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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s 픽] 이재명 만난 오픈AI, 韓 진출 본격화…삼성·SK와 AI 협업 논의 속도 붙나

전 세계 인공지능(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오픈AI가 한국 법인 설립을 공식화하며 국내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UAE에 이어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도 확대하기 위해 나선 만큼 한국 지사 설립을 기점으로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 측과 만난 후 한국 법인을 공식 설립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향후 몇 달 내 서울에 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으로, 현지와의 긴밀한 협력과 파트너십을 더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오픈AI가 한국 지사 설립 발표 전에 이 후보 측과 만난 것은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호의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자 하는 의도로 분석된다. 오픈AI가 먼저 요청해 이번 미팅이 성사된 것이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날 미팅에선 제이슨 권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올리버 제이 국제비즈니스 총괄(MD·Managing Director), 샌디 쿤바타나간 아시아·태평양 정책 총괄(Head of Policy APAC), 고기석 고문(Senior Policy Advisor) 등 오픈AI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디지털특별위원회 측에선 임문영 민주당 선대위 디지털특별위원장, 채보건 정책본부 전략기획 담당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이번 미팅에서 아시아 지역 투자에 관한 자신들의 계획과 함께 차기 한국 정부와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에는 최형두 국민의힘 선대위 AI과학정책본부장을 만나 AI 인프라 구축 등을 포함한 국가적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오픈AI가 이처럼 나선 것은 한국이 '풀스택 국가'로서의 기술적 역량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는 점과 인재·교육·연구개발(R&D) 역량이 존재한다는 점, 카카오와 네이버, 크래프톤을 비롯한 민간 기업들이 활발히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 요소로 꼽혔다. 권 CSO는 "한국이 정말 흥미로운 가능성을 가진 나라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프라 수준부터 응용 계층까지 전체 스택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들이 해야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으로, 미래에는 인프라가 각국의 상업용 AI 도입, 기술 개발, 그 혜택이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만드는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픈AI는 지난해 말에도 한국 지사 설립을 검토 했지만, '12·3 계엄령 사태'로 국내 정세가 극도로 혼란스러워지면서 이 결정을 미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 벨기에 브뤼셀, 아일랜드 더블린, 싱가포르, 일본 도쿄 등에 지사를 운영 중으로, 지난 22일에는 독일 뮌헨에도 새로운 사무실을 오픈했다. 이는 오픈AI의 글로벌 확장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말 66억 달러(약 9조2천380억원) 투자를 유치한 후부터 지사 설립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 지사 설립 논의는 올해 초 알트먼 CEO의 방한 이후 본격화됐다. 업계에선 최근 오픈AI가 국내 기업들과 활발한 협업 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소통 창구 역할을 할 지사 설립이 임박했다고 일찌감치 봤다. 알트먼 CEO는 지난 2월 한국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허윤홍 GS건설 대표,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등 주요 대기업 수장들과 만나 사업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특히 카카오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알트먼 CEO는 카카오 미디어 데이에 참석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카카오와 AI 비전을 공유할 것"이라며 "앞으로 사용자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나 생산성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과는 '스타게이트'와 관련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를 중심으로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 민간 기업들이 협력해 슈퍼컴퓨터와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투자액은 향후 4년 동안 최대 5천억 달러(약 720조원) 규모로, 오픈AI는 소프트뱅크와 함께 한국에서도 투자처를 찾는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에 일각에선 삼성전자, SK그룹 등 일부 국내 기업이 오픈AI가 아-태 지역에 데이터 센터를 설립하는 것과 관련해 조만간 참여 의사를 밝힐 것으로 기대했다. 오픈AI는 지난 22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5기가 용량의 대규모 데이터 센터 설립을 지원하기로 하는 내용의 '스타게이트 UAE'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아-태 지역에도 이를 추진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알트먼 CEO는 이전에도 한국을 두 차례 찾아 국내 기업들과 만남을 갖기도 했다. 2023년 6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한국 기업들과의 AI 반도체 공동 개발을 제안했고 한국 스타트업과의 협업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월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과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 스타트업 경영진을 만나 AI 반도체 설계·제조 사안을 의논했다. 그렉 브로크만 오픈AI 회장은 지난해 11월 4일 'SK 서밋'에 모습을 드러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AI 동맹'을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달에는 오픈AI와 한국산업은행이 한국 AI 생태계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주목 받았다. 이는 한국 기업·기관과 맺은 첫 협약으로, 한국 AI 스타트업 지원, 국내 데이터센터 개발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오픈AI가 직접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에 투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업계에선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한 시발점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알트먼 CEO가 카카오와의 협업 발표 중 한국 정부에서 추진 중인 국가AI컴퓨팅센터에 참여할 계획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는 점에서도 이번 한국 법인 설립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알트먼 CEO는 "발표할 부분은 없지만, 그 부분은 항상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알트먼 CEO가 한국 AI 시장을 좋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도 향후 오픈AI가 국내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일 것이란 기대감을 키운다. 알트먼 CEO는 "한국의 AI 채택률은 놀라운 수준이고 에너지·반도체 등에서 정말 강력한 AI 채택이 가능한 국가라고 본다"며 "우리에게도 좋은 시장으로, 한국의 사용자를 위해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기업·기관이 AI 투자에 적극적인 국가인 만큼, 오픈AI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한국 지사를 설립해 AI 규제 논의에 참여하거나 AI 투자에 본격 행보에 나서야 겠다는 판단을 한 듯 하다"며 "이 후보가 대선 1호 정책공약으로 'AI 등 신산업 집중 육성'을 위한 100조원 규모의 국부펀드 조성을 제시한 만큼 집권 이후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오픈AI와의 만남이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2025.05.26 12:03장유미 기자

美-UAE 'AI 동맹' 더 끈끈해진다…오픈AI·엔비디아, 세계 최대 규모 AI 인프라 구축

아랍에미리트(UAE)와 미국이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AI 인프라 단지인 '스타게이트 UAE(Stargate UAE)'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시장 내 주도권 확보에 함께 나선다. 23일 소프트뱅크 뉴스룸에 따르면 '스타게이트 UAE' 프로젝트에는 UAE 국부펀드 지원을 받는 AI 기업 G42와 함께 오픈AI, 오라클, 엔비디아, 소프트뱅크 그룹, 시스코 등이 참여한다. 인공지능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해외로 확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 외 지역 중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단지가 된다. 참여 기업들은 UAE 아부다비에 새롭게 조성되는 5GW(기가와트) 규모의 'UAE–U.S. AI 캠퍼스' 안에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이 시설은 완공 시 규모가 약 10제곱마일(약 26㎢)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과학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을 위한 사이언스 파크도 함께 조성된다. 전력 수요는 원자력 발전소 5기의 발전 용량과 맞먹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에 세워질 첫 번째 스타게이트 캠퍼스의 예상 용량인 1.2GW의 4배에 달한다. 또 원자력, 태양광, 천연가스를 활용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스타게이트 UAE'는 1GW급 컴퓨트 클러스터로, G42가 건설하고 오픈AI와 오라클이 운영을 맡는다. 시스코는 제로 트러스트 기반 보안 기술과 AI 최적화 네트워크를 제공하며 엔비디아는 최신 그레이스 블랙웰 'GB300' 시스템을 공급한다. 소프트뱅크 그룹 역시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해 글로벌 AI 생태계 구축에 힘을 보탠다. 이 중 첫 200MW(메가와트) 규모의 AI 클러스터는 오는 2026년 가동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UAE–미국 간 신설된 'AI 가속화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AI 기술의 안전하고 책임 있는 개발을 촉진하고 글로벌 이익을 도모하는 협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프레임워크 하에서 UAE는 미국 내 디지털 인프라 투자도 확대하며 '스타게이트 U.S.(Stargate U.S.)' 프로젝트 등도 함께 추진한다. 이는 최근 발표된 '아메리카 퍼스트 투자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펭 샤오 G42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스타게이트 UAE는 책임 있는 혁신과 글로벌 진보를 향한 공동의 비전을 반영한 대규모 협력 프로젝트"라며 "AI의 혜택이 전 세계 경제와 사회, 국민에게 확산되는 교량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디지털 주권을 확보한 국가급 AI 인프라 구축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는 시대를 바꾸는 힘"이라며 "스타게이트 UAE는 국민의 역량 강화와 경제 성장, 미래 비전을 실현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스타게이트 UAE는 글로벌 AI 혁명의 엔진"이라며 "대담한 투자와 신뢰에 기반한 파트너십이 더욱 연결되고 행복하며 역량 있는 세계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척 로빈스 시스코 CEO는 "스타게이트 UAE에 우리의 AI 최적화 보안 네트워크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AI 혁신의 초석을 함께 다지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 외에 오픈AI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도 데이터 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서 삼성전자, SK그룹 등 국내 기업이 이 때 함께 나설 지 주목된다. 샘 알트먼 CEO가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해 카카오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는 점에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픈AI는 이를 추진하기 위해 제이슨 권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아-태 지역에 파견해 정부 관계자, 민간 부문 파트너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음 주부터 일본과 한국, 호주, 인도, 싱가포르 등을 순회 방문해 AI 인프라 구축 및 오픈AI의 소프트웨어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 구글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등도 아-태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확장을 적극 추진 중이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미국 외 첫 스타게이트 구축을 통해 우리의 'AI 국가 파트너십' 비전이 실현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더 많은 국가에서 생명과학, 교육,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2025.05.23 10:06장유미 기자

[유미's 픽] "신입 SW 개발자 안뽑습니다"…'AI 코딩' 맛 본 기업들, 조직 효율화 '스타트'

