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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통합검색 결과 입니다. (11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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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집약적인 바이오 연구, 로봇으로 자동화"

바이오가 최첨단 산업 같지만 노동 집약적입니다. 자동화가 무조건 필요한데 무척 크고 복잡하고 비싼 장비들뿐이었죠. 전 세계 연구자들이 보다 가치 있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험 자동화를 돕고자 창업했습니다. 신상 에이블랩스 대표는 학생 시절 바이오 분야 연구에 매진하다가 로봇 자동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이같이 소개했다. "그걸 왜 하나씩 손으로 해요?" 신 대표는 중학생 무렵 양가 할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생명공학자의 꿈을 키웠다. 그는 '암을 치료하거나 감기처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진로를 정했다. 고려대에서 생명공학 학사를, 성균관대에서 암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암 환자들의 샘플을 연구하며 약 7년의 시간을 보냈다. 신 대표는 “2012년부터 환자 맞춤형 암 치료법을 제안하기 위해 연구에 주력했다”며 “당시 수백 명의 암 환자 샘플을 갖고 수십 가지 약물 처리를 하면서 효과를 살펴보는 게 일상이었다”고 회상했다. 연구는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고 반복적이었다. 파이펫으로 극소량의 액체를 일일이 흡입·분주하는 작업을 하루 종일 해야만 했다. 반응은 눈으로 보이지도 않아서 분석 기계를 통해 살펴봐야 했다. 그는 이 작업이 마치 '요리'와 비슷했다고 비유했다.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것이 신 대표의 생각이었다. 실험 정확도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사람이 많이 개입되는 작업인 만큼 개인 컨디션에 따라 미세한 편차가 많았다”며 “이런 연구 과정에서 소위 말하는 '현타'가 왔다”고 말했다. 자동화 장비가 있긴 했다. 다만 상용화된 제품들은 너무 크고 가격도 2억원대에 달할 정도로 비싼데다가 정해진 작업 외에 여러 실험에 응용하지 못했다는 것이 신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자동화 설비 기술을 익히기 위해 학위 과정 중인 2015년,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ATI에 입사했다. 그 곳에서 약 6년 동안 바이오 자동화 신사업을 담당하며 바이오 실험 자동화 장비를 15가지 이상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 이해도를 바탕으로 에이블랩스를 창업하게 됐다. "실험실 전자동화 꿈 이룰 거예요" 에이블랩스는 바이오 실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액체 핸들링 과정을 먼저 자동화하기로 했다. 전 세계 연구 과정의 약 90% 이상이 세포나 시약·용액을 여전히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점에 주목했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소형 액체 핸들링 로봇 '노터블'이다. 노터블은 12개의 표준 마이크로플레이트 슬롯에 마그네틱 쉐이커, 온도 제어 쉐이커 등 모듈을 장착해 유연하고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제품 상단에는 울파(ULPA) 팬 필터를 설치해 위생적 실험 환경을 구축한다. 가격은 3천만원 수준. 기존 유사 설비 대비 약 70~80% 저렴한 편이다. 연구자 친화적으로 설계한 인터페이스도 강점이다. 설비에 익숙하지 않은 연구자도 소프트웨어를 쉽게 쓸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연구자들의 낭비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노터블은 활용 가능성을 인정받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한국과학기술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에 공급됐다. 향후 국내뿐 아니라 북미 등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본격 비즈니스를 나설 계획이다. 두 번째 액체 핸들링 로봇 '수터블'도 내년 초에 선보일 예정이다. 노터블에서 그룹으로 움직이던 파이펫 8개를 모두 개별로 제어할 수 있도록 고도화한 형태다. 자동화할 수 있는 실험 영역을 확대하고 중견 이상 제약사를 겨냥하기 위한 제품군이다. 최종 목표는 전자동화된 실험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실험 아웃소싱 플랫폼으로 만들고 클라우드 기반 구독 모델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연구자들이 실험을 의뢰하면 전자동 시스템으로 모든 과정을 수행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모델을 구상 중이다. 신 대표는 “연구자는 실험을 디자인하는 일을 하고, 소프트웨어 입력만 하면 로봇이 실험을 대신해주는 일이 보편화될 것”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연구자 중심적인 회사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에이블랩스는 미래에셋벤처투자와 퓨처플레이 등으로부터 누적 약 5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내년 시리즈A 투자 유치에 나서고, 2027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세웠다. 글로벌 인수합병 가능성도 열어뒀다.

2024.12.08 09:20신영빈

"상반신만 사람"…세미 휴머노이드 상용화 가속화

상반신만 인간의 모습을 한 '세미 휴머노이드' 로봇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리로 걷는 로봇이 보편화되기까지 바퀴로 이동하는 플랫폼이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휴머노이드(인간형)는 로봇 업계에서 기술 개발의 지향점으로 여겨진다. 인간 중심적으로 설계된 물리 세상 속에서 함께 생활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가장 유사한 형태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봇은 사람만큼 유연하고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주기 어려웠다. 수 많은 관절을 정교하게 조작하기도 쉽지 않았고, 특히 보행 중 넘어지지 않는 균형감각을 익히는 일이 난제였다. 한 번 충전으로 불과 1~2시간만 작동할 수 있는 배터리 사양도 문제로 지적됐다. 업계는 두 발로 걷는 '완전 휴머노이드'를 궁극적 목표로 삼되, 시장의 요구에 맞게 절충안을 내놓으며 로봇의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다리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환경에서 수 많은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세미 휴머노이드가 탄생한 배경이다. 국내에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지난 3월 세미 휴머노이드 로봇을 처음 선보였다. 이동형 양팔로봇으로 불리는 'RB-Y1'은 바퀴형 고속 모바일 베이스에 양팔로봇을 탑재한 형태다. 협동로봇과 자율주행로봇(AMR)에 사용된 핵심부품을 그대로 활용했다. 산업용 로봇에 준하는 신뢰성과 성능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RB-Y1은 바퀴를 제외하고 22개 축을 갖고 있다. 모션 생성이 복잡하고 어려운 만큼, 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데이터 암(마스터)을 연동해 로봇(슬레이브) 교시가 가능하다. 양팔의 자가충돌영역을 설정해 사용자가 교시할 때 스스로 충돌을 방지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인공지능(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학습을 위한 시뮬레이션 환경 또한 구축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RB-Y1의 선주문 30대를 마치고 정식 납품을 진행 중이다. 국내외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제품을 구입해 응용 방안을 찾고 있는 만큼, 실제 산업현장 도입도 머지않은 것으로 기대된다. 오준호 레인보우로보틱스 창업주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10월 강연에서 “이동형 양팔로봇이 수 많은 연구기관의 실험 결과에서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희한하고 불가능할 것 같던 작업들을 해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뉴로메카는 의료 현장에 사용될 세미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이다. 뉴로메카는 지난 9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전담하는 국제 공동 연구·개발 과제 주관기업으로 선정됐다.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조지아텍) 하세훈·김가희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추진한다. 5년간 1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 로봇도 바퀴 구동식에 양팔을 갖춘 형태로 개발될 전망이다. 뉴로메카 측은 병동 내에서 환자와 일상적인 대화부터 복약 지도, 나아가 수술실에서 의사를 보조하는 시나리오까지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의사가 메스를 요청하면 로봇이 수술 도구를 건네주는 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뉴로메카는 모터와 감속기를 포함하는 부품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완제품 전체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까지 수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빠른 시일 내 제품을 상용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외 업체도 관련 제품을 선보였다. 중국 서빙로봇 제조기업 푸두로보틱스는 세미 휴머노이드 '푸두 D7'을 내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푸두 D7은 인간과 유사한 상체와 로봇 팔, 전방향 관절을 결합해 이동성과 민첩성을 높였다. 서비스 중심 공간부터 산업 환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작업을 수행한다. 엘리베이터 작동과 물품 운반, 분류 작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12.08 08:55신영빈

"햄버거 패티 조리로봇으로 月운영비 100만원 줄여요"

직원이 패티를 올려 주기만 하면 이후 조리 과정은 로봇이 자동으로 처리합니다. 1인 직원 업무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매장 신입 직원의 월급과 비교하면 로봇 도입으로 매월 100만원 가까이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작은 햄버거집. 점심 시간이 다가오자 식사를 하러 온 인근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몇 안 되는 좌석은 어느새 가득 찼고 주방은 분주히 움직인다. 그런데 햄버거 패티를 굽는 이는 보이지 않는다. 올해 문을 연 바스버거 서소문시청역점은 로봇이 패티를 굽는 매장이다. 기자는 약 6개월 동안 로봇과 함께 매장을 운영한 차용훈 점주를 만나 실질적인 사용 후기를 들어봤다. "노동 강도 줄이고 품질은 일정하게" 이 곳은 매장 오픈 때부터 햄버거 패티를 자동으로 구워주는 조리로봇을 주방에 투입했다. 도입된 로봇은 에니아이가 만든 '알파 그릴'이다. 패티를 로봇 그릴 위에 올린 후 버튼만 누르면 압착하거나 뒤집는 등 모든 조리 과정을 로봇이 스스로 처리한다. 차 점주는 로봇 도입 효과로 먼저 직원 교육 방식이 간편해진 점을 꼽았다. 그는 "하루 정도 트레이닝으로 직원이 바로 로봇 운용을 익힐 수 있어 교육 시간이 짧아졌다"며 "누구나 일정한 품질로 패티를 조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패티를 빠르게 구울 수 있어서 점심 피크시간에도 주문이 밀리지 않게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점도 강점"이라며 "직원들도 일이 덜 힘들어 로봇으로 조리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알파 그릴은 사전에 입력된 온도와 두께에 맞춰 패티를 조리할 수 있어 레시피에 맞는 맛을 균일하게 구현한다. 비전 센서로 패티 모양과 굽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최대 8개 패티를 양면으로 동시에 조리하며, 시간당 최대 200개 패티를 굽는다. 패티가 전부 구워지는 시간은 약 100초가 걸렸다. 해동된 패티를 올려두면 로봇이 먼저 90초 동안 골고루 익히고, 작업자가 치즈를 올리면 이를 녹이는 데 10초 정도 시간이 더 필요했다. 조리를 마치면 그릴을 스스로 스크랩핑해 다음 조리할 환경도 준비한다. 차 점주는 인력 관리 문제가 간편해지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200도가 넘는 뜨거운 그릴 앞에서 패티를 굽는 일은 누가 해도 힘든 일"이라며 "자동화 없이는 직원들의 장기근속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외식업계 인력난…주방 자동화 수요 증가세" 아쉬운 점도 있었다. 패티와 치즈를 손수 올려야 하는 점은 자동화되지 못한 탓이다. 차 점주는 "지금도 조리원이 패티를 구우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지만, 자동화 범위가 더 넓어진다면 효율성이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리 후 자동 청소 강도도 더욱 세밀하게 조절될 필요가 있다"며 "사용 중 피드백에 따라 기능이 계속 개선되고 있어 추후 보다 정교한 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용성 개선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버튼 위치의 변화다. 에니아이는 실제 고객 피드백을 바탕으로 로봇 조작 버튼을 손이 닿기 가장 쉬운 눈높이 쪽으로 옮겨 설계했다. 차 점주는 개점 때부터 자동화를 염두에 두고 주방 구조를 꾸렸다. 그는 패티뿐만 아니라 튀김이나 소스 디스펜서, 토핑, 버거 조립 등 과정까지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자동화 설비가 다양해지고 있어서 향후 주방 1인 운영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며 "사장은 주방 조리나 인력 관리가 아닌 마케팅과 손님 응대 서비스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이를 통해 매출 확대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리로봇을 공급한 에니아이 측은 "최근 외식업계 인력난으로 인해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조리로봇 도입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체력 소모가 큰 주방 작업을 자동화하려는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2024.12.06 10:41신영빈

