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환아, 조기진단 방안 마련 시급…진단 지연에 더욱 고통
“태어났을 때 안저 검사는 받지 못해 중요한 진단 기회를 놓쳤고, 생후 30일 무렵 이상을 감지했지만,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적절한 검사를 받지 못해 치료 기회를 잃어 시력을 보존하지 못했다”(희귀질환 환아 보호자) 희귀질환자들이 질병을 진단받기 위해 병원을 전전하는 것으로 나타나 조기진단 체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이하 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희귀질환 조기진단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이 적시에 진단받지 못하고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는 '진단방랑'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했다. 특히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 보호자들이 진단 과정에서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공유하고, 실질적인 조기진단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조기진단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국내 상황에 대해 의료계 및 정책 전문가들이 개선책을 논의했다. 발제에 나선 조성윤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희귀질환 환자들이 평균 4.7년 동안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진단이 지연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진단 지연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큰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주며,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체계 구축과 병원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강정민 교수는 일본의 영유아 구강검진을 활용한 조기진단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일본은 저인산효소증 환아 110명 이상을 조기에 발굴한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은 국가 차원의 조기 진단 체계 구축은 우리나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구강검진 항목에 저인산효소증 관련 지표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희귀질환 환아 보호자들이 직접 진단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증언했고,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정진향 사무총장,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 김지영 과장,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박지민 사무관이 참여해 희귀질환 조기진단 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적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저인산효소증 환아 보호자는 “저인산효소증은 증상이 다른 질환과 유사해 조기에 발견되지 않으면 정확한 진단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유전자 검사와 선별검사가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조기 발견이 가능해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 급여 기준이 제한적이어서 진단 이후에도 실질적인 치료 기회를 얻기 어려운 환자들이 많다”라고 호소했다. 또 소아희귀난치성안과질환 환아 보호자는 “우리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신생아 검사를 통과했지만, 정작 안저 검사는 받지 못해 중요한 진단 기회를 놓쳤다. 생후 30일 무렵 이상을 감지했지만,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적절한 검사를 받지 못해 결국 뒤늦게 진단받아 시력을 보존하지 못했고, 치료의 기회를 잃었다”라며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패널로 나선 연합회 정진향 사무총장은 “진단이 늦어진다는 것은 치료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이라며 “특히나 저인산효소증, 소아난치성안과질환, 척수성근위축증과 같이 치료제, 외과 수술 등 치료 방법이 있음에도 진단받지 못해 치료의 기회를 놓치거나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이제라도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상훈 의원은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의료기술이 많은 질환에 대해 조기 발견과 치료 성과를 높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희귀질환 환아들이 시스템 미흡으로 적시에 진단받지 못하고 치료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해외 선진국들은 희귀질환 조기진단을 위한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철먼 우리나라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조기진단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특히 일본 사례를 참고해 영유아 구강검진 문진항목에 저인산효소증 관련 항목을 포함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도출된 정책적 제언들이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관계기관들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재학 연합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희귀질환 환아의 생명은 단순한 의료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라며 “아이들이 확진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현재의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 진단이 늦어질수록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것은 물론, 환자와 가족의 삶까지도 피폐해지는 만큼 조기진단 체계 마련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