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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O의 종말과 '정보 역전':..왜 1월 세운 KPI가 오늘의 혁신 막을까

최근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서 관찰되는 서늘하고도 명확한 변화는 기업들이 설정하는 '목표 단위'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성장이란, 전년 대비 10~20% 매출 증대나 점진적인 비용 절감을 의미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스웨덴의 핀테크 유니콘 기업 클라르나가 AI 어시스턴트 도입 한 달만에 정규직 700명분의 고객 서비스 업무를 처리하며 이익률을 극적으로 끌어올린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AI 활용의 일상화로 실무 생산성이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면서, 글로벌 무한 경쟁에 내몰린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초고난도의 목표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10%의 점진적 개선이 아니라, 10배 이상의 파괴적 도약을 요구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실무진이 리더를 앞지르는 '정보 역전'의 시대 현장의 리더들을 옥죄는 비극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기업이 쟁취해야 할 목표의 차원은 공상과학 수준으로 높아졌고 실무의 속도는 시속 200km로 빨라졌는데,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낡은 업무 수행 방식과 통제 중심의 리더십으로 이 거대한 산을 넘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차원의 도약을 위해 조직의 작동 원리를 재설계하려면, 먼저 현장의 권력 지형과 정보 흐름이 어떻게 뒤집히고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 AI 시대의 업무 환경에서는 리더의 경험 권력이 무너지는 것을 넘어, 이른바 정보 역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리더가 수년간 축적한 직무 전문성과 산업의 노하우가 그 자체로 대체 불가한 가치를 지녔다. 리더는 조직 내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지식을 선점한 게이트키퍼였고, 팀원들은 자연스럽게 리더의 지식과 지시에 의존했다. 그러나 지금은 실무의 최전선에 있는 트렌디한 주니어들이 AI를 지렛대 삼아 글로벌 마켓의 최신 동향, 고도화된 데이터 분석 프레임워크, 새로운 툴 활용법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2024 업무 동향 지표에 따르면, 전 세계 직장인의 78%가 회사 정책과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AI 툴을 업무에 활용하는, 이른바 'BYOAI(Bring Your Own AI)'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 거대한 흐름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등 젊은 실무자 그룹이 압도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리더조차 미처 알지 못하는 폭넓은 정보와 최신 스킬을 실무 구성원들이 실시간으로 선점하고 있음을 뜻한다. 리더가 '모든 답을 아는 유일하고도 전지전능한 존재'로서 조직에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톱다운으로 정답을 내려주던 시대는 빠르게 저물고 있다. 1월에 박제된 KPI, 12월의 비즈니스를 담아낼 수 있는가 이렇듯 리더와 구성원 간의 정보 비대칭이 역전되고 비즈니스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우리는 여전히 가장 낡고 경직된 잣대로 조직을 이끌고 평가하려 든다. 그 대표적인 모순이 바로 연초에 목표를 세우고 연말에 이를 채점하는 '목표관리제(MBO, Management by Objectives)'나 연 단위 KPI 평가 시스템에의 매몰이다. MBO는 1954년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주창한 이래 기업 경영의 훌륭한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의 변동성이 적고 예측 가능성이 높았던 제조업 기반의 산업화 시대에는 연초에 세운 목표를 1년 내내 일사불란하게 달성하도록 통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프레임워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AI가 매주 새로운 툴을 쏟아내고 시장의 룰을 실시간으로 바꾸는 현재의 압도적인 클럭 스피드(Clock Speed) 아래에서, 1년에 한 번 고정해 둔 박제된 목표는 더 이상 조직의 나침반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1분기만 지나도 낡아버린 연초의 KPI에 얽매여, 구성원들이 새로운 툴을 도입해 폭발적인 생산성을 낼 시도 자체를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천장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성장을 멈추게 하는 '하향 평준화'의 늪 연말 평가 기간이 다가올수록 조직은 오직 '목표 달성률'이라는 정해진 성과에만 집착하게 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구성원들이 무조건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만 목표를 낮춰 잡는 뼈아픈 주객전도와 하향 평준화를 유도한다. AI 시대가 요구하는 초고난도의 10배 도약은 커녕, 구성원의 무한한 잠재력을 11개월 전의 낡은 잣대에 가두는 셈이다. 정해진 성과만을 사후에 채점하고 감시하려는 과거의 관리 시스템은 이 거대한 전환기 속에서 완전히 그 수명을 다했다. 이제 조직은 1년에 한 번 과거의 잘못을 심판하는 결과론적 '성과 평가'에서, 구성원 각자가 한계를 열어두고 폭발적으로 역량을 키우도록 돕는 '성장 관리'로 패러다임을 완전히 이동해야 한다. 다음 4편에서는 낡은 MBO의 감옥을 부수고, 조직을 10배 도약으로 이끌 새로운 성장 관리 프레임워크인 'GDR(Goal, Direction, Role & Responsibility)'의 구체적인 작동 원리를 공개한다.

