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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답 맡기는 학생들…교육 현장, AI 활용 원칙 세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숙제와 과제의 답까지 대신 내놓으면서 학교 교육이 AI를 '잘 쓰는 법'에서 '언제, 어떻게 쓰게 할 것인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내외 교육 당국은 학생의 연령과 발달 단계에 따라 생성형 AI 활용 범위를 달리하거나 AI가 만든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교육·평가하는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학생들의 AI 활용 능력과 함께 결과를 검증하는 역량까지 진단했고 미국 뉴욕시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등은 연령별 AI 사용·교육 기준을 마련했다. 교육계에서는 학생이 AI에 답을 먼저 요구하는 일이 늘수록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봉제 서울교대 AI가치판단디자인센터장은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AI 네이티브 세대일수록 '사고 근육'을 기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생이 직접 답을 찾기보다 AI가 만든 결과를 선택하고 활용하는 일이 늘어도 그 답이 맞는지 판단할 지식과 사고력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생각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AI에 맡기면서 쌓이는 부담을 '인지적 부채'라고 표현했다. 그는 초등학교에서는 생성형 AI 사용을 상당 부분 제한하고 중학교 초반까지는 부모나 교사의 감독 아래 활용한 뒤 고등학교부터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제시했다. AI 역시 정답부터 내놓기보다 질문과 힌트를 통해 학생이 한 번 더 생각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교육 현장에서도 AI를 얼마나 능숙하게 사용하는지만 보는 데서 벗어나 결과를 판단하고 검증하는 능력까지 살피려는 시도가 시작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7일부터 18일까지 학생 대상 AI·디지털 리터러시 진단검사를 진행했다. 생성형 AI 활용 능력뿐 아니라 AI가 만든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주체적·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능력, 인간과 AI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협업 역량까지 진단 대상에 포함했다. 진단 결과는 학생별 강점과 부족한 역량을 파악해 수업과 보완 교육에 활용한다. 가정에도 관련 학습자료를 제공해 학생의 AI 활용 방식을 함께 점검하도록 했다. 박형빈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AI에 생각과 판단을 계속 맡기다 보면 '인지의 외주화'가 일어날 수 있다"며 "AI 리터러시는 단순히 AI를 잘 사용하는 능력이 아니라 AI가 내놓은 결과를 의심하고 스스로 검증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연령별 사용 제한과 교육과정 개편, 평가 방식 변경 등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뉴욕시는 2026~2027학년도부터 유아 과정인 2-K부터 8학년까지 학생의 생성형 AI 직접 사용을 금지했다. 고등학생은 학교가 승인한 프로그램만 사용할 수 있다. AI 작동 원리와 개인정보, 편향 등에 대한 교육도 함께 받는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는 170개 이상 사립학교에서 연령별 AI 리터러시 교육을 운영한다. 유아 단계에서는 AI 도구를 직접 사용하기보다 화면을 쓰지 않는 활동으로 논리적·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AI 결과 평가와 문제 해결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생성형 AI 확산에 맞춰 고교 평가 방식을 바꿨다. 올해 4학기부터 집에서 작성하는 고교 졸업시험(HSC) 평가 과제를 과목당 한 개, 학교 평가 점수의 최대 15%로 제한한다. 김 센터장은 "AI 사용을 '금지냐 허용이냐'로만 나눠서는 안 된다"며 "사고의 근육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편향된 정보가 제공됐을 때도 생각하는 힘으로 다시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9.25 09:09김동원 기자

[인터뷰] "더 잘해줘"만 반복하는 아이들…AI 시대 필요한 건 '사고 근육'

아이들의 사고력이 충분히 자라기 전부터 인공지능(AI)이 답을 대신해도 되는지를 두고 학교와 학부모가 새로운 선택지 앞에 섰다. 미국 뉴욕시는 2026~2027학년도부터 유아 과정인 2-K부터 8학년까지 학생이 직접 사용하는 생성형 AI를 1년간 중단했다. 고등학생은 학교가 검증한 AI 프로그램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어린 학생에게는 직접 읽고 쓰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는 시간을 보장하고, 고등학생부터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가르치겠다는 취지다. 국내 교육 현장에서도 생성형 AI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김봉제 서울교대 AI가치판단디자인센터장(윤리교육과 교수)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AI 활용을 허용할지 금지할지 두 가지로만 나눠 볼 문제는 아니다"라며 "사고하는 힘을 길러야 할 시기에는 AI와 거리를 두고 발달 단계에 맞춰 활용 범위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답은 빨라졌지만 판단은 별개…'지식 없는 감독자' 생성형 AI가 들어오면서 학생이 지식을 다루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배운 내용을 기억하고 이를 토대로 답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AI가 내놓은 결과를 고르고 수정하고 사실인지 확인하는 일이 늘었다. 