"12개월 이내에 인공지능(AI)이 대다수 프로그래머를 대체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에릭 슈미트 구글 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2월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이 발언이 점차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AI 코딩 도구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며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하자, 국내외 기업들이 신입 소프트웨어(SW) 개발자를 채용하지 않거나 조직 개편을 통한 인력 효율화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IT 기업 A사는 최근 진행된 최고 경영진 회의에서 앞으로 SW 개발자 신규 채용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단순 코딩 작업을 AI로 대체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서다. 실제 이곳은 최근 AI 코딩 도구 '커서' 프로그램을 도입해 업무 효율을 1.5배 높였다. '커서'는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적으면 의도를 파악해 코드 제작을 도와주는 AI 소프트웨어로, 이를 개발한 미국 기업 애니스피어는 오픈AI의 인수 제안을 받는 등 90억 달러(약 12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았다. 최근 오픈AI가 약 30억 달러(한화 4조2천억원)에 인수키로 한 '윈드서프'도 '커서'와 함께 이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A사 임원은 "커서 프로그램이 2~3명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신입 개발자는 안뽑을 것 같다"며 "이를 잘 활용할 수 있고 업무 숙련도가 높은 개발자 몇 명과 일하는 것이 더 낫다고 오너가 판단해 경영진에게 이처럼 지시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해당 기업 오너는 "이제는 AI 혁명이 아닌 AI가 집권하는 시대가 된 만큼,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신입 SW 개발자를 채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기존 SW 개발자들 50여 명 정도도 AI 플랫폼 개발로 전환배치한 상태로, 앞으로는 AI 플랫폼 개발에 모든 임직원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MX(모바일경험) 사업부가 '커서'를 SW 개발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해당 사업부 소속 개발자 400여 명은 지난달부터 약 한 달간 '커서'를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내 개발직군 일부 팀에선 이미 '커서'를 업무에 활용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IT 기업이 밀집한 경기도 판교나 서울 가산동 일대에선 AI를 통해 코딩 작업에 나서면서 관련 개발 직무에 대한 신규 채용을 하지 않은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AI 모델에 직접 코드를 입력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물의 느낌(바이브)만 제시해 프로그래밍하는 '바이브 코딩'이 대세가 되면서 SW 개발자, 즉 '코더'들이 점차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에선 이미 '코더'들의 설자리가 사라진 지 오래다. IBM의 경우 지난 2023년 AI로 대체할 수 있는 업무에는 사람 직원을 뽑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13일 AI 투자에 따른 수익률 저하로 직원 3% 미만인 6천 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2023년 약 1만 명을 감원한 이후 최대 규모로, 대상자에는 SW 엔지니어링 분야가 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제품 관리나 기술 프로그램 관리 직책 등 중간 관리자는 약 30%로 뒤를 이었다. 메타 역시 올해 2월 전체 인력의 5%인 약 3천6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가상현실 사업부인 리얼리티 랩스에서 수백 명을 해고했다. 또 AI가 대체할 수 있는 분야는 채용을 하지 않거나 기존 인력을 정리하는 분위기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진행된 메타 AI 개발자 회의 '라마콘'에서 이를 시사했다. 그는 "내년에는 AI가 자사 개발의 절반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비중은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사티아 나델라 MS CEO도 "MS에 저장된 코드의 20~30%는 AI가 작성했다"며 "일부 프로젝트는 아마 전체가 AI로 개발됐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근 MS가 감원에 나선 이유를 뒷받침하고 있어서다. 일부 기업들은 AI 코딩 에이전트도 속속 내놓고 있다. 최근 '코덱스'를 공개한 오픈AI가 대표적이다. 오픈AI 추론 모델 'o3'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코덱스'는 코드 작성과 버그 수정, 검사 실행, 개발자의 코드베이스(codebase·소스 코드의 집합) 관련 질문에 답 등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MS가 소유한 깃허브와 구글, 아마존, 앤트로픽 등 많은 기술 기업도 개발자용 AI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MS는 최근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MS 빌드 2025'를 통해 새로운 AI 에이전트를 공개해 주목 받았다. 이 AI 에이전트는 개발자가 작성하던 코드에 기반해 일부 코드만을 자동 생성하던 기존 에이전트와 달리, 간단한 지시만으로 전체 코드를 작성하고 작업이 끝나면 이용자에게 검토를 요청한다. '클로드 코드'를 선보이고 있는 앤트로픽의 수장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1년 내 AI가 사실상 모든 코드를 작성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고 봤다. 개리 탠 와이콤비네이터 최고경영자(CEO)는 "'바이브 코딩'으로 인해 이제는 많은 코더가 필요 없다"고 밝혔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인구조사 자료에서도 '코더'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사실은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고용은 인터넷이 등장하기 수년 전인 198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 1980년대에는 30만 개가 넘는 프로그래밍 일자리가 있었고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당시에는 70만 개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현재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오는 2033년까지 '코딩' 관련 일자리가 1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대표 구인 플랫폼 인디드의 통계에서도 지난 2월 미국 전체 일자리는 1년 전보다 10%나 늘었으나, SW 개발자 채용 공고는 35%나 감소했다. 조직 내 중간 관리자들도 AI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AI를 통해 의사 결정이나 보고 체계 자동화가 가능해진 탓이다. 인텔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2만2천 명을 감원했는데 이 중 상당수가 중간 관리직이었다. 아마존도 지난 4월 비슷한 기조로 아마존웹서비스(AWS) 부문에서 400여 명을 감원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생성 AI로 인해 10년 내 3억 개의 일자리가 증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 비용을 AI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술·인프라에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려면 다른 부문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밖에 없어서다. 로이터는 "빅테크 기업들이 최근 데이터센터와 AI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며 "이 외 부문 투자는 축소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코딩을 자동화하며 인간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지만, 프로그래밍 전반을 관리하며 기계가 할 수 없는 다양하고 복잡한 일을 담당하는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는 점에서 기회 요소는 있다"며 "단순 코딩 실력이 아닌 기획, 분석, 운영 등 복합 역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AI 기술을 접목해 개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전문가들이 기업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5.05.22 16:26장유미 기자

'79분' 승부수 판세 바꿨다...삼성 일체형 세탁건조기 판매 두 배 늘린다

삼성전자가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앞세워 글로벌 세탁기 시장 판세를 주도하고 있다. 히트 펌프 방식뿐만 아니라 벤트 타입, 인피니트 라인까지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며 시장 확장에 팔을 걷었다. 삼성전자는 22일 '비스포크 AI 콤보'에 적용된 최신 기술을 소개하는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했다. 성종훈 삼성전자 DA사업부 상무는 "삼성 일체형 세탁건조기가 국내 시장 점유율 70%를 달성했다"며 "올해는 판매량을 두 배 이상 늘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품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하며 국내 세탁건조기 시장을 석권한데 이어, 국내 최대 18kg 건조 용량과 단 79분 만에 세탁부터 건조까지 완료하는 성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열교환기 전열면적 확대, 건조 알고리즘 최적화, 덕트 시스템 적용 등 혁신 기술로 '비스포크 AI 콤보'의 건조 성능을 높이고 건조시간을 크게 줄였다. 성 상무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비스포크 AI 콤보'가 출시 1년 만에 국내 시장의 판도를 바꿔놨다"며 "올해는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 18kg 건조 용량, 세탁·건조 성능과 효율 등을 두루 갖춘 한층 진화된 신제품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세탁·건조 한번에…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 시장 석권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한 대의 기기에서 세탁부터 건조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체형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처음 출시했고, 올해 3월에는 성능과 편의 기능을 한층 강화한 2025년형 신제품을 선보였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편리함과 공간 효율성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아 출시 1년여 만에 국내 누적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하고, 하루 평균 230대 이상 판매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세탁기·건조기 시장에서 올인원 세탁건조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기간에 20%대로 급성장했다. "전열면적-알고리즘-덕트 구조 혁신" 2025년형 비스포크 AI 콤보는 킹 사이즈 이불 빨래까지 가능한 세탁 25kg, 건조 18kg의 국내 유일 최대 용량을 구현했다. 제품 외관 크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건조 용량은 2024년형 제품보다 3kg나 늘었다. 삼성전자는 건조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열교환기 크기는 유지하면서 열교환기 핀을 기존 대비 더 많이 촘촘하게 배치해 전열면적을 8.5% 확대했다. 전열면적이 넓어지면 세탁물을 통과한 고온다습한 공기의 수분을 더 빠르게 제거할 수 있다. 건조해진 공기는 다시 드럼 안으로 들어가 세탁물의 수분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건조 효율이 높아진다. 건조 알고리즘도 빨래 양에 따라 드럼의 운전 속도와 온도를 최적으로 제어하도록 업그레이드했다. 빨래 양이 적을 때에는 드럼 속도를 낮추고 온도의 상승 속도를 높여 빠르게 건조하고, 빨래 양이 많을 때에는 드럼 속도를 높이고 온도의 상승 속도를 낮춰 균일하게 건조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최적화된 공기 흐름을 유도하는 덕트 시스템도 적용했다. 의류를 통과한 공기가 제품 뒷면에 매립된 덕트를 통해 열교환기로 직접 연결돼 순환하며 건조 효율을 높인다. 덕트를 통해 따뜻한 공기가 드럼 내부 상단뿐 아니라 하단까지 골고루 순환하며, 유실되는 건조용 바람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건조 성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동일한 외관 크기 내에서 제품의 건조 용량 또한 3kg 늘릴 수 있었다. 2025년형 비스포크 AI 콤보 '쾌속 코스'의 경우 세탁부터 건조까지 단 79분만에 마칠 수 있는데, 이는 기존 대비 20분이나 줄어든 수치다. 성 상무는 "전열면적 확대, 건조 알고리즘 최적화, 덕트 시스템 적용 등 정교한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건조 성능을 높이고 건조시간 또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세탁 건조 기술을 지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전력량,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최저 기준보다 45% 낮아 신형 비스포크 AI 콤보는 소비전력량도 크게 줄였다. 세탁 시 찬물에서도 빠르고 깨끗하게 세탁할 수 있는 '에코버블'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을 달성했다. 세탁 시 세탁물 1kg 당 소비전력량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최저기준보다 45% 낮다. 또 개선된 고효율 히트펌프 기술을 통해 건조 시의 소비전력량도 기존 콘덴싱 방식의 올인원 세탁건조기와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AI 편의 기능 강화…세탁물 무게·옷감 감지 2025년형 비스포크 AI 콤보의 'AI 맞춤+'는 세탁물의 무게와 옷감, 오염도∙건조도 등을 AI가 감지해 최적의 세탁 코스로 맞춤 관리해주는 기능이다. 세탁물의 무게, 표면 마찰 특성, 흡수 특성 등 다양한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학습해, 옷감 종류를 알아서 감지하고 구분한다. 인식 가능한 옷감은 섬세, 타월, 일반, 데님, 아웃도어로 총 5종이다. 한 벌 코스, 손빨래 코스, 오토 오픈 도어+ 등 편의 기능도 두루 갖췄다. 한 벌 코스는 하절기 교복, 운동복 등 자주 갈아입는 옷을 49분만에 세탁부터 건조까지 완료한다. 표준 코스 대비 시간은 50% 줄고, 물과 세제도 각각 40%, 70% 절감된다. 손빨래 코스는 손빨래 동작을 드럼의 양방향 회전으로 구현해 120도 각도로 움직이며 45분만에 옷감을 더 부드럽게 세탁한다. 오토 오픈 도어+ 기능은 세탁 후 자동으로 문을 열어 내부 습도를 최대 40% 낮추고, 송풍 기능을 통해 세탁물과 세탁조 내부를 위생적으로 관리해준다. 뿐만 아니라 제품 상단에 적용된 7형 'AI 홈' 터치스크린으로 다양한 코스와 기능을 한눈에 살펴보고 터치로 쉽게 제어할 수 있다. 신제품에는 ▲사용 빈도가 높은 6개 코스를 다이얼 형태로 보여주는 '다이얼 테마' ▲스마트폰처럼 기기 설정을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퀵 패널' 기능이 추가됐다. 글로벌 시장 43개국 진출…북미 전용 제품도 출시 비스포크 AI 콤보는 총 43여개 국가에서 판매되며 글로벌 경쟁력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 영국, 독일 등 30여개국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는 인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으로 판매 지역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미국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벤트 방식 건조를 적용한 '비스포크 AI 벤트 콤보'로 북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북미의 경우 히트펌프 방식을 주로 사용하는 국내와 달리, 약 90%의 가정에서 벤트형 건조기를 사용하고 있다. 벤트 타입은 히터로 공기를 가열해 의류를 건조하고, 옷감에서 배출된 습기를 제품 외부로 배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미국, 캐나다와 멕시코에도 벤트 타입을 출시하는 등 히트펌프, 벤트 방식을 모두 활용해 일체형 세탁건조기 시장을 주도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디자인을 보다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를 위해 초프리미엄 라인업 '인피니트 AI 콤보'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인피니트 AI 콤보는 정교하고 섬세한 '롱아트 헤어라인' 공법과 빛의 반사를 최적화하는 부드러운 광택감을 살린 디자인을 적용했다. 또 돌출 면 없는 '리얼 플랫 디자인'을 통해 일체감 있게 딱 떨어지는 완성도 높은 인테리어를 구현할 수 있다. 성 상무는 "삼성전자는 히트펌프 방식뿐만 아니라 벤트 타입, 인피니트 라인까지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있다"며 "일체형 세탁건조기 리더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세탁기 시장의 변혁을 주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025.05.22 13:46신영빈 기자

