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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온디바이스 AI 과제, 최종 컨소시엄 확정…모빌린트·하이퍼엑셀 '두각'

부처 간 예산 갈등으로 수개월째 표류하던 'K-온디바이스(K-On Device) AI 반도체' 국책 과제가 마침내 최종 파트너 선정을 마치고 본궤도에 오른다. 당초 올해 1월 공고 예정이었으나 3월로 연기된 이후 기약 없이 늦어졌던 과제가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3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K-온디바이스 국책 과제 수요 기업과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및 디자인하우스 간 컨소시엄 매칭 결과가 최종 확정됐다.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과제는 국내 주력 산업과 팹리스가 협력해 K-온디바이스 AI생태계를 구축해 주력산업 제품 첨단화 및 팹리스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다. 이번 사업에 총 8002억원 규모 예산이 투입된다. 국비는 약 5111억원, 나머지는 수요 기업이 채운다. 가장 관심이 쏠린 곳은 단연 현대자동차다. 그동안 적합한 팹리스 파트너를 찾지 못해 자체 조직에서 설계 역할을 수행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던 현대차는, 결국 국내 주요 시스템 반도체 밸류체인 기업들을 대거 끌어안았다. 현대차 과제에는 대형 팹리스인 LX세미콘을 필두로 AI 반도체 스타트업 하이퍼엑셀, 디자인하우스(DSP) 가온칩스가 모두 참여한다. AI를 담당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하이퍼엑셀이 맡고, LX세미콘이 SoC(시스템 온 칩)를 담당한다. 가온칩스는 참여 업체 중 차량용 반도체 경험이 가장 많은 기업인 만큼, 전체 과정에 참여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해당 건은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과제 이전부터 밀려왔던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용 반도체로, 삼성 파운드리 5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으로 양산된다”며 “본래 2030년 양산이 목표였던 과제인 만큼, 개발에 탄력을 받아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모빌린트의 약진도 관전 포인트다. 모빌린트는 LG전자, 두산로보틱스, 대동이 내놓은 3개의 로봇 분야 과제를 전부 수주한 데 이어, LG전자의 가전 과제 1개까지 추가로 따내며 총 4개의 과제를 확보했다. 이는 이번 K-온디바이스 사업 참여 기업 중 최대 규모다. 이번 과제로 로봇 3개 회사는 휴머노이드(LG전자), 산업용 협동로봇(두산로보틱스), 무인 농기계 로봇(대동)을 개발한다. LG전자의 나머지 가전 과제 1개는 하이퍼엑셀이 담당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로봇, 가전 등 과제를 놓고 업체 간 경쟁이 있었던 걸로 안다”며 “로봇 업체 3곳이 전부 모빌린트를 선호해, 이 같은 결과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산 과제는 가온칩스와 수퍼게이트가 담당한다. 해당 과제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와 함께 방산용 칩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업계에서는 지연됐던 과제가 우여곡절끝에 출발선을 넘은 만큼, 이제는 잃어버린 '골든타임'을 만회하기 위한 속도전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참여 기업들이 기약 없이 인력과 R&D 생산능력(Capa)을 비워두고 대기했던 만큼, 앞으로는 신속한 사업 집행과 실질적인 칩 상용화 지원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2026.08.31 15:28전화평 기자

심승필 수퍼게이트 대표 "칩 설계 넘어 'K-컴퓨터' 시스템 장악할 것"

