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배경 밝힌 LG家 세모녀 "합의 어겨"…LG "일방적 주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낸 구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 씨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 등 세 모녀가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를 통해 상속 소송 배경을 밝혀 주목된다. 이들은 경영권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달 법정에서 공개된 녹취록과 모순되는 발언이다. 현지시간(18일)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세 모녀는 "완전한 상속을 원하지만, LG 경영권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는 상속소송을 제기하게 된 배경에 대해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 합의 내용에 대해 2021년 의문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발급을 신청했지만, 채무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후로 상황을 알아보니 이들 모르게 거액의 상속세가 납부됐고, 이들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구 대표는 인터뷰에서 "우리 돈인데 가진 돈이 얼마인지도 모르니, 그때부터 이상해보이기 시작했다"며 "지난해부터 구 회장과의 대화를 비밀리에 녹음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구광모 회장이 더 많은 유산을 상속받는 대신 상속세를 혼자 부담하기로 합의를 어겼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지난 1월 구 회장은 김 여사에게 편지를 보내 "상속세를 낼 현금이 부족해 직원들이 세 모녀 계좌에서 자금을 융통했다"며 "이후 되갚을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구 회장이 상속권을 주장하지 말라고 종용했다는 것이 세 모녀의 주장이다. 세 모녀는 인터뷰에서 구본무 선대회장 사망 후 구광모 회장 친부(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와 LG 관계자들이 경영권을 놓고 쟁탈전을 벌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여성이기에 법적인 권리가 무시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영식 씨는 "아들을 사고로 잃은 후 시아버지(고 구자경 명예회장)가 구광모 회장을 입양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며 "시아버지에게 그것(장자승계)은 중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또 "여성이기에 LG 재무부 직원으로부터 무시받는 대우를 받았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구연수 씨는 "아들로 태어나지 않은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며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세 모녀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경영권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LG의 가부장적 전통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2차 변론기일에서 구광모 회장 측 변호인이 증거자료로 제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영식 여사는 "연경이가 아빠를 닮아서 (경영을)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잘할 수 있으니 경영권 참여를 위해 다시 지분을 받고 싶다'고 (구연경씨가)언급했다"고 말했다. 또 녹취록에는 구연경씨가 "선대회장의 유지와 관계없이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리셋하고 싶다"고 언급한 내용도 담겨있었다. 이는 그동안 세모녀 측에서 '유언장이 있는 줄 알고 재산분할에 협의했다'는 주장과 배척되는 발언이다. 세 모녀 측은 지난 2월 구 회장으로부터 기망당했다며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구본무 선대회장 사망 후 구광모 회장은 선대회장의 지분 11.28% 중 8.76%를 상속받았다. 세 모녀는 LG 주식의 2.52%(구 대표 2.01%, 연수 씨 0.51%)와 구 선대회장의 금융상품·부동산·미술품 등 총 5천억원 규모 재산을 상속받았다. LG 측은 세 모녀의 인터뷰가 일방적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LG 관계자는 "원고(세 모녀) 측이 합의와 다른 일방적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원고 측 인터뷰 내용은 이미 법정에서 증거들을 통해 사실이 아님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산 분할과 세금 납부는 적법한 합의에 근거해 이행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광모 회장과 세 모녀의 소송은 현재 진행형이다. 강유식 전 LG경영개발원 부회장 증인 심문에 앞서 이날 오후 2시 예정이었던 변론준비기일은, 내년 1월 23일로 변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