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안정' 구광모 '쇄신'…같은 듯 다른 삼성·LG 세대교체
올해 주요 대기업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30·40대 젊은 임원을 발탁하고 기술인재와 여성 임원 비중을 늘리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예년보다 일찍 인사를 마무리한 삼성과 LG 역시 이같은 인사 트렌드를 반영한 2024년 정기 사장단·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다만, 주력 계열사 수장을 대부분 유임시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달리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계열사 사령탑 교체로 친정체제를 구축한 점에서 더욱 과감한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가 이날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하며, 삼성그룹과 LG그룹 전자 계열사의 2024년 정기 사장단·임원 인사가 마무리됐다. ■ 삼성, 전자 계열사 수장 대부분 유임…LG, 선대회장 임명 부회장 모두 떠나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이 있다. 2024년 정기 인사에서 먼저 삼성전자는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종전처럼 DX부문장과 생활가전사업부장을 겸임하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직은 용석우 신임 사장에게 넘어갔다.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경계현 사장은 DS부문장 외에 SAIT원장(옛 종합기술원)도 함께 맡기로 했다. 이밖에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등 주요 관계사 수장 대부분이 유임됐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기조를 올해도 이어갔다는 분석이다. 다만, 기존 사업 연장선에 있지 않은 신사업 발굴을 위해 부회장급 조직으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이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아 삼성전자로 복귀하면서 3인 부회장 체제(한종희·정현호·전영현)가 됐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삼성전자가 부회장급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한 것은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가 갖고 있는 힘을 다소 분산시켜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을 위한 핵심 엔진을 새로 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일부 사업을 젊은 사장에게 넘긴 것도 기존 대표가 갖고 있는 힘을 다소 줄이기 위한 방안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외형적으로 보면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를 유임해 힘을 실어준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기존에 갖고 있던 힘을 다소 분산시켰다"며 "내년 현 사장 대부분 임기가 공식 종료되는 만큼 2025년 인사에서 변화를 위한 징검다리 유형 인사로 유추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반대로 LG그룹은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하며 기존 3인 부회장 체제에서 2인 부회장 체제로 바뀌었다. 권봉석 LG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구광모 회장을 보좌한다. 부회장 승진이 점쳐졌던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변동없이 직을 유지했다. 함께 부회장 승진 물망에 올랐던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LG디스플레이 사장으로 발령이 났다. 올해 인사는 '구광모 회장의 친정 체제' 강화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에 이어 권영수 부회장까지 용퇴하며 고 구본무 선대회장이 임명한 부회장단이 모두 현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당시 6명이던 부회장단은 2명으로 줄어들었다. LG전자에서는 새로운 신임 사장 2명(박형세 HE사업본부장·정대화 생산기술원장)을 승진시켜 차세대 리더들을 발탁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이노텍 수장도 젊은 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문혁수 LG이노텍 부사장은 모두 50대로 전임 수장들보다 10년 어리다. 40대 중반인 구광모 그룹 회장과 나이 차가 크지 않다. LG그룹은 신규 임원 99명 중 1970년대 이후 출생이 9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 조기 인사 단행 삼성·LG…기술인재 발탁하고 승진 규모 줄여 젊은 임원 발탁 기조는 삼성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40대 상무·부사장을 다수 배출했다. 70년대생 사장도 처음으로 탄생했다. 삼성전자와 LG그룹 2024년 인사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자, 인사 시기를 예년보다 앞당겼다는 특징도 겹친다. 또 승진 폭을 예년보다 줄여 신중한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명의 사장 승진자가 있었지만 올해는 2명이 승진하는 데 그쳤다. 부사장 51명, 상무 77명, 펠로 1명, 마스터 14명 등 총 143명을 승진시켰는데 전년(187명)보다 줄어든 규모다. LG그룹 역시 전체 승진 규모는 139명으로 지난해(160명)보다 줄었다. 신규 임원은 지난해(114명)보다 감소한 99명이다. 두 회사 모두 승진 인원이 이전보다 줄었지만, 성장 잠재력을 갖춘 젊은 임원과 기술인재를 대거 등용한 점은 동일하다. LG그룹은 전체 승진자 중 31명이 R&D 임원이었으며 특히 그룹의 미래사업인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와 SW 분야서 24명이 승진했다. 그룹 전체 R&D 임원은 역대 최대인 203명이다. 삼성전자도 "SW와 신기술분야 인재를 다수 승진시키며, 젊은 리더와 기술인재 발탁을 통한 세대교체를 가속화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