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황소개구리' 블러의 습격
대체불가토큰(NFT) 마켓 블러가 출시된 지 네 달 만에 거래량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블러의 성장 전략을 살펴보면 그간의 업계 진화 방향과 역행하는 방식으로 사업 규모를 불려와 업계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플랫폼 난센에 따르면 블러는 지난 15일 세계 최대 NFT 마켓으로 꼽히던 오픈씨 거래량을 넘겼다. 블러 거래량은 6천602이더리움(ETH), 오픈씨 거래량은 5천649이더리움이었다. 다만 블러가 거래량을 늘리면서 NFT 시세 거품을 유도했을 뿐 아니라, 오픈씨와 경쟁 구도를 형성함에 따라 NFT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 비중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블러는 어떻게 '오픈씨' 아성 위협했나 블러가 시장에 출시된 건 지난해 10월이다. 고작 네 달 만에 세계 1위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런 성과를 거두게 한 요인으로는 NFT 차익 거래에 특화된 사용자인터페이스(UI), 플랫폼 충성도 보상으로 지급한 자체 토큰 '블러(BLUR)' 두 가지가 꼽힌다. NFT 업계 관계자는 "블러는 NFT 시세 차익거래에 집중하는 이용자에 초점을 맞춰 출시됐다"며 "'제로 수수료' 외 대량 구매 및 판매 기능, 구매가 제안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데 다른 플랫폼들도 이런 기능을 선보였지만 블러는 이런 기능들을 종합적으로 갖춰 이용자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블러가 최근 가격 제안 주기를 3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였다"며 "가격 제안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면서 거래량 폭증이 야기됐다"고도 덧붙였다. 거래량 증폭에 보다 주효한 요인은 자체 토큰이었다. 블록체인 매체 코인데스크는 듄 대시보드를 인용, 지난 14일 자체 토큰 '블러(BLUR)' 무상 지급(에어드랍)을 실시하면서 블러 거래량이 네 배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토큰을 더 많이 받을 목적으로 블러 이용자들이 자전거래를 함에 따라 거래량이 급증하는 효과를 봤다. ■블러, 상승세 지속할 수 있을까 블러는 2차 에어드랍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22일 3억개를 추가 에어드랍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NFT를 블러에만 등록했거나, 많이 등록할수록 더 많은 토큰을 받게 된다고 예고했다. 다만 자체 토큰을 써서 거래량을 극대화하는 블러의 전략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토큰 발행량이 늘어날수록 시세는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만큼 토큰이라는 보상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BLUR 시세는 최근 일주일 동안 30% 가량 하락했다. 한때 1.28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0.84달러를 기록 중이다. 다만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 시세도 같은 기간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BLUR 보유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블러에 우호적인 세력이 확대되는 점은 장기적으로 득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NFT 업계 관계자는 "토큰 보유자 중 고점에 물린 사람들도 많이 생길 것"이라며 "이런 보유자들은 향후 BLUR의 용처가 만들어지면 많은 관심을 갖게 될 집단"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도 NFT 마켓이 자체 토큰을 발행해 거래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났지만, 성공으로 끝난 사례는 없었다"면서도 "블러는 기술력이나 NFT 생태계를 이용한 사업 운영에선 탁월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서비스에 충분히 만족하게 되면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입지를 다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거품 걷힌 NFT 시장 퇴보할 수도" 우려 나와 블러가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그 동안 1위 NFT 마켓으로 군림하던 오픈씨도 맞대응에 나섰다. 블러와 마찬가지로 거래 수수료를 한동안 면제하기로 한 것. 창작자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도 0.5%로 최저치를 낮췄는데, 이 또한 블러 정책과 동일하다. NFT에 대한 창작자 수익이 평균 5~10%인 점을 고려하면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도 다소 적게 책정되도록 양대 마켓이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오픈씨와 블러의 이런 경쟁 양상이 NFT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 국내 NFT 시장은 투기 광풍이 사라지고, 실용적인 가치 제공에 초점을 맞춘 콜렉션들이 차츰 등장하고 있었다. 이런 변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 NFT 업계 관계자는 "블러 이용자들은 NFT를 보고 구매한다기보다는 거래량을 늘려 토큰 보상을 많이 받으려는 경우가 많다"며 "1위를 다투는 오픈씨와 블러가 경쟁하는 과정에서 NFT 창작자에게는 정책이 불리하게 조정됐는데, 오픈씨는 원래 창작자 권리를 보장하는 성향이 강했으나 그런 성향이 급변했다"고 지적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NFT가 가상자산의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용성이 확장돼야 한다"며 "사용자에게 편의성과 가치를 제공하는 NFT가 자산으로 인식되고, 그런 상품에 투자가 이뤄질텐데, 블러의 열풍은 현재로선 단순히 NFT 소유의 개념에서 그쳐서 다소 아쉽다"고 분석했다. 수익이 감소하더라도 NFT 창작자들이 블러를 외면하긴 어렵다. 블러에서 야기되는 NFT 시세 상승이 하나의 이유다. 또 블러가 주요한 입지를 확보한 만큼 블러에서 NFT가 홍보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위주로 프로젝트가 발표된 국내와 달리 해외는 개인 창작자들이 많은데, 이들이 구매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NFT의 시세 상승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오픈씨와 블러의 경쟁이 아직까지 국내 NFT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진단됐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블러가 아직 클레이튼을 지원하지 않기도 하고, NFT 시세가 널뛰기하는 점이 웹3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