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송출수수료 협상 안 되면 정부 중재 따르라"
최근 유료방송사와 홈쇼핑사간 송출수수료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정부가 블랙아웃으로 인한 시청자 피해를 막고자 중재에 나섰다. 소위 말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중재 방식을 선택한 것인데, 정부가 꾸린 중재위원회에서 위원들이 다수결로 두 회사 중 특정사의 제시안을 고르는 방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송출수수료 관련 잡음을 만들지 않기 위해 정부가 이러한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어 중재 방식이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TV홈쇼핑협회와 T커머스협회, 케이블TV협회, IPTV협회 등에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에 대한 송출수수료 협상 중 서면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정부의 중재 방법과 절차에 따르며, 중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약속하는 동의서를 발송했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지난 12일 한 차례 동일한 내용의 동의서를 공개했지만, 3항 내용을 이날 수정해 재발송했다. 3항에는 협상 당사자인 두 회사가 송출중단 예정일로부터 3주 전까지 송출수수료 수준에 대해 서면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과기정통부의 중재 방식 및 절차에 따르고, 중재에 성실히 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여기에 기재된 3주를 2주로 수정했다. 딜라이브 강남과 협상 결렬로 블랙아웃을 선언한 롯데홈쇼핑의 협상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동의서에는 중재 방법과 절차가 자세히 나와있다. 과기정통부는 해당 분야 전문가 5~7인을 위원으로 위촉해 중재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자료검토나 당사자 의견청취, 중재안 확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중재위원회는 중재안 확정 전까지 순차적으로 당사자들을 2차례 이상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 당사자는 발표자료를 지참하거나 사전에 제출할 수 있다. 중재위원회는 두 회사의 인상률이나 인하율의 중간 조정안이 아니라, 다수결에 의해 두 제시안 중 특정사의 단일 제시안을 채택하고, 이를 중재안으로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가 이같은 동의서를 받는 이유는 블랙아웃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지난달 롯데홈쇼핑은 10월 1일부터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TV를 통한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공지했고, 현대홈쇼핑과 CJ온스타일도 LG헬로비전과 송출수수료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NS홈쇼핑·현대홈쇼핑은 LG유플러스와 채널번호 변경 이슈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아직 추가 협상 기간이 남아있어 블랙아웃까지는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과기정통부에서 송출수수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동의서까지 급하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의서를 따르는 것이 의무는 아니라고 하지만, 동의서 수락 여부를 국회에 제출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받아들이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자율이 아닌 것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 송출수수료 협상 종료 통보를 하지 않은 사업자에게도 동의서를 받아놓겠다고 하는 것이 의아하다"면서 "급하게 동의서를 마련한 것 같은데, 이러한 상황은 처음이라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