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러 주사 맞듯'···근육 재생 돕는 보형물 소재 개발
손상된 근육에 주사로 주입해 재생을 돕는 조직 보형물 소재가 개발됐다. 신경근의 전기 신호도 잘 전달해 장애인이 웨어러블 로봇을 조작하는데도 활용할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신미경 교수와 손동희 교수 연구팀은 손상된 조직의 기능을 대체하는 주사 주입형 바이오 신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를 근육과 신경이 심하게 손상된 쥐에 적용하자 조직이 빠르게 재생되며 재활이 앞당겨졌다. 이 연구는 1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신경과 근육이 손상되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환자의 몸에 전자 소자를 이식하고 이를 보행 보조 로봇 등 웨어러블 장치와 통합 운영하는 '폐회로 보행 재활 기술'이 요즘 각광 받는다. 하지만 체외 장치와 체내 조직을 연결하는 소자의 크기가 커서 작고 복잡한 손상 조직에 이식하기 어렵다. 딱딱한 소자가 부드러운 조직에 지속적으로 마찰을 일으켜 염증이 일어난다는 것도 것도 문제다. ■ 손상된 근육에 꼭 맞아···주사로 주입 가능 이에 연구진은 생체 조직처럼 부드러우면서 조직에 잘 접착되고, 전기 저항이 작아 근육과 신경의 전기 신호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피부 미용용 필러로 쓰이는 히알루로산 소재를 기반으로 생체 조직처럼 부드러운 하이드로젤 소재를 만들었다. 여기에 금 나노입자를 넣어 전기 저항을 낮췄다. 또 하이드로젤의 분자 구조를 필러처럼 주사로 주입하기 적당한 형태로 바꾸었다. 하이드로젤은 기계적 물성이 약해 몸 안에서 형태를 유지하기 어렵고, 기계적으로 강한 공유결합 구조를 적용하면 주사로 주입할 때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끊어진다. 연구진은 강한 공유결합을 하면서 자유롭게 재배열할 수 있는 바이페닐 링 구조 등을 활용해 주사 주입이 가능한 새로운 구조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금 이온을 촉배로 활용, 금 나노입자가 하이드로젤 내부에 균일하게 형성되게 했다. 이는 하이드로젤이 신축할 때도 전도성이 잘 유지되게 한다. 연구진은 손상된 근육과 신경에 제작한 보형물을 주사로 주입했을 때, 좁고 거친 손상 조직 표면에 보형물이 밀착 접촉됨을 확인했다. 나아가 보형물은 조직 손상 부위를 채워 건강한 조직에서 발생하는 전기생리학적 신호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 보형물 자체를 전극으로 써 조직에 전기 자극을 가하거나, 조직으로부터 발생하는 신호를 계측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근육 조직의 30-50%가 손상된 경우에도 재생이 이뤄졌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앞으로 크기가 큰 동물로 연구를 확대하며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 근육 다친 쥐 3일만에 걸어 이어 동물실험을 통해 빠른 근육 재생 및 재활 효과도 확인했다. 조직이 손상돼 걷지 못 하던 쥐가 3일만에 로봇 보조를 받아 걸을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근육이 심하게 손상된 쥐 모델의 조직 손상 부위에 보형물을 주사하고, 말초신경에 전기 자극을 가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싱 소자를 이식했다. 전도성 하이드로젤을 손상 부위에 채우는 것만으로 조직 재생이 개선됐다. 또 신경 전기 자극을 줄 때 발생하는 근전도 신호를 계측해 보행 보조 로봇을 작동, 보행을 성공적으로 보조할 수 있었다. 신경 자극을 따로 주지 않아도 전도성 하이드로젤의 조직 간 신호 전달 효과를 이용하면 로봇 보조를 통한 소동물의 보행 재활 훈련이 가능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신미경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신경근 회복을 위해 재활 훈련이 요구되는 심각한 근육 손상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주사 가능한 전기 전도성 연조직 보형물을 구현했다"라며 "근육과 말초신경 뿐만 아니라 뇌, 심장 등 다양한 장기에 적용할 수 있는 조직 재생용 신물질로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손상 조직에 전도성 하이드로젤을 주사해 회복 가능성을 확인하는 한편, 임상 수준에서 최소침습적 재활 시술로 이어지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