전영현 부회장 취임 1년...삼성 반도체 두번 실패는 없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부회장)이 오늘(21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전례없는 위기를 맞은 삼성 반도체 사업 부문의 '구원투수'로서 등판한 전 부회장은 정확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제품개발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고질적인 책임 회피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고,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 등에서 명확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과제도 동시에 제기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지난 1년간 반도체 사업의 근원적 경쟁력 회복, 조직 구조 및 문화 개편 등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 5월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DS부문장직에 오른 전 부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많은 과제를 떠안았다. 당시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의 부진으로 인한 수익성 감소, 최신 HBM의 상용화 지연, 최선단 파운드리 고객사 부재 등 여러 악재에 직면해 있었다. 당시 전 부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부동의 1위 메모리 사업은 거센 도전을 받고 있고, 파운드리 사업은 선두 업체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시스템LSI 사업도 고전하고 있다"며 "새로운 각오로 상황을 더욱 냉철하게 분석해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반드시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다시 힘차게 뛰어 보자"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전 부회장, 현 DS 부문 문제점 정확히 짚어…변화 방향성 '긍정적' 이후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근원적인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다. 특히 기존 회사의 기술적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발 방향성을 바꾸는 등 보다 '현실적인' 대안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전자 내부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조직이 워낙 거대하다보니 부서 간에 원활한 소통이 어렵고, 때로는 실무진이 중심인 화성과 최종 결정권자인 서초 간의 정보가 왜곡되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다행히 전 부회장은 현존하는 약점 및 문제점에 대한 맥을 비교적 정확히 짚고,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1c D램(6세대 10나노급 D램)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D램은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에 적용될 예정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첫 양품(Good Die)을 확보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실제 수율 확보에는 난항을 겪었는데, 선폭 미세화에 따른 안정성 하락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1c D램의 주변 회로의 선폭을 키우는 방향으로 재설계 결정을 내렸다. 이 경우 공정 난이도가 하락해 칩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전체 칩 사이즈가 커져 웨이퍼 대비 생산량이 하락하기 때문에, 제조 비용 측면에서는 불리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엔비디아향 HBM3E 공급에 차질을 겪어 왔고, 차세대 HBM4 역시 최선단 D램 적용으로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며 "원가 경쟁력을 포기하고서라도 1c D램 재설계를 추진한 것은 그만큼 부족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제품 상용화를 우선순위에 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조직 개편 측면에서는 지난해 7월 HBM 개발팀을 신설하고, 전 부회장 직속으로 AVP(어드밴스드패키징) 사업팀을 재편했다. 또한 반도체 공정 기술을 연구하는 설비기술연구소의 기능을 사실상 축소했다. 기존 반도체연구소 역시 R&D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조직을 보다 효율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 부회장 체제 하에서 삼성전자는 기존 방대했던 연구개발 조직이 슬림화되고, 인력 관리가 더 타이트해지는 추세"라며 "전 부회장이 직접 엔비디아를 찾아가는 등 사업 목표 달성을 위한 집중도도 이전보다 높아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책임 회피' 문화…과감한 결단 내려야 그러나 삼성전자 반도체가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회사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현재 삼성전자가 개선해야 할 가장 큰 한계점은 '책임 회피 문화'로 지목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위기감을 인지하고는 있으나, 비교적 큰 규모의 기술 및 공정 변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위 '총대'를 메고 과감한 시도를 하려는 문화가 없다면 삼성전자가 맞이한 지금의 위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신기술 도입을 위한 JDP(공동개발 프로젝트) 진행 등에서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협력사가 신기술을 제안하더라도 삼성전자 측에서 개발 실패 시 부담할 비용을 고려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처음부터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전공정·후공정 분야에서 이와 같은 이유로 JDP가 성사되지 않은 일이 다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올 하반기부터 HBM·파운드리 등 본격적인 성과 기대 전 부회장의 취임 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개발 및 사업 전략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올 하반기부터는 이러한 노력의 성과가 차츰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에서도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향 HBM3E 및 HBM4의 상용화 여부가 중대한 관심사다.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회사의 제56기 정기주주총회 현장에서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빠르면 2분기, 늦으면 하반기부터 HBM3E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HBM4와 커스텀 HBM 등 신시장에서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차질 없이 개발 및 양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월경부터 엔비디아향 공급을 전제로 HBM3E 12단 제품을 선제적으로 양산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HBM을 위한 1c D램 생산능력 확대도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꾸준히 진행될 예정이다. 시스템반도체 분야도 하반기 반등을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최선단 공정인 2나노미터(nm) 분야에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의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퀄컴의 최신형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2세대 스냅드래곤 8 엘리트(모델명 SM8850)' 제품을 소량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5.05.21 06:00장경윤 기자

김용석 가천대 교수 "韓 제조업, '온디바이스 AI'가 이끌 것…창의인재 길러야"

"예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대전환이 일어났던 것처럼, AI가 또 한번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특히 국내 제조업을 이끌 '온디바이스 AI'에 주목해야 하죠. 국내 산업계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온디바이스 AI용 반도체 기술력과, 창의성 있는 엔지니어 확보에 주력해야 합니다"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는 지난 10일 대구대학교에서 열린 '2025 대한전자공학회 주최 SoC 학술대회' 키노트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기술을 소개하고, 인정 받는 SoC(시스템온칩) 설계자가 되기 위한 마음 자세(Attitude)를 설명 했다. 김 교수는 1983년 삼성전자 종합연구소에 입사해 약 30년간 엔지니어로 근무한 시스템반도체 전문가다. TV, 오디오, 통신기기용 ASIC(주문형반도체)를 개발했으며, 초기 갤럭시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가천대 반도체교육원 초대 원장 겸 반도체공학회 고문, 팹리스 산업협회 고문으로서 국내 반도체산업 발전과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김 교수가 삼성전자에 입사했던 1980년대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 시작됐던 시기다. 김 교수 또한 아날로그 방식의 카세트 녹음기를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는 DAT(Digital Audio Tape) 칩 개발을 맡은 바 있다. 김 교수는 "당시에는 아날로그 제품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형태로 제품을 차별화했는데, 맞춤형 반도체 칩을 개발해 탑재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며 "삼성전자도 DAT 칩의 사양을 직접 정해서 구현해보는 등, 굉장히 모험적인 일을 했었다"고 회상했다. AI로 '제 2의 변혁' 맞은 IT 산업…온디바이스AI 칩 기술력 확보해야 최근 IT 시장은 또 한번의 변혁을 맞이하고 있다. 1980년대 디지털 기술의 도입이 활발했다면, 2020년대에는 이미 디지털화된 제품에 AI 기술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대세로 떠올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초 공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4 울트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제품은 삼성전자의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을 적용해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구현한다. 온디바이스 AI란, 서버 및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김 교수는 온디바이스 AI용 반도체 개발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핵심 과제라고 보고 있다. 온디바이스 AI가 스마트폰 외에도 PC·자동차·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에 맞춰, NPU(신경망처리장치)와 같은 맞춤형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제조업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 세트 시장은 온디바이스 AI의 가장 유망한 적용처"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온디바이스 AI에 특화된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韓 미래 인력들, 中 엔지니어와 경쟁하게 될 것" 다만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은 미중간 패권 다툼에 따라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중국을 지속 견제하고 있으나, 중국 역시 이에 굴하지 않고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특히 중국은 세트 업체인 화웨이와 자회사인 반도체 설계 기업 하이실리콘, 파운드리 기업인 SMIC, 메모리 업체인 CXMT·YMTC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을 받으며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교수는 "화웨이가 하이실리콘을 통해 7나노미터(nm) 반도체를 설계하고, 이걸 SMIC가 만들어 다시 화웨이 스마트폰에 공급한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며 "칩에서부터 세트까지 전체 공급망을 모두 갖춘 형태의 체제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취업을 하게 되면, 주요 경쟁자는 중국 반도체 엔지니어가 될 것"이라며 "향후 AI 반도체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만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시대 주도권은 결국 사람에게…창의성 적극 길러야 이처럼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계도 양질의 엔지니어 육성 전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교수는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학교는 지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사회와 기업에서는 지식과 더불어 창의성, 추진력, 의사소통능력 등을 모두 키워야 한다"며 "특히 창의성은 AI 시대에서 중요한 덕목으로,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으려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주요 방안으로는 글쓰기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하버드 대학 신입생은 한 학기에 적어도 세 편의 에세이를 쓰고, 졸업생들도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을 글쓰기라도 답했다"며 "책이나 강연에서 들은 내용을 A4 용지 한 페이지에 정리하며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AI 시대의 주도권은 사람에게 있다. AI가 하라는 대로 따르는 게 아닌, AI를 조력자로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향후 일자리는 AI가 없애는 것이 아니라, AI를 잘 다루는 사람과의 경쟁에 밀려 잃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05.18 10:19장경윤 기자