학생의 역할도 직접 답을 찾는 데서 AI에 일을 맡기고 결과를 살피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다만 역할이 바뀌었다고 그에 필요한 판단력까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김 센터장은 "학생들이 AI의 답을 편집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면 실제로 그 답이 맞는지 판단할 역량도 있는지 물어야 한다"며 "지식을 쉽게 얻는 것과 그 지식을 판단하는 능력은 별개"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을 '인지적 부채'로 설명하고, 아이들이 길러야 할 판단력을 '사고 근육'에 비유했다. 당장은 AI의 도움으로 빠르게 답을 얻을 수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틀리고 다시 풀어보는 경험이 줄면 나중에 AI가 만든 결과를 검증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 연구진도 지난해 AI를 활용한 글쓰기 과정에서 '인지적 부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참가자 54명을 거대언어모델(LLM)·검색엔진·별도 도구 없이 글을 쓰는 세 집단으로 나눠 뇌 활동을 측정한 결과 LLM 이용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뇌 연결성이 나타났다. 이런 문제는 학생이 AI를 지시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날 수 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조금 더 잘해줘"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근거를 더 넣어야 하는지 짚으려면 먼저 내용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김 센터장은 이런 상태를 '지식 없는 감독자'에 비유했다. 그는 "AI를 지시하고 감독하는 위치에는 올라섰는데 정작 지시에 필요한 역량이 없는 것"이라며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정확히 모른 채 더 잘해달라는 요구만 반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도 '언제부터'가 중요…연령별 사용 기준 필요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생성형 AI는 언제부터 허용해야 할까. 김 센터장은 나이만으로 선을 긋기보다 사고력이 발달하는 시기에 맞춰 사용 범위를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초등학생은 생성형 AI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중학교 초반까지는 교사나 부모가 살펴보는 환경에서 제한적으로 이용하는 편이 좋다"며 "고등학교부터는 활용 범위를 점차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숫자로 나이를 나누는 것보다 아이가 직접 읽고 쓰고 기억하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시기를 보호하는 데 있다. AI가 이 과정까지 건너뛰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김 센터장의 판단이다. 그는 어린 나이에 생성형 AI를 접하는 것을 자극적인 디지털 콘텐츠에 너무 빨리 노출되는 것과 비슷하게 봤다. 성장기에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감각을 키우듯, AI의 도움 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시간도 충분히 필요하다고 했다. 학교에서 막아도 AI는 집으로 따라온다. 스마트폰이나 PC만 있으면 생성형 AI에 언제든 접속할 수 있어서다. 김 센터장은 어린 학생일수록 AI를 혼자 쓰게 두기보다 부모가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이가 무엇을 묻고 어떤 답을 받았는지 살펴보면서,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생각해보는 습관을 함께 길러야 한다는 취지다. 답 주는 AI보다 '생각하게 하는 AI' 생성형 AI를 교육에서 빼는 것만으로 문제를 풀기도 어렵다. 같은 AI라도 학생 대신 답을 내놓는지, 스스로 생각하도록 돕는지에 따라 학습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연구진이 튀르키예 고등학생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학 학습 실험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일반적인 GPT를 사용한 학생들은 AI를 이용하는 동안 대조군보다 48% 높은 성과를 냈지만 AI 없이 시험을 치르자 대조군보다 17%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정답을 곧바로 알려주지 않고 힌트와 질문으로 풀이를 유도하도록 설계한 'GPT 튜터'를 이용한 학생들은 연습 과정에서 대조군보다 127% 높은 성과를 냈다. AI 없이 치른 시험에서는 대조군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AI라도 어떻게 쓰게 했느냐에 따라 학습 결과가 달라졌다. 김 센터장은 "AI를 그냥 쓰게 해서는 안 된다"며 "정답을 바로 주기보다 학생이 한 번 더 생각하도록 되묻거나 힌트를 주는 방향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가 맡을 역할은 과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수학이나 물리처럼 개념과 풀이 과정이 비교적 명확한 분야에서는 학생이 어느 부분에서 막혔는지 파악하고 그 수준에 맞는 문제를 제시하는 개인교사 역할을 AI가 일부 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인문·사회 영역은 사정이 다르다. 같은 글을 읽더라도 학생이 살아온 경험과 관심에 따라 질문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수학이나 물리에서는 학생 수준에 맞춰 좋은 질문을 던지는 개인교사 역할을 AI가 할 수 있다"면서도 "인문·사회 영역에서는 인간의 경험과 영감에서 나오는 다양한 질문까지 대신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AI가 정답을 찾는 일을 더 많이 맡을수록 교사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교사는 답을 알려주는 데서 그치기보다 학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질문을 만들었는지, AI가 내놓은 결과를 어떤 근거로 받아들이거나 거부했는지를 살피는 일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만 바꿔선 부족…"무엇을 가르칠지부터 달라져야" 생성형 AI가 학교에 들어오면서 숙제와 수행평가, 시험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둘러싼 고민도 커지고 있다. 