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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와 일상 사이, 자동차보험의 빈틈

'모빌리티 판 읽기'는 모빌리티 시장의 흐름을 사회·경제·문화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변화의 본질과 앞으로의 방향을 짚는 분석 시리즈입니다. 주차를 하고 돌아오니 문짝에 못 보던 흠집이 나 있다. 고속도로에서는 앞차가 튀긴 돌이 앞유리에 작은 스톤칩을 남긴다.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그 순간 운전자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보험을 부르자니 자기부담금이 나가고 이력이 남아 다음 해 보험료가 오를까 걱정이고, 그냥 두자니 내 돈으로 수리비를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실제로 자차 보험을 쓰면 최소 자기부담금이 20만 원가량 발생하고, 손해액이 물적사고 할증기준을 넘어서면 이후 3년간 보험료 인상이 따라온다. 그래서 문콕이나 스톤칩처럼 수리비가 애매한 손상일수록 운전자는 보험과 자비 사이에서 저울질을 반복한다. 자동차보험에 매년 적지 않은 보험료를 내면서도, 정작 가장 자주 마주치는 손상 앞에서는 보험이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자동차 한 대를 소유한다는 것은 이동수단을 얻는 동시에 크고 작은 위험을 떠안는 일이다. 그 위험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충돌이나 인명 피해처럼 큰 손실을 일으키는 사고, 사고 처리 이후에도 남는 자기부담금과 수리 기간 등의 부담, 그리고 문콕·스톤칩·휠 손상처럼 일상에서 반복되는 경미한 손상이다. 기존 자동차보험은 첫 번째 위험에 강하다. 큰 사고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는 안전망으로서 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사고 이후의 잔여 부담과 일상적인 차량 손상까지 촘촘하게 관리하도록 설계된 제도는 아니다. 매년 보험료를 내면서도 자주 마주치는 손상은 직접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많은 운전자가 답답함을 느낀다. 보험에 가입하고도 해소되지 않는 '생활 리스크'가 오랜 골칫거리로 남아 있는 이유다. 차는 진화했지만, 보험은 여전한 현실 지금의 자동차는 과거와 다르다.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와 각종 센서가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차량은 운행 정보와 상태를 스스로 기록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고를 예방하는 능력은 높아졌지만 보험사의 부담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배터리와 센서, 전자부품의 비중이 커지면서 작은 충돌도 높은 수리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보험에서는 사고 건수뿐 아니라 사고 한 건당 손해액인 '사고 심도'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 보험연구원도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보험료 인하 효과의 누적과 함께 부품비·수리비 등 손해배상 비용의 상승을 지목했다. 특히 사고심도 상승은 물적담보를 중심으로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2026년 상반기 국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9%로 전년 동기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보험손익도 184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상반기 기준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사고 건수는 줄었지만 병원 치료비와 정비공임 등 보상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여기에 전기차와 수입차, 고가 차량이 늘고 법인·리스·렌트 차량의 관리 수요까지 커지면서 보험사가 고려해야 할 위험의 범위도 한층 넓고 복잡해지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가 빠르게 달라지는 동안 보험의 작동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차량이 매일 데이터를 만들고 스스로 상태를 알리는 시대에도 자동차보험은 여전히 사고가 발생한 뒤 손실을 보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간극을 메울 것으로 기대했던 인슈어테크도 지금까지는 보험료 비교와 상품 추천, 비대면 가입 등 유통 과정의 디지털화에 집중해 왔다. 소비자가 보험을 더 쉽게 찾고 가입할 수 있게 만든 성과는 분명하지만, 기존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가입하는 방식을 디지털로 바꾼 데 가까운 서비스도 적지 않다. 운전 데이터 역시 주행거리나 안전운전 점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하는 용도로 주로 활용돼 왔다. 차량을 언제 구매했는지, 어떤 환경에서 운행하는지, 어떤 손상을 반복해서 겪는지, 사고 이후 어떤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는지까지 연결해 관리하는 서비스는 아직 초기 단계다. 