中 BOE, OLED 이어 반도체도 손 뻗는다…제조공장 설립 추진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OLED에 이어 '반도체' 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최근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시스템반도체 팹(공장) 설립을 위한 설비 도입을 문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간접적 투자는 있었으나, BOE가 직접 반도체 팹을 지으려는 시도는 처음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레거시(성숙) 공정에 국한될 것으로 보이나, BOE가 중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국내를 비롯한 반도체 공급망에 적잖은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BOE는 시스템반도체를 직접 양산하기 위한 설비투자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BOE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다. LCD 시장에서 전 세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OLED 분야 역시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의 점유율 격차를 빠르게 좁혀나가고 있다. 화웨이 등 현지 대형 세트업체들을 등에 업은 효과다. 나아가 BOE는 28~65나노미터(nm) 급의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복수의 장비업체와 물밑 접촉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은 초기 단계의 논의지만, 협력사에 관련 설비 도입을 적극적으로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BOE가 베이징 정부, 현지 소규모 레거시 반도체 기업들과 협업해 12인치 반도체 팹 신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디스플레이용 칩만이 아닌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목적으로, 현재 공급망을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이 AI·자율주행 등 첨단 산업을 적극적으로 키우는 상황에서 BOE도 시스템반도체 공급망 자립화에 동참하기 위한 투자를 준비 중"이라며 "초기 투자는 레거시 분야로 진행하지만, 그 이상의 공정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OE가 실제로 시스템반도체 팹을 신설하는 경우, 중장기적으로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적잖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BOE의 최대 주주는 베이징시 소유의 기금인 만큼 현지 정부로부터 설비투자 및 R&D(연구개발)과 관련한 막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BOE가 청두시에 설립 중인 8.6세대 OLED 제조라인 투자금만 해도 삼성디스플레이(4조1천억원)의 3배 수준인 630억 위안(약 12조원)에 달한다. 이 중 청두시 투자플랫폼이 BOE에 투자한 금액은 180억 위안(약 3조4천억원)이다. BOE가 투입한 자기자본은 200억 위안에 불과하다. BOE가 과거 반도체 공급망에 투자한 사례도 이미 존재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중국 국유기업인 베이징전자(BEC)의 자회사 베이징전자IC제조가 진행하는 12인치 웨이퍼 팹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했다. 투자 규모는 약 20억 위안으로, 프로젝트 전체 지분의 10%에 해당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12인치 반도체 생산능력 점유율은 지난 2021년 19%에서 2026년 29%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반도체와 연계된 파운드리 산업의 경우 점유율이 2021년 23%에서 2026년 42%로 성장세가 더 가파를 전망이다.

2025.05.16 15:39장경윤 기자

K-반도체 육성, 기존 틀 깨야 불확실성 돌파…새 정부 과제 '산적'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서도 산업과 기술의 방향성을 다시 세울 중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는 기술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서 AI 기반 산업 대전환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시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국내 반도체 산업이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거시경제의 악화로 전방산업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중국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으로 탄탄했던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심화된 미·중간 패권 다툼도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 같은 글로벌 국면에서 다음 달 출범하는 새 정부는 수 많은 과제들을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엄중한 현실에 맞춘 실용적인 반도체 설비투자 및 R&D(연구개발) 지원 정책, 근원적인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전략 및 인력 양성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자유무역 시대 지나가…"기존 틀 깨고 반도체 육성에 집중해야" 미국은 지난해부터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 수위를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에 대한 수출 제한과 함께,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수출 규제 범위를 대폭 넓혔다. 올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들어서는 전 세계 무역질서 변화와 IT 수요 감소를 야기하는 관세 정책이 발효됐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분야에 대한 별도의 관세율 부과를 계획하고 있으며, 자국 내 투자를 계획한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Chips Act) 지급도 재검토에 나서는 등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자립화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지난해 5월 발표된 3기 반도체 투자기금의 경우 자본금 규모가 3천440억 위안(한화 약 64조원)으로 2기(약 2천억 위안) 대비 크게 늘어났다. 덕분에 현지 주요 파운드리인 SMIC와 메모리 기업인 CXMT·YMTC 등은 물론, 나우라·AMEC 등 장비기업들도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 올렸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은 단순히 시장경제를 넘어 국가 안보의 핵심 수단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국제 정세를 반영해,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자유무역 시대가 지나가면서, 정부에서도 기존 정책적인 틀 자체를 바꿔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며 "이전에는 개별 업종에 대한 보조금 지급에 대해 정부나 WTO 등에서 거부감을 드러냈으나, 물리적 환경이 바뀐 지금은 반도체 산업에 초점을 맞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정책 진두지휘할 '컨트롤 타워' 절실 보다 과감한 국가 반도체 육성 전략을 위해서는 두 가지 선별 과제가 제시된다. 먼저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국내 반도체 산업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단장은 "현재 반도체 투자에 대한 지원은 산자부, 과기부, 중기부 등에서 각각 관리하고, 인력은 교육부가 담당하는 등 분산 및 중복이 되는 사례들이 있다"며 "장치산업으로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를 지원하려면 범부처 성격의 통합적인 컨트롤 타워가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도 현실성과 속도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근 반도체 시장의 부진으로 기업들의 수익성 확보가 어렵고, AI 등 첨단 산업에 대한 생태계 구축이 시급한 만큼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주력해야 한다는 이슈에서다. 김 단장은 "최근 출범한 양자전략위원회처럼 장기적 관점에서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국내 반도체 산업은 대내외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며 "반도체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 20% 이상을 기여하고 있음에도, 매출액 대비 지원 규모는 미국·중국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교육원장 겸 반도체공학회 고문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요소는 결국 자금으로, 충분한 투자비를 지원해주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R&D(연구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 예외 적용도 더는 지체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스템반도체 육성도 중요…토종 팹리스서도 '한강 작가' 나와야 국내 반도체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는 단연 D램·낸드 등 메모리반도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국은 전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60%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대에 불과하다. 시스템반도체의 핵심인 양질의 설계 인력이 부족하고, 팹리스·디자인하우스·파운드리 등 관련 생태계가 주요 경쟁국 대비 미흡한 탓이 크다. 한 팹리스 기업 대표는 "(대만)엔비디아가 세계에서 기업 가치가 가장 높은 것 처럼, 시스템반도체 설계를 잘 하면 빠른 시간 내에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며 "한강 작가의 책이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았듯이, 뛰어난 아이디어와 설계 실력을 갖춘 팹리스가 한국에서 나온다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새 정부는 시스템반도체와 관련한 소프트웨어 기술력 및 인재 육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팹리스 기업들을 위한 체계적인 인력 양성 정책, 원활한 R&D 환경 구축을 위한 기금 조성 등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AI 산업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온디바이스AI에 대해서도 발빠른 준비가 필요하다. 온디바이스 AI는 서버 및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로, 가전과 로봇, 드론 등에 활발히 채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석 원장은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강한 나라로, 제품에 탑재되는 반도체가 가장 중요한 차별화 요소"라며 "자동차, 스마트홈 등 여러 산업과 두루 연관이 있어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미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육성 결국 자금과 R&D, 주52시간제 근무 예외 적용 더 지체 안돼" [전문가 인터뷰] 김용석 가천대학교 반도체교육원장 겸 반도체공학회 고문 -차기 정부의 시급한 반도체 육성 정책은 무엇인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요소는 결국 자금으로, 충분한 투자비를 지원해주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R&D(연구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 예외 적용도 더는 지체되서는 안 된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시스템 반도체 분야가 가장 취약한데.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키우려면 시스템 아키텍트, 시스템 소프트웨어 인재를 육성하고, 산업체 출신을 전임, 정년보장 트랙 교수로 채용해 기업이 원하는 수준으로 실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많은 기업 경영자를 만나보면,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실제 산업계에 활용되지 않는다는 것에 아쉬움이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 커리큘럼을 이론 중심에서 벗어나 실습 위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래를 걸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강한 나라로, 제품에 탑재되는 반도체가 가장 중요한 차별화 요소"라며 "자동차, 스마트홈 등 여러 산업과 두루 연관이 있어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미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김용석 원장은 김용석 가천대학교 반도체대학 석좌교수이자, 가천반도체교육원 초대 원장은 삼성전자에 1983년 입사해 31년간 시스템반도체, 이동통신 소프트웨어, 갤럭시 스마트폰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시스템반도체 전문가다. 최근 김 교수는 반도체 전쟁과 신제조업 경쟁을 다룬 'AI 반도체 전쟁'이란 책을 출간했다.

