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의 의료데이터 민간 제공 둘러싼 세가지 질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민간 활용과 관련,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성, 기업의 데이터 활용 역량, 개인정보 침해 등 역작용에 대한 방안 및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는 전문가 견해가 나왔다. 정부조차 해외 사례를 들어 산업적 관점의 전망치만 내놓고 있을 뿐 실제 누구에게 어떠한 이득을 가져올지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근본적인 질문이 나온다. 우선 건보공단이 보유한 막대한 의료데이터를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고, 그로인해 국민들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갈까. 건보공단은 기관이 보유한 의료데이터가 전 세계적으로도 유일무이하다고 말한다. 단일 보험자가 전 국민의 자료를 행위별 수가에 따라 상세하게 보유하고 있고, 질병 정보뿐만 아니라 건강검진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박종헌 건보공단 빅데이터운영실장은 이러한 데이터 활용의 이점은 국민들에게 돌아가리라고 전망한다. 그는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한국형 신약이 개발될 수 있다”라며 “비만의 경우, 우리나라와 서구의 기준이 다른데, 한국인의 대사 정보를 바탕으로 제약 및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한국인을 위한 기준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세밀한 보건의료 서비스가 개발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보건의료산업계의 일관된 주장은 데이터를 더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고, 활용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1만여 건의 가명 연구 데이터베이스 제공이 이뤄져왔다. 학술 연구가 전체의 70% 가량을 차지하며, 산업계의 직접 연구 수행 건수는 30여건 가량이다. 민간의 활용도가 낮은 이유는 정보 접근을 위한 높은 '문턱' 때문이다. 건보공단이 제공하는 가명연구 DB는 다수의 행정 및 청구 자료로 구성되어 있는데다 대용량 정보들이다. 또 통계 패키지 위주로 제공돼 기업 입장에서 활용에 애를 먹고 있다. 또 인터넷이 차단된 폐쇄망 내 분석센터에서만 연구가 가능하단 점도 민간 참여가 낮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실제 기업 연구자들이 건보공단의 데이터를 연구하려면 운영하는 분석센터에 직접 방문해 정해진 시간 안에 연구를 해야 한다. USB 둥에 해당 데이터를 유출하는 것도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하다. 더욱이 분석센터 시스템은 고가인 터라 다수 공급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의 의료데이터 분석 역량 '미진'...민간 제공 위한 사회적 합의도 숙제 또 기업 내 연구 전담인력도 부족해 데이터 활용 및 분석 역량도 높지 않다. 건보공단은 지난 8월 바이오헬스 산업계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데이터 제공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건보공단이 기업들에 공개할 개방형 및 맞춤형 익명 DB는 전체 급여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전반적인 시장 동향을 파악하도록 구축해 공개한 자료다. 공단은 맞춤형 익명 DB를 기업별 자료 활용목적 및 신청내요에 맞춰 개별적으로 구축,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박종헌 실장은 “사업설명회에 참여한 기업들은 우선 건보공단이 어떤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지 궁금해 했다”라며 “정작 기업들은 데이터를 다루는 경험이 부족하고, 데이터 분석에 소요되는 3개월~1년의 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산업계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청취하고 있는데, 가명데이터만으론 기업이 원하는 서비스를 충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이야기다. 건보공단에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의 속내는 대체로 의료데이터를 확보해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며 되는 사업을 해보겠다는 거다. 건보공단은 기업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려주면 그런 정보를 가공해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맞춤 데이터 제공'이 가능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지난 5월 건보공단은 '건강정보 제공 가이드라인 토론회'를 열었다가 무상의료운동본부의 반대 집회로 파행될 뻔했다. 건보공단은 데이터를 제공할 시 민간과 생보사는 분리해서 접근하고 있다. 관련해 한화생명이 건보공단에 건강정보 제공을 두고 이를 검토하는 자료제공심의위원회는 2년 반 가량 중단된 상태다. 생보사의 건강정보 확보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박 실장은 “민간 보험사 제공 논의는 특별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며 “공단은 정보 주체(국민)에게 손해가 안 가게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두가 이득을 보는 방향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면서 “가이드라인 정비 및 합의를 위한 소통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