2026.07.25 08:30김필재 컬럼니스트

정답 자판기서 '맥락 디자이너'로...AI 시대 리더 생존법

지난 1편에서 우리는 주니어의 실무 실행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AI 앞에서 리더들이 어떻게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지엽적인 오류에 집착하는 할루시네이션 헌터로 퇴행하는지 짚어봤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리더들이 수년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축적해 온 경험은 모두 폐기처분돼야 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낡은 '경험 권력'이 무너졌다는 것은 경험 자체가 무가치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그 경험이 조직 내에서 발현되는 인터페이스가 실무적인 '정답 티칭'에서 비즈니스적인 '맥락 코칭'으로 완전히 바뀌어야 함을 의미할 뿐이다. 생성형 AI의 치명적 사각지대, '현실의 맥락'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보편적이고 논리적인 팩트와 초안을 도출하는 데는 압도적인 능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모니터 밖의 현실에서 벌어지는 복잡다단한 맥락을 읽어내는 데는 철저히 무능하다. 예컨대 특정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타 부서와 얽혀 있는 미묘한 정치적 이해관계, 경영진이 공식적인 텍스트 이면에 숨겨둔 진짜 전략적 의도, 시장의 비합리적인 변동성, 혹은 업무를 수행하는 팀원의 표정에서 묻어나는 미세한 번아웃 징후 등은 아무리 뛰어난 초거대 AI라도 서툴 수밖에 없는 사각지대다. 오직 그 조직에서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온몸으로 겪어낸 '인간 리더'만이 이 보이지 않는 선들을 읽어낼 수 있다. AI가 주니어에게 무결점의 구슬(데이터와 초안)을 무한대로 만들어주는 도구라면, 리더는 그 파편화된 구슬들을 우리 회사의 고유한 현실에 맞게 꿰어 보배로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 빨간펜을 꺾고 '맥락 디자이너'로 진화하라 따라서 리더는 이제 팀원에게 완벽한 해답을 내려주던 거대한 정답 자판기의 역할에서 과감히 물러나야 한다. 대신 올바른 질문을 통해 조직의 숨은 맥락을 연결하는 맥락 디자이너로 거듭나야 한다. 주니어가 챗GPT를 활용해 1시간 만에 뽑아온 신사업 기획서 앞에서, 리더는 지엽적인 수정 작업이나 검수에서 나아가 고차원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제안의 데이터는 완벽하지만, 이번 분기 우리 회사 CFO의 보수적인 예산 기조를 설득할 수 있을까?" "이 새로운 기능이 영업팀의 기존 업무 프로세스와 충돌하여 현장의 반발을 사지는 않을까?" "이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우리가 챙길 수 있는 플랜 B의 런웨이는 충분한가?" 기계가 실행의 영역을 완벽하게 보완해 줄수록, 리더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조율과 공감, 그리고 방향성 설정'이라는 본질적인 리더십의 영역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정답을 주는 사람에서, 질문을 통해 조직의 입체적인 맥락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진화하는 것. 이것이 바로 AI 시대에 리더의 묵직한 경험이 가장 빛나게 다시 쓰이는 생존법이다. 시속 200km의 실무, 1년에 한 번 도장 찍는 낡은 시스템 하지만 개인 리더십의 진화만으로는 이 거대한 파도를 온전히 넘을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조직 운영의 더 거시적이고 본질적인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현장 실무의 속도는 생성형 AI를 만나 시속 200km로 빨라졌고, 리더의 역할마저 '지시와 통제'에서 '맥락의 조율'로 근본적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그런데, 이토록 역동적으로 변해버린 조직을 관리하고 평가하는 기업의 시스템은 과연 어떠한가. 대다수 기업은 여전히 1년에 단 한 번, 연초에 수립해 박제해 둔 목표를 연말에 몰아서 회고하는 1950년대 산업화 시대의 산물, 목표관리제(MBO)나 연 단위 KPI 평가 시스템으로 AI 시대의 인재들을 통제하려 들고 있다. 실무 혁신을 가로막는 아날로그 톨게이트를 없애고 하이패스망을 깔아야 할 시점에, 정작 조직 전체를 이끄는 성과 관리 제도는 1년에 한 번 정산하는 낡은 주판을 튕기며 변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격이다. 통제의 빈자리를 채울 '연속적 동기화'의 필요성 실무의 속도가 기계의 속도로 비약적으로 빨라졌다면, 조직의 목표를 정렬하고 궤도르 수정하는 주기 역시 그에 맞춰 연속성을 가져야만 한다. 리더가 팀원과 정기적으로 마주 앉아 실무의 병목을 파악하고, 경영진의 전략적 의도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하는 지속적인 소통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리더는 결코 맥락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경험 권력'의 익숙한 인터페이스가 허물어진 지금, 기업에게 남겨진 진짜 과제는 단순히 중간관리자들에게 새로운 AI 툴 활용법을 며칠에 걸쳐 교육하는 것이 아니다. 무너진 통제의 빈자리를 채우고, 파편화된 실무를 조직의 맥락으로 묶어낼 '새로운 성과 관리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일이다. 박제된 연말 평가에 매몰되는 것에서 벗어나, 리더와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교감하며 조직의 방향성을 맞추는 연속적 동기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 이것이 바로 다가오는 10배 도약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3편에서는 이 낡은 MBO(목표관리제)가 현장의 '정보 역전' 현상과 맞물려 어떻게 조직의 혁신을 옭아매고 있는지, 그 뼈아픈 모순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쳐보겠다.