이제 인슈어테크의 경쟁은 '더 싼 보험'을 찾는 데서 '운전자의 위험을 얼마나 잘 관리하는가'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보험료 비교는 운전자별 위험 분석으로, 가격 할인은 실제 부담 비용 절감으로, 사고 후 보상은 사고 예방과 사후관리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 세계 시장도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럽의 보험 텔레매틱스 가입 계약은 2024년 말 기준 유럽 약 1380만 건, 북미 약 2020만 건으로 추산된다. 두 시장을 합친 가입 계약은 연평균 성장세를 이어가 2029년까지 5190만 건에 이를 전망이다. 주행거리와 운전 습관에 따라 보험료를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사고 감지와 보상, 위험 예방 등으로 차량데이터의 활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보험이 놓친 자리를 메우는 움직임 이같은 변화 속에서 자동차보험 바깥에 남아 있던 작은 위험을 관리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도 등장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이 큰 손실을 막는 안전망이라면, 보험과 정비·차량관리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보완 서비스가 함께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봇 모빌리티가 최근 선보인 '차봇케어'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부품케어와 자동차보험 자기부담금 지원을 결합해 문콕과 스톤칩, 휠 스크래치, 타이어 파손, 스마트키 분실처럼 일상에서 반복되는 차량 손상과 사고 처리 이후의 자기부담금까지 관리한다. 운전자가 작은 흠집 하나를 앞에 두고 보험 처리와 자비 수리 사이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던 상황을 하나의 관리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런 서비스가 보험사가 아닌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보험사는 보험계약과 사고·보상 데이터를 보유한다. 반면 차봇과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은 운전자가 자동차를 사고, 타고, 관리하고, 다시 판매하는 생애주기 전반에서 고객을 만난다. 보험 가입 시점에만 고객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차량 구매 이전부터 보유와 관리, 교체에 이르는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핵심은 자동차를 판매하는 데서 거래를 끝내지 않는 데 있다. 차량을 구매하는 순간부터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생활 손상과 수리비 부담까지 함께 관리한다면, 구매와 보호가 결합된 보다 완결된 커머스 경험이 가능해진다. 차를 잘 사는 것뿐 아니라 산 뒤의 불확실성까지 줄여야 자동차 구매 경험이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작은 손상을 제때 관리하는 일은 차량의 외관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누적된 손상과 수리 지연을 줄여 차량 상태를 보전하고, 향후 재판매 과정에서 자산 가치를 지키는 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 고객의 동의를 바탕으로 케어와 정비 이력이 데이터로 축적된다면 차량의 관리 상태를 보다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 중고차 거래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기반도 마련된다. 다만 데이터가 많다고 더 나은 보험과 거래 환경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데이터를 왜 수집하고 어디에 활용하는지 투명하게 설명해야 하며, 개인화가 고위험 운전자의 배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도 필요하다. 구매와 관리, 재판매 전 과정에서 데이터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는 신뢰가 쌓여야 비로소 리스크를 줄이는 거래 생태계도 작동할 수 있다. 보험의 본질은 사고를 계산하는 데만 있지 않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불안을 함께 나누고, 고객이 실제로 짊어지는 부담을 줄이는 데 있다. 자동차가 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한 지금, 보험과 모빌리티 서비스도 사고 이후의 보상을 넘어 운전자의 일상과 차량 생애주기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모빌리티 인슈어테크의 경쟁은 보험료를 얼마나 저렴하게 비교해 주느냐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위험을 먼저 발견하고, 필요한 보호와 금융 서비스를 언제 연결하며, 고객이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을 얼마나 줄여주느냐가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차를 판매하고 보험에 가입시키는 데서 끝나지 않고 구매 이후의 유지와 재판매까지 책임지는 방향으로 모빌리티 커머스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2026.09.26 09:30이성미 컬럼니스트

