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지배구조 시나리오' 더 복잡해진다
윤경림 사장이 끝내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게 되면 KT의 향후 지배구조 재정립에 더욱 큰 혼란이 생길 전망이다. 차기 대표직으로 낙점된 구현모 사장의 연임 포기에 이어 두 번째 후보자마저 대표직을 고사하게 되는 터라 회사 안팎에서 새 지배구조를 바라보는 온도가 크게 달라졌다. 31일 예정된 주주총회에 윤경림 대표이사 안건이 오르지 못하게 되면 대표 후보자가 추천한 사내이사 2인도 선임되지 못한다. 아울러 기존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고 사외이사 6명 가운데 3명 역시 임기 만료에 따라 1년 재선임 안건이 주총 안건으로 올랐지만, 윤 사장의 후보 사의 표명에 따라 노조에서 이사회 전원 사퇴를 요구받고 있다. 재공모에 재공모...이사회냐 비상기구냐 윤 사장이 사의를 굳히게 되면 사실상 임시 경영 체제로 전환한 뒤 재차 대표이사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관이나 이사회 규정을 따지면 대표이사 후보 추천은 이사회 논의로 이뤄져야 한다. 다만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3명이 재선임되더라도 총 10명의 이사진 가운데 6명만 꾸려진 상태고 이미 잇따른 사퇴 후보자를 내세운 만큼 이사회의 재공모 추진 동력이 추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통과하지 못하면 3명의 사외이사로 다시 대표 후보 선임 절차를 밟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노조 측은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경영 공백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치권의 외압이 무엇보다 문제지만 조합원들이 참여해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수립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KT 안팎에서는 비상기구를 세우더라도 가장 먼저 이뤄야 할 과제로는 이사회 재구성이 꼽힌다. 실제 비상기구의 역할도 회사의 경영 방향을 제시할 이사회를 꾸리고 다시 하루빨리 대표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이유다. 대표 도전 다시 나설까, 새 인물 있을까 다시 후보 공모가 이뤄져도 만만치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재공모 과정에서 명단이 모두 공개된 사내외 후보자들의 재도전 여부가 우선 관심사다. 현직 KT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내 후보자의 경우에는 규정에 따라 대상자가 정해져 있지만, 18명의 외부 후보자는 재공모에 나설지 또는 새로운 인물이 나올지에 대한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윤경림 사장과 이사회 면접 대상에 꼽혀 차점을 거둔 임헌문 전 사장, 박윤영 전 사장, 신수정 부사장이 있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재차 공모를 진행할 때 기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다른 후보자들은 새로운 경쟁 요소를 내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입김과 같은 외부 요소도 대표 재공모에 고려될 강력한 요소가 됐다. 지난해부터 구현모 현 대표의 임기 만료에 접어들면서 국민연금이 KT를 사례로 들며 차기 지배구조 개입을 시사해왔고, 여당에서 국민연금과 검찰이 나서야 한다고 기자회견을 진행하면 대통령실이 화답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구 대표에 이어 윤 사장도 백기를 드는 모습이 모든 국민에 중개됐기 때문에 대표 도전자들의 계산이 복잡해졌다. 국민연금과 같은 주요 주주 외에 다수의 외국인 투자자와 국민 소액주주를 만족시켜야 할 점도 재공모의 필수요소로 꼽힌다. 회사 지분의 상당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서 적지 않은 피해를 겪게 됐기 때문이다. 이전 재공모까지는 디지코와 같은 성장 방식을 이어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가 후보 심사에서 중요한 항목이었지만, 새 공모에서는 정치권 외압의 회사 리스크 노출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을 회복하는 일이 새 대표의 덕목과 과제가 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KT 임원 출신의 한 관계자는 “윤경림 사장 대표 안건이 끝내 주총에 오르지 못해 혼란이 생기면 이 사태에 대한 회사 안팎으로 책임 논의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정치권 외압이 하루 이틀 이야기는 아닌데 이번엔 과도한 측면이 있고, 역시 임직원과 주주에 대한 고민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