2026.07.18 08:30김필재 컬럼니스트

AI는 리더의 '경험 권력'을 어떻게 무너뜨렸는가

주니어가 가져온 기획서의 빈약한 논리를 채워주고, 어색한 장표 구조를 잡아주며, 놓치기 쉬운 데이터 오류들을 매의 눈으로 찾아내는 과정. 그것은 리더가 스스로의 가치를 조직에 증명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었다. 수년간 수많은 야근과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실무적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 그것은 리더십의 가장 직관적인 형태이자 조직과 팀원들의 인정, 존경을 이끌어내는 든든한 '경험 권력'이었다. 그러나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와 같은 생성형 AI가 업무 현장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I가 주니어의 1차적인 실무 빈틈을 완벽에 가깝게 메워버리게 된 것이다. 리더들은 한 편으로는 뿌듯하면서도, 은연 중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다. '어라, 디테일하게 잡아줄 것이 별로 없네. 이제 나는 무슨 피드백을 줘야 하지?' 이 서늘하고 낯선 감각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이것은 AI가 기업의 사무실에 불러온 가장 파괴적이면서도 조용한 변화, 즉 리더의 실무 경험과 지식이 빛을 발하던 익숙한 무대가 사라지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이다. 생산성 역전이 아닌 '실무 실행력의 상향 평준화' 현장의 이러한 체감은 이미 글로벌 경영 학계의 정교한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는 거대한 구조적 변화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전 세계 758명의 최상위권 컨설턴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동 연구 '들쭉날쭉한 기술의 개척지 탐색(Navigating the Jagged Technological Frontier)'은 AI가 조직 내 역량 구조를 어떻게 뒤집어 놓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생성형 AI를 실무에 도입해 복잡한 비즈니스 문제 해결, 기획서 작성, 시장 분석 등을 수행하게 한 결과, 전체적인 업무 수행 속도는 25%, 산출물 품질은 40% 향상됐다. 하지만 이 기념비적인 연구에서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할 핵심은 전체 평균이 아닌 '집단 간 생산성 향상의 격차'에 있다. 하위 성과자(Bottom-half) 집단: 업무 성과 43% 향상 상위 성과자(Top-half) 집단: 업무 성과 17% 향상 일각에서는 이 통계를 표면적으로만 해석해 'AI가 주니어의 생산성을 극대화해 시니어 리더를 역전하는 하극상을 촉발한다'는 식의 자극적이고 위협적인 경고를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실무 실행자와 조직 관리자의 근본적인 역할 차이를 간과한 단편적이고 거친 시각이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본질은 '누가 누구를 추월했다'와 같은 대결 구도가 아니다. 문서 작성, 데이터 기초 취합, 정형화된 리서치, 외국어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등 이른바 하드스킬의 영역에서, 제로 베이스의 주니어가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에 도달하는 시간과 비용이 비약적으로 단축된 '실무 실행력의 상향 평준화'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과거 "어떤 부서의 데이터를 어떻게 취합해야 하는지", "경영진이 선호하는 보고서 양식은 무엇인지", “시장 조사 자료에서 노이즈를 걸러내고 핵심 수치만 뽑아내는 정형화된 가이드라인은 무엇인지” 등은 오직 수많은 시행착오와 물리적인 연차가 쌓여야만 체득할 수 있는 희소한 자산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이 지식의 비대칭성을 순식간에 해소하는 강력한 평등화 도구로 작용한다. 이제 1년 차 주니어 팀원은 막히는 비즈니스 프레임워크나 복잡한 엑셀 수식, 시장 분석 보고서의 초안이 필요할 때 더 이상 바쁜 팀장의 눈치를 보며 질문하지 않는다. 