'우주 거울'로 지구 밤 밝힌다…그런데 시력에 악영향? [우주로 간다]

우주에서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의 밤을 밝히겠다는 미국 우주 스타트업의 야심찬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고 더버지, NBC 등 외신이 최근 보도했다. 이 계획을 추진할 경우 천문 관측을 방해할 뿐 아니라 사람들의 시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우주 스타트업 '리플렉트 오비탈'(Reflect Orbital)은 우주에 대형 반사경을 설치해 태양빛을 지상으로 보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최근 회사의 시제품 위성 발사를 승인했다.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리플렉트 오비탈은 향후 수천 기의 반사경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배치할 예정이다. 리플렉트 오비탈은 2035년까지 지구 저궤도에 5만 기 이상의 '거울 위성'을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위성들을 이용해 우주에서 반사한 태양빛을 지상의 고객이 원하는 지역에 전달한다는 구상이다. 첫 시제품 위성인 '에아렌딜-1(Earendil-1)'은 올해 말 발사될 예정이다. 약 18m 크기의 필름 반사판을 장착하도록 설계됐으며, 회사 측은 위성 한 기로 최대 5㎞ 반경의 지역을 0.8~2.3룩스 수준으로 밝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맑은 밤 보름달이 지상에 제공하는 약 0.05~0.3룩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처럼 강한 빛이 천문학 관측 뿐 아니라 사람의 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반사된 태양빛을 직접 바라볼 경우 일식 때 태양을 맨눈으로 보는 것과 유사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광학 엔지니어이자 LED 조명 전문가인 에릭 브레츠슈나이더는 “일식이 있을 때마다 기상학자와 천문학자, 안과 의사들이 보호 장비 없이 태양을 바라보지 말라고 경고한다”며 “햇빛이 엄청나게 강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들의 시력이 손상될 수 있는지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그런 일이 발생할 지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천문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만 기의 위성이 밤하늘을 이동하며 강한 빛을 반사할 경우 천체 관측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천문학자들이 위성이 언제 작동하고 어느 위치에서 빛을 반사할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경우, 관측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밝은 위성을 마주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FCC가 리플렉트 오비탈의 시제품 위성 발사를 승인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NBC에 따르면, 4개 환경단체는 FCC의 결정을 뒤집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국제천문연맹(IAU) 산하 '어둡고 조용한 밤하늘 보호 센터' 역시 위성군과 관련해 투명성 확보와 환경 검토, 공공 책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플렉트 오비탈은 이 같은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천문학계와 협력해 위성군이 밤하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성명을 통해 “우리 위성은 기본적으로 '꺼짐' 상태로 설정돼 있으며, 언제든 위성을 끄거나 빛의 밝기를 낮추고 조명 위치를 이동할 수 있는 완전한 제어권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가 전달하는 모든 빛은 요청과 승인을 거쳐 지정된 구역 내에서만 제공될 것”이라며 “관련 관할권의 적절한 당국이 승인한 경우에만 반사된 햇빛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 발사될 에아렌딜-1이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우주 반사경이 실제로 밤하늘과 지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6.08.14 08:55이정현 미디어연구소

축구 헤딩 '단 한 번'에도 뇌세포 손상 신호 나타났다

축구 경기에서 단 한 번의 헤딩만으로도 뇌세포 손상과 관련된 단백질이 일시적으로 혈액에 방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의료센터(UMC)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내용을 소개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달 신경학 분야 권위 학술지인 미국의학협회 신경학 저널(JAMA Neurology)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헤딩을 수행한 아마추어 축구 선수들이 헤딩을 하지 않은 선수들보다 경기 직후 혈액 내 S100B 단백질 농도가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S100B는 주로 성상세포에서 생성되는 단백질로, 외상성 뇌손상(TBI) 평가에 널리 사용되는 생체지표다. 일반적으로 뇌손상 발생 1시간 이내에 수치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경기 중 두 차례 이상 헤딩을 하거나 강한 헤딩을 반복한 선수들에게서는 p-tau217 단백질 수치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p-tau217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대표적인 혈액 기반 생체지표 중 하나다. 다만 연구진은 S100B와 p-tau217 수치가 경기 후 24~48시간 내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수치 회복이 영구적인 뇌 손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구에서는 추적한 6개 생체지표 가운데 2개가 헤딩 횟수와 강도가 증가할수록 함께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급성 뇌 손상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지만, 반복적인 헤딩이 장기적으로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을 높이는지 여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네덜란드 상위 아마추어 남성 축구 선수 3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총 11경기에 걸쳐 경기 전, 경기 직후, 경기 후 24~48시간 사이에 혈액 샘플을 채취했다. 카메라 분석을 통해 각 선수의 헤딩 횟수와 충격 강도도 측정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마르쉬 쾨닉스 암스테르담대학 의료센터(UMC) 엠마 어린이병원 발달신경과학 조교수는 헤딩이 두 생체지표를 증가시키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짧은 시간 동안 머리가 반복적으로 가속과 감속을 겪으면서 규모는 훨씬 작지만 뇌진탕과 유사한 생리적 반응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계에서는 오랫동안 반복적인 헤딩이 누적될 경우 신경퇴행성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서는 축구 선수와 미식축구 선수가 장기간 반복적인 머리 충격에 노출될 경우 신경세포 손상과 뇌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쾨닉스 교수는 "문제는 생체지표 수치 상승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의미하는 뇌 손상 가능성"이라며 "이 같은 충격이 수백 번, 수천 번 반복될 경우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캐나다 뇌진탕유산재단(CLFC)의 사만다 뷰로 부국장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축구공 헤딩으로 인한 뇌 손상은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장기 후유증은 노출 시점과 증상 발현 시점 사이의 간격이 길어 추적이 어렵지만, 여러 연구가 반복적인 헤딩의 위험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6.06.02 12:58이정현 미디어연구소