"긴박했던 계엄 현장, 실시간 중계"…디지털 피플파워 빛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3일 밤과 4일 새벽 디지털 세상에서는 참여 민주주의가 꽃을 피웠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계엄군의 국회의사당 진입 시도 장면을 SNS로 실시간 중계하면서 긴박했던 상황을 전해줬다. 모바일 기기로 무장한 이들의 활약 덕분에 디지털 세상에서는 군(軍)을 통한 사회 통제가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3일 오후 10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직후 일시적으로 트래픽이 몰리면서 네이버와 다음의 카페 등 일부 커뮤니티에서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카오톡 메신저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실시간 방송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비상계엄은 1979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45년 전 계엄령이 선포됐을 때는 언로를 완전하게 막을 수 있었다. 언론 보도를 제한하고 통신망을 부분적으로 차단하거나 감시하기만 해도 현장 소식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21세기는 그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특히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리터러시'를 자랑한다. 스마트폰을 든 많은 시민들은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면서 사태 확산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계엄령 발령 직후에 인터넷이 끊길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갑작스럽게 트래픽이 몰린 네이버와 다음 카페가 접속 차질을 빚으면서 이런 걱정이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기도 했다. 국민 SNS라고 불리는 카카오톡, 문자 등도 차단될 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적지 않았다. 그러자 4일 새벽엔 텔레그램 가입자가 급증했다. 계엄령 선포 후 카카오톡, 네이버카페 등 접속이 제한될 것을 우려해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으로 '디지털 피난'을 한 것이다. 이날 국회에 직접 간 기자들은 현장 상황을 전하는 속보를 계속 쏟아냈다. 동영상과 영상을 찍어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외국 언론사들 또한 한국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며 상황을 알리고 있었다. 이에 한국 기자들은 외국 언론사들의 기사를 실시간으로 다시 한국으로 보도했다. 모바일 기기로 무장한 시민들도 이번 사건을 전하는 데 기성 언론사 기자들 못지 않은 활약을 했다. 현장에서는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일부 시민들까지 실제 상황을 생생히 전달하는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했다. 한편 비상 계엄령 선포 후 6시간이 지나서야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해제안을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오전 4시 30분경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하고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3시간만이다.

2024.12.04 10:43최지연

"지속 가능한 해답은 '순환경제'…피할 수 없다면 정면 돌파해야"

세계 인구가 80억을 넘고 물질만능주의가 지배하는 시대에 지금까지의 선형경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할 수 없습니다. 인구를 억제하고 성장 중심 경제모델을 대폭 수정하여 축소 지향적 경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극히 어려운 일이죠. 차선책으로 순환경제로 가는 게 답이라고 봅니다. 유제철 전 환경부차관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기후 변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순환경제' 모델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폐기물 순환경제 기업 수퍼빈에 고문으로 합류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AI 재활용 선별, 혁신 그 자체" 2015년 설립된 수퍼빈은 '쓰레기의 새로운 가치를 증명하자'는 취지로 순환자원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다. 재활용품 회수로봇 '네프론'을 전국 각지에 배치해 플라스틱을 회수하고, 이를 저장·운송해 재생원료로 소재화하는 설비도 마련했다. 유 고문은 4년 전 수퍼빈과 처음 만났다. 그는 2020년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으로 공직을 마치고, 같은 해 3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에 취임했다. 기술원이 지원하는 환경산업연구단지(현 창업·벤처 녹색융합클러스터)를 방문할 당시 김정빈 수퍼빈 대표가 인공지능(AI) 활용·재활용 선별 장치에 대해 소개한 것이 인상 깊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유 고문은 “한 마디로 혁신 그 자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환경부 차관 때에도 총리 주재 기후테크 기업 간담회, 수퍼빈 화성공장 준공식 등 여러 차례 김 대표와 수퍼빈의 성장 과정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퍼빈의 폐기물 선별 방식이 과연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처음에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이후 회사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화성 공장을 방문하고 나서는 가능성에 확신을 갖게 됐다. 작년 7월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김 대표와 수시로 만나 자발적 탄소시장과 기후변화 등 미래에 관한 대화를 이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달 합류 제안을 받았고 망설임 없이 고문으로 동행하게 됐다. 그는 “기술원 지원을 받던 스타트업이 빠른 기간에 상장까지 가겠다니. 초기 단계에서부터 지켜본 저로서는 수퍼빈의 성장과 함께하는 것이 큰 기쁨이자 보람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방향 정하고 혁신기업이 이끌어야" 유 고문은 차관 시절 순환경제 사회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한 인물이다. 공직 시절 자원순환기본법을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으로 전부 개정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고품질 페트(PET)와 캔을 모아 최상의 재생원료로 만들어 고부가가치 물질재활용을 선보인 수퍼빈의 사업모델이야말로 환경부가 지향하는 순환경제의 대표적 모습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용기 중 30%를 재생 플라스틱으로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3월 29일부터 식품 용기에 사용하는 재생원료의 품질기준을 고시하고, 폐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비율 표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유 고문은 “재생 플라스틱 사용 비율을 의무화한 법령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곧 의무화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방향을 정하면 수퍼빈 같은 기업이 해결 방안을 찾는 환경 제도와 생태계가 원활히 작동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환경규제, 피할 수 없다면 정면 돌파해야" 유 고문은 “기후 공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글로벌 환경규제의 핵심은 기업 활동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과 온실가스, 자연자본에 미치는 영향 등을 파악해 공시하는 것이다. 자신이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밝히라는 셈이다.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규제하는 것 등은 그 수단에 해당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글로벌 환경규제가 쇠퇴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폭주하고 있지만, 현재 기후 위기와 이로 인한 기업의 리스크 우려 때문에 규제는 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며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에서 보듯이, 환경 보호 이유 외에 경제적 이유 때문에 환경규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유 고문은 “우리 기업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결국은 기업인이 환경을 살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환경을 살피는 길”이라며 “다만 EU와 미국 등 외국의 앞선 규제에 피동적으로 대응하기에 급급한 모습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피할 수 없다면 정면 돌파해야 한다”며 “자원 배분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기후위기 대응에 둔다면 우리는 그 어느 국가보다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획기적인 기후·환경테크 기업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이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 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큰 소리 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후테크 생태계 키워야…투자 확대·지원 필요" 현재 세계는 대기 중에 과다하게 들어있는 온실가스를 제거하고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과 이미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변화된 기후에 적응하는 것이 화두가 됐다. 이를 위해 산업 활동과 일상 생활에서 얼마나 온실가스가 발생하는지 측정하고, 언제까지 얼마큼 줄일 수 있을지 정하는 일이 무척 중요해졌다. 유 고문은 “우리 삶의 방식이 산업혁명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기후테크를 적극 활용해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탄소 배출량 측정, 감축 방법론 개발, 감축 프로젝트 시행 및 성과 측정, 감축에 대한 보상 등 일련의 과정에 기후테크가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기후테크는 온실가스 감축 유인이 크지 않은 중소기업과 개인의 감축 행동을 쉽게 하고 계량해 보상이 되도록 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AI 등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수 많은 기후테크 기업이 있다. 국가와 기업이 원하면 언제든 해답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본다”며 “기후 기술에 대한 수요 창출과 투자 확대, 정부와 수요기업의 지원,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배출권 획득과 시장에서의 거래 등 기후 생태계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엔 “물질주의와 성장 지향의 가치관이 과연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지, 모든 경제주체가 지속가능한 성장 방식을 추구하는 사회로의 변화는 과연 가능할지 자문할 것”이라며 “그런 사회가 오기를 그려보겠다”고 역설했다.

2024.11.29 09:01신영빈

"프랜차이즈 적은 중식당…웍질 로봇으로 보편화할 것"

중식 프랜차이즈 수는 왜 피자나 햄버거보다 적을까요. 국내 소비자들에게 중식은 무척 익숙한 요리 중 하나지만, 일정한 맛과 품질 유지가 쉽지 않아 매장 확장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똑똑한 로봇으로 이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할 겁니다. 김민규 만다린로보틱스 대표는 웍질하는 로봇을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웍(철냄비) 요리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프랜차이즈 사업 확장의 취약점을 극복해 글로벌 사업 모델로 키울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 대표는 “프랜차이즈 업계는 피자와 햄버거, 샌드위치 등 비교적 균일한 맛을 내기 용이한 음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반면 중식의 경우 개인 식당이 많은 반면 프랜차이즈 매장 확장이 크게 늘어난 사례가 적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식 프랜차이즈가 늘어나기 어려운 배경으로 크게 ▲요리사 부족과 인력 관리 ▲균일한 맛을 유지하기 힘든 메뉴의 특성을 꼽았다. 전반적으로 이를 위해 관리 비용이 증가해, 본사와 점포 간 상생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식 특화 조리로봇…전문 요리사 손놀림 학습" 만다린로보틱스는 중식에 특화된 조리로봇 솔루션을 제공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소스를 정량 계량해 토출하는 '로보틱소스메이커'와 재료를 투입하면 이를 골고루 섞으며 요리해주는 '로보틱웍'을 개발했다.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메뉴 정보를 담은 QR코드가 생성된다. 이를 각 로봇에 입력해 조미료를 토출하고 학습된 조리법에 따라 웍 모션을 구현하는 시스템이다. 이 가운데 핵심이 되는 기술은 로보틱웍이다. 물과 기름, 움직임, 화력을 자유롭게 조절해 실제 요리사의 웍질을 구사하고, 정해진 레시피에 맞춘 조리 모션을 그대로 따라해 일정한 품질의 음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 다룰 수 있는 메뉴도 다양하다. 중국식 덮밥과 고추잡채는 물론, 파스타와 리조또, 떡볶이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든다. 지금까지 약 3천800가지 조리 모션을 분석해 100여개 이상의 메뉴를 학습했다. 웍질은 유명 요리사들의 손놀림 영상을 분석해 학습시켰다. 로봇에 맞게 레시피를 한번 가르쳐두면 언제든 이를 출력할 수 있다. "균일한 맛 무기로 프랜차이즈 업계 노크" 향후에는 다양한 조리법을 관리해 이 자체를 지식재산권(IP) 사업화로 확대한다는 방침도 염두에 뒀다. 국내 중식당 셰프들과 이를 위한 협력도 추진 중이다. 김민규 대표는 “전문 요리사가 주방에 없더라도 웍질과 레시피에 대한 이용료를 지불하고 음식을 만들도록 할 수 있다”며 “우리 로봇이 주방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봇을 기반으로 레시피 IP를 확보해 자체 프랜차이즈 매장을 열 계획도 갖고 있다”며 “약 500개 매장을 열고 연간 4천200억원 매출을 내는 게 일차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정해진 레시피를 구현하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에는 자신이 있다고 자신했다. 특히 최근에는 중식 요리계 대가인 여경래 셰프와 요리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해당 대결 결과는 EBS 다큐멘터리 방송을 앞두고 있다. 적은 조리 인원으로 대량 주문 처리가 용이한 것도 장점이다. 1시간 당 최대 300인분 조리가가능하다. 지난 4월 서울시립대 학생식당에 로봇을 공급하고 이를 기념해 재학생 900여 명에게 무료 저녁 식사를 제공하며 대량 급식 처리 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비전문가도 쉽게 조리라 가능해서 요리사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종업원 근골격계·폐질환 발생도 예방할 수 있다”며 “숙련도와 무관하게 요리 맛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프랜차이즈 매장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2024.11.27 16:14신영빈

[기자수첩] 무서운 中 로봇굴기…獨과 엇갈린 운명, 왜?