김 센터장은 평가 방식보다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칠지를 먼저 다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평가는 가르친 내용을 학생이 얼마나 익혔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라며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면 그보다 먼저 교육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식을 많이 기억한 학생을 가려내는 교육에서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연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무게를 옮겨야 한다고 봤다. 저출생도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하는 배경으로 들었다. 출생아가 100만명에 육박하던 때에는 많은 학생을 경쟁시켜 일부를 선발하는 교육 구조가 가능했다. 지금처럼 출생아 수가 30만명 안팎으로 줄어든 상황에서는 각자의 역량을 어떻게 연결할지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센터장은 "과거에는 100만명 가운데 30만명을 뽑아 쓰는 체제였다면 이제는 30만명이 100만명의 힘을 내게 해야 한다"며 "입시와 같은 경쟁으로 사람을 가려내는 것보다 서로 협력해 시너지를 만드는 힘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AI가 지식 검색과 정리를 상당 부분 맡는 변화도 교육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많이 기억하고 빠르게 답을 찾는 능력만으로는 이전과 같은 차이를 만들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김 센터장은 앞으로 학교에서 더 길러야 할 역량으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함께 일하는 힘을 꼽았다. 그는 "예전 지식사회에서는 많이 알고 똑똑한 사람이 필요했지만 이제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을 AI가 지원하게 됐다"며 "아이들에게 사람과 관계를 맺고 함께 일하면서 서로의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6.09.14 09:36김동원 기자

일상화가 낳은 피로감, AI 거부하는 청년들

인공지능(AI)을 많이 쓰는 세대일수록 AI로 만든 콘텐츠를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올해 상반기 발표된 주요 AI 인식 조사를 종합하면, AI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자주 써 본 이용자에게서 반감이 더 크게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월튼가족재단, GSV벤처스와 함께 올해 초 14~29세 1572명을 대상으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생성형 AI를 쓰는 미국 Z세대 AI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뀐 것으로 조사됐다. AI가 기대된다는 응답은 36%에서 22%로 14%포인트 떨어졌고, 화가 난다는 응답은 22%에서 31%로 올랐다. 주 1회 이상 쓰는 이용자 비율은 51%로 1년 전과 비슷했지만, 사용량과 달리 인식은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AI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매일 AI를 사용하는 이용자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이들의 기대감은 1년 사이 18%포인트 내려갔다. 가장 적극적으로 쓰는 집단에서 긍정 정서가 가장 많이 빠져나갔다. 세대 간 차이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미국 인터랙티브광고협회(IAB)가 소나타인사이츠와 함께 발표한 조사에서 AI에 익숙한 Z세대(16~27세)가 AI 광고를 부정적으로 본 비율은 39%로, 윗세대인 밀레니얼 세대(28~43세·20%)의 두 배였다. 이런 반감은 브랜드에 대한 실제 반응으로 이어진다. 미디어 품질 검증기업 더블베리파이가 지난 6일 발표한 '2026 글로벌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소비자 42%는 저품질 AI 콘텐츠 옆에 노출된 브랜드에 부정적 감정을 느낀다고 답했다.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영국에서는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48%까지 올라갔다. 이런 반감 배경으로는 'AI 슬롭'이 꼽힌다. AI 슬롭은 생성형 AI로 손쉽게 대량 제작돼 온라인에 쏟아지는 저품질 콘텐츠를 뜻한다. 이런 생성물이 넘쳐나면서 AI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기업 TRG데이터센터스 분석에 따르면 'AI 슬롭' 언급량은 1년 새 9배 넘게 늘어 240만 건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82%가 부정적 정서를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AI에 기대감을 느낀다고 답한 이용자는 19%로, 2년 전 50%에서 반토막 넘게 줄었다. 이런 세대별 반감을 두고 김봉제 서울교대 AI가치판단센터장은 "정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표현 방식의 패턴이 너무 일정한 게 문제"라며 "사람은 패턴이 반복되면 심리적으로 지루함과 거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다 쓰게 되는 순간 특별함이 사라지고 가치가 없어진다"며 "오히려 희소한 콘텐츠를 만드는 쪽이 유리해진다"고 덧붙였다. 이 현상은 'AI를 쓰지 않는다'는 선언을 마케팅으로 바꿔놓고 있다. 미국 라디오·팟캐스트 기업 아이하트미디어는 'AI 없이 사람이 만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AI 진행자와 AI 음악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체 조사에서 청취자 90%가 사람이 만든 콘텐츠를 원한다고 답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AI 도구를 직접 쓰는 응답자까지 포함한 수치다. 박규병 튜닙 대표는 이런 변화를 '한 땀 한 땀'의 가치가 인정받는 흐름으로 해석했다. 그는 "최근 유튜브나 SNS에서 자주 보이는 음성합성(TTS)은 품질이 낮아서가 아니라 목소리가 너무 익숙해져 '또 만들었네' 싶은 순간 저가치하게 느껴진다"며 "반대로 사람이 직접 녹음한 오디오북은 가치가 다르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또 "신기함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기술 발전은 계속되겠지만 이제는 AI가 만든 것과 사람이 만든 것을 어떻게 상호보완적으로 쓸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2026.08.24 17:11김동원 기자

