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천식, 효과 뛰어난 치료제 있어도 환자에게는 그림의 떡
“천식 치료제가 보험이 안되니 두 번 맞을 거 한 번밖에 못 맞는다” “치료가 잘되는 약인데 보험적용이 안돼 비싸다. 정부가 보험혜택 배려해줬으면 좋겠다” “생물학적제제를 맞고 나서 깜짝 놀랄 정도로 증상이 호전됐고 부작용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비급여라 비용적 부담이 너무 높고 현재 천식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다”(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가 진행한 중증천식 환자 인터뷰 영상 발췌) 국내 천식 환자의 입원율이 OECD 평균의 2배에 달하지만 권고 치료제 대부분이 비급여여서 환자의 치료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이하 협회)는 세계 천식의 날을 맞아 '숨 막히는 고통, 중증천식을 말하다'를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중증 천식환자 치료제의 보험급여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천식 환자 열 명 중 한 명은 흡입 약물을 최대한으로 제대로 써도 조절이 되지 않아 심한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고 반복해서 입원하게 된다. 이러한 중증 천식 환자는 어쩔 수 없이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부작용으로 또 다른 고통을 겪게 된다. 다행히 최근에는 중증천식 치료에 효과가 높은 다양한 생물학적제제가 개발돼 세계천식기구, 국내 진료 지침 등에서 중증천식 환자에게 맞춤형으로 생물학적 제제를 투약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고가의 생물학적제제가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어 중증천식 환자들은 약제 비용 부담으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고용량 흡입형 스테로이드제, 기관지 확장제 등 대부분의 치료법을 제대로 사용했음에도 조절이 잘되지 않는 경우 중증천식으로 분류한다”라며 보다 효과적인 치료제의 사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범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국내 중증천식의 질병 부담 및 미충족 수요'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건강보험자료 공유서비스(NHISS)를 통해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천식 유병률은 2006년 1.62%에서 2015년 4.74%로 증가세에 있고 천식 관련 사망률 또한 2003년 대비 2015년에 약 2.9배 이상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 청구 자료로 분석한 연구에서 중증천식 유병률은 6.1~10%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천식기구에서 제시하는 6.1% 이상의 높은 수치”라며 “중증천식의 외래방문 횟수는 비중증천식에 비해 약 3배, 연간 입원 횟수는 약 2배에 달하며 외래 비용 또한 비중증천식의 약 3배, 환자당 약제 비용은 9~10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는 중증 천식 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 문제점이 지적됐다. 좌장을 맡은 박중원 대한내과학회 이사장(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 내과 교수)은 “중증천식은 표현형이 매우 다양하고 이질적인데 이러한 다양한 표현형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세계천식기구나 국내 진료지침 등에서도 표현형에 맞는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다양한 천식의 표현형별로 적절한 치료법이 국내 허가되어 보험급여를 신청한 상태”라며 “그러나 국내에서는 천식 표현형 중 일부인 알레르기 천식에만 사용할 수 있는 오말리주맙만이 급여권에 진입해 있어 치료가 제한적인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패널 토의에 참여한 장안수 순천향대학교병원 부속 부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또한 주요 국가들 대비 한국의 중증천식 생물학적제제 보험급여 환경이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및 여러 유럽국가들이 다양한 중증천식 생물학적 제제에 보험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한국은 유독 다른 나라에 비해 보험 급여가 상당히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천식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은 부작용 위험성이 높은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 우려가 높다. 또 스테로이드제 의존성 천식의 경우 그렇지 않은 천식에 비해 사망률도 더 높은 것으로 보고돼 경구 스테로이드제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접근성 확대가 더욱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영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단국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교수)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천식으로 인한 입원율이 OECD 평균보다 약 2배, 천식으로 인한 연령 표준화 사망자 수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약 3~4배나 높은 것으로 확인돼 국내 천식 치료 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이처럼 국내 중증천식 치료 환경 개선이 시급한 만큼 환자들의 질병 부담과 생물학적 제제 비용효과성을 충분히 고려해 조속한 급여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성일(성애병원 의료원장) 협회장은 세계 천식의 날을 맞아 천식의 심각성을 알리고 국내 천식 치료 환경의 개선점을 논의하고자 오늘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라며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는 최근 천식 부담에 대한 국내 우려가 커짐에 따라 천식 진료지침의 진료 흐름을 단순화한 EAM(Easy Asthma Management) 개발을 통해 국내 진단 환경을 개선하고, 건강보험자료 공유서비스(NHISS) 데이터를 활용해 2006~2015년 천식 중증도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산출한 연구를 세계알레르기기구(WAO) 저널에 발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천식기구(GINA)에서 천식에 대한 인식 증진을 목적으로 매년 5월 첫 번째 화요일을 세계 천식의 날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