중국 로봇산업 성장 속도가 심상치 않다. 수년 전까지만해도 중국의 로봇 도입량 지표가 10위권 밖에 머물다가 최근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3위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로봇연맹(IFR) '세계 로보틱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로봇 밀도는 470대로 전년(402대) 대비 약 17% 늘었다. 중국은 2019년 처음 상위 10위권에 진입한 뒤, 4년 만에 로봇 밀도를 두 배로 성장시켰다. 로봇밀도는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대수를 의미한다. 세계 자동화 도입 정도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로 알려졌다. 한국이 1천12대로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전통적 산업 강국으로 꼽히는 독일과 일본이 중국에 추월당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독일은 로봇밀도가 2018년 이후 연평균 5%씩 늘어 지난해 429대를, 일본은 매년 7%씩 성장해 419대를 기록했다. 두 나라는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선두 역할을 해왔다. 독일은 1898년 설립된 쿠카(KUKA)를 중심으로 20세기 산업 자동화의 마중물을 마련했다. 일본은 화낙과 가와사키, 야스카와, 나치 등 굵직한 로봇 제조사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2016년 독일의 쿠카 매각이 스노우볼을 키운 것으로 분석한다.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는 독일 쿠카 대주주인 보이트그룹을 상대로 당시 지분 가치보다 두 배 높은 6조원 규모의 인수 금액을 제안해 쿠카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독일 내에서는 자국 최대 로봇업체가 중국 기업에 매각되는 것을 반대하기도 했으나, 메이디가 7년 반 동안 공장과 일자리를 보장하기로 약속하면서 결국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카는 매각 이후 중국 시장 내 입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를 토대로 로봇 기술과 산업 자동화 솔루션 고도화에 나섰다. 로봇 수요 증가에 정부 지원 정책이 맞물려 기술을 빠르게 내재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단순 대수로만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산업용 로봇을 운용하고 있다. 첨단 로봇 경쟁력도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부품 수급이 원활하고 저렴한 가격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주요한 강점으로 평가된다. 중국 유니트리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G1'을 2천만원이란 저렴한 가격대에 선보여 업계를 놀라게 한 것처럼, 언제라도 값싸고 품질 높은 로봇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해도 놀랍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로봇업계도 하루빨리 '맷집'을 길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저가형 로봇이 국내로 대거 유입되더라도 수용력을 키우고, 양질의 솔루션을 역(逆)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쿠카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고 국내 로봇산업 육성책도 조속하게 이행해야 한다. 로봇 분야를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추가 지정하고, 첨단로봇 100만대 보급과 핵심부품 국산화율 80% 달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부단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4.11.25 17:08신영빈

"자동화는 시대적 흐름…지능형 로봇 세계로 보급할 것"

로봇화는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에요. 나중엔 가정에서 로봇이 식기 세척기에 접시 넣어주고 빨래도 해주겠죠. 그런 세상에서 생산은 이미 로봇이 다 하고 있는 거예요. 이런 기술을 먼저 잡고 성장할 수 있는 회사가 되려고 해요. 이성호 씨메스 대표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에 대한 확신을 이 같이 밝혔다. 특히 물류 영역 공급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내년 사업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전했다. "카메라 비전 기술, 지능형 로봇 개발로" 이 대표는 비전 분야에서 일하다가 창업을 결심했다. 카메라로 어떤 물체를 찍고, 사진을 분석해서 위치를 판단하거나 측정하는 등 기술에 정통한 인물이다. 그는 비전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지만, 특히 로봇 자동화가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로봇은 사람이 작업 경로와 위치를 입력해주는 과정을 일일이 거쳐야 했고, 또 항상 같은 위치에서 동일한 작업만 수행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동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로봇에 인지 능력을 결합해 주변 형태와 환경 변화에도 자동으로 새로운 경로와 모션을 만드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먼저 3차원 공간을 인식할 수 있도록 3D 비전 카메라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해왔다. 비전을 활용해 로봇에 눈을 달아주고, 단순 반복 공정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사람처럼 유연하게 보고 일하는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다. 로봇이 사람처럼 일하기 위해서는 눈만으로는 부족했다.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지능이 필요했다. 이에 인공지능(AI)과 자체 알고리즘 구축에 나섰고, 작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로봇 가이던스 기술까지 적용했다. 눈과 뇌를 가진 지능형 로봇을 만들게 된 과정이다. "물류 자동화가 더뎠던 이유는…" 이 대표는 창업 이전부터 물류 분야의 자동화 가능성을 예감했다. 그는 창업 이전인 2013년 물류 산업 분야에서 첫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미국의 한 의류 회사에 로봇 한 대를 설치해본 것이다. 실상을 보니 자동화가 더뎠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상품 종류가 너무 다양했다. 지능형 로봇 보급이 보편적이지 않았기에 자연히 로봇 도입이 쉽지 않았고, 성장세도 크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창업 초기에 미국의 한 물류 전시에 방문해서 이런 흐름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 대표는 현장에 있던 나이 많은 한 사업가에게 “물류 로봇이나 자동화 장비를 쓸 만한 곳이 있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회의적이었다. “미안한데 젊은이. 내가 30~40년 동안 물류 자동화를 전문적으로 해왔는데 로봇은 너무 값이 비싸서 여기서는 사용하지 않아” 이 대표는 “이 말을 듣고 당장은 로봇 자동화가 실현되기는 어렵겠다고 다시 한 번 확신했다”며 “그럼에도 언젠가 올 미래라 생각하고 시장이 왔을 때 퍼스트 무버로 선점하기 위해 지금껏 준비해왔고, 그 결과가 지금의 씨메스”라고 말했다. 그는 “쿠팡이 취급하는 물품이 작년 기준으로 600만 가지가 넘는다. 사람의 인지력이 없으면 자동화를 할 수가 없는 환경”이라며 “3D 비전과 AI, 로봇 가이던스 기술을 결합해서 사람처럼 일하는 로봇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서 키운 기술…전자·물류로 확장" 씨메스가 창업 직후 먼저 집중했던 분야는 로봇 사용률이 가장 높은 자동차 산업이었다. 이 대표는 “전자나 의료, 물류 정도가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며 “전자 분야가 그나마 로봇 사용을 조금 하고 있었고, 나머지 분야는 거의 전무했던 시장”이라고 회상했다. 자동차 제조 현장에서 로봇 자동화를 유연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고도화해왔다. 실제 양산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프로젝트를 하나씩 성공하면서 기술력과 솔루션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대기업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이런 토대를 바탕으로 지금 다가온 로봇 자동화 시장에서 모빌리티 산업뿐만 아닌 전자, 물류, 풋웨어, 이차전지 검사 등 다양한 분야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쿠팡과 현대·기아차, 나이키, 에이피알,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외 기업들의 양산 현장에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했다. "지능형 로봇 반드시 성장할 시장" 이 대표는 “지능형 로봇의 성공을 한 순간도 의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다. (자동화를) 하지 않으면 이제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을 못 누리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사람은 지금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사람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로봇으로 채우는 게 저희가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씨메스의 기술적 완성도는 충분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공급처 확장을 위해 제품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제품화에는 배치부터 생산, 관리하는 기술이 모두 필요한데 이런 것들을 확장하기 위해 상장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내년은 물류 쪽이 굉장히 좋아질 것”이라며 “나이키와 준비하는 건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능형 로봇을 완성하면서 글로벌 선두 주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2024.11.24 08:29신영빈

[현장] 경작부터 운반까지 '척척'…AI·자율 로봇이 농사 짓는다

[김제(전북)=신영빈 기자] 농작업 트랙터가 작업자 없이 혼자 밭을 갈고 벼를 심는다. 과수원에서는 로봇이 사람을 쫓아다니며 수확 작업을 돕는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농업 현장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미래농업 리딩 기업 대동은 지난 13일 전북 김제시 일대에서 '국내 농업의 AI 대전환'을 목표로 개발 중인 인공지능(AI) 기반 미래농업 기술을 공개하는 '2024 대동 미래농업 데이'를 진행했다. 대동은 트랙터와 콤바인, 이앙기 등은 자율 농작업이 가능하도록 로봇화 하고, 기계화율이 60%대인 밭·과수 농업에 필요한 다목적 농업 로봇을 만들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온디바이스 AI 트랙터 ▲자율주행 운반로봇 ▲중장기 AI 농업 개발 방향을 발표했다. 농기계에 눈 달자 스스로 작업 '척척' 먼저 자율 농작업을 수행하는 온디바이스 AI 트랙터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농기계의 로봇화' 일환으로 2026년 출시 예정인 무인 농작업 트랙터다. 이 모델은 국가기술표준원이 2022년 공표한 농업기계 농작업 자동화 기준으로 자율주행 4.5단계에 해당한다. 농기계에 부착된 6개의 카메라 비전 센서와 AI영상 기술을 적용해 농로·농지 경계선, 장애물 등 외부환경을 스스로 인식한다. 작업기 준비 시간을 절약하고 농작업 계획을 자율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동은 온디바이스 AI 트랙터 개발을 위해 자율작업 데이터 수집용 트랙터를 전국 각지에 배치하고 2년간 약 2천500시간 이상 농경지 주행을 통해, 국내 농기계 기업 중 가장 많은 300만장 이상의 농업 환경 이미지를 수집했다. 이를 통해 작업 시간을 20% 이상 단축하고 5~10%의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회사 측은 분석했다. 박화범 대동 AI기술개발팀장은 “존디어가 입증한 비전 센서 방식으로 경작지, 장애물, 작업기 등을 인식해 자율 농작업을 실현하고자 한다”며 “온디바이스 AI플랫폼은 농기계의 로봇화를 앞당기고 글로벌 농업 로봇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과 함께 운영하는 과수원 김제시 벽산면의 사과 과수원에서는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자율주행 운반로봇 시연과 농업 머신러닝 데이터를 수집하는 환경 인식 로봇을 공개했다. 대동 자율주행 운반로봇은 일반적으로 작업자가 과일을 수확하면서 이를 운반할 농기계를 계속 조작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조작 최소화에 초점을 맞춰 자율주행 운반로봇과 유선(와이어) 추종운반 로봇 모델로 개발했다. 대동은 지난 9월부터 과수 농가를 대상으로 운반로봇 체험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시연은 사과와 배 수확에 운반로봇을 도입한 이은주 씨 농가에서 진행됐다. 이 씨는 3천500평 규모 농장에서 대동 운반로봇으로 사과를 수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전까지 사용하던 내연기관 SS기와 차이점을 설명했다. 자율주행 운반로봇은 작업자와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자율 추종하면서 장애물 감지 시 정지했다. 적재함에 과일 박스 11개, 최대 300kg까지 실을 수 있다. 수확 작업이 끝나면 맵핑된 과수원에서 지정 위치로 자율 이동했다. 리프트와 덤프 기능을 활용해 손쉽게 과일박스를 옮기고, 다시금 수확 위치로 자율 이동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수동 조작하는 기존 내연기관 운반카트 대비 작업자 조작을 최소화해 작업 집중도 및 효율성을 증대하는 점을 전달했다. 또 작업자가 탑승하지 않아 전복사고 위험이 낮고, 전동이라 무매연·저소음으로 작업 피로가 낮은 점도 부각했다. 이 씨는 “운반로봇은 기존 내연 기관 운반기와 비교해 무매연, 저소음이라 작업 피로도가 낮다는 장점이 있었다”며 “반복 조작도 최소화라 작업에 집중할 수 있어 효율성이 전보다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농업로봇 개발 담당인 탁양호 대동로보틱스 로봇설계개발팀장은 “운반로봇은 1회 충전만으로 농경지와 같은 오프로드에서도 하루 작업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적재를 보다 손쉽게 할 수 있고, 과수 농가에서 보유한 여러 종류의 박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변형 적재함을 추가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탁 팀장은 “자율주행 운반로봇을 시작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자율주행 및 자율작업이 가능한 로봇을 선보여 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운반로봇 시연과 함께 운반·방제·수확·제초·살포 등 다양한 작업기 모듈을 부착해 자율 농작업 하는 다목적 농업 로봇 개발을 위한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 로봇도 공개했다. 비전 기반 자율주행 하는 이 로봇으로 ▲특정 작업자 판단 및 추종 ▲다중 로봇 관제 기반의 군집 운행 기술을 선보였다. 대동은 이 로봇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농업 환경 데이터를 수집해 농기계와 로봇의 자율 농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온디바이스 AI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다목적 농업 로봇에 탑재할 계획이다.

