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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물빛정원'통합검색 결과 입니다.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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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의 헤디트] 성남물빛정원, 미디어아트 특화거리로 완성될까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이야기, 오래된 시간의 결이 담긴 헤리티지에 있습니다. 전통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고 디지털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을 더할 때 문화자원은 공연과 전시, 도시와 공간, 콘텐츠와 산업의 언어로 확장됩니다. 정책과 현장,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한국다움이 오늘의 콘텐츠와 경험으로 어떻게 살아나는지를 이창근 칼럼니스트와 함께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성남물빛정원에 새로운 밤이 열린다. 성남시 시정소식지 「비전성남」 7월호는 8월 중 뮤직홀 외벽에 프로젝션 매핑 기반의 미디어파사드를 선보이고, 옛 하수처리장 구조물 일원에는 미디어터널과 포토존을 조성한다고 알렸다. 외벽 콘텐츠의 주제는 '고요한 탄천의 밤, 동물들의 음악회가 시작된다'이다. 성남시 문화관광과 관광팀에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스토리의 중심에는 탄천의 수달이 있고, 여러 동물이 함께 등장한다. 공개를 앞둔 현장을 찾았을 때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영상보다 그 영상이 펼쳐질 장소였다. 높이가 다른 뮤직홀의 백색 매스와 돌출·후퇴한 입면, 반복되는 수직선, 잔디광장의 관람축, 침전지의 거친 골조와 깊은 어둠이었다. 지난 2019년부터 분당에 살고 있는 성남시민으로서 물빛정원의 변화는 야간 콘텐츠 하나를 더하는 일 이상으로 다가온다. 장기간 닫혀 있던 옛 하수처리장을 시민의 산책과 음악, 휴식이 머무는 공간으로 되살리고, 다시 시민의 일상과 도시의 기억 속으로 불러들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수달은 캐릭터가 아니라 탄천 회복의 증거다 수달은 가족 관람객에게 친근한 존재다. 그러나 물빛정원의 주인공으로 우연히 선택된 동물은 아니다. 탄천과 동막천 일대에서는 수달의 서식 흔적이 확인됐다. 수달은 상상 속 캐릭터가 아니라 탄천에 돌아온 생명이고, 도시의 물길이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다. 따라서 콘텐츠 속 수달은 악기를 연주하는 귀여운 등장인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탄천의 물길과 옛 하수처리장의 기억, 시민에게 돌아온 정원을 잇는 안내자가 돼야 한다. 고요한 탄천의 밤, 작은 생명의 기척이 나타나고 수달의 움직임을 따라 오랫동안 멈춰 있던 공간이 물과 빛, 음악으로 깨어난다면 생태 회복과 공간재생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반대로 동물들이 차례로 등장해 연주하는 데 그친다면 즐거운 애니메이션은 될 수 있어도, 물빛정원에서만 성립하는 콘텐츠가 되기는 어렵다.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은 제작이다. 그 캐릭터가 장소의 시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연출이다. 생태를 소재로 삼은 만큼 조도와 음량, 운영시간에도 절제가 필요하다. 생태 회복을 이야기하는 콘텐츠가 탄천의 야간 생태와 주변 주민의 생활환경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프로젝션 매핑은 건축을 움직여야 한다 물빛정원에는 이미 선명한 대비가 있다. 옛 하수처리시설과 오늘의 시민공간, 거친 콘크리트와 디지털 영상, 정지된 건축과 움직이는 빛, 탄천의 자연과 미디어 기술이 한 장소에 공존한다. 연출은 이 차이를 지우기보다 드러내야 한다. 오래된 구조를 영상으로 덮기보다 과거와 현재가 서로를 설명하게 해야 한다. 모든 면을 밝히기보다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어둠 속에 남길지를 선택해야 한다. 어둠도 장소의 깊이와 다음 장면을 만드는 연출 자원이다. 뮤직홀 외벽은 하나의 평면이 아니다. 높이가 다른 건축 매스와 돌출·후퇴한 입면, 반복되는 수직 리브와 모서리, 창과 유리면이 중첩돼 있다. 이는 제작의 장애물이 아니라 공간 연출의 자원이다. 높은 매스는 프롤로그로, 중앙의 긴 입면은 주 무대로 활용할 수 있다. 