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 느끼는 세포 안 센서, "배아 때 신체 장기 발달 핵심"
우리 몸은 눈과 귀, 팔과 다리에서 보듯 좌우가 거의 대칭을 이룬다. 반면 심장이나 폐, 간, 위장, 뇌 등 몸 안 장기들은 비대칭성이 뚜렷하다. 몸의 왼쪽이나 오른쪽 중 한쪽에 치우쳐 있거나, 두 개로 구성된 장기라도 위치가 조금씩 다르다. 장기의 비대칭성은 배아 단계에서 이미 시작된다. 배아 세포 안에는 좌우조정자(LRO, Left-Right Organizer)라는 부분이 있고, 여기에 포함된 운동 섬모가 세포 표면에서 움직이며 세포 밖 액체가 왼쪽으로 흐르도록 한다. 이같은 움직임은 장기 형성 과정에서 좌우 구분에 핵심 역할을 한다. 장기의 좌우 대칭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장애나 질병을 갖기 쉽다. 하지만 이같은 흐름이 세포에 감지되어 좌우 비대칭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불명확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과 하버드대학 등 연구진은 세포 속 운동 섬모가 일으킨 흐름에 의한 생체역학적 힘을 비운동성 섬모가 감지해 배아 발달 단계에서 좌우 대칭을 형성하는 것을 발견했다. LRO 내 비운동성 섬모가 유체의 힘을 감지하는 센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연구진은 배아 속 LRO의 움직임을 관측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광학도구와 머신러닝 분석을 활용했다. 이들은 빛을 이용해 미세한 물체를 고정하거나 움직일 수 있는 일종의 광학 핀셋을 개발했다. 마치 SF 영화에서 빔을 쏘아 물체를 끌어들이는 견인 광선(tractor beam)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진은 이 장비를 제브라피시에 적용, 섬모에 힘을 가하고 이에 따른 장기의 좌우 형성을 관찰했다. 살아있는 생물의 세포 섬모에 정밀한 기계적 힘을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관찰 결과, LRO의 비운동성 섬모가 세포 주변의 액체의 흐름을 감지해 그 힘을 장기의 좌우 발달을 일으키는 칼슘 신호로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운동성 섬모의 움직임이 마비돼 흐름이 멈춘 상황에서 비운동성 섬모에 힘을 가하면 흐름이 되살아나며 좌우 형성이 다시 일어났다. 이 연구는 세포 발달 과정에 대한 근원적 이해를 높일뿐 아니라, 장기 비대칭 이상에 따른 질병을 치료하는데도 활용될 전망이다. 장기의 좌우 비대칭에 문제가 있으면 장기가 신체 내부에서 비정상적으로 배열되는 내장역위증, 원발성 섬모 운동이상증, 선천성 심장질환 등을 앓기 쉽다. 논문 교신저자인 시아울루 유안 하버드 의대 교수는 "이 연구로 장기 좌우 비대칭에 따른 질환에 대한 새로운 진단법을 개발하고, 섬모 신호전달과 기계적 힘에 대한 감지 기능을 겨냥한 치료법을 찾을 가능성을 열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