2024.11.17 12:00신영빈

[현장] 생필품이 하늘에서 '뚝'…인천 덕적도에 찾아온 물류혁명

[덕적도(인천)=신영빈 기자] 하늘에서 신선한 고기가 내려온다. 생필품도 주문한지 십여 분 만에 금세 날아온다. 최근 인천 옹진군 섬 지역에서 시작된 드론배송 서비스 이야기다.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2시간 배를 타면 아름다운 섬 덕적도에 발을 디딜 수 있다. 서울 여의도의 5배가 넘는 면적의 이 섬에는 주민 2천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주변에는 소야도와 문갑도, 선갑도 등 군도를 이루고 있어 인근을 지나는 배편도 다양하다. 덕적도 시내에는 마트와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편이지만, 구불구불 도로를 따라 조금만 섬 내부로 들어가면 드넓은 해안선과 메숲진 수목만이 펼쳐질 뿐 인적을 찾기 어렵다. 섬 주민들이 그간 물류 편의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던 이유다. 앱으로 음식 주문하면 하늘에서 '뚝' 인천시는 지난 9월 옹진군 섬지역에서 드론 생활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는 앞서 파블로항공과 함께 컨소시움을 구축해 국토교통부 주관 '2024년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에 선정됐고 최근까지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다. 드론을 활용해 도서지역 배송 체계를 구축하고 상용화에 나서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 전용 앱 '올리버리'에서 도착지를 설정하고 배송 품목을 선택해 물건 값을 결제하면 금세 배달이 시작된다. 배송비는 주민 편익을 위해 무료로 이뤄지고 있었다. 품목은 옹진농협 하나로마트에 구비된 3㎏ 이내 250여 가지 생활물품을 이용할 수 있다. 배송은 세 군데 거점에서 시작한다. ▲소야도 선착장(소야리 인근) ▲대이작 바다쉼터(이작리) ▲자월도 캠핑장 인근(자월리)에서 배송 물품을 준비한 뒤 이곳에서 드론을 띄운다. 출발한 드론은 미리 설정된 경로를 따라 스스로 비행한다. 관제센터 직원이 이를 추적하며 상황을 살핀다. 주문자가 물건을 수취하는 배달점은 소야도 1개소, 덕적도 6개소, 문갑도 1개소, 굴업도 1개소, 영흥도 1개소로 총 10개소다. 드론이 배달점 상공에 도착하면 미리 설치해둔 전용 그물망 위에서 배달 물품을 낙하시킨다. 주문자에게는 메시지로 제품 도착 사실을 알려준다. 서비스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주 나흘간 운영한다. 당초 지난 1일 시범사업이 끝날 예정이었지만, 기상 악화로 드론이 뜨지 못한 날도 있어서 이달 말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인기 품목은 '생고기' 드론은 지난 1일까지 총 86건의 주문을 배달했다. 이 가운데 '고기류'가 55건의 주문이 몰리며 가장 인기를 끌었다. 음료류(28건), 과자·스낵류(21건), 우유·유제품(20건), 식품류(14건) 등이 뒤를 이었다. 주류와 담배는 서비스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드론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덕적도 드론배송센터에서 대이작도까지 약 18분 만에 물품을 전달받을 수 있다. 이착륙에 소요되는 시간보다 실제 비행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편이다. 상업시설이 부족한 대이작도에서는 그동안 생활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배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인천항까지 나가야 했다. 또한 비교적 상권이 형성된 덕적도에 접근할 수 있는 교통수단도 없어 주민들의 불편이 컸다. 대이작도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장을 보러 나가려면 하루를 모두 써야 했는데, 드론배송 덕분에 냉동 고기가 아닌 신선한 생고기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섬 지역 드론배송 시대 성큼…남은 과제도 많아 이번 실증에 투입된 기체는 파블로항공 'PA-H3'다. 최대 5kg의 물건을 싣고 25분간 비행할 수 있다. 기체 무게는 배터리를 포함해 약 23kg. 약 70m 상공에서 비행하며, 평균 속도는 시속 36km다. 10km 구간 내 왕복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파블로항공은 지난 2022년 국내 최초로 드론배송센터를 개소하고 서비스 고도화에 주력해왔다. 대구 수성구 도서대차 서비스를 시작으로 K-드론시스템 실증사업, 드론규제샌드박스 사업 등 5차례 실증을 이어오고 있다. 아직 어려운 점도 많다. 드론 비행이 안전과도 직결된 만큼 이착륙 시 드론을 다룰 줄 아는 관찰자 직원이 현장에 상주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필요 인력과 배송 원가 부담을 높이는 요소가 되고 있었다. 그물망에 떨어진 물품을 손쉽게 집어내는 방법도 다소 고민이 필요해보였다. 그럼에도 드론배송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파블로항공 측은 확보한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물류 소외지역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점차 드론배송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2024.11.15 10:15신영빈

[현장] "사람 구하고 불끄고, 미아도 찾아준다"…부천 치안 지킴이 정체는

#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일대. 듬직한 로봇 두 대가 순찰을 돈다. 주변을 지나는 행인들과 함께 보행로를 오가며 긴급 상황은 없는지 꼼꼼히 살핀다. 경찰청이 최근 순찰로봇 스타트업 도구공간과 함께 시범 운영을 시작한 현장 이야기다. 폐쇄회로(CC) TV가 인류의 안전을 지킨 지 80년이 흘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로켓 발사 장면을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관찰하기 위해 CCTV를 처음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산업과 공공장소 보안 감시 분야로 점차 보급됐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결합돼 지능형 감시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만 CCTV는 어쩔 수 없는 사각지대가 늘 존재했다. 정해진 지점을 벗어나거나 외부 요인에 의해 화면이 가려지면 피사체를 놓치는 일이 일쑤였다. 최근 산업 현장이나 공공 영역에서 순찰 로봇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다. 경찰도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해 로봇을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에서 실시하는 '서비스로봇 실증사업' 사회안전 분야에 주관기관으로 참여해 순찰 업무에 로봇을 투입해보기로 했다. 기존 2인 1조 순찰 업무를 경찰 1명과 로봇 1대로 대체하는 것이 목적이다. 참여기관인 도구공간은 2017년 설립된 자율주행로봇 전문 스타트업이다. 2019년부터 순찰로봇 분야에 매진해 실내용 '이로이'와 야외용 '패트로버'를 개발했고, 전국 50여 곳에서 순찰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이번 실증 사업에는 야외용인 패트로버 2대가 중동·계남지구대 순찰 업무에 투입됐다. 패트로버는 실외 보안에 특화된 자율주행 순찰 로봇이다. 계절과 무관하게 공원이나 시가지, 발전소와 같은 산업현장을 오가며 안전과 보안을 살핀다. 악천후 등 혹독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외장과 부품들로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과 방수방진 IP55 등급을 갖췄다. 이 로봇은 3D 라이다 센서로 반경 50m 거리를 3차원으로 스캔해 공간을 파악한다. 전후좌우 4개의 카메라와 화재 감지 센서,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했다. 고출력 스피커와 전후좌우 고감도 마이크도 탑재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나 뒤에서 다가오는 침입자도 인식한다. 이 밖에도 앞뒤 2D 라이다 센서, 14개의 초음파 센서 등으로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순찰에 특화된 보안 인공지능(AI) 기능도 돋보였다. 화재나 가스를 감지하고 미리 경고해주거나 직접 소화기를 분사해 초기 대응할 수도 있고, 쓰러진 사람이나 비명을 인지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길을 잃어버린 아이나 노인을 찾아 경찰에 알리거나, 인구 밀집을 인식해 경고를 보내는 기능도 수행 가능하다. 로봇 자체적인 환경 인지 기능으로 대응 시간에 공백을 줄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도구공간은 ▲경찰관 추종 주행 모듈 ▲순찰 AI 이벤트 현장 알림 시스템 ▲영상 데이터 저장 및 백업 시스템을 추가로 개발해 적용하는 등 경찰 순찰에 최적화된 맞춤형 로봇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경찰청 담당자는 “경찰관이 직접 로봇을 사용하면서 효용성을 검토하고 향후 다양한 로봇 도입을 위한 데이터 축적 및 신기술, 필요 기능 등 보완사항을 파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첨단화된 다양한 기술을 순찰 임무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구공간 측은 “높은 인건비와 노동력 감소로 전통적인 인력 기반 물리보안 시장에 한계가 있다. 로봇이 순찰 인력의 불안정 공급 문제를 해결하고 신속한 대응과 정확한 이력 관리를 가능하게 도울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공 분야에서 로봇 기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2024.11.14 08:36신영빈

"車 전동화 영향이요? 공작기계도 따라가야죠"

