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능동적 그린전환은 기회...R&D 지속 추진해야"
SK이노베이션이 전통적인 정유 회사에서 종합에너지 회사로 발돋움 하려는 가운데 일명 '그린 전환의 딜레마' 속에서도 연구·개발(R&D)을 지속 병행해야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와 송재용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SK이노베이션의 40년 R&D 경영을 공동으로 분석하고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두 교수는 지난 28일 서울 SK 서린빌딩에서 R&D가 회사에 미친 영향과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지환 교수는 재무 부담이 늘고 있는 가운데서도 R&D 비용은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성장과 혁신은 어디서 나오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은 기존에 하고 있는 것만 유지해서는 존속, 발전할 수 없다. 기술에 기반해 우리 사회와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는 기업일수록 더더욱 R&D에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교수는 막대한 R&D 투자 비용과 실제 기업의 재무성과가 단시간 안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R&D 투자비와 실제 재무성과 간의 양의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특정 기업과 특정 산업 안에서 상관관계를 보는 것이 유의미한데 그런 이유에서 SK이노베이션의 사례는 경영적인 시사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맞물려 두 교수는 SK이노베이션이 R&D 투자를 지속해오고 있지만 석유사업 위주의 매출구조, 산적한 규제 등 실제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을 이른바 '그린 전환의 딜레마'로 규정하고 그럼에도 탈탄소 포트폴리오 구축은 고무적이라 평가했다. 이 교수는 "국내 다른 기업들은 그린 전환을 수동적으로 접근하고, 리스크로 인식하는 경우 많은데, SK이노베이션은 그린 전환을 사업 기회로 인식하고 뛰어든 사례다"면서 "R&D 속성상 미래 특정 시점에 필요한 기술을 선제적으로 타겟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대응과 ESG 이행은 전세계적으로도 아직 어려운 과제다"며 "ESG 선도 투자기업인 블랙록의 포트폴리오를 봐도 여전히 탄소배출 하는 기업들이 많이 속해 있다. 투자처가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결국 '그린 전환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인데 SK이노베이션은 새로운 방향으로 가기 위한 비전 제시가 명확했고 의지도 강하다"고 덧붙였다. 또 두 교수는 SK이노베이션 R&D 성과에서 아쉬운 부분으로 2004년 해외연구소 설립 후 한동안 글로벌 R&D 투자가 없었다가 2022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글로벌 R&D 네트워크 구축에 돌입한 것을 꼽았다. 조금 더 이른 시점에 했다면 더욱 긍정적이었을 거라는 분석이다. 교수들은 SK이노베이션만의 독특한 R&D 경영 모델인 'SKinnoWay R&BD'를 도출하고 이를 4E, 즉 Entrepreneurship(경영철학과 도전), Exploitation(기존사업 경쟁력 강화), Exploration(미래형 신사업개발) 및 Expertise (기술역량) 등으로 만들어진 혁신모델을 제시했다. 교수들은 SK이노베이션 R&D를 분석한 결과 ▲제품 품질, 원가 경쟁력 강화 ▲ 공정개선 및 최적화 ▲촉매/합성/분석등의 공통역량 축적 등에서 뛰어날 뿐 아니라, 사업개발, 즉 사업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R&BD 구조를 갖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적 우위라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SK이노베이션의 R&BD 경영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로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R&D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최종현 선대회장이 유공인수 직후 R&D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종합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 선언에 이어 기술개발연구소를 설립한 것을 예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