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보수동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책방' 가보니
[부산=안희정 기자] 궂은 날씨이지만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에 활기가 넘쳤다. 절판된 만화책을 사려고 서점을 기웃거리는 남학생들과 아이 손을 잡고 책을 구경하고 있는 부부,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틱톡이 마련한 '북톡 팝업 스토어'에 들러 사진을 찍거나 이벤트를 참여해 책 선물을 받는 등 다양한 활동도 이어갔다. 지난 4일 보수동 책방 골목에 가보니 어귀부터 헌책과 새책이 모두 공존하는 서점이 약 160m 줄지어 있었다. 골목 가운데에는 틱톡이 내년 1월까지 여는 '북톡 팝업 스토어'가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북톡(#BookTok)은 틱톡이 지난 2020년부터 전 세계 50개국 이상 국가에서 서평이나 독후감, 글쓰기 팁, 인기 소설 줄거리 재현 등 책과 관련된 일상을 공유하는 챌린지다. 숏폼 콘텐츠를 주력으로 하는 플랫폼이지만, 독서 문화 정착해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은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독서 트렌드나 각국 사람들의 독서 습관을 엿볼 수 있는 채널로 알려지면서 현재 관련 해시태그는 1천913억 뷰 이상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생각보다 그 열기가 뜨겁다. 틱톡은 한국에서 올해 처음으로 교보문고와 8월 한 달간 북톡 챌린지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책방'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에 북톡 팝업을 열었다. 50년의 역사가 살아있는 보수동 책방 골목을 다시 활기찬 모습으로 돌려놓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팝업 스토어 한편엔 책방 콘셉트로 꾸며놓은 포토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서 사진을 찍고 틱톡에 업로드하면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고 사진도 인화해준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책방 골목에서 구매한 책을 포장하고 꾸밀 수 있고, 도서를 배송시키는 '틱톡 우체부'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이벤트 참여 후 곱게 포장된 일명 '블라인드 북'을 고를 수 있었다. 블라인드 북 포장에는 책의 내용을 나타내는 키워드가 적혀 있어 원하는 내용을 선택할 수 있다. 기자가 고른 책에는 #힐링, #성장, #우정, #고양이가 적혀있었다. 포장을 풀어보니 '수짱과 고양이' 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책방 골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도 받을 수 있다. 상품권은 틱톡 팝업스토어 행사 포스터가 붙어 있는 일부 서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틱톡과 협업하고 있는 충남서점 관계자는 "비가 와서 좀 아쉽지만, 날씨가 좋으면 방문객이 더 많아질 것 같다"면서 "팝업 스토어에서 받은 상품권으로 책을 구매하니 서점 운영에 도움이 된다. 더 많은 분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책방 골목에서 마주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온 한 커플은 "이탈리아어로 된 론리플래닛(여행 가이드북) 한국 편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보를 유튜브나 틱톡에서 접했다"며 "부산 여행을 위해 틱톡에서 검색하는 중 북톡 팝업 스토어를 알게 돼 방문했다. 한국의 오래된 서점을 경험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온라인 서점의 등장과 주변 재개발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팝업 스토어나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로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틱톡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는 헌책방 골목이라는 아날로그 부산의 풍경과 디지털 크리에이터의 만남으로 만들어 내는 이색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며 "페스티벌이 끝나도 지속적인 부산 지역 관광 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