모빌리티 산업이 점차 전동화되면 공작기계도 그에 맞게 대비해야죠. 전기차가 주류가 되더라도 배터리 관련 부품을 가공해야 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거예요. 공작기계는 수요층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됩니다. 국내 1위·글로벌 3위 공작기계 업체 DN솔루션즈의 양지은 책임매니저(연구기획팀장)는 최근 경남 창원 공장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산업 지형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만큼 그에 따라 적합한 솔루션을 한발 앞서 제안할 수 있도록 꾸준한 연구·개발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기계를 만드는 기계 '마더 머신' 공작기계는 기계를 만드는 기계라는 의미로 '마더 머신'으로도 부른다. 넓은 의미에서는 소재를 가공해 필요한 모양을 만드는 모든 기계를 통칭한다. 가공 방법에 따라 직접 금속을 깎아내는 절삭기계와 금속을 변형해 가공하는 변형기계로 분류된다. 절삭기계는 장비 형태에 따라 터닝센터와 머시닝센터, 드릴링머신 등으로 나뉜다. 공작기계는 일상생활 용품부터 최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핵심이 되는 산업으로 꼽힌다. 기술적 파급 효과와 산업 구조의 고도화,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영향을 미친다. 기계를 만드는 기계이므로 그 공작기계의 정밀도가 이후에 만들어지는 기계의 성능을 좌우한다. 전 산업에 걸쳐 보다 정밀하고 정교한 제품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공작기계 기술의 중요성도 더욱 주목받는다. 세계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는 일찍부터 공작기계 산업 육성에 힘써왔다. 국가의 산업 경쟁력은 그 국가의 공작기계 산업의 경쟁력과 발을 맞추며 발전했다. 세계 공작기계 시장은 기술경쟁력을 우위로 일본과 독일, 스위스 등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다. 450여 제품 라인업으로 다양한 산업·지역에 폭넓은 솔루션 제공 DN솔루션즈는 1976년 창사 이래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공작기계 시장을 선도해왔다. 설립 4년 만에 CNC 선반 고유 모델을 개발했고,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했다. 1994년 미국 및 독일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핵심 시장에 대한 법인 설립을 통해 현지 고객 대응력을 확대했다. 2000년대부터는 기술력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배규호 DN솔루션즈 수석부사장(COO)은 회사의 강점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먼저 경쟁사보다 약 2~3배 이상 다양한 총 450여 가지 제품 라인업이다. 폭넓은 제품 라인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군에 대응력을 높였다. 마지막으로 내수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중국 등으로 매출 포트폴리오가 고루 분포된 점도 언급됐다. 배 수석부사장은 “자동차부터 항공, 의료 등 여러 산업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고, 세계 66개국에서 141개 판매망을 구축해 경쟁력을 높였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영국과 이탈리아, 튀르키예 시장에서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DN솔루션즈 측에 따르면 공작기계 수요의 약 30% 이상은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한다. 최근에는 항공, 의료 산업에서 공작기계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DN솔루션즈는 가장 큰 수요 산업인 자동차 시장에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IT, 우주항공, 의료, 에너지 등 다양한 수요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수만 가지 자동차 부품 생산 '척척' 내연기관 자동차 한 대의 총 부품 수는 약 3만개에 달한다. 최적화된 공정에서 얼마나 빠르고 정밀하게 장비조작 시간을 최소화해 생산하느냐가 쟁점이다. DN솔루션즈 터닝센터는 20인치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사이즈의 자동차용 알루미늄 휠을 만드는 기계를 비롯해, 엔진에서 발생한 동력을 전달하는 풀리 부품을 짧은 시간에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제공하고 있다. 매우 정밀하게 가공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대량 생산돼야 하는 부품을 위해 스위스턴을, 일반 머시닝센터에서 가공하기 어려운 대형 소재 가공을 위해 보링머신을 공급한다. 소재 투입부터 가공이 완료된 소재가 자동으로 반출되는 무인자동화 시스템으로 대량 생산 부품을 최고의 생산성으로 가공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의료 가공물 시장서도 수요 늘어 치아 임플란트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람의 치아는 턱의 구조나 습관 등의 마모로 인해 모두 다른 형상을 가지고 있다. 같은 위치의 치아더라도 사람마다 형상이 다르다. 이와 같은 다양한 임플란트 부품 가공을 위해서는 스위스턴이 필요하다. DN솔루션즈 스위스턴은 다양한 형상의 부품을 가공할 수 있는 다축 동시 가공 장비다. 다양한 옵션 툴을 사용해 복잡한 형상을 위한 복합 동시 가공을 구현하며 사이클 타임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뼈가 손상을 입을 경우 인공 보정물을 인체에 삽입해야 한다. 보편적으로 기계 가공으로 부품을 제작하고 있는데 각 뼈에 맞는 형상으로 만들어야 하고, 인체 내부에 삽입돼 다른 조직에 손상을 입히지 말아야 하므로 모든 면이 매끄러운 곡면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부품 특성 때문에 인공뼈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5축 가공 및 복합 가공이 필수 요소다. 자유로운 곡면 가공에 대응이 가능한 터닝센터형 복합기를 이용해 인공뼈를 가공할 수 있다. 거대하고 정밀도 요하는 항공부품 가공 항공기는 빠른 속도로 비행해야 하는 특성상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동체 구조가 필요하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날렵한 유선형의 동체를 가져야 하므로 구조물을 구성하는 부품들이 모두 유려한 곡면을 가져야 한다. 하중을 많이 받는 부품은 한 개의 소재를 통째로 가공해 사용하기도 한다. 항공기 날개와 같은 대형 공작물을 가공하기 위해서는 장비의 크기 자체가 크고 공작물의 이송 가능거리가 매우 긴 장비가 필요하다. 또한 여러 개의 부품들이 정밀하게 조립되기 때문에 대형 부품임에도 매우 높은 치수·형상 정밀도가 요구된다. 항공기 엔진은 수많은 부품들이 정밀하게 조립되어 만들어지는 핵심 유닛이다. 엔진 회전부에는 많은 날개깃들이 부착되는데, 입력되는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면서 높은 효율로 압축시키기 위해 비틀림이 심한 자유곡면 형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자유 곡면 가공을 위해서는 다른 5축 가공기가 필요하다. DN솔루션즈는 수직형 5축 가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5개의 이송축을 동시에 제어하여 복잡한 자유곡면 형상의 가공에 대응하면서, 장비의 크기 자체가 크고 공작물의 이송 가능거리가 매우 길기 때문에 대형 공작물을 가공할 수 있다. 또한 단일 소재로 구성되며, 자유곡면 형상을 가지는 항공기의 엔진블레이드, 매니폴드와 같은 자유 곡면 형상의 대형 부품을 가공하는데 유리하다. 엔진의 부품들은 고온·고압에서 동작하기에 티타늄, 인코넬 등 가공이 어려운 난삭재로 되어 있다. 이 경우 기어박스 스핀들이 장착된 제품을 제안하고 있다. 복잡한 자유 형상가공을 위해 X·Y·Z축 이외에 B축의 로터리 테이블과 A축의 상하형 틸팅 헤드가 장착돼 있어 5축 동시 제어를 통한 복잡한 형상 가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에너지·발전 산업의 동반자 공작기계의 또 다른 주요 수요처는 오일·가스 산업이다. 직경이 큰 파이프와 파이프 간을 연결해주는 커플링, 땅을 파기 위해서 사용되는 채굴 공구, 땅속으로 파고들어 갈 때 사용되는 드릴 파이프 등을 중대형 터닝센터로 가공하고 있다. DN솔루션즈는 중대형 터닝센터에 오일·가스 분야의 다양한 부품 가공을 위해 특화된 옵션을 마련했다. 파이프 가공을 위한 트윈 처킹, 부품 가공에 특화된 긴 파이프의 내경 가공을 위한 롱보링바, 길이가 긴 소재의 처짐 방지를 위한 방진구 등이 대표적이다. 땅 속 깊은 곳에 있는 석유를 캐내기 위해서는 펌프가 필요한데, 보링머신은 석유 오일펌프에 들어가는 기어 박스를 가공한다. 풍력 발전기 부품에도 공작기계의 손길이 닿는다. 대형 원형 소재의 부품들이 적용되며 풍력발전기 규모에 따라 해당 부품의 크기가 엄청나게 큰 경우도 있다. 일반 터닝센터에서 가공하기 어려운 대형 원형소재 가공을 위한 대형 수직형 터닝센터도 구비해둔 배경이다. 세계 공작기계 시장은 지난해 생산 기준 853억 달러(약 117조원), 소비 기준으로 790억 달러(약 109조원)에 이른다. 김세일 DN솔루션즈 상무(미래성장전략실장)는 “제조 업계에 손이 귀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당사 핵심 시장의 인력 부족 상황은 국내와 비슷하거나 더 심각한 모습”이라며 “DN솔루션즈는 단순히 기기 한 대를 파는 게 아니라 종합 제조 솔루션 제공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4.11.05 10:17신영빈

"삼성·현대차가 택한 로봇 손, 600만번 작동 보증"

로봇에 손을 달면 사람처럼 많은 작업을 할 수 있겠죠. 다만 아직까지 산업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쓸 만큼 신뢰성 높은 제품이 많지 않았어요. 가격도 너무 비쌌고요. 김영진 테솔로 대표는 최근 '2024 로보월드'에서 만난 기자에게 관절형 로봇 손을 대중적으로 보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협동로봇이 산업 현장을 넘어 일상 서비스 영역까지 점차 보급되고 있지만, 로봇이 어떤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느냐는 결국 최종 부착물인 '엔드 이펙터'에 달려 있다. 물건을 잡아 옮기는 집게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카메라나 용접기를 부착해 쓸 수도 있다.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집게 형태는 아직까지 단순한 형태만 지원했다. 인형뽑기 기계에 달린 집게처럼 여닫는 움직임으로만 사물을 다뤄왔기 때문에, 비정형 부품을 잡거나 복잡한 행동을 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산업 현장에서 복잡한 그리퍼를 쓰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부족한 신뢰성 때문이었다. 로봇의 수 많은 관절 중 한두 개만 고장 나더라도 라인을 멈춰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에, 단순한 형태의 검증된 그리퍼만을 쓸 수밖에 없었다. 로봇 팔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기술이 발달할수록 손 기술 개발과 상용화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 "삼성·LG가 택한 로봇손…600만번 작동 보증" 테솔로는 다양한 로봇 그리퍼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스쿨에서 로보틱스 및 가상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가 2019년 설립했다. 현재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선행기술연구소 등 전자·자동차·물류 등 업체를 대상으로 로봇 그리퍼와 이를 활용한 솔루션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세 손가락을 가진 그리퍼 'DG-3F'다. 손가락 하나에 4개의 관절을 넣어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설계했다. 1kg짜리 그리퍼로 최대 10kg의 물체를 파지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그리퍼는 대개 연구기관에서 구입해서 쓰는 경우가 많아, 품질 보증에 대한 기준치가 그리 높지 않았다”며 “로봇 손 상용화를 위해서는 협동로봇처럼 산업 현장을 타겟으로 두고 신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제품은 자체적으로 300만 번 이상의 테스트를 완료했고, 최대 600만 번까지 사이클 타임을 보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며 “여기에 필요한 기어와 드라이버 설계부터 관절의 구성·배치, 라인의 패스나 이를 구성하는 방식까지 요소 기술을 검토하고 개선해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봇이 10초에 한 번씩, 1년 동안 쉬지 않고 움직이면 약 315만 회 동작한다. 이만큼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은 드물겠지만, 테솔로는 이런 경우에도 1년 동안 문제없이 작동하는 품질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계적으로 로봇 그리퍼를 만드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덴마크 온로봇과 같이 정형화된 형태의 그리퍼를 만드는 이들과, 영국 쉐도우로봇처럼 선행 제품으로 새로운 시도에 나서는 두 부류가 있다. 테솔로는 앞으로 더 커질 시장을 목표로 선행된 제품을 만들면서, 근본적으로 품질도 우수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로봇 구성요소 판매를 위한 별도 인증은 아직 없다. 테솔로는 DG-3F에 유럽 CE 인증과 미연방통신위원회(FCC) 인증을 받아뒀다. 전문 평가기관에 요청해 자유도와 페이로드에 관한 기초적인 인증도 마친 상태다. ■ "사용성·가격 개선 고민…시장 곧 열릴 것" 로봇 손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에도 몰두하고 있었다. 로봇 팔보다 많은 관절을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게 '잡아, 돌려, 끼워'와 같은 명령에 따라 동작을 구현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강한 하드웨어를 만드는 일만큼 활용성을 높여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손은 결국 조작하거나 피킹하기 위해 있는 제품인데, 이를 어떻게 쉽게 조작할 수 있게 만들지 고민하는 것도 손을 만드는 업체에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가격은 수백만 원대로 비싼 편이다. 대량 생산할 만큼 시장이 크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 그는 “아직은 작은 시장에 불과하고 재고를 쌓아둘 수도 없기 때문에 가격은 아직 비싸다”며 “다만 기존의 그리퍼만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의 한계가 반드시 존재하고, 점차 그 영역을 넘어서려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의 개발 방향도 이와 연관이 깊었다. 다섯 손가락 제품까지 제품 라인업을 확보했으니, 이제 제품 완성도를 높이고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형태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 "다섯 손가락 신제품 공개…내년 매출 2.5배 성장" 테솔로는 현재 진공 석션형 그리퍼부터 둘, 셋, 넷, 다섯 손가락의 인간형 로봇핸드까지 제품군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이번 로보월드 전시에서 다섯 손가락으로 움직이는 로봇핸드 'DG-5F'를 처음 공개했다. 이를 데이터 글러브, 트래커와 결합해 사람의 움직임을 동일하게 수행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DG-5F는 손길이 약 20cm로 성인 남성의 손과 유사한 모습이다. 최대 13kg 무게까지 파지할 수 있다. 손가락 하나는 4개의 관절로 구성됐다. 직접구동 방식으로 설계해 로봇 기구학 풀이가 용이하며 백래쉬 현상도 줄였다. 내년 초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업성과도 싹트기 시작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 대비 이미 약 3배 성장했다. 연구용 매출이 대부분이었다면 올해는 산업 현장으로의 판매 비중이 절반 가까이 늘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는 보수적으로도 올해보다 2.5배 매출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산업 현장에서 사람이 단조롭게 투입되고 있는 공정이 무척 많다. 이런 부분은 대개 자동화될 것으로 본다”며 “사람은 이런 로봇들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위치를 고정해주거나 움직임을 티칭해주는 등 명령하는 오퍼레이터로 직군이 점차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관절형 로봇 손이 연구 현장을 넘어 산업, 나아가서는 서비스 로봇 현장에서까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2024.11.04 16:56신영빈

"로봇산업 위기는 곧 기회…잘 하는 것에 집중할 때"

