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수신료 날 세우는 여당...국정과제 법안 공청회도 패싱
방송법에서 한국방송공사(KBS) 관련 내용을 분리하는 내용의 국회 공청회가 여당 의원들의 전원 불참 속에 진행됐다. KBS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선 대통령실에 보조를 맞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KBS법이 따로 마련되는 과정에서 수신료 징수 조항을 두고 여당 의원들이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방송 법안 외에 국정과제로 추진되는 디지털포용법 제정안을 추진하기 위한 공청회도 함께 마련됐는데 관련 법안을 직접 발의한 여당이 이마저 논의에 참여하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관련 법안과 미래산업, 디지털 포용 관련 법안 제정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기존 법안의 개정안은 상임위에서 곧장 법안 심사에 나설 수 있지만, 제정안의 경우에는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가 공청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해야 한다. 새로운 법을 만들면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이유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 2월 초 법률 제정안을 과방위에 상정하는 전체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마련됐다. 여당이 문제를 삼은 내용은 한국방송공사법 제정안이다.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다른 공영방송사에 대한 법은 별도의 법으로 마련돼 있지만 KBS에 대한 법안은 별도로 존재하다 방송법에 통합된 상태로 이를 다시 분리하는 내용이다. 이 법은 KBS의 설립 목적과 공적책무를 담고 있는데, 수신료 조항을 두고 국민의힘은 TV수상기도 없는 가구에 대해 수신료를 부과하는 시도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법안 의결도 아닌 공청 자리마저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과방위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1일 전체회의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관련된 방송법 개정안에 불만을 표하면서 회의장을 떠났고 그 이후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당시 여당 의원들의 퇴장으로 법안심사소위를 거친 과학기술 관련 법안은 상임위에 발목을 잡혔다. 대표적인 법안이 국정과제 중 하나인 양자특별법이다.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의결 정족수를 갖고도 소위의 검토 보고를 배제하고 의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빚어진 일이다. KBS 수신료에 날을 세우는 여당 의원이 빠진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은 오히려 수신료의 다양한 대안을 논의하게 됐다. 이를테면 다른 나라에서 수신료를 폐지하면서 별도의 특별세를 도입하고 있는 방안이나 영국의 BBC와 같이 TV수상기를 넘어 디지털디바이스를 활용한 시청도 공영방송 시청 범주에 넣고 수신료 납부의 근거로 논의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또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디지털세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또 KBS 수신료에서 일정 비율을 차지하는 EBS의 재원을 두고 교육방송 공공성 강화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와 이목을 끌었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수신료를 현실화시키지 않으면 공영방송은 공영성은 사라지고 재원을 위해 광고 유치하면서 선정적인 방송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이런 문제는 국회 여야가 머리를 맞대 조금씩 양보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KBS법 외에 미디어교육활성화 법안 공청도 이뤄졌다. 미디어교육에 대한 기능을 방송통신위원회에 두고 관련 정책을 추진케 하는 내용이다. 방송 관련 법안 이후 디지털 포용과 미래 산업에 대한 법안 공청회가 이어졌으나 역시 야당 의원들만 참여했다. 관련 법안은 각각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과 김영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공청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이나 야당 의원들은 크게 이견을 보이지 않고 디지털 신질서를 위해 필요한 법안이라는데 뜻을 모았지만, 여당 의원들의 논의 불참으로 관련 정책의 추진 동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조승래 의원은 “여당이 정말 국정운영의 책임 있는 주체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야당이 국회 일정을 꾸려가고 정부 국정과제를 대신 처리해주는 웃기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