대신 모니터 앞의 AI 어시스턴트에게 정교한 질문을 던진다. 기계는 피곤해하지도 않고, 눈치를 주지도 않으며, 과거 팀장이 수일 밤을 새워 정제해 내놓았던 수준의 구조화된 정답초안을 단 몇 초 만에 수십 가지 버전으로 제시한다. 이는 '실무적 디테일의 교정과 티칭'이라는 기존의 인터페이스가 급격히 효용을 다해가고 있음을 뜻한다. 리더의 권위가 붕괴했다기보다는, 리더의 경험이 발휘되던 주무대의 성격이 통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낯선 딜레마와 '할루시네이션 헌터'라는 덫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경험 권력이 무너진 상황은 중간관리자들에게 깊은 실존적 위기를 촉발한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전 세계 3만여 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업무 동향 지표(Work Trend Index)'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중간관리자의 무려 74%가 "자신에게 팀의 변화를 이끌 권한이나 자원이 없다"며 극심한 무력감을 호소했다. 이는 단순한 업무 과중에서 오는 피로가 아니다. 과거처럼 가시적인 실무 산출물의 디테일을 통제하며 조직을 이끌던 방식을 잃어버린 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가이드마저 부재한 상황에서 오는 구조적 번아웃이자 인지적 부조화다. AI 시대에 퇴행하는 리더들의 마이크로매니징은 주로 '할루시네이션 헌터(Hallucination Hunter)'로 전락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주니어가 AI를 활용해 도출한 압도적인 속도 분량의 산출물 앞에서, 리더는 비즈니스의 큰 그림이나 전략적 방향성을 검토하는 대신 기계가 만든 미세한 오류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데 혈안이 된다. AI가 간혹 생성해 내는 그럴듯한 거짓말(할루시네이션)이나 지엽적인 오탈자, 혹은 인간의 감성과 미묘하게 어긋나는 문서 포맷의 어색함을 집요하게 찾아낸다. AI의 한계를 지적하고 교정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인간인 자신의 '경험적 우위'와 필요성을 조직 내에 억지로 증명하려 애쓰는 것이다. 시속 200km 질주 막아선 아날로그 톨게이트 물론 AI의 오류를 철저히 검증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리더의 시선이 비즈니스의 '맥락'이 아닌 기계의 '오류 찾기'에만 매몰될 때 조직에는 치명적인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주니어들은 생성형 AI라는 스포츠카를 타고 시속 200km로 질주하며 산출물을 쏟아내고 있는데, 정작 중간관리자가 아날로그 시절의 결재 잣대와 붉은 펜을 들이밀며 시속 10km의 속도로 지엽적인 검토를 진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적으로 AI가 가져다준 실무진의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은 리더라는 병목 구간에 갇혀 조직 전체의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증발해 버린다. 지식과 경험의 가치를 증명할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한 리더 스스로가 조직혁신의 거대한 아날로그 톨게이트로 전락해 버리는 뼈아픈 역설이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리더들이 수년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축적해 온 경험은 이대로 모두 폐기처분 돼야 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실무적 '정답 티칭'의 시대가 저물었다면, 리더는 이제 흩어진 정보들을 하나로 꿰어내는 완전히 새로운 리더십의 페르소나를 입어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정답 자판기에서 물러난 리더가 어떻게 조직을 구원하는 '맥락 디자이너'로 진화할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생존법을 파헤쳐보겠다.

