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선정 D-1...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하루 앞두고 정부와 기업들이 막판까지 총력 지원에 나서고있다. 2030 엑스포 개최지는 28일 파리 BIE 총회에서 회원국 대표의 익명 투표로 결정된다. 한국의 부산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와 경쟁 중이다. 판세가 사우디에 기울었다는 평가가 많지만, 한국이 바짝 따라붙은 데다 익명성 투표에 기반한 만큼 대역전극을 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영국 경제사절단과 부산엑스포 유치 행사를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일부 총수들이 이날 귀국했다.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투표 당일까지 파리에 남아 표 모으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 이코노미 탄 최태원·감기투혼 이재용, 외교전에 동참한 총수들 최 회장을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들은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그동안 직접 발로 뛰며 총력전을 펼쳤다. 이재용 회장은 27일 귀국하면서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막판 유치 활동과 관련해 "다들 열심히 하고 계시다"고 언급했다. 출장 소감에 대한 질문에 "감기에 걸렸다"라며 잠긴 목소리로 말을 아꼈다. 이 회장은 앞서 11일(현지시간) 남태평양 쿡 제도에서 열린 '태평양도서국포럼(PIF)'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을 만나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상 정장을 입은 모습만 노출되던 이 회장이 화려한 무늬 셔츠를 입은 사진이 SNS에 퍼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비행기 이코노미석 좌석에 앉은 모습을 직접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 회장은 "처음 뛰어들었을 때는 승산이 전혀 보이지 않는 불가능한 싸움이었지만, 한국 정부와 여러 기업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한 결과, 이제는 누구도 승부를 점칠 수 없을 만큼 바짝 추격하고 있다"며 "매일 새로운 나라에서 여러 국가총리와 내각들을 만나 한 표라도 더 가져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3일 주유네스코 대표부 주최 만찬, 24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표부 주최 오찬과 주프랑스 대사관 주최 대한민국 국경일 리셉션 등에 함께 참석해 막판 외교전을 펼쳤다. 최 회장은 막판까지 부동층 국가를 파악해 표를 가져오기 위해 설득하느라 24일 행사부터 참석하기도 했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의 최근 열흘간 비행거리만 2만2천km에 달한다. 최 회장과 SK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직접 방문했거나 국내외에서 면담한 국가는 160여개국, 면담한 고위급 인사만 800여명이다. ■ 유럽 곳곳서 '부산엑스포' 홍보…버스·택시·옥외광고판 총동원 주요 기업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막판 홍보전에 모든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삼성전자는 영국 런던 피카딜리 광장, 스페인 마드리드 까야오 광장 등 유럽의 대표적 명소에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엑스포 홍보 영상을 틀었으며, 런던 명물 택시 '블랙캡'을 '부산엑스포 택시'로 꾸며 막판 유치 지원 활동을 벌인다. 또 국립 오페라 극장 '오페라 가르니에'의 대형 옥외광고에 갤럭시Z플립5 이미지와 함께 부산엑스포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샤를드골 국제공항 입국장에서 14개 대형 광고판을 통해 유치를 응원 중이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LG그룹은 대형 버스 광고를 택했다. LG전자는 지난 6일부터 29일까지 부산엑스포 유치 염원을 담은 'LG 랩핑 버스'를 파리 시내버스 노선에서 운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개별 버스를 동원해 부산을 홍보하고 있다. LG는 이달 1일부터 파리 도심 곳곳에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약 300개의 광고판을 집중 배치했고, 지난 9월부터는 파리 샤를드골 국제공항 내부에 6개 대형 광고판을 운영하는 등 BIE 총회가 열리는 파리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파리에 아이오닉6와 EV6 아트카 10대를 투입했다. 루브르박물관·개선문 등 주요 명소를 비롯해 BIE 본부와 각국 대사관 인근지역 등을 순회한다. 롯데월드타워는 외벽 미디어파사드에 'BUSAN IS NO.1(부산 이즈 넘버 원)' 메시지를 일몰 후 매시 정각마다 10분간 띄운다. '부산 이즈 넘버 원'은 부산이 엑스포 개최지 투표기호 1번을 배정받으며 새롭게 추가된 캐치프레이즈다. ■ '부산은 준비됐다' 외친 대통령, 유치 성공에 지지율도 달려 기업과 정부가 모두 2030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막대한 경제적 성과 때문이다. 그동안 대전·여수에서 열렸던 인정 박람회(3개월)와 달리 등록 박람회는 기간이 2배나 길다. 또 개최국이 부지만 제공하고 참가하는 각각의 나라들이 자비로 국가관을 설치하기 때문에 훨씬 더 경제 유발효과가 크다. 부산엑스포 유치 시 61조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와 고용 창출 인원만 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는 2010년 엑스포 개최로 110조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에서 올림픽과 월드컵, 엑스포를 모두 유치한 나라는 6개뿐인 만큼 국가 위상이 높아지는 상징성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를 지난해 국정 과제로 채택한 이후 외교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런던 국빈 방문을 마치고 지난 23일 파리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제외하고는 모든 일정을 2030 엑스포 투표권을 쥔 국제박람회기구(BIE) 182개 회원국 대표들을 만나는 데 할애했다. 엑스포 유치 성공 시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반등은 물론 내년 총선 여당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개최지는 28일(한국시간 28일 오후 10시) 열리는 BIE 총회서 최종 투표를 거쳐 정해진다. 한국은 1차가 아닌 2차 결선 투표를 노리고 있다. 1차 투표 결과 전체 회원국 182개 나라 3분의 2(122표) 이상을 얻어야 유치가 확정된다. 만약 넘지 않으면 꼴등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끼리 2차 투표를 진행한다. 2차에서 표를 더 많이 얻는 쪽이 최종 유치국이 된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관계자는 "1차 투표에서는 사우디를 지지하지만, 2차 투표서는 한국을 투표하겠다는 국가들이 있기 때문에 2차 투표로 갔을 때 이길 가능성이 있다"며 "사우디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지지를 확보한 데다, 익명 투표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시각으로는 자정과 오전 1시쯤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