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품은 전경련…따가운 시선 딛고 55년만 새출발
"아직도 우리를 지켜보는 따가운 시선들이 있습니다. 부끄러운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고 과감하게 변화하지 못한다면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새 출발을 준비하면서 저는 회원 여러분과 국민들께 세 가지 약속을 드리고자 합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간판을 바꾸고 새 출발을 선언했다. 전경련은 22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기관명을 55년 만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꾸고 새 회장에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선임했다. 류진 신임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한국경제 글로벌 도약의 길을 여는 싱크탱크 역할 ▲국민과 소통하며 함께하는 동반자 ▲신뢰받는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류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G7 대열에 당당히 올라선 대한민국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무대의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이 기업보국의 소명을 다하는 길”이라며, “이 길을 개척해 나가는 데 앞으로 출범할 한국경제인협회가 앞장설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 기관명 변경 및 윤리위 설치…"잘못된 고리 끊어내겠다" 전경련은 이날 정관을 개정해 기관명을 변경하고, 목적사업에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사업 ▲ESG 등 지속가능성장 사업을 추가했다. 동반성장, ESG 등을 정관에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새롭게 출범할 한국경제인협회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총회에는 류진 회장을 비롯해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구자은 LS 회장, 이희범 부영주택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전경련은 또 정경유착 등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인 윤리위원회 설치를 정관에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위원 선정 등 윤리위원회 구성과 운영사항 등 시행세칙 마련은 추후에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또 사무국과 회원사가 지켜야할 '윤리헌장'도 이날 총회에서 채택했다. 류진 회장은 취임사에서 윤리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는 끊어내겠다”며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투명한 기업문화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그 첫 걸음으로 윤리위원회를 신설하겠다”며 “단순한 준법감시의 차원을 넘어 높아진 국격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엄격한 윤리의 기준을 세우고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회장이 윤리경영을 이처럼 강조한 것은 과거 '정경유착'에 연류됐던 사건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역시 삼성 계열사 전경련 복귀를 놓고 정경유착의 재발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조건부 재가입을 권한 바 있다. ■ 4대 그룹, 새 단체 한국경제인협회로 회원지위 승계 전경련은 이번 통합의 결과 4대 그룹도 새 단체 한국경제인협회 회원이 된다고 밝혔다. 4대 그룹은 박근혜 전 정부 시절 국정농단을 계기로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일부 계열사가 회원사로 합류하는 방식으로 한경협에 가입했다. 지난 5월 전경련이 발표한 혁신안을 이행하기 위한 '전경련과 한경연 간 통합합의문'을 이날 채택함으로써 기존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직, 인력, 자산, 회원 등을 모두 승계했다. 다만, 한국경제인협회 명칭 사용은 정관개정에 대한 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 승인후부터 사용이 가능하다. 그전까지 공식명칭은 기존대로 사용해야 한다. 4대 그룹이 법적으로 한경협의 회원이 되는 시점 역시 정관개정에 대한 주무관청의 승인 시부터다. 승인은 내달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