"AI 교육, 스웨덴 전철 밟지 말아야"…'읽는 뇌' 석학, 韓 미래 교육에 '경고등'

'읽는 뇌' 연구의 세계적 석학이 무분별한 디지털 교육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한국 사회에 근본적인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교육 현장에 스며드는 가운데 아이들의 뇌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기술 도입이 오히려 비판적 사고 능력의 퇴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메리언 울프 UCLA '난독증·다양한 학습자·사회 정의 센터' 소장과 박형빈 서울교대 교수(신경윤리·가치AI융합교육연구소 소장)는 지난 28일 'AI 시대의 아동 뇌 발달'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이번 대담은 UCLA(난독증·다양한 학습자·사회 정의 센터)-서울교대(신경윤리·가치AI융합교육연구소) 양 기관의 공동 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앞두고 마련됐다. 울프 소장은 먼저 인간의 뇌가 읽기 능력을 타고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간은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며 "읽기를 발명하면서 인간의 뇌는 언어, 운동, 정서 등 기존에 있던 여러 회로를 연결해 완전히 새로운 회로를 스스로 만들어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로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사고의 깊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더불어 단순히 정보를 얻는 '얕은 읽기'와 비판적 분석이 동반되는 '깊이 읽기'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깊이 읽기는 뇌가 추가적인 시간을 들여 배경지식과 추론, 공감, 비판적 사고를 총동원하는 과정"이라며 "반면 얕은 읽기는 정보를 훑어보는 것에 그쳐 사고의 본질과 질에서 심연과 같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디지털 환경과 생성형 AI가 이런 '깊이 읽기' 능력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울프 소장은 AI를 단순한 도구로 여기는 것은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AI가 인간의 내면 의식까지 바꾸는 '변혁적 존재'에 가까우며 특히 비판적 사고 회로가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미칠 수 있는 막대한 영향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프 소장은 "우리 아이들은 '챗GPT' 같은 기술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데 필요한 평가적, 비판적, 분석적 지식을 충분히 발달시키지 못한 상태"라며 "스스로 글을 쓰는 경험 없이 AI에 의존하면 뇌의 작문 회로는 제대로 발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MIT 연구에서 AI로 과제를 쓴 학생들이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것이 그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울프 소장은 최소 10세에서 12세까지 아동을 위한 '이중언어 뇌(bi-literate brain)' 교육 모델을 제안했다. 인쇄물 기반의 교육으로 깊이 읽기 능력을 탄탄하게 다지는 동시에 코딩이나 프로그래밍 같은 디지털 기술을 '병행' 학습시켜 두 가지 역량을 균형 있게 발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한국의 교육 정책 입안자들을 향해 구체적인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울프 소장은 "스웨덴은 모든 교육 자료를 디지털화했다가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지는 결과를 맞았다"며 "노르웨이가 내게 의견을 물었을 때 '스웨덴의 사례를 따르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역시 신중하게, 아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능력의 상실은 단순히 교육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 깊이 읽기를 통해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길러지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타인의 입장이 될 수 있어야만 인간성이 사라진 사회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깊이 읽기가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울프 소장은 한국 사회가 교육에 대한 높은 열의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선도자가 돼달라고 도전 과제를 던졌다. 그는 "인간 발달에서는 효율성보다 노력이 더 중요하다"며 "효율성을 향한 우리의 탐욕스러운 욕망보다 뇌가 스스로 생각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09.29 17:13조이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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