2025.05.16 13:37장경윤 기자

[유미's 픽] 인수 기지개 켠 삼성, AI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 나설까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를 인수한 가운데 삼성SDS, 삼성SDI 등 일부 계열사들이 LG그룹처럼 힘을 합쳐 급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나설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 유로(약 2조4천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플랙스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로, 삼성전자가 조 단위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은 지난 2017년 전장 및 오디오 업체 하만(9조2천억원) 인수 이후 8년 만이다. 플랙트 인수 절차는 연내 마무리 될 예정으로, 이후 삼성전자 DA사업부문에 합쳐진다. 삼성전자는 그간 가정과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시장 중심의 개별 공조(덕트리스, Ductless)에 주력해왔으나, 이번 일을 통해 공장·쇼핑몰 등 대형 시설 대상의 중앙 공조 시장에 첫 발을 들이게 된다. 현재 시장 규모 자체는 개별 공조가 크지만 AI 열풍을 타고 최근 들어 중앙 공조의 성장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에 뛰어 들면서 발열 관리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AI 데이터센터는 수많은 CPU(중앙처리장치)·GPU(그래픽처리장치) 등으로 구성된 서버 운영 과정에서 상당한 열이 발생해 중앙 공조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이와 관련된 중앙 공조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AI 열풍으로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자체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실제 시장 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부터 연간 10.9%씩 성장해 오는 2030년 약 4천373억 달러(약 61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가 모든 분야에 활용되고 있어 수요가 높고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며 "향후 5년 동안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플랙트 인수를 계기로 삼성SDS, 삼성SDI, 삼성물산 등 계열사들과 협력에 나설 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데이터센터 건설 경험과 삼성SDI의 배터리 기술, 삼성SDS의 데이터센터 구축·운영에 더해 삼성전자의 중앙 공조 사업까지 더해지게 되면 굵직한 고객사를 확보하기가 쉬워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LG그룹이 시장 성장성과 계열사 간 장점을 파악하고 일찌감치 대응에 나섰다는 점도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LG CNS와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 3곳은 데이터센터 시장을 함께 공략하기 위해 각 사의 핵심 역량을 합쳐 '원(One) LG'라는 이름의 솔루션을 만들었다. 여기서 ▲LG전자는 초대형 냉방기 '칠러'를 통한 열 관리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설비와 특허 기술 ▲LG CNS는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 등을 맡았다. 각 사는 '원LG' 솔루션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태스크포스(TF)도 조직해 운영 중이다. '원 LG' 솔루션은 부산에 있는 LG CNS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이 갖고 있는 하남 데이터센터에 시범 적용됐다. 또 향후 지어질 두 개의 데이터센터에도 솔루션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 데이터센터들은 LG가 아닌 다른 고객사 소유다. LG가 이처럼 '원LG' 솔루션을 구상하게 된 것은 각 기업의 핵심 역량이 데이터센터 구축 및 운영에 있어 특화돼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 중 LG CNS는 국내 데이터센터 사업자 중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 받고 있는 곳으로, 현재 서울 상암동과 가산동, 인천, 부산 등 4곳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최초,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 수주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 다양한 데이터센터를 설계, 구축, 운영하기도 했다. 또 국내외 정보기술(IT) 설루션 시장에서 클라우드, AI,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디지털 전환(DX)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AI 데이터센터 '열관리' 솔루션의 핵심인 칠러 분야 강자인 LG전자는 '원 LG' 솔루션에서 LG CNS, LG에너지솔루션과의 사업 시너지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분위기다. 칠러는 차갑게 만든 물을 열교환기로 순환시켜 시원한 바람을 만드는 냉각 설비로, 최근 생성형 AI 시장 급성장으로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장비로 꼽힌다. LG전자는 칠러에서 핵심인 컴프레서, 인버터, 열교환기를 경기도 평택 공장에서 자체 생산·개발하고 있다. 실사용 조건과 동일한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제품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하고 있다. 평택 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량은 칠러 기준으로 1천 대 수준이다. LG전자는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며 칠러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대용량 제품인 터보 칠러 분야에서는 국내 1위, 글로벌 5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LG전자는 칠러 사업을 키우기 위해 2025년 조직개편에서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기존 H&A(가전)사업본부에서 분리, E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ES사업본부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0% 늘어난 3조544억원, 영업이익은 21.2% 증가한 4천67억원을 기록하며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또 LG전자는 '원LG' 솔루션 덕분에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에 칠러 등 AI 데이터센터 솔루션도 공급키로 했다. 이는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지난 3월 말 서울 모처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와 만났을 때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와 특허 기술로 AI 데이터센터에서 가장 중요한 운영 안정성을 지키는 데 힘을 쏟는다. 특히 화재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특허 기술인 '에스 프레임(S-FRAME)'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에스프레임은 배터리 팩 안쪽에 스파크 포켓이 있어 이곳에서 스파크들을 모아줘 다른 팩으로 화재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한다. LG에너지솔루션 ESS마케팅 UPS팀 권주찬 선임은 "핵심 설비인 배터리가 적용된 데이터센터는 24시간 365일 무중단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정전이 발생했을 때 발전기가 전기를 백업하게 돼 있는데 발전기가 기동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해 그 갭을 메꿔주는 것이 배터리"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산업군이 고객과 직접 대면하며 제공하는 서비스는 아니지만 보관하고 있는 정보 자산들이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자산을 보관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LG' 솔루션 팀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가 있는 '시조리(Sijori)' 삼각지대를 글로벌 공략의 첫 거점 지역으로 삼았다. 이 지역에서 최근 데이터센터 투자 움직임이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월드' 행사에 참가해 솔루션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LG CNS는 동남아 시장에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인도네이사에 시나르마스 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현재는 '원LG' 솔루션 TF와 함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역에 구축하는 데이터센터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6월께 약 3억 달러(4천216억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의 사업자를 결정할 예정으로, 2026년에 AI 데이터센터를 완공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재 LG CNS를 비롯한 '원LG'는 이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LG CNS의 면진 구조가 인도네시아 사업을 수주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면진 구조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고무 기둥 댐퍼가 좌우로 흔들리면서 진동을 흡수해 건물과 서버 같은 장비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기술이다. 시조리 지역은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 지진 위험이 높다. '원LG' 솔루션 관계자는 "고객사 요구 수준이 너무 다양해 이제는 기성 제품으로 모두 맞출 수 없게 됐다"며 "고객이 커스터마이징 된 솔루션을 필요하다는 요청을 했을 때 최신 기술을 적용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원LG' 솔루션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LG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신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시작을 위한 좋은 발판이 되는 것 같다"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기획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신뢰성 있는 브랜드로 LG를 자리매김 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반면 삼성 측은 AI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상당히 더딘 모습이다. 또 삼성전자가 플랙트를 인수키로 결정한 것이 얼마되지 않은 만큼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을 위해 계열사 간 협업을 논하는 것은 다소 이르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플랙트가 기존에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수주를 많이 하면서 실적을 쌓아왔던 회사"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공조 사업을 이제 적극적으로 전개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긴 했지만, 현재 회사를 막 인수한 만큼 협업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데이터센터와 달리 AI 데이터센터는 GPU, 냉각 등 새로운 기술들이 도입되면서 여러 회사의 역량을 합치지 않으면 갈수록 수주하기 쉽지 않아지고 있다"며 "시장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일찍 대응에 나섰던 LG와 달리 삼성은 계열사들끼리 힘을 합친다고 해도 당장 국내외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5.05.15 15:58장유미 기자

엔비디아, SOCAMM 적용 '루빈'으로 연기…삼성·SK도 공급 전략 수정

엔비디아가 차세대 저전력 D램 모듈인 '소캠(SOCAMM, Small Outline Compression Attached Memory Module)' 상용화 시점을 미룬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목표였던 '블랙웰' 시리즈가 아닌 '루빈'부터 채용될 전망이다. 최근 AI 가속기의 성능 고도화로 안정적인 수율 확보가 어려운 가운데, 안정성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도 SOCAMM 공급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SOCAMM의 적용 시점을 'GB300'에서 차세대 제품으로 변경하는 계획을 주요 메모리 협력사에 통보했다. SOCAMM은 엔비디아가 독자 표준으로 개발해 온 차세대 메모리 모듈이다. 저전력 D램인 LPDDR을 4개씩 집적해 전력 효율성을 높였다. 또한 기존 LPDDR 단품을 온보드(납땜)로 붙이는 방식과 달리 메모리를 탈부착할 수 있어, 성능 업그레이드 및 유지보수에 용이하다. 데이터 전송 통로인 I/O(입출력단자) 수는 694개에 달한다. 모바일 PC 등에서 활용되는 또 다른 LPDDR 기반 모듈인 LPCAMM(I/O 수 644개) 대비 대역폭이 높아, 고용량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AI 연산에 적합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엔비디아는 SOCAMM을 당초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인 GB300에 탑재할 계획이었다. GB300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울트라 GPU와 그레이스 CPU, 12단 HBM3E 등을 탑재한 차세대 AI 가속기다. GB300 칩의 기판 역할을 담당하는 보드도 기존 '비앙카(Bianca)'에서 '코델리아(Cordelia)'로 변경하기로 했다. 비앙카는 1개의 CPU와 2개의 GPU를 결합한 방식이다. 코델리아는 2개의 CPU와 4개의 GPU를 결합한 구조로, 인터페이스 구조나 설계 등도 모두 다르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최근 GB300의 보드를 코델리아가 아닌 비앙카 방식으로 복귀시켰다. 아울러 저전력 D램 모듈 역시 SOCAMM이 아닌 기존 LPDDR을 온보드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는 최신 블랙웰 칩이 설계 및 패키징 수율 확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난항을 겪어 온 만큼, 무리한 기술적 진보를 지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코델리아 보드는 데이터 손실, SoCAMM은 방열 특성 등에서 신뢰성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기업들도 차세대 메모리 양산 전략을 다소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기술적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엔비디아가 신제품 출시 일정 및 필요성 등을 고려해 SOCAMM 적용 시기를 미뤘다"며 "이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에 공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GB300에서 공급망을 늘리면서 수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최대한 기존 플랫폼을 활용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SOCAMM 양산 일정을 연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2025.05.14 14:34장경윤 기자

삼성전자,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獨 플랙트 2.3조원에 인수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FläktGroup, 이하 플랙트)을 인수해 고성장 중인 글로벌 공조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삼성전자는 14일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Triton)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 유로(한화 약 2조3천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플랙트는 100년 이상 축적된 기술력을 가진 공조기기 업체로 가혹한 기후 조건에서도 최소한의 에너지로 깨끗하고 쾌적한 공기의 질을 구축하고자 하는 프리미엄 공조 기업이다. 플랙트는 고객별 니즈에 맞춘 제품과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라인업과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안정적 냉방이 필수인 대형 데이터센터 ▲민감한 고서/유물을 관리하는 박물관/도서관 ▲유동인구가 많은 공항/터미널 ▲항균/항온/항습이 중요한 대형 병원 등 다양한 시설에 고품질/고효율 공조 설비를 공급해왔다. 특히 글로벌 대형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에서 뛰어난 제품 성능과 안정성, 신뢰도 있는 서비스 지원 등으로 높은 고객 만족도를 확보하며 빠른 성장세를 지속해 오고 있다. 플랙트의 데이터센터 솔루션은 에너지 절감을 통해 저탄소/친환경 목표 달성이 중요한 초대형 데이터센터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냉각액을 순환시켜 서버를 냉각하는 액체냉각 방식인CDU(Coolant Distribution Unit)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냉각용량, 냉각효율의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 플랙트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업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DCS Awards 2024에서 혁신상(DATA Center Cooling Innovation of the Year Award)을 수상하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플랙트는 데이터센터 외에도 글로벌 톱 제약사, 헬스케어, 식음료, 플랜트 등 60개 이상의 폭넓은 대형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공조사업은 가정과 다양한 상업, 산업 시설에 최적의 공기를 공급하기 위해 온습도를 제어하는, 인류의 삶과 연관된 핵심 산업으로 지구온난화, 친환경 에너지 규제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공조사업 중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은 2024년 610억 달러에서 2030년 990억 달러로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로 공조 시장을 견인하고 있으나, 글로벌 공급 경험, 최적의 설계와 솔루션 제시 역량을 갖춰야하는 등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이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로봇/자율주행/XR 등의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글로벌 톱 티어 공조 업체 플랙트를 전격 인수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b.IoT, 스마트싱스)과 플랙트의 공조 제어솔루션(FläktEdge)을 결합해,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좋은 서비스, 유지보수 사업의 확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가정과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시장 중심의 개별공조(덕트리스, Ductless) 제품으로 공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5월에는 미국 공조업체 레녹스(Lennox International Inc.)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삼성전자의 기존 판매채널에 레녹스의 판매채널을 더해 북미 공조시장 공략도 강화한 바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은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중앙공조 전문업체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속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트레버 영 플랙트 CEO는 "플랙트가 삼성전자의 일원이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100년이 넘는 업력의 글로벌 톱 티어 공조 업체로서 글로벌 대형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플랙트가 이제 삼성전자의 글로벌 사업 기반과 투자를 통해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로봇(레인보우로보틱스), AI(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 메드텍(소니오), 오디오/전장(룬,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등 미래 성장 산업 관련 기업을 잇따라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플랙트 인수 절차를 연내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2025.05.14 09:30장경윤 기자

