 인해 해외 개발자를 활용하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프로세스에 적응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과 해외 개발자를 연결해주는 슈퍼코더는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통역, 업무 프로세스 현대화 등 지원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는 “개발자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고객사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바로 업무 프로세스”라며 “오히려 인도, 베트남 등의 개발자는 해외 유수 기업과 업무를 수행하며 가장 앞선 수준의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은 여전히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트러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또 “그래서 해외개발자 채용과 함께 개발환경을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애자일 방식을 도입하도록 업무 프로세스도 현대화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실시하기도 한다”며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은 해외 개발자를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개발 트렌드와 문화도 받아드릴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슈퍼코더는 미리디, 마크애니, 스탁키퍼, 하얀마인드, 쿼키 등 국내 기업에 해외 개발자를 제공했다. 개발자 채용 과정은 모두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업무 진행 과정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해외개발자는 코딩테스트, 인터뷰 등을 거쳐 업무능력, 성실성 등을 증명하고는 과정을 거친다. 이 때 슈퍼코더의 기술전문가가 참가해 실제 업무에 적합한 인재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기술 검증을 지원한다. 인터뷰 통과 후 채용된 해외 개발자는 원격근무 플랫폼을 통해 현지에서 기업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 해외 개발자만으론 한계...자체 개발역량 갖춰야 최재웅 대표는 해외 개발자를 통해 빠르게 해외 수준의 역량을 갖춘 후에는 양질의 국내 전문 개발자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개발자는 현재 부족한 인력을 보완하기 위한 일종의 버퍼 역할이며 기업에서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내부에 최고 기술책임자(CTO)등 고급 개발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고급 개발인력이 사내에 갖춰져야 고객사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더욱 효율적으로 구축할 뿐 아니라 수익성 향상을 위한 자체 솔루션 구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는 “해외 개발자를 활용하더라도 내부에 충분한 기술력과 차별화 포인트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해외기업들에게 언제든 추월 당할 우려가 있다”며 “이미 베트남의 유명 IT서비스 기업인 FPT 코퍼레이션 등이 낮은 가격과 높은 기술력을 내세워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개발자들도 해외 개발자와 경쟁해야 하는 만큼 자신의 부가가치와 역량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반대로 국내에서도 실력을 갖춘다면 미국, 일본 등의 기업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문이 열리는 만큼 SW관련 기술 연구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