손상된 DNA 조각 29만개까지 세는 초고감도 플랫폼 개발

손상된 DNA 조각을 29만개까지 셀 수 있는 초정밀 분석기술이 개발됐다. 손상된 DNA가 복구되지 않을 경우 암이나 노화 원인이 될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세포의 DNA 복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극미량 '손상 DNA 조각'을 초고감도로 검출하고 정량화할 수 있는 분석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최준혁 바이오물질측정그룹 책임연구원은 "손상된 DNA 조각을 개수 단위로 산출할 수 있을 만큼 정밀도가 높다"며 "기존 분석법 대비 최대 22배 더 많은 조각을 검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별 DNA 복구능력 비교와 항암제·발암물질 반응 평가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DNA는 자외선, 화학물질, 흡연, 체내 대사 활동 등으로 인해 매일 1,000~100만개 정도 손상된다. 이러한 손상이 제때 복구되지 않고 돌연변이로 축적되면 노화나 암과 같은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에 세포는 이상 부위를 정교하게 잘라내고 새로운 DNA로 교체하는 '뉴클레오타이드 절제 복구(NER)' 시스템이 가동된다. 이때 잘려 나오는 미세한 DNA 조각의 양과 시간적 변화를 측정하면 세포 복구 속도와 효율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은 기존 방법대신 '경쟁적 면역분석법'을 도입했다. 분석용 판 바닥에 손상 DNA와 동일한 구조의 합성 DNA를 기준 물질로 고정하고, 실제 세포에서 추출한 DNA 시료와 손상 DNA 구조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함께 넣은 뒤 시료 내 손상 DNA 조각의 양을 몰(mole) 단위로 산출하고, 이를 개수로 환산했다. 최준혁 책임연구원은 “DNA 복구 속도와 효율을 정량화하면 개인별 암 발생 위험을 조기에 진단하고, 암세포의 항암제 저항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향후 실제 사람의 조직을 활용한 후속 검증을 통해 개인 맞춤형 항암 치료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는 KRISS 유기측정그룹과 미국 라이트 주립대 의과대학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Nucleic Acids Research(IF: 13.1))에 게재됐다.

2026.05.14 18:50박희범 기자

싱가포르, 전자담배 마약 문제로 간주…"최대 징역형"

전자담배 위반 행위에 대해 더 강력한 처벌을 도입할 예정인 싱가포르가 심각한 위반 사항을 저질렀을 경우 징역형까지 부과할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연설에서 “지금까지 전자담배를 담배와 비슷하게 다뤄왔고 최대 벌금형만 부과했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이제 전자담배를 마약 문제로 간주하고 훨씬 더 엄격한 처벌을 내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웡 총리는 해로운 물질이 섞인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사람들에게는 징역형을 포함한 더 가혹한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며 중독자들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도 제공할 것으로고 부연했다. 이미 싱가포르에서는 전자담배가 금지돼 있으며 보건 당국은 압수된 전자담배의 3분의 1 가량이 마취제 성분인 에토미데이트가 섞여 있다고 경고해왔다. 일반적으로 에토미데이트는 의사가 진정 유도를 위해 주사하는 약물이지만, 오남용 시 환각과 영구적인 장기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현재 싱가포르는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 관리법 상 불법 마약으로 재분류하기 위해 작업 중이다. 재분류가 시행되면 에토미데이터가 섞인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코카인과 같은 강력 마약 소비자와 같은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된다. 이들은 의무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재범의 경우 최소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웡 총리는 “싱가포르에서는 전자담배를 금지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밀수입을 하고 법망을 피하려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5.08.18 09:19박서린 기자