2026.07.11 08:30김필재 컬럼니스트

프라임마스코리아, 신용보증기금 '프리아이콘' 선정

글로벌 팹리스 반도체 기업 프라임마스코리아가 신용보증기금의 스케일업 지원 프로그램인 'Pre-ICON(프리아이콘)' 기업으로 선정됐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선정은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기반 메모리 확장 솔루션과 허블릿(Hublet) 기반 시스템온칩(SoC) 플랫폼의 기술력, 그리고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의 사업화 가능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프라임마스는 지난해 신용보증기금의 혁신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퍼스트펭귄'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어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고객사 대상 사업화 성과를 바탕으로 Pre-ICON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Pre-ICON은 성장성과 혁신성을 갖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차세대 혁신 아이콘 기업으로 육성하는 지원 프로그램이다. 회사는 AI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컴퓨팅 시장을 위한 메모리 중심 반도체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최근 AI 모델 대형화와 추론 워크로드 증가로 데이터센터 내 메모리 용량, 대역폭, 데이터 이동 효율이 핵심 병목으로 부상하면서 CXL 기반 메모리 확장 기술과 칩렛 기반 아키텍처가 차세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프라임마스의 허블릿 플랫폼은 고객사가 AI 인프라에 필요한 맞춤형 반도체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SoC 플랫폼이다. 주요 솔루션으로는 CXL 기반 확장카드(AIC), JBOM(Just a Bunch of Memory) 등이 있다. 대용량 메모리 확장과 풀링을 통해 데이터센터의 시스템 효율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올해 미국 마이크론을 통해 CXL 기반 메모리 확장 솔루션의 양산 공급을 상용화할 예정으로,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글로벌 고객사 기반의 사업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와 한국 R&D센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메모리 기업, 서버 OEM,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생태계와의 협력을 다각화하고 있다. 전덕호 프라임마스 기술전략상무는 “이번 Pre-ICON 선정은 프라임마스코리아의 CXL 기반 메모리 확장 기술과 허블릿 SoC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성과”라며 “AI 시대 데이터센터의 핵심 병목으로 떠오른 메모리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들이 차세대 AI 인프라에 필요한 반도체 솔루션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6.06.12 17:05전화평 기자