삼성전자, PIM·LLW 등 '넥스트 HBM' 개발 한창…"표준화 논의 중"

삼성전자가 HBM(고대역폭메모리)의 뒤를 이을 차세대 D램 솔루션을 대거 개발하고 있다. PIM(프로세싱-인-메모리) 등 일부 기술의 경우 반도체 표준화 기구에서 규격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향후 상용화 계획이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손교민 삼성전자 마스터는 13일 오전 서울 강남 소재에서 열린 '제10회 인공지능반도체조찬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AI 시대를 위한 D램 솔루션(DRAM Solutions for AI Era)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손 마스터는 "AI 산업에서 요구하는 메모리 성능이 실제 개발 속도를 넘어서면서, 메모리 업체들도 D램의 집적도 향상을 위한 각종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트랜지스터와 커패시터 모두 미세화되고 구조도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차세대 D램 기술로는 PIM과 VCT(수직 트랜지스터 채널)와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LLW(저지연·광대역) D램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잠재 고객사 및 산업에 따라 각 D램을 병행 개발하며, AI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손 마스터는 "최근 AI 산업에서 각광받는 HBM은 서버에서 지속 채용될 것이나, 고비용 및 고전력 특성으로 모든 컴퓨팅 시스템이 HBM을 쓸 수는 없을 것"이라며 "때문에 LPDDR-PIM과 CXL 등이 충분히 의미있는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LPDDR은 저전력 D램을 뜻한다. 현재 LPDDR5X 세대까지 상용화된 상태로, 차세대 버전인 LPDDR6의 표준화 제정이 마무리되고 있다. PIM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자체적으로 데이터 연산 기능을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반도체로, 두 요소를 결합하면 전력 효율성이 뛰어난 D램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CXL은 고성능 서버에서 CPU(중앙처리장치)와 함께 사용되는 GPU 가속기, D램, 저장장치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차세대 인터페이스다. 각기 다른 인터페이스로 상호연결이 어려웠던 기존 시스템과 달리, CXL은 PCIe(PCI 익스프레스; 고속 입출력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각 칩의 인터페이스를 통합해 메모리의 대역폭 및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 손 마스터는 "LPDDR6는 규격이 어느 정도 마무리 돼서 활발히 개발 중"이라며 "PIM, LLW D램 등의 제품도 반도체 표준화 기구인 제덱(JEDEC)에서 규격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LLW D램은 입출력(I/O) 단자를 늘려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통로인 대역폭을 높인 차세대 D램이다. 차세대 HBM 시장을 좌우할 커스텀 HBM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손 마스터는 "HBM4부터 파운드리를 통해 베이스 다이(Die) 제조하는데, 고객이 원하는 대로 제품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변화"라며 "메모리 사업부가 고객의 요구에 맞는 메모리를 만들기 시작하게 된 계기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2025.05.13 14:38장경윤 기자

빅테크, AI 인프라에 공격적 투자…삼성·SK도 서버용 메모리 집중

글로벌 빅테크들이 최근 실적발표를 통해 공격적인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혔다. 최근 대외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AI 서버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올해 서버용 메모리 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CSP(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 기업들은 올해 AI 인프라 투자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메타는 지난 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자본 지출액 전망치를 기존 600억~650억 달러에서 640억~720억 달러로 상향했다. 데이터센터 및 AI 인프라 관련 파드웨어의 예상되는 비용 증가를 반영했다. 전년 투자규모(392억) 대비 크게 늘어난 수치다. 경쟁사들 역시 올해 AI 인프라 투자 비용을 당초 계획대로 전년 대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최근 도날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시장 위축 우려에도, 여전히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공급을 웃돌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은 올해 1천억 달러를 투자한다.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한 규모다. 회사는 컨퍼런스콜에서 "투자의 대부분은 AWS(아마존웹서비스)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에 쓰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올해 AI 데이터센터에 전년 대비 약 44% 증가한 8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견지했다. 구글(알파벳)도 전년 대비 43% 증가한 750억 달러를 AI 인프라에 쏟는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AI 서버용 고부가 메모리 사업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이들 기업은 최선단 공정 기반의 DDR5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서버용 eSSD 비중을 크게 늘려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 하반기 신규 GPU 출시와 맞물려 AI 서버향 수요 견조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순연됐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들이 재개되면서 서버용 SSD 수요도 반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HBM3E 12단 개선품과 128GB(기가바이트) 이상의 고용량 DDR5 판매를 늘릴 예정이다. 낸드에서는 가장 진보된 PCIe Gen5 SSD 수요에 대응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고용량 서버 시장의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딥시크와 같은 저비용·고효율 AI 모델 역시 메모리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생성형 AI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면서 추가적인 메모리 및 인프라가 필요해지고 있다"며 "D램 및 HBM 뿐만 아니라 고성능 TLC(트리플레벨셀) eSSD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고용량 QLC(쿼드레벨셀) eSDD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2025.05.04 10:30장경윤 기자

삼성전자, 재고 리스크에도 HBM3E 12단 선제 양산 나선 이유는

삼성전자가 올 1분기부터 엔비디아향 HBM3E 12단에 대한 대량 양산 체제에 돌입한 이유는 제품의 적기 공급을 통해 뒤쳐진 HBM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승부수로 보인다. 해당 고객사와 퀄(품질) 테스트가 아직 진행 중이지만, 공급 승인을 가정 하에 미리 제품을 확보해두려는 전략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자칫 엔비디아로부터 공급 승인이 또 다시 지연되는 경우, 해당 제품은 조 단위의 재고로 쌓이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선제적 양산에 돌입한 이유는 시장의 진입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서다. 내부적으로 HBM3E 12단에 대한 성능 및 안정성에 대한 자신감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엔비디아향 공급 승인 전부터 선제 양산…시장 적기 진입 의지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월경부터 HBM3E 12단을 대량 양산 체제로 전환했다. 1a D램을 채용한 이번 삼성전자의 HBM3E 12단은 현재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와 퀄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을 지난해 하반기 공급하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성능 문제로 테스트 일정이 지속 연기되자, 일부 성능을 개선한 제품으로 재공급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로부터 HBM3E 12단 개선품에 대한 공급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은 빠르면 오는 6~7월경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지난 2월경부터 HBM3E 12단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기존 개선품 개발로 인한 수요 공백으로 가동률이 극히 저조했으나, 최근엔 '풀가동'에 가까운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유휴 상태였던 설비들도 2월부터 일부 개조를 거쳐 가동이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로부터 공급 승인을 받기도 전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한 이유는 시장 진입 '타이밍'이 가장 큰 이유라는 해석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1분기부터 HBM3E 12단의 수요를 크게 늘린 바 있다. 올 하반기에는 최신형 AI 가속기 양산 로드맵에 따라 HBM4 채용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6~7월경 공급망에 진입하더라도, 이후에 HBM3E 양산을 준비하면 이미 시장의 주류는 HBM4로 넘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통상 HBM 양산은 D램 제조부터 패키징까지 최대 5~6개월이 소요된다. 삼성전자로서는 올해 중반 HBM3E 12단을 곧바로 대량 공급해야 의미 있는 매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조 단위 재고 발생 위험에도…"이번엔 반드시 성공" 자신감 다만 이같은 전략에는 잠재적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만약 엔비디아향 퀄 테스트 일정이 또 다시 지연되는 경우, 미리 생산한 HBM3E 12단이 재고로 처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초 기준 삼성전자의 HBM3E 생산능력은 월 12만~13만장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향으로 상정한 HBM3E 12단의 공급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계는 조 단위의 공급량이 준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같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 HBM3E 12단 개선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HBM3E 12단에 대해 전략적으로 선행 생산에 들어간 건 해당 제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HBM3E 8단은 퀄이 통과되도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에, 12단 제품에 중점을 두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엔비디아향 공급이 좌절되더라도, 또다른 글로벌 빅테크향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현재 전 세계 주요 CSP(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 기업들은 자체 AI 가속기 개발로 첨단 HBM에 대한 수요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AMD 역시 올해 삼성전자 HBM3E 8단에서 HBM3E 12단 개선품으로 주문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05.02 10:41장경윤 기자

삼성전자, 엔비디아향 'HBM3E 12단' 선제 양산 나섰다

삼성전자가 올 1분기부터 HBM3E 12단 생산량 확대에 본격 나섰다. 그동안 가동률이 저조하던 제조 라인을 '대량 양산' 체제로 전환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이르면 상반기 내 엔비디아로부터 공급 승인이 완료되는 시점에 맞춰 선제적으로 HBM3E 12단 제품을 양산, 적기에 공급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만약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가 또 다시 지연될 경우 재고품을 상당량 떠안게 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이번 HBM3E 12단 상용화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일 지디넷코리아 취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월경부터 엔비디아향 HBM3E 12단 제품에 대한 선제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HBM4 이전 HBM3E 12단 적기 공급 서둘러 HBM3E 12단은 현재 상용화된 가장 최신 세대의 HBM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1a D램(5세대 10나노급)을 채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HBM3E 12단을 엔비디아에 공급하려 했으나, 성능 문제로 계획이 지연된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개선(리비전) 제품을 만들어 엔비디아의 공급망 재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개선품에 대한 퀄(품질) 테스트는 오는 6~7월경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지난 2월경부터 HBM3E 12단에 대한 선제 양산 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에는 HBM3E 8단 및 12단 수요 부재로 해당 라인 가동률이 저조했으나, 현재는 사실상 '풀가동' 체제로 전환된 분위기다. 올해 초 기준 삼성전자의 HBM3E 생산능력은 월 12만~13만장 수준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반 라인에 투입하고도 보관만 하고 있던 TSV(실리콘관통전극; HBM 제조의 핵심 공정) 관련 설비를 1분기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점에 HBM용 1a D램 웨이퍼 투입량도 늘렸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의 퀄 테스트를 완료하기도 전에 HBM3E 12단 생산량을 급격히 확대한 건 제품의 상용화 시점을 고려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통상 HBM은 코어 다이인 D램 제조부터 패키징까지의 전 과정을 수행하는 데 5~6개월이 소모된다. 만약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로부터 6~7월경 HBM3E 12단에 대한 양산 승인을 받더라도, 이후 공급을 준비하면 시장을 시기적절하게 공략하기가 어렵다. 엔비디아가 올 하반기부터 신규 AI 가속기 '루빈' 출시에 따라 차세대 HBM4로 수요를 옮기기 시작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자칫 HBM3E 12단 적기 타이밍에 한발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엔비디아향 HBM3E 12단에 대한 양산 승인이 문제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에 따라 2월부터 생산량을 늘리고, 공급 승인 뒤 곧바로 매출 효과를 거두기 위한 준비에 나서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HBM 공급량을 "전년 대비 2배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지난해 HBM 공급량 목표가 40억 Gb(기가비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80억 Gb(기가비트)의 공급이 필요하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HBM 공급량이 6~8억 Gb에 그쳐, 이번 엔비디아향 HBM3E 12단의 적기 공급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2025.05.02 10:40장경윤 기자

