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연금은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다
국민연금이 연일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에 검사 출신을 임명한 것이 발단이 됐다. 국민연금기금운용 전문위원회 상근 위원 3명은 국민연금법 시행령 제80조의3에 따라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등 각 가입자단체가 후보를 추천하면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촉하게 된다. 상근전문위원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위원장 역할을 맡는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당시 삼성물산 합병 과정의 국정농단 재발을 막자는 취지에서 국민연금법을 개정해 도입됐다. 이런 자리에 하필 검찰 출신을 임명하면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하지만 논란의 본질은 겉으로 드러난 인사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관련이 있다. 국민연금은 주요 기업의 거버넌스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만큼 정권의 입맛 대로 운용돼선 안 된다.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점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잘 드러났다. 물론 검찰 출신 전문위원이 위촉됐다고 곧바로 연금의 독립성이 흔들린다고 보긴 힘들다. 문제는 그 전문위원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느냐다. 새롭게 전문위원에 임명된 검사 출신 한석훈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건 핵심인물이었던 문형표 전 복지부장관과 홍완선 전 기금본부장의 유죄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는 논문을 쓴 적 있다. 이 논지대로라면 국민연금공단은 복지부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위원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면 우려스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연금 수익률을 이유로 흘러나오는 거버넌스 개편 소문 역시 심상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은 –8.22%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80조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그러자 윤석열 대통령은 6일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통령의 '특단의 대책' 지시 이후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를 분리,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옮기는 국민연금 거버넌스 개편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김태현 이사장이 곧바로 “사실이 아다”며 선을 그었지만 뒷맛은 개운하지 않다. 역시 김 이사장의 과거 발언 때문이다. 김태현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익률 향상 방안으로 “기금 운용에 있어 자율성과 탄력성을 갖고 있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새로운 투자 대상을 늘릴 경우, 기금운용위원회의 승인을 득하고 할 것인지, 아니면 유연한 자산 운용을 할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기금운용의 탄력성을 늘리고, 유연한 자산 운용을 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 때문에 최근 흘러 나오는 거버넌스 개편 소문이 예사롭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해왔다. 기금운용위원회 전문위원 인사와 거버넌스 개편 소문이 한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 같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 물론 재정 고갈을 해소하기 위해 연금개혁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국민연금 제도와 기금을 쪼개고, 복지부가 연금 지배를 강화하는 방식이 과연 최선일까? 정권이 막대한 연기금을 좌지우지하다가 제2의 국정농단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