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원의 CES 2023] "메타버스, 산업으로 여전히 유효"
“이번 CES에서 화려하진 않지만 의료와 교육 등 우리 실생활에서 바로 체감할 수 있는, 또 바로 수익화할 수 있는 메타버스의 진일보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여전히 (산업으로) 유효하다는 것을 엿봤다.” 서강대학교 메타버스전문대학원 현대원 교수는 지난 5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3'을 참관했다. 이어 '2023 글로벌 조인트 리서치 세미나' 자리를 마련해 네바다 주립대학교 윤기웅 교수, 다이렉트미디어랩 한정훈 기자와 함께 이번 CES 전시의 주요 특징들에 의견을 나누고, 미래 기술을 관통하는 큰 흐름들을 짚었다. CES 2020 키워드는 메타버스·스마트TV·모빌리티·디지털 헬스·게임 먼저 한정훈 기자는 이번 CES의 전체적인 큰 흐름을 ▲메타버스 ▲스마트TV 진화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 ▲게임으로 요약했다. 이어 윤기웅 교수는 전시장 가운데 사람 키의 몇 배가 넘는 자율주행 캐터필러 트럭이 전시돼 있어 인상 깊었다면서, 광산업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한 트럭이 현장에서 사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 교수와 윤 교수는 존디어가 전시한 농업용 트랙터나 불도저 역시 인터넷에 연결돼 다양한 센서 등의 기술을 통해 원격조종이 가능한데, 이것이 메타버스와 결합하면 굉장히 큰 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현대원 교수는 이번 CES에서 모빌리티의 진화가 인상 깊었다고 꼽았다. 2013, 2014년 때만 해도 자동차 몇 대만 전시장에 덩그러니 놓여있다가 2015년 전시 때 벤츠가 야간 자율주행을 선보이고 포드 회장이 “자동차는 이제 소프트웨어 산업이다”를 외친 이후, 모빌리티 기술과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것. 이를 이번 CES에서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본의 소니는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손잡고 전기차인 '아필라'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앞 범퍼 부분에 얇은 바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날씨, 배터리 잔량 등이 표시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차량 내부에서 영화를 보거나 비디오 게임을 할 수 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넣겠다는 계획에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메타버스, 기초 기술서 산업화 되는 과정" 이어 현 교수는 메타버스·AI 앞에 '산업'을 붙이는 것에 주목, 기술로만 존재하는 서비스들이 실생활에 사용돼 산업화 되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윤 교수 역시 그동안 담론에 머물렀던 메타버스도 기초 기술 발전 단계를 넘어 실제 사람들이 사용하고 산업화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수익이 발생하는 중요한 단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인터넷에 연결된 메타버스의 많은 부분들이 개념적 측면을 벗어나 실제 생활에 밀접하게 연결돼 돌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잠깐이라도 문제가 생겨선 안 된다”면서 “모든 부분에서 문제를 극복하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때 메타버스의 진정한 산업화가 가능하다. 이번 CES를 통해 각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산업화 하려는 노력들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 기자는 '멀티플랫폼' 관점에서 이번 CES를 주목했다. 개인이 사용하는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각각의 플랫폼에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공급할지가 화두라는 설명이다. 가전기업들이 미디어 콘텐츠 기업들과 협업해서 이용자들에게 끊김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는 것. 그는 “LG전자는 스마트TV에 미국 파라마운드 OTT를 심어 같이 해외에 진출하는 구독 모델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고, 삼성전자는 사람들이 집에 있든 밖에 있든, 또 세대를 뛰어넘어 연결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가전회사들이) 지금 우리는 혼자할 수 있는 게 없다. 모든 걸 협업을 통해 플랫폼을 키우겠다는 프레젠테이션 발표가 인상 깊었다”고 덧붙였다. 중국 빠진 CES, 미-중 갈등 여파 확인..."반도체와 AI서 큰 세력 갈라져" 이어 현대원 교수는 이번 전시회에 중국 기업과 참관객들을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미-중 갈등의 여파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도 평했다. 양국의 갈등이 IT산업 전체 지형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표했다. 그러자 윤 교수는 “이번 전시에 중국이 참여를 못한 가장 큰 현실적인 이유는 코로나19 영향 때문”이라면서도 “거시적으로 봤을 때 미국이 중국 기술의 견제가 심해졌고, 보안 이슈 등으로 양국의 대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 기자는 “연결성이 중요한 시대인데 중국의 전통 기업과 정부는 연결성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기술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면서 “이에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은 기술력이 있어도 해외 사업자와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대만 기업들이 이번 CES에 많이 출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원 교수는 “IT산업의 근간이 AI로 가는 것 같다.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와 AI를 놓고 양보할 수 없는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결국 반도체와 AI로 이어지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과 네트워킹할 것인지 선택의 문제가 된 것 같다. 올해 CES에서 반도체와 AI에서 큰 세력이 갈라지는 큰 흐름의 서막을 본 것 같다”고 평했다. 이에 윤 교수도 동의하면서 “양자 컴퓨팅이 떠오른 가운데 이번 CES에서는 이런 차세대 미래의 기술들이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며 “양자 컴퓨팅 같은 또 다른 종류의 기폭제가 다음 CES에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메타버스, 우리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어...앞으로도 발전" 끝으로 현 교수는 AI와 함께 향후 30년 간 미래 먹거리로 메타버스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기대만큼 메타버스 관련 전시가 눈에 띄지 않은 점을 언급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말 '홀로렌즈3' 계획을 철회한 것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윤 교수는 “수년 전부터 메타버스가 화두가 되면서 모든 기업들이 노력을 기울였는데, 최근에는 과거의 3D처럼 되는 게 아닐까 하는 회의론도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우리 생각보다 메타버스 시대가 이미 와 있을 수 있다. 올해 CES에서는 영화에 나오는 메타버스는 아니지만 작지만 실생활과 밀접한 메타버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타버스 개념을 폭넓게 본다면 구글맵, 카메라 앱들도 메타버스 영역이라 본다. 이미 우리는 메타버스를 많이 쓰고 있다”며 “앞으로 고부가 가치가 나오는 의료나 교육, 국방 등 돈이 되는 분야에서 메타버스 영역은 계속 발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 관한 자세한 영상은 '현대원의 미래지도' 유튜브 채널과, 지디넷코리아 특집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