"과도한 음주, 뇌손상·조기 사망과 관련 있다"

과도한 음주는 간뿐만 아니라 뇌에도 심각한 손상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IT 매체 BGR은 18일(현지시간) 장기간 음주가 뇌를 위축시키고 기억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브라질 상파울루대학교 연구진의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신경학 분야 학술지 뉴널러지(Neurology)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약 1천800명의 뇌 부검 자료를 분석하고, 이를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의 음주 습관 및 사망 당시의 신경 건강 데이터와 비교해 분석했다. 연구진은 연구 대상을 네 그룹으로 나눴다. ▲평생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 ▲절제된 음주를 한 사람 ▲과거 과음 경험이 있으나 중단한 사람 ▲사망 시점까지 과음을 지속한 사람이다. 분석 결과, 과도한 음주는 뇌 손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특히 히알린 소동맥경화증(hyaline arteriolosclerosis)과 유의미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질환은 뇌 내 미세 혈관이 단단해지고 좁아져 혈류가 줄고, 이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뇌가 손상될 위험이 커지는 상태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혈관 변화가 기억력과 사고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음주와 이러한 혈관 변화 간의 연관성은 장기적인 음주가 인지 기능 저하와 뇌 손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뒷받침할 수 있다. 사망 전에 음주를 중단한 사람조차도 뇌 병변과 신경 퇴행 위험이 높았다는 결과도 나왔다. 음주를 멈췄다고 해서 손상이 완전히 회복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특히, 과거 과음자들은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와 관련된 타우 단백질 응집(tau tangles)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었으며, 체격에 비해 뇌 크기가 작고 인지 기능 테스트 점수도 낮게 나타났다. 아울러 과음자들의 평균 수명이 비음주자보다 13년이나 짧았다는 점도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인과관계를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음주의 장기적 영향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적당한 음주도 해로울 수 있다'는 기존의 우려를 뒷받침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외신에 따르면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실험 대상자들의 음주 기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외신은 이번 연구가 알코올이 유발하는 뇌 손상이 실제로 존재하며, 눈에 띄는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평가했다.

2025.04.19 12:37안희정 기자

[1분건강] 외상성 뇌손상 경험 시 뇌졸중 위험 1.9배↑

50세 미만 외상성 뇌손상 경험자가 같은 나이의 일반인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약 1.9배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자호 교수·최윤정 연구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18세~49세 104만 명을 외상성 뇌손상 환자군 및 나이·성별이 일대일로 매칭되는 대조군으로 구분해 약 7년 이상 추적했다. 이후 뇌졸중을 ▲뇌경색 ▲뇌출혈 ▲지주막하출혈로 구분해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외상성 뇌손상이란, 교통사고와 낙상 등 외부 충격으로 인해 뇌에 발생하는 손상을 말한다. 경미한 뇌진탕부터 심한 경우 뇌부종·지속적 혼수·뇌출혈·두개골 골절 등이 대표적이다. 뇌졸중은 최근 청장년층에서도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분석 결과, 1000인년당 전체 뇌졸중 발생률은 환자군과 대조군이 각각 3.82%, 1.61%였다. 1000인년(person-year)당 뇌졸중 발생률은 인구 1000명을 1년간 관찰했을 때 뇌졸중이 발생할 확률이다. 환자군은 대조군보다 전체 뇌졸중 발생 위험이 1.89배 높았다. 유형별로 뇌출혈이 2.63배로 가장 높았고, 지주막하출혈 및 뇌경색은 각각 1.94배, 1.60배였다. 또 외상성 뇌손상 후 1년 이상이 지나도 뇌졸중 위험은 여전히 지속됐다. 외상성 뇌손상 발생 후 1년이 지난 환자만 분석한 결과, 전체 뇌졸중 위험이 대조군 대비 1.09배 높았고, 뇌출혈 위험은 1.2배 높았다. 뇌진탕 외 손상군, 두개골 골절군은 대조군 대비 뇌출혈 위험이 각각 약 9배, 5배 증가했다. 비교적 가벼운 뇌진탕군도 뇌출혈 위험이 약 2배 증가했다. 이자호 교수는 “50세 미만도 외상성 뇌손상을 경험했다면 정기 검진을 통해 혈당·콜레스테롤 등을 관리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해야 한다”라며 “젊은 외상성 뇌손상 환자는 자신의 뇌졸중 위험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뇌졸중 예방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심장협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실렸다.

