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20개 '성게 로봇' 화제…"어느 방향이든 이동"
미국 듀크 대학 연구진이 다리가 20개 달린 성게 모양의 독특한 로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최근 보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달 말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로보틱스에 게재됐다. '아르고스(Argus)'로 명명된 이 로봇은 중심 몸체에 약 20개 다리가 사방으로 뻗어 나온 형태를 하고 있다. 다리 끝에는 심도 카메라가 장착됐다. 연구진은 이 로봇의 이름을 그리스 신화 속 '모든 것을 보는 거인' 아르고스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설명했다. 아르고스는 앞뒤 구분 없이 어느 방향으로든 이동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외부 충격으로 밀려도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며, 거친 지형이나 장애물도 안정적으로 통과할 수 있다. 최대 4.5㎏의 탑재물을 운반할 수 있으며 벽을 타고 오르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1500회 이상의 로봇 형태 시뮬레이션을 거쳐 최종 디자인을 완성했다. 핵심 개념은 '동적 등방성(dynamic isotropy)'으로, 로봇이 모든 방향에서 얼마나 균일하게 움직이고 가속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학적 지표다. 동적 등방성 점수는 0에서 1 사이로 측정된다. 점수가 1에 가까울수록 특정 방향에 치우치지 않고 거의 동일한 성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다. 보위안 첸 듀크대학 범용 로봇 연구소 소장은 "로봇이 모든 방향으로 동일한 속도로 가속할 수 있게 되면 특정 방향만 바라보며 움직일 필요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4족 보행 로봇이나 휴머노이드 로봇, 일반 드론은 동적 등방성 점수가 0.6 미만에 불과하다. 이는 특정 방향에서는 성능이 뛰어나지만 다른 방향에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반면 아르고스는 0.91점을 기록해 이론적으로는 최대치에 가까운 수준을 달성했다. 높은 점수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진은 로봇 몸체를 12개의 오각형 면으로 구성된 정십이면체 구조로 설계했다. 이 구조 덕분에 로봇은 거의 모든 방향에서 균일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방향 전환 없이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듀크대 캠퍼스에서 콘크리트 바닥, 잔디, 빽빽한 수목 지대, 모래, 젖은 표면, 나무껍질 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아르고스를 시험했다고 밝혔다. 로봇은 최대 12.7㎝ 높이 장애물을 넘었고, 다리 3개가 파손된 뒤에도 계속 움직였다. 1m 크기 정육면체를 밀면서 이동하는 성능도 보여줬다. 연구진은 이번 로봇이 완성형 제품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로봇 설계 방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개념 증명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박시 샤 듀크대 범용 로봇 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동적 대칭 기반 설계가 단순한 이론적 호기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울퉁불퉁한 지형이나 복잡한 환경, 심지어 저중력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한 차세대 로봇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