국내 로봇 산업의 위치가 나쁘게 보면 제조는 일본에, 서비스는 중국에 위협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해요.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더 잘하는 것에 집중해서 글로벌 영향력을 키워야 합니다. 손웅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은 국내 로봇 산업이 위기에 서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년간 중국에서 과생산된 저가형 로봇이 여러 판로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계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을 내세워 역으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손 원장은 약 40년 동안 로봇 산업에 몸담아온 석학이다. 1987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직 당시 국내 최초 사족보행 로봇 '카이저(KAISER)'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로봇기술본부장, 미래산업전략본부장, 융합기술연구소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쳐, 2020년에는 부원장을 지냈다. 이후 2021년부터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을 맡아 로봇 산업 발전에 이바지해왔다. "세계 로봇 시장서 경쟁력 키우려면…기술·시장·자금 갖고 싸워야" 손 원장은 “가격·품질·납기로 승부를 봐야 하는 제품 경쟁력에서는 이미 중국을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대신 산업 경쟁력으로 불리는 기술·시장·자금을 갖고 싸워야 한다. 기술이 있으면 시장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먼저 '시스템 이노베이터(SI)'의 역할을 강조했다. 기존까지 시스템 통합으로 부르던 업체를 그가 재해석한 용어다. 외산 로봇이 물밀듯 쏟아지는 환경에서 국내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이 하지 못하던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로봇에 더 큰 창의적인 가치를 얹어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품 내재화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다만 여기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우리가 반드시 개발해야 할 핵심 부품 ▲개발해도 가격 경쟁력이 안 돼서 효용성이 없는 것들 ▲개발할 필요가 없는 것들로 분류를 정해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동남아 지역에 기술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기술과 인적 교류를 늘려서 향후 국산 로봇과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예측이다. 진흥원이 올해 초 캄보디아 산업과학기술혁신부와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처럼, 미얀마나 라오스 등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첨단로봇 100만대 보급 가능해" 정부는 지난해 말, 오는 2030년까지 민관합동으로 3조원 이상을 투입해 로봇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첨단로봇 100만대를 보급하고 핵심부품 국산화율을 8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손 원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역량을 기르면 로봇 100만대 공급 목표를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아마존의 창고에서만 로봇 75만 대가 돌아다니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진흥원은 로봇 실증 확대와 규제 해소에도 힘써왔다. 손 원장은 “연구·개발(R&D)은 후속 사업을 적절히 이어주지 못하면 곧 '리스크(Risk) & 데인저(Danger)'가 된다”며 “연구실에서 만든 좋은 로봇이 실제 현장에 보급될 수 있도록 확산을 지원하는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R&D 기관을 통해서 새로운 연구가 계속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 개발된 시제품이 실제 후속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증 보급 사업을 확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시험 평가와 인증 제도도 마련해야 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하는 작업도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는 미래 상상 공학자...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손 원장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약 3년 동안 기관장을 맡으면서 노자 사상에서 표현하는 '상선약수(上善若水)'를 경영 철학으로 삼아왔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신념으로 진흥원을 운영했고 로봇 산업에 필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는 스스로를 '미래 상상공학자' 그리고 '컨버전스 닥터'라고 소개했다. 로봇을 가지고 어떻게 세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지, 또 같은 꿈을 꾸게 할 수 있도록 미래를 상상하는 공학자가 되자는 뜻을 담은 단어다. 또 과학기술에 인문학을 융합해 현재 일어나는 사회 현상에 대해 깨달음을 얻고 이를 함께 공유하겠다는 의지도 내포했다. 손 원장은 ”한 사람이 꾸는 꿈은 보통 허망한 꿈에 지나지 않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은 강력한 현실이 된다“며 ”로봇이 그런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손웅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 프로필- 1963년, 출생- 1981~1988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계설계학 학사- 1987~1990년,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연구원- 1991~1993년, 한양대학교 대학원 기계설계학 석사- 2007~2011년, 한양대학교 대학원 메카트로닉스공학 박사- 2007~2019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기술본부장, 융복합연구부문장, 국가산업융합센터소장, 미래산업전략본부장, 융합기술연구소장- 2019년~현재,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사외이사- 2020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부원장- 2021년~현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 2023년~현재, 한국시스템엔지니어링학회 고문- 2023년~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산업디지털전환위원회 위원

2024.11.04 15:30신영빈

[르포] "모든 기계가 시작되는 곳"…DN솔루션즈 창원공장 가보니

[창원=신영빈 기자] 우리 일상의 많은 요소는 공작기계로 만들어진다. 자동차와 항공기의 수많은 부품부터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뼈대를 깎아내는 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상을 찍어낼 수 있는 기계틀을 만드는 역할도 한다. 핵심 산업에서 정밀 부품 제조 역량과 직결되기에 그 자체가 산업 경쟁력으로 여겨진다. 공작기계는 '마더머신'으로도 부른다. 기계를 만드는 기계라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소재를 가공해 필요한 모양을 만드는 모든 기계를 통칭한다. 18세기 산업혁명 이래로 더 빠르고 정밀한 기계를 확보하는 일이 제조업의 성장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20세기 컴퓨터 수치제어(CNC) 기술로 가공 정밀도와 생산 효율성이 높아졌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3D 프린팅 기술 등이 결합되면서 공작기계의 역할이 더욱 주목받는다. 제조강국인 한국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공작기계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공작기계 세계 시장에서 매출 기준 3위로 알려진 DN솔루션즈가 바로 그곳이다. DN솔루션즈는 1976년 대우중공업 사업부로 출범한 뒤로, 2005년 두산그룹에 인수되며 두산인프라코어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2016년 MBK파트너스가 이를 인수해 두산공작기계로 사명을 바꾸며 독립법인으로 전환했고, 2022년 DN그룹에 다시 인수돼 지금의 모습이 됐다. DN솔루션즈 창원공장은 대우중공업 사업부 출범과 함께 준공돼 지금까지 공작기계를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400여 종의 제품군을 생산하고 있으며, 누적 판매량은 약 28만 대에 달한다. 66개국 140여개의 해외 딜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자동차, IT·반도체, 항공우주, 의료, 에너지 등 글로벌 고객의 다각화된 수요 산업에 부응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에 위치한 DN솔루션즈 창원 남산·성주 공장을 방문해 설비의 특징과 주요 가공물들을 살펴봤다. 이날 가공동에서는 이 회사 로고가 붙어 있는 대형 장비(5면 가공 문형 머시닝센터, DCM)가 공작기계 중 하나인 터닝센터의 주요 부품인 '베드'를 깎아내고 있었다. 기계가 기계를 만드는 진귀한 풍경이었다. 공작기계 여러대가 한 몸처럼…스마트팩토리 진화 중 먼저 가공동 건물에 들어서니 대형 디스플레이 상황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제품 생산을 위해 사용 중인 장비들의 가동 현황을 표시하고 있었다. 자동화 솔루션 '리니어 팔레트 시스템(LPS)'도 눈길을 끌었다. LPS는 이 회사 주요 제품인 NHP 시리즈 제품 여러 대를 하나의 제품처럼 연동한 형태다. 헤드룸 등 육중한 주요 부품을 연속 가공하는 솔루션으로, 공작물을 올린 받침대를 공작기계에 자동으로 투입했다가, 가공이 끝나면 자동으로 꺼내주는 역할을 한다. 공작기계와 연계된 자동화 솔루션은 사람이 직접 공작물을 넣고 꺼내지 않아도 되므로 인건비 등 추가 부담 없이 야간에도 생산을 계속할 수 있다. 헤드룸 등 육중한 주요 부품의 제작 공정도 작업자 개입을 최소화한 채 쉬지 않고 이어갈 수 있다. 최대 72시간 무인 가동이 가능하다. DN솔루션즈 관계자는 “이 같은 자동화 솔루션을 자사 제품 생산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공작기계 제품과 함께 고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며 “고객의 만족을 끌어올리면서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공동을 거친 주요 부품들은 조립동에서 공작기계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역시 각 공정마다 엄격한 검사 과정이 함께 진행되면서 높은 정밀도를 유지한다. 터닝센터 조립라인에서는 다축·복합가공 터닝센터를 생산하고 있었다. 작업자 한 명이 시작부터 완성까지 책임지고 작업을 수행하는 '셀 생산방식'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미크론 단위 정밀함 추구…항온·항습도 관리 헤드 룸과 스핀들을 결합한 공작기계 핵심 부품도 만들고 있었다. 공작물(가공 대상)이나 공구를 고속으로 회전시키는 공작기계의 심장에 해당하는 부품이다. DN솔루션즈는 관련 가공 공정을 내재화해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 이곳은 별도 격벽을 통해 공장 내 다른 공간과 분리돼 있었다. 공작기계를 구성하는 금속이 쉽게 팽창하고 수축하는 소재인 만큼, 항상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공작기계는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마이크로미터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높은 정밀도를 요구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조립동 옆에는 공작기계를 활용한 공정 솔루션 등을 개발하는 연구 시설인 '옵티멀 솔루션 센터(OSC)'가 위치해 있었다. 전통적 수요 산업인 자동차 산업, IT·반도체 산업, 에너지 산업에 최근 급부상하는 수요처인 항공·우주 산업, 의료 산업 등 다양한 산업의 복잡한 요구를 고려한 '수요 산업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정교한 가공 능력을 증명하기 위한 다양한 가공 샘플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칫솔모 한 가닥까지 생생하게 구현한 칫솔 모양 샘플이나 1마이크로미터 단위로 굵어지는 숫자들이 새겨진 금속판이 인상적이었다. 대형장비 생산 특화된 성주공장 인근에 위치한 성주공장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시설이었다. 2014년 1월 가동을 시작한 이곳은 연면적 약 1만8천m2 공간에 20m 높이의 건물이 마련됐다. 최대 50t 무게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크레인이 천장에 넓게 자리했다. 성주공장에서는 대형 가공 장비 생산에 집중하고 있었다. 대형 수평·수직형 터닝센터와 대형 보링기, 대형 수직형 머시닝 센터, 5면 가공 문형기 등을 만든다. 주로 대조립과 유닛조립 등 공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향후 성주공장 유휴지를 활용해 복합가공기 생산시설도 더욱 확장할 방침이다. "터닝·머시닝센터 넘어 복합 다기능 기종 생산" 공작기계는 가공방법에 따라 직접 금속을 깎아내는 절삭기계와 금속을 변형해 가공하는 변형기계로 분류된다. 절삭기계는 장비 형태에 따라 터닝센터와 머시닝센터, 드릴링머신 등으로 나뉜다. 터닝센터는 한국에서 주로 선반이라 불리는 제품이다. 공작기계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녔다. 소재는 회전만 하고 공구가 움직이면서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터닝센터를 사용한 공작물로는 문손잡이, 파이프, 기계 샤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머시닝센터는 터닝센터와 반대로 생각하면 쉽다. 소재가 아니라 공구가 회전을 하는 공작기계로, 나무를 칼로 조각하는 것과 유사하다. 머시닝센터는 공구가 회전함과 동시에 수직, 전후, 좌우로 다양하게 움직이면서 원하는 형상을 가공한다. 머시닝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떠한 형상이든지 가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더욱 원활한 가공을 위해 소재도 전후, 좌우로 움직이도록 설계하기도 한다. DN솔루션즈는 터닝센터와 머시닝센터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얇고 긴 소재 가공에 적합한 스위스턴, 항공기, 에너지 산업의 대형 사이즈 소재 가공이 가능한 문형기, 정밀 구멍 가공에 특화되어 있는 보링머신 등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복합 다기능 장비를 요구하는 기계산업 트렌드에 맞게 여러 대의 장비가 필요한 복잡한 공정을 단일 기계에서 구현하는 복합 다기능 기종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 선삭부터 밀링가공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형상을 신속히 가공할 수 있는 복합 가공기, 스크류와 같이 복잡하고 꼬여진 면의 가공이 가능한 5축 가공기 등을 개발하며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김원종 대표 "공작기계 세계 톱 만들 것" DN솔루션즈는 전체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수출 기업이다. 창원의 남산공장 외에도 인근 성주공장, 중국 연태공장을 가동 중이다. 최근에는 급증하는 첨단 공작기계 수요와 높아진 고객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성주공장 증축과 부산 신공장 건설도 진행하고 있다. 인도 뱅갈루루에도 신공장과 연구소를 건립 중이다. 또 미래 제품을 개발하고 선행 기술 등을 연구하는 R&D 인력이 제품 가공하고 조립하는 생산 현장의 직원보다 많다. 이렇게 확보한 기술 경쟁력이 20% 넘는 영업이익률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세계 공작기계 시장은 지난해 생산 기준 853억 달러(약 117조원), 소비 기준으로 790억 달러(약 109조원)에 이른다. 김원종 DN솔루션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 기업으로서 정말 중요한 산업”이라며 “지금은 시장점유율 3위지만, 글로벌 톱이 되자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24.11.03 12:00신영빈