측면과 모서리, 수직 리브에도 물길과 음악의 흐름에 맞는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여기서 3D 미장센은 입체효과를 많이 넣는다는 뜻이 아니다. 건축의 매스와 단차, 모서리와 창호, 관람자의 시점을 하나의 장면 구조로 설계하는 일이다. 물결과 빛이 면과 모서리를 넘나들며 건축의 깊이를 새롭게 드러내야 한다. 모든 면에 같은 영상을 펼쳐 놓으면 화면은 넓어질 수 있지만 건축은 움직이지 않는다. 프로젝션 매핑은 영상을 건물 크기에 맞춰 확대하는 기술이 아니라, 건축의 매스와 입면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공간 연출이다. 콘텐츠 공개까지 남은 시간은 효과를 더하기보다 연출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쓰여야 한다. 주관부서인 성남시 문화관광과는 제작 결과를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야간 현장 시연과 반복 보정 과정을 끝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는 제작실에서 만들어지지만, 공간 경험은 현장에서 완성된다. 외벽과 침전지는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져야 한다 옛 하수처리장의 침전지는 어둠 자체가 중요한 연출 자원이다. 반복되는 기둥과 보, 오래된 배관과 거친 골조 사이로 빛이 흐르면 물의 유입과 침전, 정화와 방류의 흔적이 드러난다. 멈춰 있던 시설이 시민에게 다시 열린 시간도 그 안에 포개질 수 있다. 외벽이 탄천의 생명과 음악으로 깨어나는 현재를 보여준다면, 침전지는 물이 흐르고 머물렀던 산업시설의 기억을 드러내야 한다. 외벽이 여러 시민이 함께 바라보는 개방적인 장면이라면, 침전지는 장소의 시간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내밀한 공간이 될 수 있다. 두 공간은 하나의 관람동선과 이야기로 이어져야 한다. 뮤직홀 외벽을 본 시민이 어떤 흐름으로 침전지에 이르고, 어디에서 머물며, 무엇을 기억하게 될지가 분명해야 한다. 공간 콘텐츠의 성패는 개별 장면보다 시민의 발견과 체류, 이동이 어떻게 이어지는가에서 갈린다. 특화거리는 준공이 아니라 운영에서 완성된다 성남물빛정원은 민선 8기 신상진 시정이 장기간 닫혀 있던 옛 하수처리장을 시민에게 돌려준 의미 있는 성과다. 2026년 7월 1일 출범한 민선 9기는 민선 8기에 시작한 공간재생의 성과를 성남의 지속 가능한 문화자산으로 완성해야 하는 시기다. 이제 두물길과 뮤직홀, 미디어파사드와 침전지, 지하공간과 미래 미술관 구상을 하나의 장소 철학 아래 연결해야 한다. 이번 야간콘텐츠도 독립된 사업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시민이 어디에 머물고 어떻게 이동하는지, 빛과 소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 향후 공간정책의 근거로 축적해야 한다. 첫 공개 후 한 달은 실제 야간 환경과 시민 반응을 점검하는 초기 안정화 기간이어야 한다. 화면의 정합과 밝기, 음향과 관람동선, 야간 생태와 주변 주민의 생활환경을 점검하고 발견된 문제는 곧바로 보완해야 한다. 준공은 행정의 종료일 수 있지만, 상설 콘텐츠에는 운영의 시작일일 뿐이다. 신상진 시장이 내건 '대한민국 기준, 성남'을 문화정책에서도 증명하려면 첫 공개의 박수나 장비의 사양만으로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왜 이곳에서 이 이야기를 봐야 하는지, 시민에게 무엇을 기억하게 할 것인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미디어아트가 남겨야 할 것은 영상 자체보다 그 영상을 본 뒤 달라진 장소의 인상이다. 민선 8기가 물빛정원을 열었다면 민선 9기의 평가는 이를 성남의 지속 가능한 문화자산으로 어떻게 완성하느냐에서 시작된다. * 헤디트(HEDIT) : Heritage(문화자원) + Digital(첨단기술) + Art(예술창작)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콘텐츠 디렉터이자 예술-기술 칼럼니스트다.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서 문화자원과 오래된 장소의 가치를 오늘의 감각으로 해석하고, 이를 콘텐츠와 디지털 기술, 공간과 도시 경험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부터 글로벌 IT 미디어 지디넷코리아(ZDNET Korea)의 오피니언 필진으로 [이창근의 헤디트]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현재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 '명경(名景)'을 운영하고 있다.

2026.08.03 10:39이창근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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