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마술에 속을까?
'프렌치 드롭(french drpo)'이란 마술이 있다. 한손에 동전을 든 상태에서, 다른 손은 동전을 가리며 움직여 마치 동전이 다른 손으로 이동한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기초적 트릭이다. 마술사가 엄지손가락을 다른 손가락 뒤로 숨긴 채 마술을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은 마술사가 감춰진 엄지손가락으로 동전을 집어 다른 손으로 옮길 것이란 예상을 하게 된다. 원숭이도 이런 마술에 속을까? 영국 캠브리지대학 연구진이 여러 종류의 원숭이 앞에서 마술을 보여준 결과, 인간과 비슷한 손가락 구조를 가진 원숭이가 사람처럼 속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구조가 동물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에 영향을 미침을 보여준다. 이 연구 결과는 4일(현지시간)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렸다. 연구진은 흰목꼬리감기원숭이와 다람쥐원숭이,마모셋 등 3종류의 원숭이 24마리에게 프렌치 드롭 마술을 여러 번 보여주었다. 동전 대신 땅콩 등 작은 먹잇감으로 마술을 하고, 먹이가 있는 손을 맞추면 그 먹이를 상으로 주었다. 그 결과, 사람과 손가락 구조가 비슷할수록 더 마술에 잘 속는 것으로 나타났다. 흰목꼬리감기원숭이는 사람처럼 엄지손가락이 다른 네 손가락과 맞닿아 정교하게 물건을 잡을 수 있고, 실제로 도구를 써 견과류를 깨먹는 등 손재주가 좋다. 이들은 10번 중 8번은 마술에 속아 먹이를 얻지 못 했다. 다람쥐원숭이는 손가락 움직임이 제한적이라 손재주가 흰모꼬리감기원숭이만큼 좋지는 않고, 엄지손가락이 다른 손가락과 맞닿을 수 있는 기본 구조는 비슷하지만 정교하게 물건을 쥐지는 못 한다. 다람쥐원숭이는 93%의 경우에 마술에 속았다. 반면, 엄지와 다른 손가락이 맞닿지 않는 마모셋은 마술에 거의 속지 않았다. 속을 확률이 6%에 그쳤다. 이들은 언제나 본래 먹이가 있던 손을 선택했다. 연구진은 반대로 프렌치 드롭을 하면서 실제로 먹이를 옮겨도 보았다. 이 경우엔 흰목꼬리감기원숭이와 다람쥐원숭이는 먹이를 얻었지만, 마모셋은 얻지 못 했다. 또 프렌치 드롭을 변형해 손바닥 전체로 먹이를 쥐는 모습을 보여주자 모든 원숭이가 마술에 속았다. 이 동작은 거의 대부분의 원숭이가 할 줄 아는 동작이다. 이런 차이는 신체의 구조와 움직임에 따라 동물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진은 풀이했다. 흰목꼬리감기원숭이와 다람쥐원숭이는 마술사가 보여주는 행동을 스스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동전이 옮겨졌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니콜라 클레이튼 캠브리지대 심리학과 교수는 "손가락 움직임은 동물이 생각하고 주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며, 이런 경험에 비추어 다른 존재가 어떻게 행동할지도 예상하게 된다"라며 "이번 연구는 각 개체의 타고난 신체 구조가 인식과 기억, 주변 움직임에 대한 예측에 본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