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엑스포' 개최 실패했지만…韓기업, 신시장 개척 성과 컸다
경제단체와 국내 4대 그룹까지 총동원돼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에 힘썼지만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 벽을 넘지 못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주요국을 돌면서 직접 민간 외교관으로 뛰었던 만큼 재계에서는 아쉬움이 크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산 엑스포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우리 기업들이 신시장 진출을 모색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특히 그동안 비즈니스 거래가 적었던 저개발 국가까지 주요 경영진들이 직접 방문하면서 기업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도 컸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임원들은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평소 비즈니스를 하지 않았던 새로운 지역까지 출장을 가면서 기업을 직접 홍보할 수 있었고, 해당 국가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라며 “비록 부산 엑스포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준비하면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재계, 18개월 동안 175개국 3천여명 접촉...다양한 비즈니스 기회 엿봐 29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대기업 그룹사 12개사가 지난해 6월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후 18개월 동안 만난 정상, 장관 등 고위급 인사는 175개국 3천여명에 달한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개최한 회의만 1645회에 이른다. 2030 세계박람회 민간유치위원장을 맡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이동한 거리만 지구 17바퀴에 해당하는 70만㎞에 달할 만큼 강행군을 펼쳤다. SK그룹은 지난해 6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부회장급 최고 경영진들로 구성된 '위(WE) TF'를 신설하고 직접 방문했거나 면담한 나라만 180여개국, 직접 면담한 고위급 인사는 900여명이 넘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해외 일정마다 부산엑스포를 알리는데 힘썼다. 지난해 6월 네덜란드에 이어 9월에는 '부산엑스포 유치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영국에 방문했고, 같은 달에는 멕시코, 파나마를 방문해 사업 점검과 함께 엑스포 유치에 힘썼다. 올해 이 회장은 1월 아랍에미리트(UAE), 스위스를 시작으로 일본과 중국·미국·프랑스·베트남·이집트·이스라엘·스웨덴·영국 등을 방문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평소에 비즈니스로 출장가지 않았던 남태평양 국가 피지·통가·사모아를 방문하면서 유치 활동과 함께 신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시간을 갖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경영진도 올해 라오스, 오스트리아 부총리 등을 직접 만나 유치 홍보 및 사업을 소개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그룹 차원의 전담 조직 '부산엑스포유치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후 정의선 회장은 체코·슬로바키아·미국·인도네시아·UAE·프랑스·베트남·인도 등을 찾아 부산 지지를 요청하고 사업을 알렸다. LG도 지난해 말 TF를 꾸리고 부산 엑스포 홍보 활동을 펼쳤다. 구광모 LG 회장도 올해 미국과 캐나다, 폴란드에 이어 지난달에는 아프리카까지 찾아 부산엑스포 유치를 부탁했다. 또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지난해 탄자니아, 코트디부아르,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3개국을 돌며 유치활동을 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들의 단합된 유치 노력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비록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금번 유치활동은 경제·문화적으로 발전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을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많은 정상들과 만남을 통해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국가 위상을 높이는 성과가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