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현대 등 하반기 위기대응...현안 점검·새 먹거리 찾기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롯데 등이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상반기 사업을 진단하고 하반기 위기대응책을 모색한다. LG그룹은 이미 회의를 끝마쳤다. 재계는 최근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경쟁력 제고와 미래 먹거리 발굴 등을 위해 폭넓게 대응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열리는 회의다. ■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미국 출장 후 첫 회의…새 반도체 수장, 방안에 주목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약 100여명의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디바이스경험(DX) 부문 회의를 실시한다. 18일 모바일경험(MX) 사업부, 19일 생활가전(DA)·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20일 전사 등 순으로 진행하며, 사업부별 중점 추진 전략을 논의한다. 25일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서는 120여명이 참석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글로벌 판매전략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는 한종희 DX 부문장(부회장)과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이 각 회의를 주재한다. 특히 지난달 '원포인트' 인사로 신임 반도체 수장에 오른 전 부회장이 DS부문장을 맡은 뒤 처음 열리는 글로벌 전략회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MX사업부는 다음달 '갤럭시 언팩'을 통해 공개하는 차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플립6 시리즈와 첫 스마트 반지인 '갤럭시링'에 대한 구체적인 판매 전략을 다룰 전망이다. 또 올해 중점적으로 밀고 있는 '비스포크 AI 가전'에 대한 하반기 전략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공개가 예상됐던 'XR 헤드셋 기기'는 시장 출시시기를 미루며 속도조절에 나서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는 메타버스와 XR 시장 성장이 아직은 불투명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갤럭시 언팩 2023' 행사에서 구글, 퀄컴과 손잡고 VR, AR 기술을 총망라한 XR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 또한 같은 이유로 최근 XR 헤드셋 개발 속도를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DS부문은 반도체 위기 돌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황 부진에 따라 약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했고,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에서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겨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사업)에서도 1위 대만 TSMC와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에, 미국 인텔이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추격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 전략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는 이재용 회장이 최근 미국 전역을 출장한 직후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 회장은 이달 초 약 20일간 마크 저커버그(메타), 앤디 재시(아마존), 크리스티아노 아몬(퀄컴), 한스 베스트베리(버라이즌) 등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만나 기술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출장은 삼성의 스마트폰, TV, 가전, 네트워크, 메모리, 파운드리 부문의 기존 고객사와 협력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다진 글로벌 네트워크와 이를 통한 빅테크들과의 포괄적인 협력 노력은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비전과 사업계획으로 진화하며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약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 'SKMS' 화두로 논의…현대차 전기수소차 시장 확대 전략 모색 SK그룹은 오는 28일과 29일 이틀간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를 개최한다. 경영전략회의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참석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1979년 발표한 'SKMS(SK Management system)'를 화두로 꺼낼 계획으로 알려졌다. SKMS는 SK만의 경영철학과 목표 등을 정립한 경영시스템을 말한다. 특히 그린·바이오, 반도체 등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논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3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저와 경영진은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 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며 "우리 그룹의 DNA인 SKMS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전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지난 6일 대만을 방문해 TSMC 웨이저자 회장 등을 만나 SK하이닉스의 HBM과 AI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기로 논의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다음주 약 일주일간 해외권역본부장 회의를 열고 글로벌 전략을 수립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 두 회사 CEO 주재 아래 권역본부장들과 판매, 생산 법인장들이 참석해 주요 시장별 전략을 점검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수소차 시장 확대에 대해 중점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오는 4분기 중인 10월 무렵부터 조지아 사바나에 위치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첫번째 전기차로 '아이오닉5'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시작으로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공급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또 지난 1월 'CES 2024 미디어데이'에서 기존의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브랜드 'HTWO'를 현대차그룹의 역량을 통해 수소 생산과 운송, 저장, 활용까지 아우르는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해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롯데그룹은 다음 달 신동빈 회장 주재로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열고 경영 전략을 논의한다. 롯데는 전 세계적으로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화학·유통 등 주요 사업군의 지속 성장 방안을 모색하고, 신성장 사업 육성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LG그룹은 지난달 초 2주간 구광모 회장 주재로 전략보고회를 마쳤다. LG그룹은 AI와 전장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점검을 진행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 등은 이번 회의를 통해 XR 및 메타사업을 속도조절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성장 동력인 전장, 바이오, 로봇 등 사업에 더 주력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