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첨단기술 유출해도 최대형량 '6년'…"양형 강화 논의 중"
"첨단산업에 대한 기술유출 사건은 수사도 쉽지 않고,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국내 양형기준이 해외에 비해 약한 수준이다. 이에 양형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논의하고 있다." 이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13일 판교 더블트리 바이 힐튼호텔에서 열린 '소부장미래포럼 특별강연 : 기술유출 사건 수사사례와 시사점'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연사로는 이춘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참석했다. 이 부장검사는 다수의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분야의 기술유출 사건을 담당해 왔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을 빼돌려 중국에 유출하려다 올해 중순 구속 기소돼 논란을 일으켰던 삼성전자 출신 임원도 직접 조사한 바 있다. 대검찰청이 조사한 연간 기술유출범죄 처리 현황에 따르면, 전체 사건 중 기소 처리가 되는 비중은 최근까지 2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재판에 넘겨진 기술유출범죄가 무죄 판결을 받는 비율(2014~2017년 기준)도 15~20% 가량이다. 이 부장검사는 "일반 형사 사건의 무죄 판결 비중이 1%도 안 되는 것과 비교하면 기술유출 사건을 처벌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실제로 기술유출이 명확히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사건에서도 대법원 무죄 확정을 받은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유출 사건의 처벌이 이처럼 쉽지 않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유출 혐의를 받는 기술이 고도의 지식을 요구하고, 증거인멸 등으로 증거수집에 제한이 따른다. 또한 기술 유출 사건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증거 및 피의자 신병 확보가 어렵다. 국내 기술유출 사건의 양형 기준도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3나노미터(nm) 반도체 생산기술을 유출한 사건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외에도 여러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유출 사건이 징역 1~3년에 집행유예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부장검사는 "처벌을 받은 기술유출 사건 10건 중 1건 만이 실형이고, 대부분은 집행유예를 받고 있다"며 "미국은 지난 2011년 우주왕복선 자료를 빼돌린 피고인에게 산업스파이법위반죄로 징역 15년 8개월을 선고하는 등 양형 기준이 강하다"고 밝혔다. 물론 국내에서도 기술유출 사건에 대한 양형 기준을 높이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재 국내 기술유출 침해 사건의 최대 형량은 6년에 불과하다. 이 부장검사는 "양형 기준을 올리기 위해서 현재 대법원 양형위원회와 논의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향후 양형 기준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소부장 미래포럼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에 대한 국내 소부장 업체들의 생태계 조성 및 글로벌 성장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단체다. 국내 주요 소부장 업체들이 민간 자율로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