삼성전자, 내년 커스텀 HBM4 상용화 목표…"복수 고객사 협의"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이 수익성 부진을 겪고 있다. 고부가 메모리 공급량 감소, 첨단 파운드리 및 시스템반도체 수요의 감소가 겹친 데 따른 영향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HBM3E 12단 및 고용량 DDR5 제품으로 AI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또한 커스텀 HBM4 및 HBM4E 상용화 준비를 위해 복수의 고객사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3E 개선품은 샘플 공급을 완료해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판매 기여 폭이 증가될 것"이라며 "HBM4의 경우 고객사 과제 일정에 맞춰 하반기 양산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DS(반도체) 부문 매출은 25조1천억원, 영업이익은 1조1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3%가량 감소했다. 주요 원인은 HBM 등 고부가 제품의 판매 위축에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이어진 중국향 HBM 판매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로 차질을 빚었으며, HBM3E 12단 리비전(개선) 제품 개발에 따른 수요 공백이 발생했다. '엑시노스 2500' 등 신규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상용화 지연, 파운드리 전반의 부진 등도 영향을 끼쳤다. 올해 HBM3E 12단 판매 확대…HBM4도 상용화 채비 이에 삼성전자는 2분기 HBM3E 12단 개선 제품의 초기 수요 대응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첨단 영역에 속하는 8세대 낸드의 생산 전환을 가속화한다. 나아가 하반기에는 AI 서버 및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HBM3E 12단 개선 제품 및 128GB 이상 고용량 DDR5 판매를 확대하며, 10.7Gbps LPDDR5x 등 고사양 제품을 늘릴 계획이다. 커스텀 HBM4 및 HBM4E는 복수의 고객사들과 과제를 협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와 커스텀 HBM4는 2026년부터 판매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HBM4 및 HBM4E 고객사 수요 대응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지속 집행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LSI의 경우, 올 2분기 주요 고객사 플래그십 제품향으로 엑시노스 2500 공급 확대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공개되는 '갤럭시Z' 시리즈 일부에 엑시노스 2500를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는 차세대 공정으로 꼽히는 2나노 공정에 주력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1세대 2나노 공정인 'SF2'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국내 리벨리온과 딥엑스, 일본 PFN 등을 고객사로 확보한 상황이다.

2025.04.30 11:21장경윤 기자

김연아∙한가인∙전지현 모였다…삼성전자, AI 가전 캠페인 전개

삼성전자가 27일부터 삼성전자 에어컨∙세탁기∙냉장고의 대표 광고모델이었던 김연아∙한가인∙전지현과 함께 새로운 AI 가전 광고 'AI 가전 트로이카'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27일 밝혔다. 'AI 가전 트로이카' 캠페인은 가전 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차지하는 '가전 3대장'인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를 중심으로, 과거 삼성전자 에어컨 광고모델 김연아, 하우젠 세탁기 광고모델 한가인, 지펠 냉장고 광고모델 전지현을 'AI 트로이카'로 소환해 진행된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 무풍콤보 에어컨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키친핏 맥스 냉장고 등 최신 AI 가전을 강조하는 이번 광고 캠페인을 통해 'AI 가전=삼성' 공식을 공고히 하고 가전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비스포크 AI 무풍콤보' 에어컨은 독보적인 무풍 성능과 혁신 AI 기능을 두루 갖춘 것이 특징으로, 올해 1분기 판매량이 전년1분기 대비 50% 이상 증가하며 역대급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는 지난해 첫 출시후 40여일만에 1만대 판매됐으며, 올해는 국내 최대 세탁∙건조 용량에 강화된 AI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키친핏 맥스' 냉장고는 혁신적인 AI 기능과 완성도 높은 인테리어를 구현하는 '키친핏 맥스' 디자인, 설치 편의까지 모두 잡은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AI 가전 트로이카' 캠페인 티징 영상 '소환 편'에는 AI 트로이카 3인이 자신이 출연한 과거 광고와 제품을 다시 보며 회상하는 내용과 최신 제품에 대한 힌트가 담겨 본편 영상에 대한 기대감을 조성한다. 영상에 등장한 전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는 "저 때는 (에어컨이 바람이) 씽씽불었다"며 "요즘 에어컨은 무풍이고 AI라 다 맞춰준다"고 새로워진 '비스포크 AI 무풍콤보' 에어컨을 소개한다.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와 함께 돌아온 배우 한가인은 20년 전 하우젠 세탁기의 광고를 회상하며 "AI가 들어간 최신 세탁기가 다 알아서 해주면 신경 쓸 게 없겠다"고 소감을 말한다. 배우 전지현은 영상에서 "'먹고 살고 사랑하고'라는 지펠 냉장고 광고 카피를 기억한다"고 소감을 전하며 "요즘 냉장고는 AI가 레시피도 알려준다"고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키친핏 맥스' 제품을 설명한다. 추후 순차 공개될 본편 영상에는 'AI 트로이카' 김연아∙한가인∙전지현 3인이 삼성전자 'AI 가전 3대장'을 체험하고, 이를 통해 달라진 일상을 소개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AI 가전 트로이카' 캠페인은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뤄낸 삼성 가전의 혁신이 소비자의 일상을 얼마나 편하게 하는지를 친근하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됐다"며 "앞으로도 삼성만의 차별화된 제품과 마케팅을 통해 'AI 가전=삼성' 공식을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AI 가전 트로이카' 캠페인의 '소환 편' 3개 영상은 삼성전자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채널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25.04.27 10:21장경윤 기자

1분기 7.4조 쓸어담은 SK하이닉스, 2분기 '사상 최대' 영업익 쏜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성장세가 2분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주요 매출원인 D램의 출하량을 10% 이상 확대하고, 가장 최신의 HBM(고대역폭메모리) 판매 비중도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존 SK하이닉스의 분기 최대 영업이익(2024년 4분기 8조828억원)도 웃돌 가능성이 매우 유력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최소 8조원 중후반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영업이익, 최소 8조원 중후반대 예상…최대 실적 예고 앞서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매출액 17조6천391억원, 영업이익 7조4천405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영업이익률은 42%로, SK하이닉스 기준 역대 최대의 수익성을 거뒀다. 주요 배경은 HBM을 비롯한 고부가 메모리 판매 확대다. 1분기 실적에 대해 SK하이닉스는 “1분기는 AI 개발 경쟁과 재고 축적 수요 등이 맞물리며 메모리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에 맞춰 HBM3E 12단,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 경신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메모리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두 자릿 수로 늘어나고, 최선단 HBM 출하량 비중이 크게 확대되기 때문이다. 업계가 추산하는 SK하이닉스의 해당 분기 영업이익은 8조원 중후반대에서 최대 9조원에 이른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최대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기록한 8조828억원이다. D램 출하량·최선단 HBM 비중 확대가 요인 SK하이닉스는 해당 분기 D램 및 낸드 출하량을 전분기 대비 각각 10% 초반, 20%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주요 매출원인 D램의 ASP(평균판매가격)는 제품별로 등락이 있겠으나, 전반적으로 보합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2분기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고객사의 재고 확보 노력으로 D램과 낸드 가격이 모두 3~8%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램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은 다소 높지만, 빗그로스(비트 생산량 증가율)이 10% 이상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은 또 한번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특히 SK하이닉스는 서버용 D램, HBM3E(5세대 HBM)의 비중이 높아 수익성 측면에서는 경쟁사 대비 유리한 입지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현존하는 가장 최신 HBM인 HBM3E 12단 제품의 비중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2분기에는 기존 계획대로 전체 HBM3E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12단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2025.04.25 08:59장경윤 기자

[현장] "HBM, AI 시대의 우라늄"…국회, 초당적 포럼서 반도체 전략 수립 '본격화'