걷기 돕고 집에선 말벗까지…'1인 1로봇' 시대 왔다

누구나 로봇을 갖게 되는 세상이 성큼 다가왔다. 200~300만원 가격대에 개인이 쉽게 구입하고 이용할 수 있는 생활형 로봇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을 필두로 대기업도 새로운 미래 시장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걸음을 도와주거나 집에서 말벗이 되어 주는 등 기능도 가지각색이다. 300만원대 입는 로봇…걸음 돕고 자세 측정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위로보틱스는 지난 4월 보행보조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윔(WIM)' 소비자용(B2C) 제품을 선보였다. '한 사람당 한 대의 로봇'을 목표로 대중의 올바른 보행운동을 돕기 위해 개발됐다. 윔은 착용형 로봇의 무게와 사용성을 최적화한 것이 특징이다. 1.6kg의 초경량 무게로 30초면 탈부착 할 수 있다. 한번 착용하면 무릎을 들어주는 식으로 약 2시간 동안 걸음을 도와준다. 반대로 저항력을 가해 운동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로봇이 걸음 상태를 측정해 보행 습관을 점검할 수도 있다. 윔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착용자의 근력과 균형, 자세 등 보행 지표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전용 앱에서 보행 보완점에 대한 진단을 듣고 맞춤형 운동 솔루션을 제안받을 수 있다. 가격은 319만원이다. 지난 3월 상장한 엔젤로보틱스도 일상용 웨어러블 로봇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엉덩·무릎 관절을 보조하고 보행 능력과 안정성을 높여주는 제품으로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착용자의 보행 의도를 파악하고 패턴을 분석해 능동적인 보조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도 웨어러블 로봇 '봇핏' 출시를 앞두고 있다. 최근 삼성닷컴 홈페이지에 '봇핏 프로'라는 이름의 제품 매뉴얼과 스펫 등이 소개되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은 공개 직후 삭제됐다. 봇핏은 허리 부분에 착용하는 허리 프레임과 벨트, 액추에이터와 이에 연결되는 프레임·링크 등으로 구성된다. 관절이 불편한 노인이나 환자의 보행을 도울 수 있는 보조 장치로 선보일 예정이다. 집 안 돌아다니는 반려로봇 내년 출시 돌봄로봇 전문기업 로보케어는 내년 출시할 개인용 로봇 '케미 프렌즈'를 최근 공개했다. 이 로봇은 높이 약 30cm에 무게 4kg으로 쉽게 들어 올릴 수 있는 크기다. 집안에서 애완견처럼 사람을 따라다니고 외출할 때 배웅을, 돌아올 때는 마중을 해준다. 사용자가 위험한 상황 처하면 이를 감지하고 보호자나 구조대에 응급 상황을 알린다. 로보케어는 이전까지 확보해온 반려로봇 콘텐츠를 바탕으로 치매와 우울증 등 노인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제품은 내년 상반기 중 소량 생산을 시작하고 하반기부터 본격 판매될 예정이다. 가격은 약 200~300만원 내외로 책정될 전망이다. 삼성·LG 등 대기업도 실내 비서 형태의 로봇 제품을 이미 선보인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국제 전시회 CES와 IFA에서 인공지능(AI) 홈 컴패니언 '볼리'를 소개했다. 지난 2020년 CES에서 처음 제품을 공개한 후 최근 대중에 노출시키는 빈도가 확연히 늘었다. 볼리는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하는 로봇이다. 일상 속 크고 작은 불편을 해소해주고 사용자가 외출 중에는 집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집사 역할을 하게 된다. 출시 일정과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LG전자도 올해 초 CES2024에서 스마트 홈 AI 에이전트(프로젝트명 Q9)를 선보였다. 다리와 같은 관절 형태에 바퀴를 부착해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기능을 강조했다. 집에서 사용자와 소통하고 스마트홈 허브로써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연결·제어하도록 돕는다. 최근에는 덴마크 오덴세에서 열린 로봇 콘퍼런스 '로스콘(ROSCon) 2024'에 참가해 Q9을 소개하기도 했다. 외부 개발자들이 Q9 기능을 활용하는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공개했다. 제품은 내년 출시될 예정이다.

2024.10.31 11:01신영빈

"집안 돌아다니는 생활반려 로봇, 스마트폰 가격에 나온다"

혼자 사는 노인 인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집안에서 이들의 말벗이 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돌봄 로봇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로봇이 사용자를 따라다니며 기본적인 생활 반려와 질환 예방 효과를 제공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돌봄로봇 전문기업 로보케어는 최근 '2024 로보월드'에서 내년 출시할 돌봄로봇 '케미 프렌즈'를 처음 선보였다. 지디넷코리아는 부스에서 문전일 로보케어 대표를 만나 제품 소개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 "먼저 말 걸어주고 건강 정보 관리까지" 케미 프렌즈는 전면 카메라로 주변과 상황을 인식하고 바퀴로 자율주행하며 사용자와 상호 소통할 수 있다. 사용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식하고 말을 걸어온다. “식사 중이시네요”, “책을 읽고 게시네요”처럼 기본적인 일상 대화가 가능하다. 높이 약 30cm에 무게 4kg으로 쉽게 들어 올릴 수 있는 크기다. 애완견처럼 사람을 따라다니고, 외출할 때나 집에 돌아올 때는 문 앞에서 배웅·마중을 해준다. 사용자가 위험한 상황 처하면 이를 감지하고 보호자나 119에 응급 상황을 알린다. 배터리가 없을 땐 스스로 충전기로 돌아간다. 문 대표는 “단순히 물어보는 것만 대답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서 먼저 질문하고, 응급 상황을 대응하는 등 전반적인 생활 반려가 가능하다”며 “움직이는 CCTV처럼 집안 상황을 살펴보고 가스를 껐는지 물은 잠갔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강을 위한 기능도 탑재된다. 맥박이나 호흡 등 비접촉 건강 측정 기능과 인지훈련 콘텐츠 약 20여종도 지원할 계획이다. 다양한 모션 인식 기반 콘텐츠, 여가 활동 콘텐츠, 인지척도 검사 등도 이용 가능하다. 전용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갖춰 콘텐츠 결과 데이터를 분석·관리할 수 있다. ■ "스마트폰 정도 가격에 내년 출시 예정" 문 대표는 “지금까지 구축해온 로보케어의 반려로봇 콘텐츠를 바탕으로 치매 예방과 우울증 저감 등 효과를 제공할 것”이라며 “단순히 게임만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클라우드에 데이터가 모두 저장되고 다른 사용자와 경쟁하는 콘텐츠로 재미도 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도 산책과 비용 등 부담으로 포기하시는 어르신이 많다”며 “스마트폰 정도 가격에 한번 구입하면 알아서 충전하고 집안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도입할 만한 매력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품은 내년 상반기 중 소량 생산을 시작하고 하반기부터 본격 판매될 예정이다. 가격은 약 200~300만원 내외로 책정될 전망이다. 디자인도 개인 취향을 고려해 3가지로 선보였다. 이번 로보월드서 진행한 인기투표를 반영해 순차적으로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 "초고령사회 눈앞…로봇 도움 필수적" 우리 사회 고령 인구 비중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는 약 1천만이 넘어 전체 주민등록인구의 19.51%를 차지했다. 내년에는 노인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로보케어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로봇 개발을 이어왔다.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어르신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겪는 아동 등 저변을 넓히는 중이다. 2012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기술출자로 설립한 1호 기업이다. 2015년 반도체 장비 업체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에 인수됐다. 로보케어는 연구소 시절 2005년 이족보행 로봇 '키보'를, 2009년 얼굴표정 로봇 '메로'를 개발했다. 2011년에는 그룹형 치매예방 인지훈련 로봇 '실벗'을 개발해 지금까지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실벗의 개인형 로봇으로 개발된 제품이 '보미' 시리즈다. 여기에 더해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케미 프렌즈'로 제품군을 강화하게 된다. 문 대표는 약 40년간 로봇 산업과 학계에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이전까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부총장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 등을 지내다 지난해 7월 로보케어에 왔다. 현재 대한의료로봇학회장도 겸직하고 있다. 문 대표는 “누구나 로봇을 쓸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될 것”이라며 “한국의 기대수명은 OECD 기준 약 84세로 건강 수명은 73세다. 70대부터는 평균적으로 어떤 질환이나 병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지금 100세 시대를 얘기하는데 그럼 거의 20년 이상 질환을 앓고 살아야 한다”며 “로봇이 도와주거나 로봇을 활용해 예방해 주는 방법 두 가지뿐”이라고 덧붙였다.

2024.10.29 16:45신영빈

"소·돼지 도축 로봇 꼭 필요해…더 위생적·고품질"

국내 육류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도축장은 점차 대형화되고 있어요. 젊은 작업자들이 고강도 업종을 기피하면서 인력난은 더 심화되는 중이죠. 로봇 자동화 수요는 급격히 늘어날 겁니다. 한국은 쌀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는 사회가 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 추정치는 60.6kg으로 전년 59.8㎏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쌀 소비량을 처음 넘어섰고, 작년에도 쌀 소비량(56.4kg)보다 많았다. 박재현 로보스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국 66개의 도축장에서 연간 1천800만 마리를 처리하고 있다”며 “도축 현장이야말로 로봇이 꼭 필요한 곳”이라고 시장 성장을 예견했다. 박 대표는 LG전자와 HD현대로보틱스 등에서 12년간 로봇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부경양돈조합 수의사를 지낸 박원석 연구기획부문장을 영입하면서 거점 도축장들의 상황을 가깝게 이해하고 솔루션을 구체화했다. ■ “사람 없고 자동화도 어려웠던 곳” 도축업은 업무 환경이 열악해 대표적인 기피 업종으로 꼽힌다. 하루 8시간 이상 고강도 근무로 작업자들이 잦은 근골격계 질환을 겪어왔고,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뒤따르기도 했다. 각종 전염병 예방 조치로 인해 외부와 단절되는 문제도 있었다. 다만 자동화가 쉽지 않은 분야였다. 작업물 크기와 형태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도축장 공정을 자동화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져왔다. 글로벌 경쟁사가 이미 국내 시장에 도전했지만 비싼 가격과 낮은 서비스 품질로 인해 현장 도입률은 약 10%에 그치는 상황이다. 로보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전형 생체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 양돈 도축사양에 맞게 60~150kg 범위 작업물을 판단하고 절단 위치를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생체 측정과 연산, 로봇 제어를 스스로 반복하면서 매일 약 4천개의 생체 데이터를 수집했고, 누적 300만개 이상의 데이터를 학습했다. 결과적으로 제품 수율과 작업 효율성을 높였다. 절개 각도와 절개량을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내장 파손도 최소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 "비정형 생체 AI로 공정 90% 무인화 목표" 로보스는 국내 도축장 환경에 적합한 자동화 시스템을 설계하고 비정형 생체 AI를 적용했다. 시스템은 컨베이어에 가축을 올리면 로봇이 정해진 위치에서 작업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HD현대로보틱스의 80~220kg급 핸들링 로봇을 기반으로 전용 톱날과 비전 스캐너, 방수커버, 살균 스테이션 등을 결합해 설계했다. 먼저 ▲돼지 목절개로봇(PNC) ▲돼지 복부절개로봇(PBO) ▲돼지 이분도체로봇(PSP)을 개발했다. 향후 ▲돼지 세정로봇 ▲돼지 항문적출로봇 ▲돼지 부분육 선별 AI ▲진공·랩핑 자동화 ▲소 타격로봇 ▲소 이분도체로봇 ▲소 세정로봇도 잇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박 대표는 “기존 돼지 도축 공정에서 사람이 10초가 걸리던 작업을 약 6.5초로 단축했다”며 “속도는 사람보다 2배 이상 빠르게 하고, 전체 공정의 약 90%까지 무인화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로봇 4대를 도입하면 품질 향상으로 연간 약 22억원의 이익을 내 1년이면 초기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사람보다 정확한 절개가 가능해 도체당 수익률을 높일 수 있고, 작업 시간 단축에 따른 에너지 비용 감소 등 경제적 효과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 "수요처 확대 중…글로벌 도축 자동화 선도할 것" 로보스는 지난해 제주양돈농협 축산물종합유통센터와 자동화 시스템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수요처를 확대하는 중이다. 현재 약 30대 이상 판매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간 기존 외산 로봇 도입 수량을 단 1년 만에 뛰어넘은 성과다. 오는 2026년까지 나머지 도축 로봇 개발을 마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도축장 무인화 스마트팩토리를 확산하고 이후에는 농식품 분야로도 솔루션을 넓힐 예정이다. 비정형 생체 AI 로보틱스 기술을 고도화해 향후에는 산업 현장에도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로보스는 올해 초 7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한 데 이어, 연내 시리즈B 라운드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이어 2026년에는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목표다. 박 대표는 “기업은 사실 반드시 살아남아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게 본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로봇 기업들이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내외 도축 시장을 장악해서 캐시카우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현 로보스 대표 프로필- 1985년 출생- 2004~2011년, 경북대학교 전자공학 학사- 2011~2018년, LG전자 HA사업본부 선임연구원- 2018~2022년, 현대로보틱스 로봇기술팀 책임엔지니어- 2022년~현재, 로보스 대표