2025.03.29 12:00김양균 기자

매년 손상 환자 288만명…"젊은 층 사망 주원인”

지난 2022년 기준 매년 손상 경험환자가 288만명, 손상 사망자 2만6천688명, 손상 진료비로 5조8억원이 소요되며 손상으로 인한 높은 사회·경제적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손상은 각종 사고·재해나 중독 등 외부적 위험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모든 신체적·정신적 건강상의 문제를 말한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제14차 국가손상종합통계'에 따르면, 아동 1천명 중 4명이 아동학대를 경험했다. 아동학대 행위자는 100명 중 83명이 부모였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손상은 학생 100명 중 1.8명이 경험했다. 학생 1천명 중 4.3명이 신체적 학교폭력을 경험했고, 집단따돌림은 3.9명이 경험했다. 20대에서는 1만 명 가운데 11.0명이 폭력·타살로 응급실에 내원했고, 40대에서는 자해·자살로 5.3명이 응급실을 방문했다. 30대에서는 1천명 중 7.7명이 도로교통사고 손상 경험을 했다. 청장년 직업손상은 50대 취업인구 1만 명 중 43.9명이 산업재해를 경험했고, 60대 농업인구 1천명 중 28.3명이 손상을 경험했다. 70세 이상에서는 100명 중 3.9명이 추락으로 입원, 1만 명 중 4.6명이 자해·자살로 사망했다. 자해·자살 사망률 1위…고령·영유아, 추락·낙상 예방 필요해 손상으로 인한 연령 표준화 사망률은 우리나라가 34.5명으로 OECD 평균 34.7명과 유사했지만, 자해·자살은 인구 10만 명당 19.9명으로 OECD 평균인 11.7명에 비해 1.7배 높았다. 실제 10세~49세에서 손상으로 사망하는 환자의 70% 이상은 자해·자살로 인한 사망이었다.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시스템에 따르면, 중독으로 인한 자해·자살의 시도가 69.4%로 가장 높았다. 주요 중독물질은 치료약물이 80.9%였다. 추락 및 낙상으로 인한 사망은 2012년 2천104명에서 2022년 2천702명으로 28.4% 늘어났다. 나이별로는 0세~9세가 1천783건, 70세 이상이 1천720건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응급실을 이용한 환자가 많았다. 70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자료원별 타 연령대 대비 1.3배 이상 증가했다. 사망률은 3.2배 증가했다. 연령 증가에 따라 추락과 낙상의 중증도 및 사망률이 증가하는 만큼 영유아와 고령 환자의 중증손상 예방 전략이 요구된다. 중증외상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다.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중증외상 환자가 증가했고, 50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중증외상 환자의 수가 급증했다. 특히 70세 이상에서는 추락으로 인한 중증외상 발생 시, 사망률이 70.9%에 달했다. 중증외상 환자의 손상기전 분포를 살펴보면 모든 자료원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사망률은 자료원 모두에서 교통사고보다 추락사고에서 더 높았다. 노영선 국가손상조사감시사업 중앙지원단장은 “지난 10년간 손상예방을 위한 노력에도 여전히 손상은 젊은 연령층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손상을 예방하고 손상 발생 후 사망-장애를 최소화하려면 새 혁신 기술 등을 활용해 여러 손상 예방 수단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2025.02.11 16:30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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