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밀 핵자기공명분광법으로 약물 구조 정밀 규명, 부작용 막는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임산부 입덧 방지 약으로 판매되었던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으로 팔이나 다리가 짧은 1만 2천여명의 기형아가 태어났다. 약물의 부작용 매커니즘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화합물의 분자구조를 결정하는 연구는 생명 현상 이해와 질병 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이며, 주로 핵자기공명분광법(NMR)을 통해 측정한 주파수 신호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은 천연물인포매틱스연구센터 차진욱·박진수 박사팀이 1회 측정만으로 특정 수소와 연결된 탄소 원자핵의 정보를 선택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NMR 분석법(UHPT, Ultraselective Heteronuclear Polarization Transfer Method)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100억 원을 호가하는 기존의 초고자장 NMR 장비에서조차 특정 수소 원자핵에 대한 선택적 NMR 신호 측정만이 가능했으나, 그와 연결된 탄소 원자핵 신호의 신속한 측정은 불가능해 미세한 수준의 특정 수소-탄소 NMR 신호 분해능 확보가 어려웠다. 의약품 원료와 독성 우려 약물의 화학구조 규명에도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UHPT 분석법을 통해 복잡한 탄소핵 NMR 신호 사이에서 단 한 번의 측정만으로 특정 수소 원자핵과 연결된 탄소를 구분했으며, 수 헤르츠(Hz) 수준의 탄소핵 신호 분해능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항암제로 이용되는 파클리탁셀처럼 여러 종의 약물로 개발되어 온 복잡한 분자구조의 천연 유래 물질의 구조를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또 천연 유래 항암 물질인 닥티노마이신(dactinomycin)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광학이성질체와 살균 물질인 이프로발리카브(iprovalicarb)를 구성하는 부분입체이성질체 혼합물의 개별 탄소 핵 NMR 신호를 정밀 분석하는데 최초로 성공했다. UHPT 분석법은 기존의 분석법보다 빠르고 정확하면서 경제적이다. 대학이나 기업에서 보유하고 있는 NMR 장비에 적용할 경우 초고자장 NMR 장비 대비 약 5분의 1 수준의 측정시간으로 동등한 수준의 NMR 신호 분해능을 확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차진욱 박사는 "새로운 NMR 분석법은 천연물 바이오 산업계에서 신규 소재의 유효성분 규명 및 규격화를 위한 표준 분석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라며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유효성과 안전성 규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입체이성질체의 구조 규명에 활용해 신약 개발 과정의 난제를 해결함으로써 천연물 바이오 산업 육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아 KIST 주요사업을 통해 수행됐으며,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최신호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