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 논란 국민연금 계획안, 국무회의 의결…"국민의견 수렴할 것”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가운데 구체적 수치가 빠져 '맹탕'이란 비판이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국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견을 수렴하겠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회에서 충실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국민과 함께 개혁안을 만들어 가겠다”라고 밝혔지만, 해당 계획안에는 구체적인 인상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또 소득대체율도 목표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아무 일도 안하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정부는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 구체적 목표 수치를 제시하지 않는 맹탕 개혁안을 제시했고, 계획안은 연금개혁에 대해 정부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면서 “공약은 해놓고 막상 실행계획을 세우려다보니 국민 여론이 두려워 총선을 의식한 시간끌기와 눈치 보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험료율 인상을 보완하는 국고지원 확대 방안은 없다”며 “개인연금 홍보 강화로 사적연금 확대를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은 국가의 공적역할을 망각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목표 수치 규정 ▲국고지원 확대 방안 및 국민연금 사각지대 개선 방안 포함 ▲크레딧 인정 기간 확대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노령연금 감액제도 폐지 ▲기초연금 인상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요구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도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보장을 위한 해법과 노후소득 보장 강화의 내용이 제시돼야 한다”면서 “이번 계획안은 구체적 보장 목표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의 구체적인 수치는 언급되지 않고 방향성만 제시됐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재정위기를 강조하며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고 하지만 국민연금기금이 감당하고 있는 크레딧 등 정책의 예산을 국가 회계로 전환 등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은 빠져있다”면서 “연금 재정의 위기는 저출생이 중요한 문제임에도 인구구조 개선을 위한 국민연금기금의 역할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른바 공적연금의 본래 목적 대신 재정안정에만 함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하 연금행동)은 아예 연금개혁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낮은 수준의 소득대체율이지만 국민연금이 노후빈곤예방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만큼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이라면 적정 노후소득 보장의 제도발전 방향을 제시해야 함에도, 윤석열 정부는 다층연금체계 운운하며 국민연금은 저연금에 매몰시킨 채 사적연금 활성화만 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주장한 DC방식 전환,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 연령그룹에 따른 보험료 차등 인상 등에 대해 연금행동은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3대 개혁으로 연금개혁을 제시했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종합운영계획안에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으며 연금개혁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 산하에 연금개혁위원회 설치한다고 한 것을 번복하고 국회연금특위로 공을 넘겼고, 국회연금특위가 일정한 모수개혁안을 도출하려 하자 구조개혁 운운하며 사실상 연금개혁 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꼬집었다. 이와함께 “노인빈곤율은 향후에도 높을 전망”이라며 “소득대체율 삭감으로 가입기간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상당기간 오히려 떨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 해결책이 제시돼야 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소득대체율 상향을 포함한 진정성 있는 노후소득보장 방안이 책임 있게 제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회적 논의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함께 제출했음을 들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그간의 연금개혁과정은 정부가 개혁안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찬반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어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국민과 함께 연금개혁안을 만들어 나갈 것이며 이번 자료 공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며 “연금개혁은 법 개정으로 완성되는 만큼,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밝혔다.