"반도체 개발 문턱 낮춰드려요"…프라임마스의 칩렛 혁신

“허블릿(Hublet)은 단순한 칩이 아니라 반도체 개발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플랫폼입니다. AI 시대를 뒷받침할 데이터 인프라의 근본적인 확장성을 허블릿이 만들어낼 것입니다.” 박일 프라임마스(Primemas) 대표는 최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허블릿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허블릿, 개발비·기간을 동시에 줄이는 플랫폼형 아키텍처 허블릿은 프라임마스가 독자 개발한 일종의 '칩렛(Chiplet)' 모듈이다. 반도체 조각인 칩렛을 모듈화해 서로 간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다양한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기능을 기본 탑재한다. 고객사는 필요한 특화 기능만 별도 칩렛으로 붙여 쓰면 된다. 박 대표는 “AI 알고리즘은 항상 변한다. 반도체를 2년 동안 개발해도 2년 뒤에 그대로 쓰일지 알 수 없다”며 “GPU가 강한 이유도 높은 플렉서빌리티(유연성) 덕분에 다양한 AI 요구 사항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SoC가 하나의 고속도로만 있는 구조라면, 허블릿은 동서남북 방향으로 고속도로가 뚫려 있어 훨씬 다양한 조합을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프라임마스의 1세대 허블릿 '팔콘(Falcon)'은 고객사의 개발비와 개발 기간을 크게 줄여준다. 개발비는 10분의 1 이하, 개발 기간은 5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까지 단축된다. 프라임마스가 제공하는 팔콘 위에 고객사가 필요한 칩렛만 올려붙이면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핵심 요소는 허블릿과 함께 제공되는 FPGA(필드 프로그래머블 게이트 어레이) 기반 보조 칩렛 '카멜레온(Kameleon)'이다. 카멜레온은 자체 설계 능력이 부족한 기업도 다양한 알고리즘을 신속하게 하드웨어로 구동할 수 있게 해주는 모듈이다. 박 대표는 “카멜레온에는 FPGA가 다수 탑재돼 있어 고객사가 원하는 알고리즘을 그대로 올려 구동할 수 있다”며 “새로운 AI 가속기 개발이 며칠이 아니라 한두 시간 안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허블릿과 카멜레온의 조합은 반도체 시장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모델처럼 SoC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할 필요 없이, 공통 기능을 담당하는 허블릿을 기반으로 필요한 기능만 모듈처럼 결합할 수 있어서다. 대규모 단일 프로젝트 중심이던 반도체 개발 방식을 모듈 조합 구조로 전환시키는 시도다. CXL 기반 대용량 메모리 시장에서도 두각…“데이터 병목 해결의 열쇠” 프라임마스는 허블릿 기반 구조를 가장 먼저 CXL 기반 AI 데이터 인프라 영역에 적용했다. 최근 AI 모델은 수 테라바이트 단위의 메모리를 요구하지만 GPU의 온보드 HBM 용량은 200GB 안팎에 불과하다. 한 번 비워지면 서버의 메모리나 스토리지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AI 데이터 공급 병목'이 발생한다. 박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GPU 서버의 활용률이 35% 수준에 머무는 배경에는 알고리즘 문제가 아니라 메모리 부족과 DB 성능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라임마스는 허블릿을 기반으로 한 대용량 메모리 모듈 'JBOM(Just Bunch of Memory)'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수십 테라바이트급 D램 풀(pool)을 구성해 데이터 공급 속도를 크게 개선하며, DB 성능이 20~80배 향상되는 사례도 확인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반도체 개발 문턱 없앤다”… 프라임마스가 보는 미래 프라임마스는 허블릿을 단순한 칩이 아니라 반도체 개발 생태계의 기반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특정 산업용 SoC 개발에 수천억 원의 비용과 수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허블릿과 카멜레온을 활용하면 업체 규모와 상관없이 맞춤형 칩 설계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AI 시대에는 결국 누구나 자신만의 하드웨어 가속기를 갖추게 될 것”이라며 “IT 시장에 진입할 때 반도체 때문에 발생하는 문턱이 있는데, 그 문턱을 없애버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프라임마스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글로벌 기업들에 제품 공급 등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2025.11.18 15:38전화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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