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작아진 '땅속 다이아몬드'…트러플 가격 30% 뛰었다
'땅속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트러플(송로버섯)이 기후변화 직격탄을 맞고 있다. 폭염과 가뭄으로 주요 생산지의 수확량이 줄고 크기도 작아지면서 가격이 최대 3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AP통신에 따르면 세계적인 트러플 산지인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에서는 여름철 고온과 강수량 부족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러플은 땅속에서 나무뿌리와 공생하며 자라는 균류로, 생육 과정에서 토양의 온도와 수분에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화이트 트러플은 인공 재배가 어려워 자연환경의 변화에 민감하다. 최근 유럽 남부에서 이어진 폭염과 가뭄은 트러플이 자라는 토양을 건조하게 만들었다. 현지 채집인들은 과거보다 트러플을 찾기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발견되는 트러플의 크기도 작아졌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트러플 가격 20~30% 상승…크로아티아 수확량도 감소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주의 알바 지역은 세계적인 화이트 트러플 산지다. 매년 가을이면 트러플을 찾는 채집인과 관광객이 몰리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수확이 부진한 상황이다. 이탈리아 국립트러플연구센터의 안토니오 데자코미 회장은 지난 7~8월 강수량 부족과 높은 기온이 10월 수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토양이 건조하고 단단해지면서 트러플의 크기가 작아졌고 보관 기간도 짧아졌다는 것이다. 수확량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알바 국제 화이트 트러플 박람회의 악셀 이베르티 회장에 따르면 현지 시장의 트러플 가격은 지난해보다 약 20~30% 올랐다. 그러나 최근 비가 내리면서 생육 환경이 일부 개선돼 이전보다 큰 트러플이 발견되기도 했다. 크로아티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그레브 인근 참나무 숲에서 트러플을 채집하는 페타르 알레비치는 최근 7~8년 동안 수확 환경이 계속 악화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수확량이 평소보다 약 30% 적을 것으로 추정했다. 트러플 채집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채집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크로아티아 루제르 보슈코비치 연구소의 균류학자 아르민 메시치는 가뭄과 고온이 트러플의 생산량뿐 아니라 품질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특히 화이트 트러플은 1㎏당 최대 4000유로에 거래될 정도로 값비싼 식재료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산량이 감소하고 자생할 수 있는 지역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숲 복원·인공 관개로 대응…화이트 트러플 재배는 여전히 어려워 트러플 생산지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탈리아 연구진은 가뭄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인공적으로 토양에 물을 공급하는 관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숲을 복원하고 새로운 나무를 심어 토양 온도를 낮추고 수분을 유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나무를 심는다고 곧바로 트러플을 수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 심은 나무가 트러플의 생육에 적합한 환경을 형성하기까지는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 트러플의 안정적인 인공 재배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블랙 트러플은 상업적 재배가 가능하지만, 화이트 트러플은 대규모로 안정적인 생산을 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연구진은 토양 속 미생물과 트러플의 관계를 분석하고, 더 높은 기온과 건조한 환경에서도 생육할 수 있는 나무 품종을 찾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화이트 트러플의 멸종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다만 지금과 같은 고온과 불규칙한 강수 패턴이 지속된다면 생산량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대응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데자코미 회장은 화이트 트러플이 당장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은 아니라면서도 변화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