"인공지능(AI) 시대의 진짜 병목은 연산이 아니라 메모리입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만큼 중요한 건 고대역폭메모리(HBM)이고 이를 못 잡으면 우리는 기술 식민지가 됩니다. HBM은 단순한 메모리가 아니라 설계, 냉각, 패키징, 파운드리까지 연결된 AI 시대의 '고농축 우라늄'입니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10년 뒤엔 우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 G3 강국 신기술 전략 조찬 포럼' 발제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김 교수는 'HBM이 대한민국을 살린다'는 제목으로 발표에 나서 반도체 설계 주도권 확보와 생태계 재편의 필요성을 강도 높게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산업계·학계·정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서울대, 스타트업, 과기부 등 다양한 주체가 모인 현장에서는 AI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현실적 방안들이 논의됐다. 김정호 교수 "HBM은 단순한 메모리가 아니다…AI 패권의 핵심 기술"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HBM을 AI 시대의 '순수 우라늄'으로 간주하며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전략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HBM이 단순한 메모리 기술을 넘어 컴퓨팅처리장치(CPU)와 GPU 기능까지 통합하게 될 미래를 예견하며 이를 통해서만 한국이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 대등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HBM은 기존 디램(DRAM) 대비 훨씬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이다. 수직으로 여러 층의 메모리를 쌓은 구조 덕분에 같은 면적 안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병렬로 처리할 수 있어 대용량 연산이 요구되는 AI 학습과 추론에 최적화돼 있다. 더불어 HBM은 DRAM, 인터포저, 신호무결성(SIPI), 냉각, 재료, 패키징, 파운드리, GPU 설계, 시스템 아키텍처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돼야 구현 가능한 복합 기술 집합체다. 하나의 부품이 아니라 반도체 시스템 전체를 아우르는 '기술의 총합'인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이 '챗GPT'와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 없이도 AI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엔비디아의 최신 GPU가 최소 수십만 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현재 한국이 보유한 최신 엔비디아 'H100'은 몇천대 수준으로, 예산을 투입해도 엔비디아가 GPU를 이를 공급할 이유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협상 카드가 HBM으로, 이를 기반으로 기술 주권을 확보해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AI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주목받을 연산 병목의 핵심은 GPU가 아니라 HBM이라는 분석 역시 나왔다. 김 교수는 "'챗GPT'를 구동하는 동안 실제로 열을 받아 녹는 것은 GPU가 아니라 HBM"이라며 "토큰 생성 속도 저하의 주요 원인은 메모리 대역폭의 부족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컴퓨터 구조에서는 저장은 메모리, 계산은 GPU가 맡았지만 AI 시대에는 이 둘 사이의 데이터 전달 속도에서 한계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적 병목은 HBM의 역할을 단순한 '빠른 메모리'를 넘어서는 요소로 만든다. 김 교수는 HBM의 기술적 본질을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GPU로 보내고 다시 받아올 수 있느냐의 싸움'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를 100층짜리 고층 건물에 비유하며 층을 높이 쌓을수록 내부에서 데이터를 오가는 '고속 엘리베이터' 같은 통로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현재 개발 중인 'HBM4'까지는 이러한 구조를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지만 몇년 후 등장할 'HBM7'과 같은 차세대 모델로 갈수록 기술적 부담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기존 본딩 공정에서 사용하는 납이 고온에서 열화되는 문제가 있어 더 높은 집적도와 연산량을 감당하려면 냉각 솔루션과 소재 자체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전체 시스템을 액체에 담가 냉각하는 '침지 냉각(immersion cooling)'이 유력한 차세대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칩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냉각 설계, 패키징, 파운드리 공정,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기술 전략이 필요한 단계다. 이같은 급박한 상황 속에서 한국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가치사슬인 설계와 파운드리에서 모두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일례로 'HBM4'부터는 연산 기능이 메모리 내부, 이른바 '베이스 다이(Base Die)'에서 처리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술의 설계는 엔비디아가, 제조 공정은 대만 TSMC가 주도하고 있어 국내 기업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글로벌 기술 분업 구조 속에서 한국이 기술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베이스 다이' 설계 경험이 부족하고 삼성전자는 생태계에서 실질적 중심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설계와 파운드리 양쪽 모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역량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자신의 연구실에서 HBM의 병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여러 층을 쌓아올리는 '멀티타워 아키텍처'와 연산 기능을 메모리 내부에 넣는 'CPU 내장형 메모리' 구조가 대표적이다. 기존 디램을 보조 메모리로 붙이거나 CPU를 직접 설계하는 방식도 병행하고 있으며 이는 최근 엔비디아가 공개한 '블랙웰 시스템'과 유사한 구조다. 또 김 교수는 AI 기술을 활용한 자동 설계 실험도 병행하고 있다. 자연어로 회로를 설계하는 '바이브 코딩'을 통해 학생이 설계한 HBM과 '챗GPT'가 설계한 결과의 성능이 거의 유사했다는 점을 소개하며 인력 부족 문제를 AI가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AI는 죽지도 자지도 않지만 사람은 인건비가 든다"며 "AI 기반의 자동화 기술이 앞으로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표를 마치며 김 교수는 AI 생태계의 패권 경쟁이 결국 'HBM 기술력'에 수렴된다고 강조했다. AI가 핵무기, 반도체가 우라늄이라면 HBM은 '순수 우라늄'으로, 한국이 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기술 질서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는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HBM 주도권을 위해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기업과 학계도 반도체 전문대학원을 신설하고 고급 인재를 체계적으로 길러낼 수 있는 구조로 과감히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고속도로를 깔아 자동차 산업을 열고 김대중 대통령이 인터넷망으로 IT 강국의 기반을 만들었듯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어야 한다"고 말했다. "HBM만으론 부족하다"…산학연이 말한 'AI 반도체 생태계의 조건은? 이날 김 교수의 발표 이후에는 기술 인프라와 생태계 확장을 놓고 산업계·학계·정부 인사 간에 치열한 논의가 벌어졌다. 이날 토론에서는 'HBM 중심 전략'을 넘어서 설계·파운드리·모델·SW까지 포괄하는 통합 생태계 필요성이 제기됐다. HBM에 대한 전략적 인프라 확충은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실제 현장에선 정부 지원이 한정돼 있어 기술 주도권 확보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상록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지난 2023년 삼성과 각각 500억 원씩 지원받았지만 기술 성장성을 반영할 때 보다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개인적으로 볼때 정부가 HBM이라는 신기술을 보다 감안해서 장기적인 전략을 짜는 것이 좋은 전략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이를 인지하고 전략적 대응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박윤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향후 정부의 전략 투자 중심축 중 하나가 HBM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기업의 고충을 실제로 듣고 지원하는 입장에서 인프라와 설계 R&D를 함께 지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들은 기술 상용화의 '속도'와 '현실'을 문제 삼았다. HBM을 실제 적용하고 있는 기업들 자본, 인재, 시간 모두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영범 퓨리오사AI 상무는 "3년 전 'GPT-3'가 나올 당시 HBM3를 선택했는데 다들 만류했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한국도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다소 무리하며 밀어붙였고 결과적으로 현명한 선택이 됐다"고 말했다. 칩 하나를 개발하는 데만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현실에서 스타트업은 생존을 위해 정부의 중장기 지원이 절실하다는 호소도 나왔다. 배유미 리벨리온 이사는 "인재, 자본, 시간을 꾸준히 투입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 흐름을 끊지 않도록 지원책을 이어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술 못지않게 인재 확보도 현장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고급 설계인력 수요는 폭증하고 있지만 국내 교육·보상 시스템이 이를 받쳐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공계 고급 인력의 산업계 유입을 위한 구체적 유인책도 필요하다는 설명 역시 이어졌다.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은 "AI와 반도체를 동시에 전공할 수 있는 학생들이 필요하다"며 "상위 10~20% 천재 학생들에게는 파격적 보상과 국가 주도 연구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현대 조현철 상무는 "카이스트 출신들도 산업계보다 학계나 해외로 빠져나간다"며 "산업계로의 유입을 위한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생태계의 핵심은 '풀스택 경쟁력'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송대원 LG 상무는 "구글은 이번 '넥스트' 행사에서 GPU부터 모델, 솔루션까지 전방위 생태계를 발표했다"며 "국내도 인프라만 볼 게 아니라 전체 AI 흐름을 같이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의식을 반영해 추경 예산을 마련하고 제도 개선을 시도 중이다. 특히 글로벌 수준 인재 유치를 위한 예산이 신설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송상훈 과기부 실장은 "최대 40억원까지 매칭 지원이 가능한 고급 인재 유치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었다"며 "퓨리오사, 리벨리온 같은 기업들이 공학도들의 꿈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HBM 3층 적층 구조를 처음 제안했던 김정호 교수의 주장을 우리 기업들이 진작 받아들였더라면 지금쯤 이들의 국제적 위상이 보다 커졌을 것"이라며 "오늘 산업계, 학계, 정부, 여야가 오늘처럼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의미 있고 이 논의가 구체적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매주 격주 아침마다 토론을 이어온 것은 각계 리더들이 진심으로 이 문제를 국가 전략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AI 추경 예산 반영 여부가 이제 과방위와 예결위 논의에 달려 있는 상황에서 국회 특위 위원으로서 마지막 소위 심사까지 책임지고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025.04.23 11:28조이환 기자

TSMC, AI칩 수요 견조 재확인…삼성·SK, HBM 사업 성장세 '쾌청'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가 최근 높아진 거시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당초 계획한 첨단 패키징 투자를 유지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견조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전략이다. 주요 메모리 기업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도 공급 과잉 우려를 덜었다는 평가와 전망이 제기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빅테크의 지속적인 AI 가속기 투자에 따라 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HBM 수요도 견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AI 가속기 수요 굳건…TSMC, 2.5D 패키징 생산능력 2배 확대 앞서 TSMC는 지난 17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380억~420억 달러를 제시했다. 최근 중국 딥시크와 같은 저비용·고효율 AI 모델의 등장, 미국의 관세 압박 등으로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으나, 지난해 발표한 계획을 그대로 유지했다. TSMC는 "이전보다는 상황이 개선됐으나, AI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으로 많은 설비능력 확장이 필요하다"며 "관제 및 지정학적 이슈에 대해 고객사의 행동 변화가 관찰되지 않아 기존 수요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TSMC가 전망하는 2024~2029년 AI 가속기 관련 매출의 연평균 성장률은 45%에 달한다. 올해 매출액도 전년 대비 2배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TSMC는 'CoWoS' 생산능력을 2배(월 7만장)로 확장할 계획이다. CoWoS는 TSMC가 자체 개발한 2.5D 패키징으로, 칩과 기판 사이에 인터포저라는 얇은 막을 삽입해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다. 특히 고성능 시스템반도체와 HBM 등을 함께 집적하는 AI 가속기의 필수 요소로 각광받고 있다. HBM 수요 불확실성 걷어…삼성·SK·마이크론 등 대응 분주 최첨단 패키징 투자 확대는 HBM을 공급하는 메모리 업계에도 수혜로 작용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AI 산업을 주도하는 엔비디아는 물론, 구글·AWS(아마존웹서비스) 등 CSP(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 기업들의 ASIC(주문형반도체)에 최신형 HBM을 공급하고 있다. 일례로 엔비디아는 올 1분기 '블랙웰' 시리즈의 최신 칩인 'GB200'를 출시했다. 구글의 경우 올해 7세대 TPU(텐서처리장치)인 '아이언우드'를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두 제품 모두 HBM3E(5세대 HBM)이 탑재된다. 나아가 엔비디아는 올해 하반기 HBM4를 탑재한 '루빈' 칩을 출시한다. SK하이닉스도 이에 맞춰 올 상반기 고부가 HBM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전체 HBM3E의 출하량에서 12단 제품의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최선단 제품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HBM 입지는 올해에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며, 생산 능력도 글로벌 최대 규모 수준일 것"이라며 "올 하반기는 HBM3E 12단이 주력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마이크론도 HBM 사업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3E 개선품을 개발해 엔비디아와 재공급을 위한 퀄(품질)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올 2분기 중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마이크론 역시 HBM3E 12단까지 개발을 완료해, 엔비디아향 공급을 추진 중이다.

2025.04.21 13:41장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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