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기득권에 가로막힌 신비즈니스 규제 걷어내야"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연구원은 20일 오전 대한상의 의원회의실에서 '비욘드 K! 한국산업의 성장전략 재설계: 투자 그리고 신비즈니스'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최근 글로벌 산업 지형에서 산업적·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 방안과 새로운 먹거리 발굴과 관련 생태계 조성을 위한 민관 협력 방안을 두고 산학연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였다. 이날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인사말에서 “반도체·배터리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강대국 간 패권 경쟁과 자원의 무기화 추세 같은 대외리스크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기존의 성장전략과 산업 포트폴리오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우 부회장은 이어 “기득권에 가로막힌 규제를 걷어내 비대면, 공유경제, 플랫폼 같은 신비즈니스와 스타트업을 적극 일으키는 한편, 정부가 첨단산업분야에서 핵심 자원의 비축과 인내 자본 형성에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첨단산업분야 투자활성화 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맡은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주요국의 기술‧자원의 무기화 경향에 따라 첨단산업분야 공급망 불안은 가중되고 예측가능성은 떨어져 기업이 선뜻 투자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며 “한국형 테마섹(정부가 출자한 투자지주회사)을 설치해 첨단산업의 본질적 리스크를 정부가 분담해 주면 민간 투자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본부장은 이어 또 다른 투자걸림돌로 작용하는 규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규제특례제도(정부가 규제존치 사유 입증 못하면 예외적용)' → '글로벌 스탠다드 준칙(규제가 시행된다면 경쟁국 대비 최소 수준)' → '산업영향평가(규제 부작용 여부 등 사후 평가 통해 합리적 조정)'의 3단계 절차를 제안했다. 패널토론에 나선 구자현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 역시 “첨단기술의 경우 기술개발에서 상업화까지 장기간 소요되고, 기술혁신의 역사를 봐도 공공자금이 고위험을 감내하는 인내자본을 제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며 “한국형 테마섹 설립은 임팩트가 큰 게임체인처 기술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제도인 BTL을 뒤집은 리버스-BTL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박동규 한양대 교수는 “R-BTL은 정부가 국가첨단산업에 속하는 특정 사업에 자기자본‧대출 등으로 투자하고 배당‧이자 등을 대가로 수취하는 수익성 사업이라는 점에서 국가 간 혹은 국제무역상의 분쟁 가능성도 원천 봉쇄할 수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도 국채 금리 이상의 이자를 얻는 등 최소한의 재정 부담으로 공적 이익을 도모하면서 우리 미래의 생명줄인 국가첨단산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어 “자본투자 및 대출의 주체로서 정부는 물론 관련 공기업, 국책은행, 연기금 등의 포함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인 신비즈니스 육성에 대한 정책제언도 쏟아졌다. 최현경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장은 “디지털헬스케어의 경우 보상체계가 작동 가능하도록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 디지털 헬스케어를 편입하고, 대체식품 원료확보를 위한 R&D를 확대해야 한다”며 “우주산업에서는 공공 수요를 기반으로 밸류체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로봇분야는 국가첨단전략산업에 포함시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민철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사무국장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은 퍼스트무버와 갈라파고스 신드롬의 갈림길에 있는 상황으로, 서비스나 기기가 아닌 우수기업 인증 등으로 실질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정부의 강력한 산업진흥정책 드라이브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박정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전략실장은 “2045년 우주경제가 2021년 대비 약 6배인 2.3조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우주경제 규모는 1% 미만으로 절대 예산 규모도 작고 GDP대비 비중도 낮은 편으로 정부와 산학연의 역량을 결집해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범 네이버클라우드 상무는 “현재 확보된 초거대 AI시장에서의 선별적인 지원과 각각의 기술‧사업적 전문성 확보를 위한 역량 및 비즈니스섹터의 세분화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정책제언들이 다부처 소관인 만큼 전부처가 나서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물론, 수용가능한 내용들부터 빠른 속도로 이행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