"우리는 단순히 반도체 칩 하나 설계하고 끝내는 플레이어가 아닙니다. 한국의 기술력으로 고성능 컴퓨터(HPC)를 설계하고 시스템 전체를 생산하는 'K-컴퓨터'의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수퍼게이트가 나아갈 최종 목적지입니다." 심승필 수퍼게이트 대표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국내 팹리스 업계의 일반적인 경로와는 차별화된 비전을 제시했다. 부품으로서의 칩 공급을 넘어 시스템 전체를 장악하는 '컴퓨터 제조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엔드 커스터머가 칩 설계하는 시대…'레벨 0' 전문성으로 승부" 2018년 설립된 수퍼게이트는 최근 '글로벌 팹리스 30'의 라이징 스타로 선정되며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기업이다. 스스로를 '레벨 0 설계 전문 회사'라 정의하는데, 이는 급변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판도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과거에는 전문 팹리스 기업들이 칩 설계를 독점했다면, 이제는 구글, 애플, 테슬라, 현대자동차와 같은 '엔드 커스터머(최종 제품 제조사)'들이 자사 서비스에 최적화된 칩을 직접 설계하겠다고 나서는 추세다. 문제는 이들 테크 자이언트나 대형 제조사들이 반도체 칩 제작에 필요한 숙련된 경험과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심 대표는 이 지점을 기회로 봤다. 그는 "시장이 다변화되면서 고객의 의뢰를 받아 칩 설계부터 솔루션, IP 공급까지 도맡는 ASIC(맞춤형 반도체) 제작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며 "수퍼게이트는 이들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설계 전문 플랫폼으로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퍼게이트의 비즈니스 모델은 글로벌 ASIC(주문형 반도체) 시장의 강자인 브로드컴과 유사하다. 고객의 요구에 맞춰 칩 설계부터 솔루션, IP 공급까지 아우르는 ASIC 제작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수퍼게이트는 HPC, 자율주행 시스템, 슈퍼컴퓨터 등 고도의 연산 능력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독자적인 기술적 레이어를 쌓아 올린다는 전략이다. 수퍼게이트의 기술력은 국가 프로젝트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부터 슈퍼컴퓨터 기술을 이전받아 국내 최초의 슈퍼컴퓨터용 가속기 칩인 'K-AB21'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회사는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한화비전에 비전 AI 기반 솔루션 및 CCTV용 AI 프로세서를 공급하고 있다. 이 외에도 모빌린트, 가온칩스 등 국내 기업이 회사와 협력 중이다. 하드웨어 넘어 소프트웨어 통합…"AI 성능 체크 플랫폼 연내 오픈" 수퍼게이트의 경쟁력은 하드웨어 설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객사가 설계된 칩 위에서 AI를 가장 효율적으로 구동할 수 있도록 돕는 포팅 및 최적화 경량화 솔루션이 강점이다. 칩을 설계해 납품하는 단계를 넘어, 해당 하드웨어에서 AI가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레이어까지 통합 제공하는 방식이다. 심 대표는 "단순히 하드웨어를 설계해주는 차원을 넘어, 솔루션 관점에서 고객이 AI를 더 잘 쓸 수 있도록 플랫폼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며 "특히 올해 중에는 고객사들이 각자의 하드웨어 환경에서 AI 성능을 직접 체크하고 검증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정식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하드웨어 제조에 종속되지 않는 수퍼게이트만의 독자적인 수익 모델이기도 하다. CPU가 탑재되는 다양한 시스템 설계 능력을 바탕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기술적 레이어를 하나씩 쌓아 올린 결과물인 셈이다. "K-컴퓨터 주권 확보…한국의 시스템 자존심 세울 것" 심 대표는 인터뷰 내내 '컴퓨터'라는 단어에 힘을 주었다. 자율주행 시스템, HPC, 슈퍼컴퓨터 등 CPU 기반의 다양한 고성능 시스템 사업을 확장해 최종적으로는 'K-컴퓨터'를 직접 설계하고 판매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의지다. 칩 설계 역량은 수퍼게이트가 목표로 하는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수단인 셈이다. 심 대표는 "K-컴퓨터를 만들겠다는 꿈을 향해 기술적 레이어를 견고히 쌓아가는 과정에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국산 고성능 시스템의 자존심을 세우고, 시스템 반도체 강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수퍼게이트가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2026.05.06 15:14전화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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