2024.10.18 09:00신영빈

"휴머노이드는 상징적인 것…꼭 사람같지 않아도 돼"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술이 상징화된 형태입니다. 이것을 통해 많은 일들을 구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지 꼭 휴머노이드가 될 필요는 없어요. 레인보우로보틱스 창업주인 오준호 카이스트(KAIST) 석좌교수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기술이 어디까지 왔을까'라는 질문에 이같은 답을 제시했다. 오 교수는 지난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디지털혁신페스타(DINNO) 2024' 퓨처테크컨퍼런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레인보우로보틱스에서 연구 중인 로봇의 성능을 소개하면서 “왜 휴머노이드여야만 하는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핵심은 최적화…내년 상용화는 어려울 것" 오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사람과 닮은 외형 ▲이족 보행으로 걷는 형상 ▲제스처뿐이 아닌 실제 작업할 수 있는 힘을 꼽았다. 그는 “최소한 30~40개에 달하는 자유도, 무게 50~60kg, 키는 120~150cm, 한 번 충전으로 2시간 이상은 작동해야 하는 형태에서 모든 액추에이터가 조화롭게 작동하기란 굉장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로봇은 다리와 팔, 손가락까지 로봇의 '자유도'가 높아질수록 자연스러운 모션을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제어가 복잡해지는 문제가 수반됐다. 수많은 관절을 적절히 운용해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면 그만큼 최적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대부분 연구용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오 교수는 “당장 내년에 상용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휴머노이드 스펙 자체가 표준화가 안 돼 있기 때문에 어디다 어떻게 써야하는지 정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테슬라가 아무리 로봇을 잘 만들더라도 당장 일을 가르칠 방법도 마땅치 않다”며 “지금은 이동성이나 양팔의 작업성도 살펴보는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긍정적인 전망도 전했다. 그는 “여태 넘지 못했던 장벽이 있었는데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점차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든다”며 “로봇을 원하는 시장 요구에 맞게끔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동형 양팔로봇 선주문 완판…MIT도 극찬"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올해 인간형 로봇 연구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바퀴 이동형 양팔로봇 'RB-Y1'을 선보인 데 이어 새로운 휴머노이드 개발에도 나선 상황이다. 이동형 양팔로봇 RB-Y1은 바퀴형 고속 모바일 베이스에 양팔로봇을 탑재한 형태다. 외팔형 협동로봇과 고정형 산업용 로봇이 가진 한계를 해결할 솔루션으로 주목받는다. 오 교수에 따르면 제품은 30대 예약 판매를 마치고 정식 납품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버클리대학교, 조지아공과대학교, 연세대학교 등에 납품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 교수는 “유사 제품이 세계적으로도 점차 나오고 있지만 이렇게 완성도 높은 플랫폼은 없었다”며 “RB-Y1은 협동로봇 RB 시리즈에 들어간 액추에이터와 매커니즘을 그대로 채용해서 안정적이고 산업 표준을 만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많은 연구기관에서 이 제품으로 실험에 나섰다”며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희한하고 불가능할 것 같던 작업들도 성공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휴머노이드를 연구하는 이유를 “실용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의 궁극적인 로봇이며 상징적인 것”이라고 소개했다. 필요에 따라 다리를 더하거나 빼고, 눈을 더 달 수도 있는 등 여러 응용이 가능하다고 내다본 것이다. ■ "중국 빠른 속도로 추격해와…제조 생태계 갖춰야" 중국 로봇 기술의 발전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중국 제조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오 교수는 “소위 말하는 선진국들을 둘러보면 나름대로 모든 재료와 공급 체계가 공고히 갖춰져 있다”며 “중국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표준화되고 질적으로 인정받은 기술을 고루 보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면해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 기술 내재화를 통해서 필요하면 언제든 뺏어올 수 있는 정도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며 “누군가 치고나갔을 때 두세 달 만에 따라갈 수 있는 역량을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4.10.13 07:46신영빈

"로봇 어떻게 쓸지가 중요…제조·국방만은 꼭 잡아야"

로봇 산업의 본질은 도구를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이 도구를 활용해서 우리 사회에 어떤 솔루션을 제공하고, 세상을 바꿔놓는 사람들이 결국 주목을 받게 되죠. 21세기 우리 로봇 산업은 어느 위치에 와 있을까. 또 어떤 방향으로 달려가야 할까.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장은 기자의 질문에 아쉬움과 기대를 함께 드러내며 이같이 답했다. 김 회장은 약 40년 전부터 기계·로봇공학에 전념해온 인물이다. 서울대학교에서 기계공학과 학·석사를 마치고, 미국 최초로 로봇 전공학부를 설립한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로봇공학 박사를 받았다. 이후 기업과 학계를 거치며 국내 로봇 연구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올해 2월 제11대 한국로봇산업협회장에 취임한 이후에는 국내 로봇 산업 성장을 위해 최일선에서 아낌없는 조언을 전하고 있다. 가장 먼저 로봇 시스템 통합(SI) 업체에 대한 분류를 '시스템 아키텍처(SA)'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재정의하자고 제안했다. 로봇을 잘 만드는 일만큼 잘 쓸 수 있도록 고민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 "제조·국방 로봇은 체스 게임처럼" 그는 2000년대 초반 국가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하던 당시 “제조와 국방 로봇은 반드시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은 모빌리티, 제조는 매니퓰레이터(로봇 팔)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의 경쟁력을 기르면 나머지 성과도 자연스레 산업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은 “제조·국방 분야는 체스 게임처럼, 나머지 분야 로봇들은 포커 게임처럼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포커는 잘 안 되면 도중에 길을 바꿀 수도 있지만, 체스 게임은 승부가 날 때까지 포기해선 안 되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 차원에서도 이를 위한 각별한 준비에 나섰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국방 분야에서 기술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협의회 조직을 꾸린다. 국방 로봇에 기여하는 주요 업체들을 중심으로 올 가을 국방로봇협의회를 출범할 계획이다. 참여 기업 확대를 위해 한국드론산업협회와 연계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 회장은 “의료 현장에서 쓰는 수술로봇도 결국 국방에서 태생된 응용된 기술”이라며 “국방은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챙겨야 하는 분야다. 여기서 다른 분야로 파생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방 체계에서 로봇 도입을 위한 까다로운 조건이 많다보니 도입 가격도 비싸지는 문제도 있다”며 “로봇은 기존 무기체계와 다르게 봐야 한다. 총알처럼 소모품으로 쓸 수 있도록 인식과 규제가 점차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푸드테크 분야도 가능성 무궁무진" 김 회장이 또 한 가지 자신 있게 내세우는 분야는 '푸드테크'다. 로봇협회는 지난 5월 첫 협의회로 '푸드테크로봇협의회'를 발족하고 킥오프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국내 푸드테크 산업에 로봇을 응용할 수 있는 분야를 공동으로 모색하고자 마련된 단체다. 김 회장은 “작년부터 푸드테크 로봇 시스템 요구가 많이 늘어났다”며 “푸드테크는 아직 세계적으로 기술격차가 크지 않은 새 시장인 만큼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에는 로봇 제조사 두산로보틱스와 한화로보틱스, 코가로보틱스, 에니아이, 비욘드허니컴부터 솔루션 업체인 엑스와이지, 브이디컴퍼니, 비로보틱스 등이 참여했다. 로봇 안전 소프트웨어 업체 세이프틱스와 수요처인 롯데GRS도 명단에 올랐다. 협의회는 소통 채널을 구성하고 푸드테크 산업 활성화에 나섰다. 실사용 고객과 협업하고 고객 맞춤형 로봇 개발을 위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해외 기업과 기술 교류, 규제 샌드박스 적용 확대, 유관행사 참여 지원, 중소기업 인증 지원 등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협회 회원사 300여개로 늘어…해외 진출·규제 개선 박차" 김 회장의 리더십으로 협회 외형도 점차 확장 중이다. 푸드테크에 이어 국방까지 두 번째 로봇 협의회 구성에 나섰고, 회원사 수도 그가 임기를 시작하던 2월 219개에서 현재 300여개로 대폭 늘어났다. 로봇협회는 회원사 간 정보를 교류하고 협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지난 1999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함께 업계 중추 기관으로 꼽힌다. 정책 연구와 산업 조사·지원, 국제 협력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지원·육성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현장 의견을 가까이에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국내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해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시작되는 시점인 만큼 협회의 역할과 소임도 더욱 커지고 있다. 김 회장은 “협회 임원사 역할을 강화하고 회원사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협력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많은 국내 업체들이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새로운 로봇은 항상 규제에 맞서야 하는 문제점도 있다. 로봇을 개발하는 것보다 사회를 바꾸는 일이 더 어렵다”며 “국내에서 자유롭게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완성하고, 신뢰성 검사까지 마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 "인류와 국가를 위한 소명, 질병과 싸우는 일" 김 회장은 협회 업무와 별개로 연구 활동에도 매진하고 있다. 그의 주 연구 분야는 바이오 산업과 로보틱스의 접목. 특히 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합성 분야에서 로봇화를 이뤄내 인류 건강에 기여하는 것이 그의 오랜 꿈이다. 그는 “매주 60시간 이상 늘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열·유체 역학과 로봇 공학을 깊이 있게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바이오 영역에서 길을 개척할 것”이라며 “사람이 하듯이 적용해선 안 되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포 치료제가 하나씩 상품화되고 있는데 가격이 무척 비싸다”며 “사람이 연구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생기기 때문에 로봇 자동화를 적용해서 개발 과정을 효율화하고, 이후 더 쉽고 빠르게 양산하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주요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로봇 자동화 기술이 인류가 질병과 싸울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을 마지막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인류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장 프로필- 1959년, 출생- 1983년, 서울대학교 기계공학 학사- 1985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기계공학 석사- 1992년, 美 카네기멜론 대학 로봇공학 박사- 1992~1993년, 日 세콤 지능형 시스템 랩 로봇개발부- 1994~1998년, 삼성전자 로봇개발팀장·로봇사업부장- 1999~2021년, 광운대학교 로봇학부 교수- 2021년~현재, 로봇앤드디자인 회장- 2024년~현재, 한국로봇산업협회장

2024.10.07 15:38신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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