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s 픽] AI·클라우드 성장성에 베팅…글로벌 자본, 국내 기업용 IT 기업 투자 확대
글로벌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기업을 잇달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고 있다. 맥쿼리자산운용이 가비아 지분 전량 확보에 나선 데 이어 EQT가 설립한 도로니쿰도 더존비즈온을 비상장사로 전환하면서 반복 매출과 기업 데이터, 클라우드 인프라를 갖춘 국내 IT 기업이 해외 자본의 주요 투자 대상으로 떠오른 분위기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주계 자산운용사 맥쿼리자산운용이 가비아 인수를 위해 설립한 디씨케이인베스트먼트는 최대주주 김홍국 대표 외 2인이 보유한 지분 24.37%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가격은 주당 4만8000원으로 총 1570억원 규모다. 디씨케이인베스트먼트는 잔여 지분 약 73.1%도 같은 가격에 공개매수한다. 최대 목표 수량을 확보하면 공개매수 대금은 4707억원, 경영권 지분 인수를 포함한 전체 투입 금액은 최대 6276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맥쿼리 측은 가비아 발행주식의 최대 97.4%를 확보하게 된다. 가비아가 보유한 자사주를 제외하면 사실상 지분 전량을 갖는 구조다. 맥쿼리는 공개매수 이후 가비아의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가비아는 도메인과 웹호스팅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그룹웨어, 보안, 데이터센터까지 사업을 확대해 왔다. 기업 고객이 서비스를 도입한 뒤 장기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수익을 예측하기 쉽고 기존 고객에게 여러 서비스를 추가로 판매할 수 있다는 강점도 갖췄다. 맥쿼리가 이처럼 나선 것은 LG CNS에 베팅했던 성공 사례 덕분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0년 4월 약 1조19억원에 LG CNS 지분 35%를 인수한 뒤 기업공개와 세 차례 블록딜을 통해 올해 1월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하며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적이 있어서다. 실제 맥쿼리는 LG CNS 상장 당시 구주 매출로 약 6000억원을 확보했고 이후 블록딜을 통해 약 1조3298억원을 추가로 회수했다. 배당과 리파이낸싱을 제외한 주식 매각 대금만 약 1조9298억원으로 최초 투자액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다만 LG CNS 투자가 소수 지분 인수 후 상장을 거쳐 회수하는 방식이었다면, 가비아 인수는 경영권과 잔여 지분을 함께 확보해 비상장화하는 바이아웃이란 점은 차별됐다. LG CNS에서 회수한 자금이 가비아 인수에 직접 투입됐다고 볼 근거는 없지만 맥쿼리가 국내 IT 기업을 연속적인 투자 대상으로 선택했다는 점은 주목된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계열 사모펀드 운용사 EQT도 특수목적법인(SPC) 도로니쿰을 통해 더존비즈온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해 눈길을 끈다. 도로니쿰은 공개매수와 장내 매수, 포괄적 주식교환을 거쳐 더존비즈온 지분 100%를 확보했고 더존비즈온은 지난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 더존비즈온은 국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에서 축적한 기업 고객과 회계·세무·인사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ERP와 그룹웨어,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이용료와 유지보수 매출도 꾸준히 발생한다. 실적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더존비즈온의 2025년 연결기준 매출은 4463억원, 영업이익은 1277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0.9%, 45%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165억원, 영업이익은 350억원으로 각각 18.2%, 62.2% 늘었다. 도로니쿰은 비상장 전환 이후 더존비즈온의 연구개발과 AI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더존비즈온도 ERP와 기업용 AI 서비스 '원 AI'를 결합해 기존 고객 대상 사업을 넓히고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비아와 더존비즈온은 사업 영역이 다르지만 사모자본이 선호할 만한 공통 조건을 갖췄다"며 "기업 고객을 기반으로 반복 매출을 창출하고 업무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인프라를 함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도메인과 호스팅, ERP, 그룹웨어, 클라우드는 다른 서비스로 교체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데이터 이전과 시스템 재구축, 업무 절차 변경이 필요해 고객 이탈 가능성이 낮고 구독료와 유지보수 매출도 안정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AI 확산이 이들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봤다. 이 기업들을 통해 이미 확보한 고객에게 AI 기능을 추가로 공급하고 기존 업무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고객당 매출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또 신규 고객을 처음부터 확보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국내 B2B 소프트웨어와 IT 인프라 기업의 상대적인 저평가도 해외 자본의 진입 요인으로 거론된다. 국내 증시에선 이들 기업이 전통적인 소프트웨어·IT서비스 업체로 평가받는 반면, 해외 투자자들은 고객 기반과 데이터를 확보한 디지털 인프라 자산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다. 한국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RP와 그룹웨어는 국내 세무·회계 제도와 규제, 기업 업무 관행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해외 사업자가 단기간에 시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이미 고객망과 운영 경험을 갖춘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직접 시장에 진입하는 것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일각에선 비상장 전환 이후 분기 실적과 주가 변동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연구개발, 인수합병, 조직 개편, 해외 진출에 자금을 투입하기 쉬워진다는 점에서 기대감도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모펀드는 국내 IT 기업의 기술만 사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쌓아 온 기업 고객과 업무 데이터, 높은 전환 비용, 반복 매출을 함께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한국 기업용 IT 시장은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데다 AI를 붙여 기존 고객 매출을 확대할 여지도 커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원하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